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초콜릿
패멀라 무어 지음, 허진 옮김 / 청미래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은 초콜릿]공복의 초콜릿처럼 십대의 일탈은 얼마나 중독적인 걸까.

 

어린 시절,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자랐다면 십대와 그 이후에 정서적 안정을 누렸을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행복한 부모 밑에서 가정의 행복을 느끼며 자랐더라면 그런 정서적 행복은 평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보고 자란 아이, 엄마와 아빠의 불신을 보고 자란 아이, 남자 친구를 자주 바꾸는 불안정한 엄마를 보고 자란아이가 사춘기를 안정적으로 보낼 것이라는 장담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저자인 패멀라 무어가 16세이던 1956년에 쓴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코네티컷 주 스케이스브룩의 기숙학교 시절, 코트니의 유일한 친구는 재닛이었다. 또래와의 대화라면 왠지 지루하고 시시하다고 느낀 코트니는 친구들보단 연상의 여자 어른에게 끌리게 된다. 부모님의 이혼과 엄마의 사랑결핍이 원인이었을까. 어렸을 적부터 엄마의 친구들과 어울렸기 때문일까. 코트니는 또래와의 대화보단 연상의 여자 어른과의 대화가 편하고 잘 통한다고 느낀다.

 

코트니는 밤마다 20대 초반의 영어 선생님 로즌 선생님을 찾아가선 선생님을 통해 삶과 문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나간다. 하지만 선생님은 자신보다는 친구들과 더 어울려야 한다며 밤의 만남을 거부해 버린다. 늘 삶에 대한 분석이 예리하고 감정을 배제한 이성적인 분석이 냉철해서 매력을 느꼈던 선생님이었다. 더구나 엄마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여섯 살 이후로 처음으로 신뢰하게 된 선생님이었다. 엄마나 아빠를 대신하여 기댈 수 있는 분이라고 여겼는데 선생님의 거부로 코트니는 심각한 상실의 고통에 시달리며 무기력과 절망의 생활을 하게 된다.

또래와의 대화가 어려운 코트니는 결국 엄마의 도움으로 비벌리힐스 고등학교로 옮기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배우였던 엄마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생활은 점점 어려워진다. 코트니의 엄마 또래의 호모 배우 배리와 처음으로 섹스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배리의 배신으로 절망감을 느끼던 코트니는 자해를 시도하게 되고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요양원을 나와서도 흡연과 음주, 섹스로 일탈적인 생활을 즐기다가 유일한 친구인 재닛의 죽음을 보며 삶의 이유를 깨닫게 된다. 적어도 친구의 죽음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스스로에 의지하며 자신의 길을 가리라 결심하게 된다.

 

일찍 어른이 된 아이, 어른 흉내를 내고 싶었던 아이, 어른들에 기대고 싶었던 아이들이 방황과 좌절을 겪으면서 절망과 무력감에 빠지는 성장 소설이다. 엄청난 고통과 손실을 겪은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존재의 의미를 깨치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소설에서는 기숙학교에 다니는 열다섯 살 소녀 코트니 패럴의 사랑과 우정, 음주와 흡연, 섹스와 죽음을 통한 십대들의 불안한 심리적 방황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부모에 대한 기대감 추락으로 다른 어른 남자나 어른 여자에게 기대며 심리적 안정을 찾고자하는 십대 소녀의 일탈을 그리고 있다. 또래 아이들보다 남다른 성적 체험으로 더욱 절망하며 무력해지는 모습, 사춘기 특유의 불안과 실망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기에 안타까움이 인다.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더구나 미완성의 십대이기에 이른 아침의 초콜릿의 달콤함은 더 중독적인 걸까. 50년 전 십대의 호기심과 불안 심리가 일탈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지금의 비틀거리는 십대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음주와 담배, 섹스 등으로 인한 중독성이 아찔해서 안타깝다. 공복의 초콜릿처럼 십대의 일탈은 얼마나 중독적인 걸일까. 그런 중독에 빠지기 전에 어른들이 줄 수 있는 평화와 안정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가히 충격적인 내용들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ueman 2015-03-0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한번 보고싶어요^^

봄덕 2015-03-10 15:04   좋아요 0 | URL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고통스런 이야기, 충격적인 이야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