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간지 <황해문화 117호>에 실린 글이다.


...............

좋은 소설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질문하게 만든다.(291쪽)

작가는 물음을 제기하는 존재지 선명한 답을 제시하는 존재가 아니다.(294쪽)

작가에게 “고정된 믿음”은 그의 창작을 방해하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작가가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 세계, 생명체 앞에서 그런 믿음은 공허하다. 작가는 자신이 마주한 타자의 세계에 얼마나 더 접근할 수 있을지를 묻는 존재, 더 나아가 잠시라도 그 타자와의 부딪침을 통해 새로운 감각과 사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존재다.(297쪽)

최종적인 답이 제시되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뢰즈가 썼듯이 작가는 의견opinion을 갖지 않는다.(296쪽)

- 오길영(문학평론가), ‘고정된 믿음은 위험하다’, <황해문화 117호>에서. 

............... 


⇨ 소설에서 ‘작가는 의견opinion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점이 칼럼과 다른 점이다. 칼럼은 필자의 의견opinion을 보여 주는 글이므로 의견opinion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필자가 물음을 던지고 답을 쓰는 칼럼도 있을 정도로 칼럼은 메시지가 뚜렷하다. 


그러나 칼럼의 필자라고 해서 언제나 고정된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이 칼럼에선 이런 의견을 내놓았지만 시간이 지나 다른 칼럼에선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인간은 생각이 변할 수밖에 없고 마땅히 변해야 한다. 생각은 고여 있는 물이 되어서는 안 되고 흐르는 물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에밀 시오랑의 글이 떠오른다. “착각에 빠지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확신을 하나하나 근본에서부터 흔들어 버리는 것이다.”(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2.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에 실린 글이다. 


...............

하지만 희망이란 때때로 멀쩡하던 사람까지 절망에 빠뜨리곤 하지 않나? 아니, 오로지 희망만이 인간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게다가 희망은 사람을 좀 질리게 하는 면이 있는데, 우리들은 대체로 그런 탐스러워 보이는 어떤 것들 때문에 자주 진이 빠지고 영혼의 바닥을 보게 되고 회한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237쪽)

- 정영수, ‘우리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에서. 

...............


⇨ 희망의 이면으로 읽힌다. 어두운 절망 속에서도 한 가닥의 희망으로 구원을 받기도 하지만, 희망으로 인해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주식으로 돈을 벌기 위해 희망을 갖고 투자했다가 빚을 지는 일이다. 


포기할 줄 몰라서 희망의 노예가 되어 인생을 망칠 수 있으니, 포기가 필요할 땐 깨끗이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  


...............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날의 분위기가 그렇게나 완벽했던가? 그들이 정말 그렇게나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나? 어쩌면 내가 그들을 실제보다, 그들이 그랬던 만큼이 아니라 그랬으면 하는 것만큼 아름답게 꾸민 기억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 아닐까?(241쪽)

- 정영수, ‘우리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에서.

...............


⇨ 기억이란 믿을 게 못 된다. 우리는 기억에게 사기를 당하곤 하지 않는가. 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그동안 지나온 시간들이 요술을 부려서 실제 그림을 전혀 다른 그림으로 만들어 놓은 걸 모르고 그것을 우리는 정확한 기억이라고 착각할 때가 많으리라.  


기억은 착각, 사기, 거짓말, 엉터리. 


내가 기억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내 일기장을 보고 깨달은 게 있어서다. 일기장에는 어떤 날 일어난 일에 대해 세세히 기록되어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달랐다. 물론 내 기억이 엉터리였다. 이때부터 내 기억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누구의 기억이라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 






3. 
















공자의 <논어>에 실린 글이다.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되어서 인하지 못하다면 예(禮)를 지킨들 무엇하겠는가? 사람이 되어서 인하지 못하다면 음악을 한들 무엇하겠는가?”(52쪽)

각주 : 인(仁)은 사람들 간의 바람직한 인간관계와 그러한 관계를 이루어 내는 마음가짐을 의미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52쪽)

- 공자, <논어>에서. 

