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련
미셸 뷔시 지음, 최성웅 옮김 / 달콤한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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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련]인상파 같은 소설, 모네의 수련에 바치는 오마주

 

 

클로드 오스카 모네는 <인상>, <수련> 연작으로 유명한 인상파 화가다. 그가 개울을 막아 연못을 만들고 수련과 수생식물, 아이리스를 심은 이야기, 일본식 다리를 놓고 정원 곳곳에 벚나무와 버드나무, 희귀식물까지 심은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정원사를 두었지만 자신이 몸소 정원을 가꿀 정도로 정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에 그는 연못에 핀 <수련> 연작을 250점 이상이나 그렸을 정도였다.

 

 

소설은 그런 모네가 화폭에 담았던 연못과 정원, 수련을 배경으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끔찍한 내용이지만 모네의 그림 속으로 빨려드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인 추리소설이다. 어쩜 작가가 모네에게 바치는 인상적인 오마주가 아닐까.

 

소설의 배경은 모네의 정원으로 유명한 지베르니 마을이다. 지베르니 근처의 모든 장소들이 소설 속에 실명으로 등장해서 사실감을 높인다. 보디 호텔, 엡트 강, 셴비에르 방앗간, 지베르니 학교, 생트 라르공드 성당, 공원묘지, 클로드 모네 거리, 루아 길, 오르티 섬, 모네의 장밋빛 저택과 수련 연못, 베르농 미술관, 루앙 미술관, 작은 마을 코슈렐도 모습들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물론 모네의 삶과 작품, 유족에 관한 내용, 다른 인상파 화가 시어도어 로빈슨, 외젠 뮈레 등의 내용도 사실에 근거했다고 한다. 그런 바탕에 가상의 이야기를 입혔지만 모네의 그림을 보는 듯, 인상파 미술을 감상하는 듯 문체가 매력적이다.

 

 

어느 새벽녘, 엡트 강에서 의문의 시체가 발견된다. 안과 의사인 제롬 모르발이 피를 흘리며 연못 위에 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상당한 부를 모네의 그림을 모으는데 투자하고 있고, 동시에 여자에 대한 욕망이 남달랐음이 드러나게 된다. 지베르니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서 살던 의사가 여자와 모네의 그림을 욕망하다가 죽었다니. 더구나 시체의 주머니에서 나온 모네의 <수련>그림이 인쇄된 엽서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열한 살 생일을 축하해.

우리는 꿈이라는 죄 만들었지.

 

모네의 죽음과 연관된 여자들인 의사 제롬의 부인, 학교 위쪽 복층 관사에 사는 36세의 마을의 교사이자 아름답지만 거짓말쟁이 스테파니 뒤팽, 칠이 다 벗겨진 허름한 집에서 사는 11살의 소녀 파네트 모렐, 루아 길가의 커다란 셴비에르 방앗간에 사는 여든 넘은 노파의 존재가 얽히고설킨 관계를 엮어 간다.

 

남편의 집요한 성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기적인 뒤팽, 아버지를 찾고 싶어 하는, 그림에 소질 있는 파네트, 남편의 죽음 뒤에도 방앗간을 지키며 마을의 관찰자로 사는 심술쟁이 노파가 그려내는 그림이 빛의 변화처럼 시시각각 변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노파가 모네가 죽은 1926년에 태어났다는 점, 실제 백내장을 앓았던 모네이기에 안과 의사의 죽음을 설정했다는 점 등이 모두 의미심장해 보일 정도다.

 

마을을 떠나고 싶었던 십대 소녀, 삼십대 주부, 팔십대 노파의 연결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들의 애증 관계, 한 남자의 여자에 대한 집착 등이 강렬한 한 폭의 인상파 그림 같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비춰지는 마을의 풍경들, 빨래터, 다리, 방앗간, 모네정원, 초원, 포플러, 구름마저도 인상적이다. 같은 풀과 꽃, 태양과 바람이지만 모네 정원을 둘러싼 모든 것이 달리 느껴질 정도로 문체가 인상적이다. 구름 사이의 태양빛마저 춤추고, 연못 주변의 붉은 빛 제라늄, 초록 넝쿨, 연못의 잔물결까지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의 일렁임을 느끼게 한다. 그림 같은 문체에 빠져 모네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 착각에 빠져드는 소설이다. 인상파 추리소설이랄까.

 

 

모네의 정원과 추리소설의 조화라니, 분명 저자가 모네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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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29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네아의 시리즈 `모네의 정원에서` 읽고 모네에 관심이 생겨 알아본적 있는데 상당한 순정파셔서 좋아해요 ㅋ 그분의 오마주라고 표현하시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봄덕 2015-04-29 22:41   좋아요 1 | URL
리네아의 시리즈, 전 모르는 책인데, 역시 대단하네요. 개인적으로 모네,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을 좋아하기에 끌렸던 책입니다. 개인적으론 추리적인 재미보다 미술적인 표현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죠. 인상파 화가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일렁임을 작가가 글로 표현하려고 애썼더라고요. 무지 무지하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