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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뜨거움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살아있는 뜨거움] 독설이 아닌, 조금은 따뜻해진 언니의 직설
독설의 힘은 무엇일까. 강한 충격으로 각성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독설이 통할까. 독설의 명쾌하고 짜릿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섬세하고 예민한 이들에게 독설은 치명적일 텐데…….
그래서 독설에 대한 찬반은 늘 양분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독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니의 독설>이라는 제목만으로도 거부감이 들어서 저자의 책을 읽지 않았다. 맞는 말이든, 틀린 말이든 독설은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여 의욕을 꺾거나 절망만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단맛과 쓴 맛을 봤다는 저자 김미경은 한동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성과 충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뜨거운 가슴은 이제 기지개를 펴고 그녀를 원하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다는데…….
괜찮아, 다 내려놔도 당신은 남아 있으니까.
다 내려놓으라는 지인의 충고가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현실은 내려놓아야 한다지만 마음은 혼란스러웠을 텐데. 오랫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기에 포기하기엔 아쉬웠으리라. 하지만 사람은 때로는 내려놓고 멀찌감치 떨어져 봐야 제대로 보이는 법이다. 공인이니까 잘못이 있었다면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다 내려놔도 결국 자신은 남더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다. 내려와서 보면 혼자된 자신을 마주보고 삶을 돌아볼 기회도 있으니까. 그리고 신기한 것은 집착했던 것들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삶에 대한 겸손을 배우기도 하고, 그전에 보이지 않던 행복이 보이기도 한다.
자퇴하는 아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 엄마로서의 일상이 편안하게 읽힌다. 힘들게 자퇴하는 아들의 마음도 무겁겠지만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학업을 포기하는 아들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정말 찹찹했으리라. 아들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자 용기를 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입학은 쉽지만 자퇴는 어렵다는 말. 그런 어려운 선택을 힘들게 했을 아들의 마음을 다독거리는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언니의 독설로 유명한 김미경 작가가 돌아왔다. IMF때 바닥까지 내려간 경험도 있다지만 논문사건으로 인해 내려간 바닥에는 분명 신뢰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논문심사가 더 엄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논문 베끼기, 논문 대필이 난무한다는 소문이 진실이 아니길 빌 뿐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공인일수록 도덕성과 윤리성의 잣대가 더 엄격했으면 좋겠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언어의 힘을 알고 있다. 세 치 혀로 말하는 몇 마디가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독설가에겐 따르는 사람도 많지만 적도 많을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랫말처럼, 조금은 철이 든 모습(죄송-.-)으로, 좀 더 남을 배려한 모습으로 돌아왔기에 반갑다. 열심히 사는 모습에는 언제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개인적으로 독설보다 부드러운 말, 상냥한 말, 남을 배려하는 말, 유머 가득한 말이 넘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