...............


⇨ 무엇보다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훌륭한 운동선수라 할지라도 사람답지 못하다면 훌륭하다고 할 수 없고, 위대한 예술가라 할지라도 사람답지 못하다면 위대하다고 할 수 없겠다. 


...............

공자께서 이를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이루어진 일은 논란하지 말고, 끝난 일은 따지지 말며, 이미 지나간 일은 허물하지 않는 것이다.“(62쪽)

- 공자, <논어>에서. 

...............


⇨ 이 글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지난 10월 29일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앞으로 재수사를 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생긴다면 끝난 일이라도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배우자의 외도가 있었고 이를 용서하기로 했다면 공자의 말대로 끝난 일은 따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4.














미셸 드 몽테뉴의 <에세 1>에 실린 글이다.


...............

동요되어 움직이기 시작한 마음은 붙잡을 것을 주지 않으면 제 안에서 길을 잃고 마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기대어 작용할 만한 무언가를 마음에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원숭이나 강아지에게 애착을 갖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기를, 우리 안에 있는 사랑하려는 마음이 합당한 대상을 얻지 못해 허망하게 있느니 차라리 시시한 가짜 대상이라도 만들어 내는 것이라 했다.(64~65쪽)

-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에서.

...............


⇨ 헤어진 연인이 있다면 그를 잘 잊는 방법은 새 연인이 생기는 것이다. 헤어진 연인에게 쏟았던 에너지를 다른 데로 쏟지 않으면 마음이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되기 때문이다. 


...............

우리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무슨 까닭이든 꾸며 내 붙여 보려 하지 않는 일이 있는가? 옳건 그르건 덤벼들 대상이 필요해서 아무것에나 분풀이를 하지 않는 일이 있는가?(65쪽)

-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에서.

...............


⇨ 이 글의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아 내가 다음과 같이 고쳐 써 봤다.


우리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무슨 까닭이든 꾸며내 보려 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 옳건 그르건 덤벼들 대상이 필요해서 아무것에나 분풀이를 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은 노여움을 애매한 다른 데로 옮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화가 났을 땐 화풀이를 해야 하므로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하다. 실연을 당한 사람이 노여움을 주체할 수 없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경우 오로지 복수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뭐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가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

내가 어릴 때 평민들이 하던 이야기가 있다. 이웃 나라의 한 왕이 하느님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하자 복수를 맹세하고는 십 년 동안 기도도 하지 말고, 그분에 대해 말하지도 말며, 자기가 권좌에 있는 한 그분을 믿지도 말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 이야기를 통해 그려 보이고자 한 것은 어리석음보다는 이야기 속 나라의 타고난 오만이었다. 그 둘은 언제나 한 쌍을 이루는 악덕이지만 사실 그런 행동은 어리석음보다는 불경(不敬) 쪽에 좀 더 가깝다.(66~67쪽)

-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에서.

...............


⇨ 이 글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어리석음과 오만은 한 쌍이라는 것’이다. 즉 오만한 사람은 어리석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에 내가 동의하는 것은 오만한 사람은 대체로 어리석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만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도취한 나머지 다른 것들을 놓치는 수가 많다.


인간은 누구나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존재라는 것을 알면 오만한 자가 될 수 없으리라.





5.














박완서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 실린 글이다. 


...............

극단적인 편견이란 남의 말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걸 나타내는 목소리까지도 우선 배타적이다. 남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배제하려면 제 목청을 높일 수밖에 없다. 남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으면 그건 이미 극단적인 편견이 아니다. 극단적이 편견이 때로는 옳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게 혐오감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 폐쇄성 때문에 그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84쪽)

- 박완서, ‘특혜보다는 당연한 권리를’,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

...............


