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소설이 필요할 때]마음을 치료하는 소설테라피…….

 

제목만 들었을 때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이 필요한 이들에게 소설로 치유해나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받고 표지를 보니 약 알갱이가 있고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라고 되어 있다.

 

위로가 필요한 인생살이인가 보다. 세상엔 힐링의 명목을 달고 있는 많은 테라피가 있다. 아로마테라피, 푸드테라피, 컬러테라피, 음악테라피, 댄스테라피, 지압테라피, 섹스테라피, 손테라피, 연극테라피 등......

누군가를 치료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몸이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일이나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적절한 위로와 요법을 처치하는 일은 모두 의미 있는 일이다.

 

매일 책을 읽는 나로서는 북테라피가 가장 끌린다. 더구나 소설테라피라니! 얼마나 많은 소설을 읽었기에 소설테라피를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정녕, 나를 위한 소설 테라피군.

 

다섯 살 때부터 책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는 엘라 베르투는 자동차 안이든, 스키장의 리프트든, 트램펄린에서든 책에 빠져드는 소녀였다. 케임브릿지대학교 영문학과를 다니던 중 열혈 독서가인 수잔 엘더킨을 만났고 서로 소설을 추천해가며 소설 돌려 읽기를 했다. 졸업 후 이들은 문학치료에 관심을 가졌고,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이 세운 인문학 아카데미 인생학교에서 문학치료교실을 운영하면서 소설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증상과 독서질환, 소설처치, 소설 베스트 10 등 모두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하다. 전율이 일 정도다.

 

혈압을 낮춰 줄 소설, 웃음 터지게 만드는 소설, 우울한 이들을 위한 소설, 사랑이 깨졌을 때 읽으면 좋을 소설, 코 고는 소리를 잊게 해주는 소설, 눈물바람이 될 소설, 기운이 나는 소설, 방랑벽을 치료하는 소설, 책을 많이 읽은 티를 내는 데 좋은 소설, SF신참자에게 좋은 소설 등 참신한 목록들이 가득하다.

십대에 읽으면 좋은 소설부터 구십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별로 읽으면 좋은 소설 베스트 10도 있다. 친절하게도 100세가 넘어갈 때 읽으면 좋을 소설 베스트 10도 있다.

 

향수병에 걸렸을 때 숀 탠의 『도착』이라니, 절묘한 선택에 공감이다. 『도착』은 글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그림 소설이다.

 

책은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남자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두고 온 가족이 그립지만 새로운 환경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과 사랑스런 잡종 생물들, 점점 익숙해지는 도시에 둘러싸인 채 두고 온 가족과 종이비행기로 연락을 한다. 이 비행기는 마술처럼 대륙과 대륙을 날아 가족을 찾아간다. (267쪽)

 

호주 국민작가인 숀 탠의 정성어린 그림을 마음껏 감상하게 하면서 떠나는 자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하는 책이다. 흑갈색, 회색, 황금색의 채색이 향수병을 의미하며 섬세하고 다층적인 의미의 그림책이다. 이민, 유학, 이사 등 디아스포라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왜 떠나는 지에 대한 질문을 하는 책이다. 볼수록 질문이 많아지는 책이다. 한 쪽의 그림을 위해 일 년을 투자하기도 하는, 그림 하나하나가 명작인 책이다.

 

정체성에 위기가 올 때 카프카의 『변신』을, 방랑을 떠나고 싶을 때는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곤경에 빠졌을 때는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를, 무기력할 때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허영심을 부릴 때는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으라는 추천에도 공감이다.

 

읽은 책보다 못 읽은 책이 더 많다. 모르는 작가와 낯선 제목이 천지지만, 시간을 들여서 한 권이 읽으며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슨 증상 때문에 소설을 읽은 적은 없다. 읽다가 보면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게 되고 상황에 몰입이 되면서 저절로 개운해지는 경험을 한 적은 많다. 도서관에서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며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순간에도 가슴 벅찬 희열을 느낀 적도 있다. 평소에 기분이 다운 된다면 근처 도서관을 찾기도 하기에 북테라피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던 일이다.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한국인 체질에 맞는 한국형 소설테라피는 없으려나? 이런 책도 필요한데 말이지.

 

살다 보면 치료가 필요한 순간이 많다. 가정상비약처럼 소설도 상비약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만의 치유법을 터득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위기의 순간, 숙환이 있는 경우, 소소한 증상에도 약은 치유를 도우니까.

 

이젠 치료를 위해 소설테라피를 애용하지 않을까.

셰익스피어 연고, 톨스토이 지혈대, 제인 오스틴 강장제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던 약부터 존 그린 물파스, 히가시노 게이고 밴드, 조조 모예스 캡슐 같은 최신 의약품까지 준비되어 있으니까.

국산품도 애용하고 싶다. 이영하 물파스, 김연수 연고제, 신경숙 캡슐, 황석영 지혈대. 박완서 환약, 정유정 붕대, 조정래 찜질 팩 등…….

 

 

** 한우리북카페에서 지원받은 도서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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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4-12-26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덕님 이야기를 들으니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ㅎ 알랭 드 보통이 참 대단한 사람 이란 생각도 들었구요 봄덕님 말씀처럼 우리나라 소설로 소개되었다면 더 큰 공감을 하며 읽을수 있을거 같아요ㅅ

봄덕 2014-12-26 09:40   좋아요 0 | URL
알랭 드 보통, 이름만 들었지, 저도 읽은 책은 없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알고 싶은 작가가 되었답니다. 보통이 아닐 것 같아서요.^^ㅎㅎ

해피북 2014-12-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두 아직 알랭 드 보통을 만나본적 없어요 혹시 저보다 먼저 만나시면 소문내주세요~^^ 정말 보통은 아니겠죠ㅋ

봄덕 2014-12-27 05:40   좋아요 0 | URL
ㅋㅋ 보통을 만나면 선착으로 알려 드리죠. 뭐...ㅎㅎㅎ
아마도 내년엔 만나지 않을까요? 뭐. 그런 예감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