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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차단]독일 법 현실의 문제를 폭로한 스릴러! 잔혹하거나 기이하거나...
스릴러의 묘미는 비록 잔혹한 내용이지만 형사의 눈이 되어 범인을 쫓는 긴박감과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신선한 충격, 흥미진진해서 빠르게 읽혀지는 속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해서 읽다가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시궁창 같은 사건 속으로 빨려들게 된다.
넬레 노이하우스와 함께 독일 사이코 스릴러의 대가로 알려진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작품은 『눈알 사냥꾼』 이후 두 번째로 만났다. 이번에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천재 법의학자인 미하엘 초코스와 공통으로 집필했다는 스릴러다. 법의학자가 공동집필할 정도라니, 역시 소설 곳의 끔찍한 장면들, 시체 해부 장면들이 너무나 상세해서 소름 끼친다.
연방수사국 베테랑 법의관 헤르츠펠트 교수는 부검 중인 시체에서 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위아래 턱이 사라진 흉측한 중년 여성의 시체를 CT촬영했고 시체의 머리뼈 속에 감춰진 금속 캡슐에서 자신의 17세인 딸 한나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납치범은 다른 시체 안에 단서를 남긴 후 헬고란트 섬에 버린다. 시체 해부에 대해 제대로 아는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이는 살인과 자기 딸의 납치 사실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헤르츠펠트는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범인이 남긴 쪽지와 단서를 따라 가던 중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헤르츠펠트가 딸을 찾는 여정에 해부실의 임시 청강생이자 베를린 주정부 내무장관의 아들인 잉골프가 끼어들게 된다. 웹사이트 개설로 목돈을 번 그는 이번 사건에 관심을 보이며 헤르츠펠트와 함께 한다. 그리고 범행 추적 장치에 관심을 보인다.
한편, 만화가 린다는 한때 삽화작업을 함께 했던 남자 친구 대니가 스토커로 변하면서 그를 피해 헬고란트 섬으로 간다. 며칠 뒤 태풍으로 인해 헬고란트 섬 주민들은 육지로 나와 버리고 섬은 육지로부터 차단된다.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린다는 모래사장 위에서 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오빠인 클레멘스는 손대지 말고 집으로 피하라고 전화를 남긴다. 사체 부근 방파제에서 습득한 손가방에는 통화기록이 없고 이상한 휴대폰을 발견한 린다는 부재 중 전화번호를 누르게 된다. 린다는 헤르츠펠트와 통화하면서 그의 지시에 따라 무시무시한 시체 해부의 세계에 뛰어든다. 그리고 린다가 해부를 했던 시체에서 또 다른 단서들이 발견된다.
놀라운 수준의 해부학 지식을 가진 범인, 딸을 납치한 변태성욕자가 내는 수수께끼 같은 단서들, 헤르츠펠트의 사생활과 법의관으로서의 역할까지 파악한 범인, 4년 전 얀 샤들러라는 변태성욕자에게 자신의 딸이 성추행 당했던 동료 스벤 박사, 자신의 딸의 부검 보고서를 위조해 달라던 스벤 박사의 요구를 거절한 헤르츠펠트의 기억, 당시 재판 의장직을 맡았던 퇴벤이 헬고란트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병원 관리인 엔더의 희생, 시체에 꽂힌 막대기에서 발견된 지리 좌표 등 아동성폭행과 재판 과정, 시체 해부와 법 집행의 문제점들을 촘촘하게 엮은 이야기다.
독일에서 세금 납부를 기피하면 엄벌에 처하지만 아동성폭행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고 한다. 그런 독일 법 현실의 문제를 폭로한 소설이기도 해서 우리의 현실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범죄자의 인권 보호에 힘쓰는 법, 피해자와 그 가족의 상처는 외면하는 법을 보며 누구를 위한 법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음주 후의 성폭행은 양형 대상이 되는 현실 앞에서 법의 모순을 보게 된다. 섬뜩하고 잔혹하지만 아동성폭행의 실태와 영향 등을 시사하는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이야기, 소설 속 이야기 같지 않다. 끔찍한 충격을 준 독일 법 현실의 문제를 폭로한 스릴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