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 힙합이 알려 준 삶의 행복과 긍정 에너지
김봉현 지음 / 탐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김봉현]자신을 드러내며 세계와 소통하는 힙합 이야기~

 

힙합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니, 힙합과 친하지 않기에 낯선 이야기다. 힙합으로 자신을 찾아간다니, 힙합에 무지하기에 호기심이 가는 제목이다.

 

흔히 힙합이란 챙이 빳빳한 모자를 쓰고 굵은 금목걸이를 달고 손은 앞으로 뻗어 위아래로 움직이고 헐렁한 바지를 겨우 엉덩이에 걸치고 가사를 읊조리듯 랩을 내지르는 것이다. 랩의 내용들은 주로 자기 고백적인 메시지, 강력하게 호소력을 지닌 사회적인 메시지들이다.

메시지를 담아 말하듯이 빠른 템포로 내뱉는 랩에는 다른 노래들과 달리 아무리 방대한 이야기라도 모두 담아낼 수 있다. 힘 있는 손동작은 지시적이긴 하지만 역시 호소력이 짙다. 만약 4~7시간 걸리는 판소리를 빨리 노래한다면 판소리도 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힙합의 내용들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기에 치유의 랩, 힐링의 랩이라고도 한다. 힙합을 부르는 순간 상처는 치유되고, 루저는 영웅이 될 수 있다니, 대단한 힙합이다. 학교에서도 힙합수업을 응용하면 좋을 것 같다.

 

힙합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70년대 미국 뉴욕에 거주하던 흑인들의 음악이자 패션, 문화에서 시작한다. 자메이카에서 뉴욕으로 이주해온 쿨 허크가 디스코텍에서 휭크음악을 틀면서 음악 사이에 흥을 돋우는 말을 넣고, 래퍼를 고용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힙합은 주로 가난한 흑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거나 자신들의 생각을 빠른 템포와 리듬으로 담아내며 인기를 모으게 된다.

 

그렇기에 힙합은 주로 흑인들의 자수성가를 담기도 한다. 어려운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이겨낸 이야기, 자신들의 이야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는 용기 있는 음악이다.

 

대표적인 자수성가한 래퍼인 제이지(Jay-Z)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그는 뉴욕 뒷골목인 게토의 골목에서 마약상을 하다가 랩 스타로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거리에서 마약을 팔다가 뉴욕에서 가장 비싼 차를 몰고 자신의 힘으로 스포츠 팀을 운영하게 된 과정들을 랩으로 표현한다. 2010년 미국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가 선정한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자수성가한 7인’에 뽑히기도 했다.

 

매일 똑같고 지겨운 날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

엄마에겐 집을 사 줘야 하고

내 아이에겐 신발이 필요하지.

상황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

더욱 열심히, 열심히 분투해야겠어.

더욱 열심히, 열심히 분투해야겠어.

더욱 열심히, 열심히 분투해야겠어.

행동하는 자만이 원하는 것을 얻는 법이지. (34~35)

 

이외에도 자수성가한 랩퍼로는 50센트, 드레이크, 에이스 후드, 쓰리 식스 마피아 등도 있다. 모두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스토리를 랩으로 발표해 인기를 모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역경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성공할 수 있음을 노래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랩은 불우한 흑인들에게 산 증거를 보여주기에 희망가인 된 셈이다.

 

책에서는 분투를 의미하는 허슬(Hustle), 기존에 있던 음악을 가져와 빌려 쓰는 샘플링, 샘플링과 저작권, 힙합 비트 등에 대한 설명들도 있기에 힙합수업을 듣는 느낌이다. 부록으로 개념어를 통해 이해하는 한국 힙합의 역사 등도 있다. 홍서범, 현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가리온, 주석, 이현도, DJ DOC, 더 콰이어, 키비, 화나, 제리케, 이효리, 리쌍, 빅뱅 드으로 이어지는  한국 가요 역사를 배우는 기분이다.

 

저자인 김봉현은 음악 비평가다. 특히 힙합 관련한 음악 활동을 하면서 힙합이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와 역동적인 힘을 대중 및 청소년과 연결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힙합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개방성, 내용이나 행동의 제약을 넘는 용기, 자신을 억압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터트리는 자유로움,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존중을 담는 배려, 동성애나 차별, 디스토피아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주장까지 담을 수 있기에 무한대의 음악 같다.

 

처음엔 학교에서 힙합을 응용한 결과를 담은 책인 줄 알았다. 힙합의 역사, 힙합의 의미와 내용, 힙합의 가능성을 담은 이야기다. 힙합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노래임을 생각한다. 자신을 발산하고 고통을 치유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힙합임을 알게 되어 반갑다. 힙합을 잘 듣지 않지만 앞으로는 유심히 귀 기울여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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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2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수들 즉흥 랩하는거 보면 참놀랍더라구요 작가들이 생각을 글로 옮기듯이 빠르게 떠오르는 말들을 가사로 옮기면서도 말이 부자연스럽지 않은걸보면요 ㅎ

봄덕 2015-01-21 05:04   좋아요 0 | URL
랩이나 힙합에 별관심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관심이 가네요. 즉흥 랩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문장 감각이나 스토리 능력도 대단하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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