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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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정지우/이경]분노에 대한 심오한 사색…….

 

분노의 문제는 내가 나를 어떻게 장악하고 다스릴 것인가.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내 삶의 의미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나와 어긋나는 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나의 자리를 만들고 나의 세계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이 되었다. (30)

 

분노를 싫어하지만 내 속에 분노가 잠재해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 하는 성격을 싫어하면서도 간혹 욱하기도 해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가끔은 분노 하는 나 자신이 궁금해 질 때도 있다. 나의 분노는 어디서 오는 걸까? 분노란 도대체 무엇인가?

 

 

분노는 여러 감정들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의식 즉 관념과 관련을 맺는다.(11) 분노는 신체적 생존의 차원이 아니라, 의식의 진행이나 관념의 유지가 방해되었을 때 일어난다. (12) 윤리, 원칙, 준칙, 당위, 약속, 기대 등 마땅히 해야 할 관념을 어겼을 때 분노한다.

분노란 우리 신체에 가해진 반응으로서의 감정이 아니라, 어떤 관념에 사로 잡혀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관념이 없다면 분노는 없다, (14) 한 사회의 관념은 개인들의 의식, 생각, 상상을 통해 유지된다. (15)

 

대개 상식을 넘어선 행동이나 말에 분노하게 된다. 지켜야 할 마땅한 것을 위반하면 분노가 솟구친다. 그러니 상식적인 기대 수준을 낮춘다면 분노할 일은 적어진다. 상식이란 시대와 공간에 따라 바뀌기에, 결국 분노의 대상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내가 믿는 것과 사회의 모습이 일치할수록, 내가 배운 것과 현실이 일치할수록 분노는 줄어든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정의로운 사회, 기회 균등, 민주주의의 현실화, 서로에 대한 존중, 함께 사는 사회, 바람직한 시장질서, 자유의 보장 등 지켜야할 규범과 윤리들이 제대로 지켜질 때 분노는 줄어드는 것이다.

 

복수심은 자존심에 의해 추동되는 반면, 분노는 외적으로 승인된 일련의 기준, 가치, 규범에 의해 추동된다. 복수심이 행위자들이 겪은 모욕을 벌충하는 데 기여한다면, 분노에서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이익이 특정한 행위자의 희생으로 획득될 필요는 없다. () 분노는 개인적 몰입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권리와 사회적 결과 간의 분리에 대한 개인적 통찰에 근거한다. -J.M 바버렛 감정의 거시사회학 (32)

 

사회적인 분노든 개인적인 분노든, 부당한 사회와 정당하지 않은 타자에 대한 분노가 일어난다는 것은 일정 수준의 관념, 가치를 벗어났다는 의미다. 저자는 일부 한국인의 분노는 타인과의 비교에서 기인하며 자기 이익과 배치될 경우에 시작하는 것이라고 한다. 분노와는 다르게 증오의 원인은 삶에서 부정된 사랑빼앗긴 존경이라고 한다. 증오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지속성도 지닌다. 사랑과 존경의 결핍에서 오는 증오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니......

 

저자는 분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자기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합리적인 개인 없이 합리적인 사회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개인이 만들어가는 관념은 문화와 정신적인 의식 등이 바뀌어야 출발할 수 있다고 한다.

 

 

책에서는 분노와 원망, 절망과 좌절의 관계, 한국인의 분노와 시장자유주의 경제 체제, 근대화 과정에서의 분노, 집단주의의 병폐들, 한국의 저항민족주의, 개인의 소외, 제도의 붕괴, 앎과 실천의 변증법 등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분노는 어린 시절에 사랑받지 못했던 상처가 감정의 뇌인 전두엽에 남아 있는 경우라고 들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 분노조절이 잘 안된다면 분노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감정이지만 관념과 관련 있는 분노, 민족을 지배하고 현대인을 지배하는 분노의 책임에는 개인적인 책임도 있다는 이야기, 고귀한 인간의 삶인 자신에게 엄격하고 정직함을 유지하는 삶이 분노 게이지를 낮추는 것이라는 데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때로는 분노도 필요하다. 밟으면 꿈틀대기도 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는 분노는 서로를 힘들게 하겠지만 정당한 분노는 터트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다면 말이다. 땅콩회항 사건에서 저항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면 유야무야 됐을 것이다. 개선되어야 할 사회문화, 개인의 가치관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분노 없는 사회, 분노 없는 개인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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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2-1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적당한 분노.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할 정도만 있음되는데 요즘은 분노라면 생사가 갈리고마니 그냥 사회 문제라고 치부하고 방관하기엔 위험요소가 많은것 같아요 어린시절 성격 형성에서 부터 문제가 된다면 많은 부모님들도 꼭 알아야할 책 같아요 이 책을 읽고싶어 집니다^~^

봄덕 2015-02-15 14:41   좋아요 0 | URL
얇은 책이지만 읽을수록 끌리는 책, 어렵긴 하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어요. 적어도 저에겐 말이죠.^^~`
분노도 필요하고 저항도 필요하죠. 그 이후엔 용서도 필요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