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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평점 :
[헤세로 가는 길/정여울/아르테] 헤세의 고향에서 그가 잠든 몬타뇰라까지의 여정, 반갑다!
요즘 끌리는 작가를 들라면 단연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다. 최근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정원 일의 즐거움』 등을 다시 읽으면서 그에 대한 사랑이 불붙었다고 할까. 헤세의 문장에서는 언제나 영롱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의 글 속에선 전원 풍경과 청춘의 방황, 삶에 대한 고민과 통찰까지 녹아 있기에 기어이 빨려들게 된다.
『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작가의 감성과 지성이 묻어나는 헤세 여행이라니, 몹시 반가운 책이다. 헤세가 태어난 칼프에서 시작해 헤세의 작품들과 만나고 헤세가 잠든 몬타뇰라로 마무리하는 여정이라니, 헤세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헤세에 대한 100장의 사진과 100개의 이야기에는 헤세가 그렸던 그림들, 그가 즐겼다던 악기와 타자기까지 소소한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정여울 작가를 따라 헤세를 만나는 여정이지만 마치 헤세와 조우한 듯해서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연을 보고 경이롭게 여김으로써 나는 다른 모든 시인들, 현자들과 형제가 되었다. 『나비에 대하여』에서 (334쪽)
헤세의 고향인 칼프의 강변은 『수레바퀴 아래서』에 나오는 한스가 즐겨 찾던 강변 분위기를 풍긴다. 낚시를 하거나 수영을 해도 좋을 맑은 물이다. 강변의 고풍스런 건물들을 보니 어디선가 한스가 뛰쳐나올 것 같다.
저자는 아시시에서는 아시시의 성자 프란치스코의 일대기를 쓴 헤세를 추억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칼프의 헤세박물관에서는 각국에서 출판된 헤세의 책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선물한다. 만약 헤세박물관에서 한글로 된 『헤세의 명언』을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반갑고 신기하고 뿌듯할 것 같다.
가능한 것이 생기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불가능한 것이 시도되어야 합니다. 『서간집』중에서(362쪽)
헤세가 그림도 잘 그렸다는 사실, 손 글씨도 멋지다는 사실에 새삼 감동이다. 악기 연주도 즐겼다는 헤세, 카프카의 열혈 팬이었던 헤세, 괴테나 아우구스투스, 프란치스코에 대한 존경을 담아 글로 표현했던 헤세의 이야기가 있기에 읽는 재미를 더한다.
창밖에는 별들이 바삐 움직이고
모든 것이 불빛을 뿜어대는데
이토록 깊은 절망에 빠진 나의 곁에
바로 네가 있어주다니,
이토록 복잡한 인생살이 속에서
너만은 하나의 중심을 알고 있으니
그리하여 너와 너의 사랑은
언제나 내 곁에서 고마운 수호신이 된다. 『니논을 위하여』중에서 (405쪽)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싯다르타』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반가웠던 책이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아직 읽지 못한 책인데, 읽고 싶다.
헤세를 만나러 가는 정여울 작가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헤세의 문장과 다양한 작품들, 그의 사랑과 생각, 그의 자취, 그의 손길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다시 펼쳐도 근사한 책, 헤세에 대해 많이 알게 된 책이다. 헤세의 고향에서 그가 잠든 몬타뇰라까지의 여행, 나도 가고 싶게 만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