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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ㅣ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평점 :
[위로의 그림책]120개의 글과 그림, 깜찍한 위로를 주네~~
짧은 글이 긴 글보다 강렬한 법이다. 화려하게 장식하지 않아도, 군더더기가 없어도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게다가 짧은 글에 그림까지 보태진다면 그림을 감상하며 사유를 즐기는 시간이 더해져 그 의미를 더욱 되새기게 된다. 카피라이터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나 120개의 글과 그림을 담은 위로의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쟁과 불안의 시대, 갈등과 위기의 시대여서 일까. 짧은 글, 간단한 일러스트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이심전심의 글과 그림들, 자꾸만 음미하게 된 책이다.

소유치 말고
존재케 할 때
사랑은 지속된다. (19쪽)
백사장의 모래밭에서 아이가 모래집을 만들며 신나게 놀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는 두 팔을 서로 끼운 채 물끄러미 미소 지으며 앉아 있다. 소유치 말고 존재케 하라. 아이든, 사랑하는 이든, 친구든 누구에게나 통하는 진리지만 쉽지 않기에 다시 되새기게 된다. 소유치 말고 존재케 해야겠어.
천천히 걷는 걸음에는
그 만의 맛이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삼키는 음식에서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20쪽)
우주복을 입은 채, 천천히 걸어가는 여자의 뒤엔 까마득한 공간 속의 별들이 깜박인다. 가도 가도 끝없는 공간, 지나고 지나도 계속이어지는 무한의 시간을 배경으로 살고 있다. 그래도 천천히 걷는 걸음에서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천천히 삼키는 음식에서 몸은 건강해 질 것이다. 천천히 바라보는 시선에서 사랑은 깊어질 것이다. 천천히 기다리는 시간에서 느ㅡㅡ림이 주는 여유를 누릴 것이다. 아~ 빠르게 달리던 세상, 허겁지겁 살던 세상, 급하게 휙 둘러보는 세상에서 헤어나 깊은 인생,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
즐겁지 않은 일을 계속 하는 것은
잘못된 도로를 계속 달리는 것과 같다. (41쪽)
초보운전 시절, 낯선 곳을 가다가 잘못된 도로를 들어 선 식겁한 경험이 있다. 좋아하지 않은 일을 평생 한다면 그건 식겁할 일이다. 상황에 따라서 즐겁지 않은 일을 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노력은 계속 하지 않을까. 그건 본능적인 촉으로 찾아갈 것 같은데…….

당신은 이미
충분히 많다 (70쪽)
빽빽이 꽂힌 책장, 맨 꼭대기에 한 남자가 드러누워 있다. 물건으로 가득 찬 공간이기에 쉴 만한 장소가 협소하다는 듯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넓은 휴식처를 원한다면 사물을 정리해야겠지. 딱 필요한 것만 두고 나머지는 남에게 선물하거나 버리는 것이겠지. 필요 없는 물건은 절대 사지 않는 것이겠지. 나의 공간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려면.
염색되어지는 삶보다는
채색하며 사는 삶이
훨씬 더 즐겁고
찬란하겠지요 (96쪽)
염색과 채색의 차이가 있는 거였구나. 갖가지 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것은 내 몸의 외모적인 변화다. 내 삶을 채색하는 것은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시선을 갖게 되는 내적인 변화다. 외모의 변화도 즐겁지만 내적인 성숙은 더욱 행복하게 하겠지. 오늘 하루, 내 삶의 일부를 인디고 블루와 오렌지, 핑크로 채색하고 싶다.

기다렸던 책이다. 카피라이터의 글과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만나 위로를 선물하는 책이기에 정말 기다렸던 책이다. 늦게 도착했지만 참 다행이다. 읽는 맛은 깊고 보는 맛은 여유롭다. 위로와 행복, 여유와 깊이를 선물하는 위로의 그림책, 내게로 온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