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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을 잇는 청년들 - 닮고 싶은 삶, 부모와 함께 걷기
백창화.장혜원.정은영 지음, 이진하.정환정 사진 / 남해의봄날 / 2013년 11월
평점 :
[가업을 잇는 청년들] 명장의 가업을 잇는 아들과 딸들
아버지가 하던 일을, 혹은 어머니가 하던 일을 아들과 딸이 대물림 받겠다는 것은 분명 흔한 일이 아니다.
가업을 잇겠다는 것은 그만큼 부모님들의 일에서 빛나는 가치를 발견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팔도에 흩어진 가업을 잇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으리라.
이 책에는 6빛깔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울 천호의 대장장이, 대구 용산의 시계수리공, 충북 충주의 장돌림, 전남 구례의 농부, 서울 송파의 떡 기능인, 경남 통영의 두석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계 수리 명장 이희영, 아들 이윤호, 이인호

평생을 시계와 더불어 살아온 아버지 이희영은 대한민국의 여섯 명 뿐인 시계 장인이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 아들들도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있다.
첫째 아들 윤호 씨는 군 제대 후 바로 시계 장인의 길로 들어섰고, 둘째 아들 인호 씨도 전기 기능직으로 직장을 다니다가 결국 시계기능직으로 돌아섰다.
대구와 구미에 각각 사업장을 둔 스위스 시계수리공의 집안 이야기에서 최고의 열정과 집념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는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형님이 사준 손목시계를 밤새 분해해서 조립한 경험이 있다. 시골 소년에게 그 때의 희열은 정말 강렬했나 보다.
학교를 다니는 대신 시계 수리 작업대를 선택한 그는 4년 만에 최연소 시계 수리 1급 기능사 자격증을 따게 되고, 1976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시계 수리 부문 1등을 하고 만다.
2001년, 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으며 대한민국 시계 수리 명장에 선정된다.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도 무섭다더니 윤호 씨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 심심풀이로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는데 3등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제대 후에 아버지의 일을 잇기로 결심하게 된다.
시계는 그 작은 몸통 안에 많게는 150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 있는 섬세한 제품이다. 기능사라면 이중 70여 개의 부품을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명품 시계의 경우 20~30년에서 길게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수명을 보존하기도 한다. (64쪽)

한국에서는 시계를 배울 수 있는 대학의 학과가 현재 한 곳뿐이고 학원들도 사라졌다고 한다. 부족한 시계공부는 아버지에게 묻거나 독학으로 연구하거나 외국의 전문서적을 사서 익히기도 했다. 아버지보다 나은 기능공이 되고 싶은 아들의 열의와 집념은 그렇게 시계의 세계 속으로 빨려들게 했다.
동생 인호 씨는 구미점을 오픈하면서 인터넷에 블로그를 만들거나 소책자로 시계에 대한 가치와 보관법을 알렸다. 그렇게 해서 전국에서 보내온 시계들 중에서 부품이 없거나 까다로운 시계는 아버지와 형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자신이 고친다고 한다. 부품이 없으면 부품까지 만들어 고치는 형의 재주는 놀랍기만 한데.
시계를 구입했던 미국에나 유럽에서도조차도 수리를 하지 못했던 시계가 말끔히 고쳐졌을 때의 희열은 얼마나 대단할까.
아버지가 일하던 1960년~1970년대는 시계가 부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1080년대에 시계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이젠 고가의 시계이거나 값싼 시계이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된 세상이다. 이제 시계는 일부 마니아들의 패션이 되고 있다. 패션의 완성은 시계가 된 것이다.
사실 휴대폰의 발달, 디지털시계의 진화는 아날로그시계에 대한 관심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그래서 시계 장인이 흔치 않기에 이들의 고객은 전국이 되고 있다.

세대를 잇는 직업의 세대 공감에 흐뭇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가치가 있다면 가업을 잇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게 외로울 수는 있지만 그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되겠지. 집념과 열정으로 일궈낸 장인들의 가업대물림은 그대로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