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오늘에 되새기는 임진왜란 통한의 기록 한국고전 기록문학 시리즈 1
류성룡 지음, 오세진 외 역해 / 홍익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징비록 홍익출판사]참혹했던 임진왜란의 반성문, 지금 우리가 징비해야 할 것은…….

 

길고도 참혹했던 전쟁인 임진왜란의 이야기가 40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이리 뜨거운 이유가 무엇인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서 시작한 열기가 류성룡의 징비록에 이르면서 더욱 거세지는 느낌이다. 영화, 드라마, 시사토크쇼, 강연, 완역본이나 소설, 해설서로 만나는 임진왜란의 이야기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다. 특히 올해 들어서 역사 속 인물 중에서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은 단연코 서애 류성룡이다. 그가 쓴 징비록역시 요즘 가장 핫한 고전일 것이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 전시 재상이었던 서애 류성룡이 지난 일을 경계하여 앞으로 후환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기위해 쓴 회고록이다. 징비록에는 서애 류성룡의 충정과 회한, 깨우침과 경고가 담겨 있는데, 이후 일본과 중국에서도 널리 읽혔다고 한다. 1695년 교토에서 징비록을 바탕으로 한 조선징비록이 출간되었고, 1880년 무렵 일본에 머물렀던 청나라 학자 양수경은 일본인이 쓴 조선징비록을 중국으로 가져가서 널리 읽혔다고 한다.

 

이 책은 조선징비록을 근간으로 하여 당시 상황을 더욱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녹후잡기와 징비록 연표, 전투 일지 등도 수록하고 있다. 한문학, 동양철학, 국사학의 전공자가 번역과 집필에 참여하면서 정확한 전달과 바른 이해를 위해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 만들었다고 한다. 그림과 사진, 자료들이 함께 있기에 읽기가 편한 책이었다.

 

 

임진왜란(1592)이 발발하기 전 이율곡의 십만양병설(1583)이 받아졌더라면 조선의 위기는 없었을 텐데……. 당시 조정에서 국제정세에 민감했더라면 전쟁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정치가들이 신숙주의 해동제국기를 통해 일본의 호전성을 알았더라면, 일본 통신사로 갔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돌아온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의 보고가 일치했더라면, 일본이 쳐들어 왔을 때 봉수체제를 제대로 빨리 가동했더라면, 동인과 서인의 치열한 당쟁만 없었더라면, 나라와 백성을 지키겠다는 선조의 각오가 있었더라면, 장수와 백성들이 조상이 물려준 땅을 목숨 걸고 지키겠다고 결의했더라면, 인재가 제대로 발탁되고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더라면,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지켰더라면, 늘 전쟁을 경계하고 무기개발에 힘썼더라면…….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아쉽고 속상한 마음에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책에서는 신숙주의 해동제국기를 통해 일본의 호전성과 위험성을 알리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후 일본 통신사로 갔던 서인 황윤길의 일본이 쳐들어 올 것이라는 보고와 동인 김성일의 그런 정세를 보지 못했다.”는 정반대의 엇갈린 보고가 등장한다. 정반대의 보고를 접하면서 임금과 조정 대신들이 사실 확인을 했더라면 참혹한 전쟁을 미리 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이미 전쟁 준비가 완벽하게 된 일본의 침략을 막을 수는 없었겠지만 그들을 물리칠 준비의 시간은 있지 않았을까.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친 임금과 조정 대신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5년 전의 일본 사신인 다치바나 야스히로의 거만한 태도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국서 내용인 정명가도의 이야기, 전쟁이 일어나자 벌떼 같이 몰려드는 일본군의 조총 소리에 기겁하며 달아나는 장수와 백성들, 늦게나마 이순신과 권율을 발탁하게 된 이야기,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도망가다가 급기야 명나라로 망명할 결심까지 하는 상황 등이 자세하게 들어 있다.

 

심지어 대신들은 임금을 버리고 도망가고, 고을의 장수는 성을 버리고 도망가고, 백성들을 나라를 버리고 적의 수하로 들어가거나 왜의 첩자 노릇을 하거나, 왜의 군사가 되거나 하는 엉망진창의 조선을 그대로 세밀하게 그려 놓았다. 당시 자기소임을 다하는 사람이 적었고, 책임지는 사람이 적었고, 나라를 지키려는 이가 적었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서애 류성룡이 임시 도체찰사가 되어 임금의 몽진을 이끌고 전쟁을 진두지휘한 위치였기에 군 지휘계통, 상호연락체계, 군 조직, 전투 상황과 전략, 명군을 챙기는 일, 이순신과 권율의 전투 상황, 국제 정세까지 기록되어 있다. 기근과 인육 먹기, 약탈과 난리, 남의 공적을 가로채거나 승진한 이를 시기하거나 능력 있는 자를 처벌하는 등의 잘못도 세세하게 적고 있다. 일본은 조선을 발판으로 명나라까지 넘보는 분위기인데, 조선의 조정과 관리들은 그런 정보를 모두 무시하며 자신들의 권력욕만 채우고 있는 모습, 조선 최고의 장수인 신립의 무사 안일한 전술과 전략 등 모두 개탄하고 통탄할 일이다.

 

 

서애 유성룡의 눈물과 통한의 기록인 징비록을 후대의 관료들이 얼마나 읽었을까? 지금 우리는 국제 정세의 흐름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는가. 강력한 군사력을 기르고 필요한 인재를 등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는가. 만약의 사태에 대한 위기대응 체제는 얼마나 갖춰져 있는가. 임진왜란 이전과 이후의 참상이 생생하게 기록된 징비록을 보면서 자꾸만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1562(선조25)에서 1598년까지의 그 당시의 상황이 세세하게 서술된 국보 제132호인 징비록은 지금 읽어도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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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24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왓! 봄덕님이 들려주시는 다양한 출판사의 `징비록`덕분에 책 고는때 도움 많이 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봄덕님^~^

봄덕 2015-03-24 14:51   좋아요 1 | URL
ㅎㅎ <징비록>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있지만 첨부된 자료와 사진들이 약간씩 다르기에 늘 새롭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