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된 생각들 - 어느 날, 그림 속에서 피터가 말을 걸었다
전현선 글.그림 / 열림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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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된 생각들/전현선/열림원]그림이 말을 걸어오는 화가의 에세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화가이자 작가라니, 부럽다.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마는. 그림과 글을 모두 해내고 싶은 소박한 로망이 있기에 그림과 글이 함께 있는 책은 무조건 끌린다. 무조건.

 

 

<네 개의 뿔>

그림 속에 벌거벗은 소녀가 있다. 그 뒤를 산양이 따른다. 주변에는 수런대는 나무들이 있다. 소녀는 길쭉한 두 개의 원뿔을 머리띠처럼 하고 두 팔과 두 다리를 쭉쭉 뻗으며 앞서 걷는다. 산양은 날씬한 두 다리로 곧추서서 모델 워킹을 한 듯 우아하게 폼을 잡고 있다. 마치 자신이 매력적인 인간 모델이 된 것처럼 말이다. 주변의 나무들은 관객이거나 대중일 테고...... 모방본능을 이렇게 그림으로 나타내다니, 은근히 재미있다.

 

화가는 소녀와 산양이 모방본능에 따라 서로를 모방하며 몸짓을 흉내 내고 있다고 한다. 화가는 부러워하는 욕망이야말로 동물의 원초적인 것이기에 당연한 것이라고 외친다. 오랫동안 좀머 씨 이야기, 비둘기를 쓴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닮고 싶었다고 고백하면서 말이다.

 

나는 콜라주다. 가족, 친구들, 지인들, 나를 지나쳐 간 사람들, 그들 모습의 단편들이 콜라주되어 있는 한 장의 조각보다. 모방 욕구는 때때로 질투와 시샘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서로의 모습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기에 우리가 서로에게 더 많이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21)

 

서로가 보고 배운다는 것은 삶의 힘이요, 원동력이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을 우린 서로의 삶과 행동을 통해서 깨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럽거나 시샘하거나, 동경하거나, 존경하거나 한다. 공자는 세 친구와 함께 간다면 누구나 스승이 된다고 했던가. 삶이 원래 동경하고 부러워하다 가는 게 아닐까. 누군가는 나의 어떤 면을 부러워하기도 할 것이고, 나 역시도 누군가의 어떤 면을 부러워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보면 닮게 되고, 그러다보면 서로 공감을 하는 게 인생이겠지.

 

 

화가는 생각을 그림으로 담고 그림의 주인공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생각과 그림, 그 그림과 일상을 연결하는 고리들이 몹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이 말을 걸어오는 화가의 일기 같다.

생각의 흔적들, 삶의 자취들, 꿈의 모습들을 그림과 글로 녹여낸 에세이, 화가의 그림 이야기, 그래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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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2-12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구입하고 싶어서 여기저기서 염탐중이였는데 ㅎ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

봄덕 2015-02-12 20:57   좋아요 0 | URL
오호~ 그랬군요. ~~ 제가 먼저 읽은 건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