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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연습 문학의 즐거움 45
린다 몰라리 헌트 지음, 최제니 옮김 / 개암나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가족연습]위탁가정, 가족이 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가족연습. 제목이 절묘하다. 입양가정이든, 위탁가정이든, 원래의 혈연으로 이뤄진 가정이든 준비와 연습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니 가족이 되려면 연습이 필요한 것, 맞다.

 

사춘기 소녀에게 위탁가정은 어떻게 다가올까. 사랑으로 품어줄 때 어떻게 변하게 될까.

 

 

 

 

 

 

 

라스베이거스에서 온 까칠 소녀 칼리 코너스.

양아버지에게서 폭행을 당한 칼리는 엄마마저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그래서 위탁 가정인 머피의 집으로 가게 된다. 머피의 집에는 남자 아이가 셋이다. 아담, 에릭, 다니엘. 머피 씨는 소방관에 야구광이고 가정적이다. 부인은 전업 주부이며, 온화하고 다정다감하다. 사춘기 소녀 칼리는 위탁가정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말장난과 독설을 즐기는 칼리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려 더 독설을 내뱉는다. 칼리는 요상한 말투와 기이한 행동으로 머피 가족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머피 부인은 화를 내기는커녕 똑 부러지는 말투, 재미있는 표현이라며 웃음 짓는다. 칼리는 야단도 치지 않고 웃음만 짓는 부인에게 적응되지 않는다.

 

-이 여자 언제쯤 화를 낼까.

-아래층에서 행복한 가족들 사이에서 나는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책에서)

 

칼리에겐 모든 게 낯설다. 낯선 언어, 낯선 장면을 이해하려 안간 힘을 써보지만 자신의 가족과 달라도 너무 다른 환경이다.

따뜻한 가정의 웃음소리, 서로에 대한 배려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칼리는 자신이 오렌지 주스를 먹고 싶어 했다는 말을 듣고 밤중에 주스를 사러 간 부인을 이해 할 수 없다. 가족끼리는 서로 돌봐야 한다는 말에서는 갑자기 설 자리를 잃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들이 그릇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다는 듯 바라보는 부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외계에 온 기분이다. 전혀 겪어보지 못한 장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칼리는 학교 가기도 싫고, 머피가족과 섞이는 것도 싫고, 같이 밥 먹는 것도 싫다. 다정한 웃음도 싫고 토닥이며 격려하는 것도 싫다.

자신을 기다려주거나 따뜻한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고, 자신을 염려해주는 이를 만난 적이 없기에 머피가족과의 생활은 너무나 어색할 뿐이다. 따뜻한 배려가 익숙지 않아 되레 고통스럽다.

 

하지만 칼리는 점점 머피네 가족들이 좋아지면서 동시에 점점 두려움도 느끼게 된다. 이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지……. 머피 부부의 딸이 될 수도 없고 아이들의 누나가 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원한다고 되지도 않지만 그들이 원하는 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에릭의 발작으로 응급사태가 벌어지면서 아이들을 맡게 된 칼리는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부인의 볼 키스를 처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유일한 기린 인형 길쭉 씨를 에릭에게 안겨준다. 무심결에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누군가에게 영웅이 되라.(149쪽)

-넌 정말 우리에게 선물 같은 존재야 칼리(280쪽)

 

칼리는 머피 부인이 부활절 선물로 준비한 것들을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감동했을까. 정말 갖고 싶은 것을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인데.... 부인은 모두 귀담아 두었다니!

도서관에서 연체된 책 <입양절차 안내서>를 보면서 자신을 입양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게 되고…….

완전체로 보이던 머피가족의 허점도 알게 되면서 점점 가족이란 완벽하지 않음을, 그래서 맞춰가야 함을 느끼게 된다.

 

-넌 벌써 우리들의 영웅이야.

-엄마라도 불러도 될까요?

 

 

톡톡 튀는 칼리의 말과 행동은 머피가족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이들과 놀아줄 때의 칼리는 무슨 여전사 같다. 아수라장 행성에서 온 슈퍼 하이탑 걸, 슈퍼 똥싸개맨, 슈퍼 방귀맨, 초강력 독가스 발 냄새, 불꽃 총, 얼음 총...... 칼리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어록이 된다. 남자 꼬마들만 있는 세상에 괴상망측한 말투와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누나가 별똥별처럼 떨어졌으니......

 

살면서 누군가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살면서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살면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살면서 누군가의 선물이 될 수 있을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문제아의 행동 이면에는 관심과 사랑에 대한 호소가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사춘기 소녀였기에 칼리의 위탁가정 적응도 쉽지가 않았으리라. 자신의 부끄러운 이면을 감추고 싶어 더욱 아무렇지도 않은 척, 용감한 척 하는 칼리의 말과 행동이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우는 건 패배자가 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무심한 듯, 용감한 듯 살던 칼리의 마음에  훈풍이 부는 심상찮은 소설이다. 겉으로는 용감한 척하나 속으로는 두려운 마음 투성이 사춘기 아이들…….사춘기 아이의 위탁가정 이야기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 사랑으로 연결된 부모의 이야기다.

어디든 정들면 가족이다. 마음과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 사랑으로 연결된 부모들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가족은 없다. 서로 맞춰갈 뿐이다. 그렇게 연습할 뿐이다.

 

위탁아동은 늘고 있고 돌볼 부모는 적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위탁가정이란 입양되기 직전에 잠깐 머물 수 있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다. 부모가 존재하지만 부양 능력이 없는 경우도 자식을 위탁가정에 보낼 수 있음을 처음 알았다. 한국에서도 보건복지부 산하에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있다고 한다. 위탁부모가 되고 싶다면 일정한 자격, 일정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친인척 가정위탁, 일반가정위탁도 있다고 한다. 처음 알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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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5-1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

봄덕 2014-05-20 06:11   좋아요 0 | URL
넵!! 감사합니다.~~

문학소녀 2016-08-18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고2 학생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이 책을 되게 감명 깊게 읽었었는데 도통 제목이 기억이 안 나 해매고 있었어요. 지금에서야 찾았네요. 가족연습...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