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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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주인자리] 한국형 트와일라잇, 정말 참신해!^^

 

드라큘라, 뱀파이어, 흡혈귀, 귀신 종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붉은 피를 입가에 흘리며 음흉하게 쏘아보는 주인공들의 시선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해서 꺼리는 편이다.

<트와일라잇>시리즈가 인기를 끌 때도 소설책을 거부했다. 최근에 나온 두 편의 영화는 봤지만 역시 내 취향이 아님을 확인한 정도랄까.

 

돌아올게. 반드시.(책에서)

첫 번째 문장에서 비장한 슬픔이 느껴진다.

모든 뱀파이어 이야기는 비극이겠지만 말이다.

 

시대적 배경은 100년 전의 조선시대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조선 땅에 등장한 4명의 뱀파이어는 조선시대 무오년 독감이 유행할 때 생겨난다.

그 중 신우와 이엘은 쌍둥이 뱀파이어다.

늘 우세한 힘을 발휘하는 형 신우, 형의 위력에 굴복하는 동생 이엘은 사랑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뱀파이어가 되어 영원한 삶을 살게 되지만 이들의 소원은 언제나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끝없는 피를 향한 갈증은 이들을 괴롭히는데…….인간의 피를 마셔야 살아갈 수 있는 뱀파이어의 삶이 괴롭기까지 하다.

 

신우의 탄생 좌는 13번째 별자리, 뱀주인자리, 12월 별자리다.

뱀주인자리는 영원한 삶을 꿈꾸던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의 별자리야.

그 별자리의 주인은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뛰어난 의술의 소유자였다고 해. (책에서)

 

사랑하는 여인 운하의 피를 먹으며 살아난 신우는 400년 전 쯤에 죽어버린 고목에서 새로운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이름 모를 천사를 생각한다.

천사의 피를 마셔야 인간이 될 수 있다는데…….

과연 자신의 잃어버린 세월도 회복하고 다시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을까.

죽었던 고목에 핀 꽃처럼 말이다.

다시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맹세했건만 천사의 존재는 달달한 피의 냄새를 자극한다.

과연 신우는 뱀파이어에서 인간으로 될 수 있을까.

 

조선에 살던 여인 운하는 행성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우주의 흐름에서 타인의 운명을 읽어내는 점성술사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운명은 예측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남자의 품 안에서 스러져 간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등신불처럼.

 

형의 여자인 운하를 짝사랑 했던 쌍둥이 동생 이엘은 운하의 죽음을 목격하고는 참담한 심정으로 형에게 복수할 날만을 기다리게 된다.

현재의 이엘은 유명 피아니스트다. 실어증이나 언어장애인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공식 석상에선 목소리를 감추고, 얼굴엔 가면을 쓴 채 피아노로만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우월한 형에 대한 열등감 때문일까.

 

한편, 향수 회사의 브랜드 매니저인 수안은 100년 전의 운하를 빼다 닮은 여인이다.

하늘의 별을 사랑한 그녀는 회사에 천문대를 세우는 조건으로 세계적인 향수회사 '헤라'에 취직해 있다. 별자리 이름으로 향수를 출시하고 있는 그녀.

13개 별자리의 심상을 담은 향수를 출시하고 있는 수안. 사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마지막으로 뱀주인자리…….

 

다섯 살 때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서 발견된 수인은 호젓한 외곽의 성당에서 수녀들의 손에 자라게 된다.

수인은 아홉 살이 되던 해에 만난 산타의 향기를 잊지 못한다. 산타가 주고 간 열 다섯 개의 은빛 구슬로 이어진 펜던트는 뱀주인자리의 형상이었는데…….

그 향기를 찾아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던 수인은 드디어 뱀주인자리 향수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어린 기억 속의 체취는 점점 흐릿해져가지만 절대 잊을 수 없이 각인된 향이었는데…….

냄새에 민감한 수인의 기억 속에 남은 야생의 바람 같은 향을 지닌 산타.

어느 날 빗속을 지나는데 익숙한 산타의 향이 스침을 느낀 수인.

언제나 가면을 쓰는 피아니스트 이엘을 그때의 산타라 생각해 버린다.

 

레드 하우스의 유일한 인간인 백발의 준수는 자신의 실수로 뱀파이어가 되어 버린 딸 유민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인간의 피를 연구하고 있다.

다른 가족과 달리 유민은 화학작용에 의해 뱀파이어로 변이되었다.

억지로 살게 된 영생의 삶이지만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유민은 평생 어린 아이로 살아가야 한다.

 

아빠의 연구가 성공할 수 있을까.

운하를 닮은 수인은 과연 산타를 알아볼 수 있을까.

이들은 언제쯤 인간으로 되돌아 갈수 있을까.

 

100년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상상력을 자극하며 몰입하게 한다.

소복자락을 휘날리는 흡혈귀가 아닌 뱀파이어의 러브 스토리가 으스스 하면서도 참신하다.

뱀파이어에 물리면 뱀파이어가 되는 세상의 이야기가 섬뜩하지만 빨려들게 한다.

 

<트와일라잇>처럼 영화로 만든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잘 지은 소설에 멋진 주인공들과 화려한 영상이 만난다면 어떨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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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12-2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