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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평점 :
[빅 퀘스천/더글라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가 삶에 던지는 질문 7가지.
《빅 픽처》를 통해 알게 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에세이라니, 반가웠던 책이다. 그의 작가로서의 고민, 글을 쓸 때의 준비 과정들, 작가가 된 계기 등이 궁금했기에 끌렸던 책이다.
7개의 커다란 인생 문제를 던지고 고민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지극히 평범하거나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작가임을 알았다. 해서 때론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 이야기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01/pimg_7269711951197915.jpg)
더글라스 케네디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은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다. 행복은 순간순간 나타나는 걸까.
자신의 가정사, 개인적인 일상, 출판 문제까지 꺼내 놓고 툭툭 터놓으며 독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행복은 순간적이냐고, 아니면 꾸준하냐고. 삶이 불공평하고 행복이 순간적이기에 행복한 상태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냐며 따져 묻는다.
작가는 크로스컨트리를 좋아하기에 스위스에서 스키를 타면서 마법 같은 설경에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 순간에 모든 번뇌와 갈등이 씻기고 날리는 기분에 젖어 행복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한 통의 에이전시에서 걸려온 전화벨 소리에 행복감은 산산이 깨져 버린다. 따뜻한 코코아로 몸을 녹인 다음 조금의 브랜드를 마셨을 때의 짜릿한 기분에 행복에 젖다가도 어릴 적의 부모님들 싸움 생각에 이르면 행복감은 처참히 무너져 내린다. 소설을 퇴짜 맞았다거나 자폐증 아들과 아내의 징징 거리는 소리 등 우울 모드로 바꾸는 요소들은 주변에 쫙 깔려 있다. 하지만 작가가 느낀 행복은 순간만 유지되고 유효기간이 있는 듯 곧 사라져 버린다.
분명 행복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도 있고 우울한 세계관을 품고 사는 친구도 있다. 행복과 절망의 경계가 어디일까. 작가가 던지는 행복은 순간이고 불행은 연속적인 삶의 본성일까에 대한 고민, ‘흥미로운 삶’에 대한 질문을 통해 행복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 본 시간이었다. 행복의 유효기간, 행복의 질을 늘리거나 높일 수는 없을까. 한시적인 행복,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쾌감도 모두 행복이 아닐까. 행복의 질과 행복의 유효 기간은 각기 다르기에 순간순간 행복 하라는 말이 진리인 것 같다.
조금은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작가, 그의 내외적 문제들로부터 온 우울증, 심각하다고 느꼈던 가정 문제, 아들의 자폐증, 작품 이야기, 그가 읽은 작품들과 작가들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뉴욕의 매그레》를 쓴 벨기에 작가 조르주 심농, 처음 접한 작가이기에 궁금해진다. 그의 문체는 어떨까.
작가가 펼치는 작품에 대한 통찰은 가장 인상적이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피츠 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와 《위대한 개츠비》,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기차》, 존 업다이크의 《커플스》, 리처드 예이츠, 아서 밀러 등 다수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통찰도 흥미진진하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던진 7개의 큰 질문은 이런 거다.
행복은 순간순간 나타나는 걸까. 인생의 덫은 모두 우리 스스로 놓은 것일까.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가. 비극은 우리가 살아가는 대가인가. 영혼은 신의 손에 있을까, 길거리에 있을까. 왜 ‘용서’만이 유일한 선택일까. 중년에 스케이트를 배우는 것은 ‘균형’의 적절한 은유가 될 수 있을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01/pimg_7269711951197916.jpg)
행복과 불행, 생과 사, 이기심과 이타심, 예술과 문학, 가정과 결혼, 부모와 아내, 자식, 분노와 용서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과 기본적인 갈등에 대한 고민과 통찰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스치듯 지나간 고민거리들이다. 그런 주제들에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