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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를 통해 배우는 한국 고사성어
임종대 엮음 / 미래문화사 / 2015년 1월
평점 :
[한국 역사를 통해 배우는 한국 고사성어]실록과 고문서에서 만난 우리 고사성어, 반갑다!
중국 고사성어에 익숙해서 일까. 한국 고사성어라니 새롭고 반가웠다.
『한국 역사를 통해 배우는 한국 고사성어』는 우리의 역사에서 만나는 고사성어를 골라 엮은 책이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사>, <매천야록>, <매산집> 등 실록과 고서에서 만난 고사성어이기에 우리 선조들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두문지의(杜門之義)/두문불출(杜門不出)
문을 막아 의로움을 지킨다는 말로, 고려가 망하고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자 고려를 섬기던 충신들이 조선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 하며 두문동에 들어가서 고사리만을 먹고 나오지 않은데서 유래했다.(15쪽)
이성계의 조선 건국으로 망해버린 고려의 충신들이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광덕산 골짜기로 들어간 이후로 아무도 출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임금을 섬길 수 없었기에 이렇게 고사리를 먹다가 굶어죽은 고려의 충신들을 두문동 72현이라고 한다.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하는 두문부출의 유래다.
막비천운(莫非天運)/함흥차사(咸興差使)
막비천운은 하늘의 운을 막지 못한다는 말로, 태조 이성계가 아들인 태종을 제거하려 했으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혼자 중얼거렸던 말이다.
함흥차사는 심부름꾼이나 한번 간 사람이 소식이 없거나, 또는 회답이 더딜 때 쓴다. (19쪽)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제1차 왕자의 난 이후 둘째 아들 방과(정종)에게 선위한 뒤 상왕이 되었다. 다섯째 아들 이방원이 제2차 왕자의 난을 일으키며 태종으로 즉위하자 화가 난 이성계는 태상왕이 되어 함흥으로 들어갔다. 태종은 이성계를 데려오도록 임시 벼슬인 차사로 성석린, 박순 등을 임명해 함흥으로 보냈으나 함흥에 간 차사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 이후 함흥차사는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빗 댄 말이 되었다.
흥청망청(興淸亡請)
마음껏 즐기는 모양, 또는 돈이나 물건을 아끼지 않고 함부로 쓰는 것을 이른다. 연산군에게서 유래했다. (23쪽)
조선 10대 연산군은 어머니 윤 씨가 성종에 의해 폐비가 되고 사약을 받았다는 것을 뒤늦게 안 이후로 충격을 받고 사치와 향락을 일삼았다. 성균관과 운각사를 폐지하여 지방의 예쁜 창기들과 예쁜 처녀, 여염집 아낙까지 불러들였다. 그 당시 기생을 흥청, 또는 운평이라고 했는데, 흥청은 ‘나쁜 기운을 씻어 없앤다.’, 기생들과 어울려 놀면서 마음속에 쌓인 나쁜 것을 씻어낸다는 의미라고 한다. 연산군은 기생과 아낙들과 어울려 흥청거리다가 스스로 망하기를 자청했기에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도모지(塗帽紙)
물 묻힌 종이를 바른다는 말로, 죄인의 얼굴에 물을 적신 종이를 겹겹으로 붙여 마침내 숨이 막혀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형벌의 하나다. (31쪽)
매천 황현이 남긴 <매천야록>에는 도모지라는 형벌이 있다. 윤리, 도덕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자에게 세상에 알려지길 꺼린 일가친척들이 집안 자체적으로 시행한 형벌이다. 도모지는 물에 적신 한지를 얼굴에 겹쳐 바르는 형벌로 형벌을 받는 사람은 앞이 보이지도 않게 되고 말할 수 없게 되고 숨조차 쉴 수 없게 되어 죽게 된다. 친족 간의 형벌인 도모지에서 ‘도무지’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야단법석(野壇法席)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야외의 자리, 근래에는 그 뜻이 변해서 떠들썩하게 시끄럽고, 우왕좌왕하고, 여럿이 모여 다투고, 시비하는 모양을 의미한다. (36쪽)
야단이란 야외에 세운 단이고 법석은 불법을 듣기 위해 앉는 자리다. 법당이 좁아 야외에 단상을 세우고 법석을 놓는 소란스러움을 의미한다.
이판사판(理判事判)
이판승은 불경의 연구와 참선에만 전념하는 승려를 일컫고, 사판승은 절의 운영 및 경리사무 등을 맡아보던 승려를 말한다. 오늘날에는 막다른 데에 이르러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이른다. (38쪽)
이판승은 참선과 경전 강론, 수행과 포교를 담당하고 사판승은 생산에 종사하고 절의 사무 행정을 꾸리고 절을 관리한다. 하지만 숭유억불정책을 쓰던 조선에서 승려는 인간대접을 받기 힘든 신분, 막장 신분이었다. 결국 이판사판은 막다른데 몰린 상황, 끝장이라는 의미로 전해졌다.
책에서는 이외에도 자린고비, 안성맞춤, 고시례, 해동공자, 홍의장군, 백의종군, 녹두장군, 정명가도, 화왕지계, 동가식서가숙, 이심전심, 유신지마, 모비지덕, 일체유심조, 천생배필, 청사등롱, 망부석, 처용지애, 마의태자, 진화구주, 위충위효, 안가팔효 등이 있다. 부록으로 ‘우리나라 속담’도 있다.
유래와 인물, 주제별(지혜, 지략, 성패, 정치, 처세, 마음철학, 사랑, 충효) 등으로 분류된 우리의 고사성어이기에 우리의 역사와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전혀 몰랐던 고사성어, 의외의 유래를 가진 고사성어들이 많아서 재미가 더했다. 실록과 고문서에서 만난 우리 고사성어, 내게로 온 반갑고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