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호원숙 지음 / 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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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직도 여전히/호원숙]박완서 작가의 딸 쓰다. 엄마를 그리며…….

 

얼마 전 박완서 작가의 미발표 작품을 모았다는 에세이 노란집을 읽었다. 작가의 평소 생활과 성품이 묻어나는 글들이었기에 푸근한 느낌으로 읽었다. 오늘은 박완서 작가의 맏딸인 호원숙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책을 통해 다시 선생님을 보는 듯해서 반갑고 즐거운 독서였다.

 

고 박완서 작가를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늦은 나이 40세에 1970년 소설 나목으로 작가로 등단했고 죽을 때까지 부지런히 글을 쓴 한국의 대표작가니까. 웃음이 천진난만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완전무장해제 시키는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그리운데……. 딸이 되어 엄마인 박완서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야 오죽할까. 그런 그리움을 담아 이렇게 책으로 펴냈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책 속에서 선생님의 흔적을 보며 다시금 따뜻한 품성과 욕심없는 선한 마음을 만나서 위로와 감동을 받았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엄마를 둔 딸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내가 엄마를 존경하는 것은 주어진 일정을 해내는 모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 빡빡하거나 유난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엄마의 몸 움직임은 조용하고 작지만 빠르다. 손힘은 강하고 야무져서 항상 결과물은 놀랍도록 알차고 완벽하다. (17)

 

저자는 엄마의 어린 시절과 가족의 추억이 그리우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는다고 한다.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울 때면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을 찾는다고 한다. 할머니가 생각날 때면 해산바가지를 읽는다고 한다. 책을 통해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는 건 엄마를 작가로 둔 딸이 누릴 수 있는 호강일 것이다. 엄마의 글을 통해 추억에 젖을 수 있다니, 부러운 호사다.

 

 

박완서 작가의 자녀교육 모습, 노후에 자식들과 문화생활을 함께 하는 모습에서 평온하고 행복한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식들에게 자유를 주신 모습이나 자식이 선택하는 전공이나 연애과 결혼에 대한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모습에서는 자식을 믿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는 모습, 꽃을 가꾸길 좋아하는 모습, 문인들과의 교류에서는 삶을 사랑하며 충실히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고…….

 

유명한 작가를 엄마로 둔 딸의 글 쓰고 싶은 욕구를 슬며시 드러내는 모습에서는 모전여전이라는 생각이 들고, 작가 엄마의 글 쓰는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리라는 생각에 얼핏 부럽기도 하고.....

 

출산한 아기를 위해 쌀을 씻는 첫 바가지가 해산바가지임을 처음 알았다. 이런 옛 풍습도 만나고, 박완서 선생님의 생전의 일상도 만나고, 자녀교육의 지침도 알게 되고...... 여유롭게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편 즐거운 독서였다.

 

 

바쁘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충실하게 사느냐가 중요한 법이다. 선생님이 삶을 즐기며 충실하게 사는 모습, 할머니가 되어서도 호기심이 가득한 소녀 감성을 지닌 작가였음을 알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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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2-2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은 가족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정말 부러운 호사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두 박완서님에 대해 알고싶어 싱아 이후로 한 권씩 책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 책도 구입하고 싶네요^~^

봄덕 2015-02-27 14:20   좋아요 1 | URL
그쵸?? 읽으면서 많이 부러웠어요. 그런 유전자, 그런 환경이... 그래도 지금의 부모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