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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희망의 씨앗/제인 구달/사이언스북스] 환경 보호와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제인 구달의 충고…….
적자생존의 세계이지만 공존의 세계이기도 하다. 인간이 없어도 지구는 굴러가지만 미미한 세균이나 하찮은 동식물이 없으면 지구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도 동식물과의 공생공존을 생각해야 한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환경보호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갈 길을 안내하는 책을 만났다. 제인 구달의 『희망의 씨앗』
일찍이 아프리카 곰비에서 침팬지들과 살면서 유인원과 교류하고 있는 동물보호가 정도로 알고 있던 제인 구달이 전하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제인 구달은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1957년 23세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세계적인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 부부를 만나면서 야생 침팬지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후 침팬지에 대한 놀라운 연구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동물 행동학 박사를 받았다.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세우고 침팬지와 야생 동물들이 처한 환경을 알리고 이들의 서식지 보호와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앞장섰다.
제인 구달은 어린 시절부터 꽃과 나무들을 유달리 좋아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외할머니 집에서 자라면서 늘 정원과 주변 자연의 식물들과 함께 했다. 12살에 쓴 「자연공책」은 정말 대단타. 그녀는 「자연공책」에 지역의 수많은 식물과 꽃들을 세밀화로 직접 그렸고, 그 그림 옆에는 관찰 내용과 해당 식물의 특징을 세세하게 적어두었다.
친구들과 함께 만든 《악어 클럽 잡지》도 대단하다. 《악어 클럽 잡지》은 자연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노트다.
『희망의 씨앗』에는 어릴 적부터 식물을 사랑했던 제인 구달의 자연보호에 대한 신념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녀의 저서 『희망의 자연』의 자매편이다. 놀라운 식물 세계의 신비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식물이 동물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광합성일 것이다. 광합성은 식물이 햇빛을 흡수해 스스로 먹거리를 해결하는, 마법 같은 고난도 기술이다. 만약 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다면 인간은 물론 모든 동물의 생존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먹이사슬의 하위에 있는 식물이 사라진다면 생태계 자체가 무너져 버릴 테니까.
초등학교 시절, 광합성을 배운 뒤 운동장에 나가 해바라기를 하며 광합성을 실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굴은 햇볕에 그을리고 배가 고플 뿐 광합성은 일어나지 않았다. 광합성이 식물의 특권이라는 걸 확인할 뿐이었다. 이후 식물의 광합성 능력이 늘 대단해 보였다.
광합성뿐만 아니라 공기를 호흡하고 물을 빨아들이고 딱딱한 땅 속으로 뿌리를 내려 지탱하는 모든 식물의 기술이 신기하다. 사실 식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세련된 생명체가 아닐까,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잇는데……. 실제로 식물들도 의사소통도 가능하다니, 어쩌면 웃는 식물, 우는 식물도 있지 않을까. 인간은 모르는 식물들만의 소통방식으로 말이다.
조사 결과, 해충이 나타나면 서로 경보를 발령해 화합물을 만들고 맛없는 나뭇잎으로 만들어 버리는 나무들도 있다고 한다. ‘썩은 고기 식물들’은 썩은 고기의 악취를 풍기며 감쪽같이 곤충을 유혹하기도 한다. 어떤 난은 수벌을 속이기 위해 암컷 벌의 몸통 부분을 닮으려 치장하기도 한다. 놀랍지 아니한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식물의 세계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물 없이도 장기간 살아남기 위해 뿌리, 잎, 줄기에 스스로 물을 저장하는 다육 식물과 선인장류, 많은 나무들의 뿌리는 땅 위에 있는 나무의 키만큼이나 땅 속으로 뻗어있고, 가지가 퍼지는 거리보다 약 3배로 퍼진다는 사실, 흡착을 위해 줄기 끝에서 자라는 뿌리를 가진 담쟁이, 수액을 훔치기 위해 숙주 나무에 뿌리를 박고 기생하는 겨우살이, 다른 나무의 가지 속에 씨앗이 발아해서 결국 숙주 나무를 죽이는 교살자 무화과(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의 무화과 뿌리), 변형된 잎인 선인장의 가시들, 포인세티아의 빨간색 잎, 보우가인빌레아속의 다채로운 빛깔들의 잎 모두 신비한 식물 이야기다.
살아 있는 화석이자 쥐라기 시대동안 속씨식물이었던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의 웰위치아는 1500 살이 넘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인 수마트라의 ‘시체꽃’은 직영 90cm, 무게 450g이나 한다. 가장 작은 수초는 분개구리밥속의 꽃으로 가로 0.3mm 정도다.
뾰족한 나뭇잎을 잘도 씹어 먹는 기린, 식물들의 의사소통한다는 연구 결과들, 경험이 있는 식물들이 스트레스에 노출 되었을 때, 경험이 없는 식물들 보다 더 잘 적응한다는 사실, 어머니 나무를 베면 어린 대체 묘목의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전제 산림 재건에도 위태롭다는 사실, 모두 신기하고 경이롭다. 놀라운 이야기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청동기 시대의 무덤에서 당시 시체 옆에 꽃다발을 두었음을 증명하는 메도스위트 꽃다발 화석의 발견, 터키에서 전파되어 빅토리아 시대에 꽃으로 의사소통하던 풍습이 아직도 꽃말로 남아 있다니, 신기하다.
살아 있는 고대 식물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4845세인 캘리포니아 시에라네바다 신맥 안 화이트 산의 강털소나무 ‘므두셀라’ 신목, 나무의 결혼, 아프리카 숲과 영국 숲 탐험한 이야기들에선 다양한 식물의 세계를 그려냈다. 자연의 신비 앞에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식물사냥꾼 린네, 미국 식물학의 아버지 존 바트럼, 광적인 프랑스 식물학자 필리베르 코메르송, 식물원, 식충식물들의 세계, 열매의 종족 번식 역할, 천 년이 넘은 씨앗을 발아시키는 과정들, 종자은행 이야기에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제인 구달의 애정이 가득하다.
감자 품종이 1000 여 가지 라니, 헐~
유전자 조작 농산물 표시 운동, 농업의 미래, 커피, 차, 카카오,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노력들, 자연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 식물의 효율적인 전략들 모두 지구를 살리기 위한 대책들이다.
500쪽에 이르는 이야기엔 제인 구달의 어린 시절의 식물 사랑, 영국 숲과 아프리카 숲에서 연구한 이야기들, 세계적인 희귀종의 식물들, 위대한 학자들, 각종 식물 이야기,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모든 이야기엔 그녀의 체험담과 사진, 그림이 함께 하기에 무슨 탐험일지 같다.
식물의 생존본능은 정말 위대하다고 느낀다. 인간 혼자로는 살 수 없는 지구이기에 공존 전략이 필요함을 생각한다. 음식 섭취만 잘해도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암과 성인병, 치매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환경 보호와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제인 구달의 충고, 다시 되새기게 된다. 내게 온 소중한 책, 늘 옆에 두고 읽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