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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마라 - 내 곁에 있는 책이 나를 말해준다
김욱 지음 / 모아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 마라/김욱]출판업계, 서점, 독자 모두에게 생각거리를 주는 책
내가 가진 사물이 나를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책들이 나의 관심사, 성격, 하는 일, 인간관계, 고민, 미래까지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면 서가를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통해 주인의 관심사나 취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부터가 과격한 책을 만났다.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 마라』대충 어떤 내용일지 감이 오는 제목이다.
저자는 신문기자로 30년 간 글을 썼고 번역가 겸 작가로 20년을 책과 함께 한 김욱이다.
여든을 넘긴 노장의 책과 함께 살아온 70여 년의 세월동안 느낀 좋은 책에 대한 충언이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편중 독서에 대한 질타다. 출판업계의 문제점과 올바른 우리말 사용법에 대한 쓴 소리다.
저자는 자본을 앞세우는 마케팅이 엉뚱한 책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는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엔 한 해 출판되는 책이 약 2만 권이라고 한다. 종합 베스트셀러에 들려면 1주일에 5천 권 정도 팔려야 한다. 문제는 출판사의 사재기로 출판사에서 밀어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사이트나 북카페를 이용해 책을 구입하게 하고 특정사이트에 서평을 올리라는 지시를 한 뒤 그 과정이 끝나면 영수증 처리를 해주기도 한다고 한다. 출판사에 고용된 이가 책을 구입해서 서평을 올리기도 한다고 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소설가 황석영 씨의 경우는 출판사의 사재기에 분노해서 절필선언도 했다.
대형출판사, 베스트셀러에 휘둘리지 않지만 아무래도 독자들은 베스트셀러 목록을 한 번씩은 뒤적이기 마련이다. 분야나 저자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읽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끌리는 분야는 있다. 생각 없이 무조건 베스트셀러를 구입하는 사람이 과연 몇 있을까.
그래도 출판사의 필요 이상의 사재기로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것은 너무 했다. 출판사의 필요 이상의 사재기가 언제쯤 없어지려나.
저자는 독서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독서의 부조리란 독서를 통해 아무 것도 찾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읽어도 성과가 나지 않는 독서, 삶이 개선되지 않는 독서를 무의미한 노동인 시지프스의 형벌에 비유하고 있다. 시지프스의 형벌은 구조적으로 굴러 떨어지게 마련인 높은 산에 돌을 갖다 놓는 형벌이다. 그런 무의미한 노동을 반복해야 하는 형벌이 베스트셀러 목록이라고 한다. 그러니 올바른 독서, 삶을 개선하기 위한 독서에는 베스트셀러 목록이 오히려 독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생산적인 독서를 하려면 3분 요리 같은 베스트셀러를 피하라고 한다. 건강한 독서를 위해서는 양념이 잘 배인 베스트셀러는 피하라는 말이다.
책을 빨리, 많이 읽어도 결과는 형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읽어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삶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런 독서는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말을 억지로 물가로 끌고 갈 수 없는 것처럼 독서도 억지로 끌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각자의 취향에 따라 끌리는 대로 읽게 되는 법인데. 다독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내실이 아닐까. 굳이 다독이 문제될 것은 없지 않을까.
책은 잠시 위로해주는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위약이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지켜주는 명의나 명약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진짜 처방전은 책을 읽은 후 내 안에서 생겨나는 것들이 기대되는 책이라야 한다고 한다.
현상을 분석하고 원인을 밝혀 대책과 결과를 제시하는 책인 자기계발서는 쓸모가 없다고 한다. 물론 자기계발서가 순간적으로 자극을 주고, 일시적으로 힘을 주는 것은 맞지만, 길게 본다면 진짜 책은 문학, 철학, 예술, 과학 등과 같이 삶의 호흡을 깊게 해주는 책이라고 한다.
좋은 독서 습관의 예로 리카싱의 독서습관을 들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갑부인 리카싱 회장의 성공 비결은 잠자기 전 30분 독서라고 한다. 중학교 1학년 학력의 그가 지금까지 빼먹지 않고 하는 독서습관이라고 한다. 그는 책을 통해 더 넓은 비전과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책 속에는 저자의 동대문중고책방의 추억, 나 자신으로의 여행, 독서를 통한 시간여행과 공간여행, 위인들과의 만남, 온갖 상상력을 키우는 책, 독자를 유혹하는 베스트셀러의 공식, 입맛 당기게 하는 제목 짓기, 유명 저자를 이용한 현혹, 예쁜 디자인의 속임수, 인기인을 번역자로 속이기 등 책과 관련된 쓴 소리들이 들어 있다.
유명인을 등에 업은 대필 서적, 진짜 번역자를 뒤에 두고 유명인을 번역자로 내세우는 책, 자질 없는 작가의 베스트셀러 만들기, 전문성이 결여된 전문가들, 글을 못 쓰는 교수들, 독자를 속이는 이들, 정답이라 우기는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 뒤집어보기, 사유 없는 책 읽기 등 출판문화에 대한 직언이다. 전문기자로 30년 간 글을 썼고 번역가이자 작가로 20년을 책과 함께 하며 느낀 김욱의 현재의 독서문화에 대한 고언이다.
제목이 지나친 감은 있지만 출판업계, 서점, 독자 모두에게 생각거리를 주는 책이다.
인문, 철학, 예술, 과학 등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 개인의 취향, 역량이 모두 다르기에 선택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선택해서 읽다가 깨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선택한 책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설렘과 감동을 준다. 책 속에서 만나는 세상은 과거이기도 하고 현실이기도 하다. 때로는 미래이기도 하다.
책 속에 길이 있지만 목표도 없고 이정표 없는 독서는 힘만 뺄 뿐이라고 생각한다. 무의미한 독서가 되지 않기 위해 책 속의 지혜를 내적 체화하기 위해 진짜 독서를 생각하게 된다. 삶을 바꾸는 독서, 가치창출로 이어지는 독서를 위하여 고민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