⇨ 이 글을 읽으니 버트런드 러셀의 글이 떠오른다. “사실 단지 자신의 의견을 취한다고 해서 지식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식인이란 이러저러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타당한 논거를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교조적으로 믿지 않는 사람이다.”(버트런드 러셀, <런던통신 1931 – 1935>에서.)


무엇이든 교조적으로 믿지 않는 사람이 될 것. 


(‘교조적’의 뜻 : 역사적 환경이나 구체적 현실과 관계없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인 듯 믿고 따르는 것.)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을까? 한 예로 살인이 나쁘다는 것이 변하지 않는 진리일까? 전쟁에서는 상대국의 수장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

똥을 피하는 건 더러워서일 뿐 무서워서가 아니라는 말은 자신에 대한 변명은 될지 몰라도 여럿이 더불어 사는 이 세상에 대해선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다. 너도나도 똥을 피하기만 하면 이 세상은 똥통이 되어 버릴 것이 아닌가. 똥은 피할 게 아니라 먼저 본 사람이 치우는 게 수다.

인간답게 사는 길도 나만 인간답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이미 인간답지 못하다. 이웃이 까닭 없이 인간다움을 침해받는 사회에서 나만은 오래오래 인간다움을 지키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어리석음이다.(85쪽)

- 박완서, ‘특혜보다는 당연한 권리를’,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

...............


⇨ 본인만 인간답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기적인 사람이 아닐까 한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 채 본인만 올바르게 살겠다는 것이므로. 타인에 대해 배려하지 않고 살겠다는 것이므로.


올바른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곤 한다. 어떤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때 반박하고 나서는 것이 최선인지 아니면 그때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침묵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상대편의 주장에 반박했는데 상대편이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말다툼을 이어 가는 것도 마음을 피곤케 하는지라 결국 그냥 지나치는 쪽을 택할 때가 많다. 충돌을 피하는 것이다. 상대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다치기 싫다는 이기심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이런 나의 마음 자세에 대해 점검해 보게 된다. 충돌을 피하는 것만이 최선인가 하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1-13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제가 저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읽은 것 같은데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땐 그냥 다시 한 번 읽어 주는 게 좋을 듯한데...ㅠ
하나 저는 저 제목만으로도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늘 꼴찌만 해서 누구와 경주하는 걸 싫어하는데
그렇다고 응원과 갈채 받는 것도 싫어하는 건 아니거든요. ㅋ

오늘도 좋은 글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3-01-14 11:57   좋아요 1 | URL
꼴찌~ 책은 오래전 완독한 책인데 최근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다가 다시 꺼내 봤어요.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재독했죠. 제목 참 좋죠?
누구나 꼴찌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달리기나 가위바위보만 해도 그렇고...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이 패자로 느껴질 때 동병상련을 느끼고 지지하게 되지요.
문학동네에서 나온 박완서 산문집 세트가 전9권이니 아마 열 권 이상의 산문집을 냈을 것 같네요.
소설도 다작을 남겼는데 산문집도 다작. 게다가 좋은 작품들만 썼고 이런 분 정말 존경스럽죠.
님의 마지막 멘트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yamoo 2023-01-13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설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질문하게 만든다.
오길영 평론가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습니다. 계속 질문하게 만드는 소설이 좋은 소설의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합니다만...이야기의 재미가 없다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이 빠진 것과 같다고...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얘기나, 자신 가족의 얘기...이를 통한 보편적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작품들 물론 좋은 작품입니다.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 등은 분명히 가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묻게 됩니다. 생각할 것도 많고 의미있는 작품이지만 재미가 없습니다. 더이상 읽고 싶지가 않아요...이런 글에 재미를 더하는 작품을 보고 싶은데, 제가 찾는 재미가 평론가들이 찾는 재미와 많이 다른가 봅니다.

어쨌거나 요즘 드는 생각이 의미있는 소설보다는 재미있는 소설 중에서 인간의 가치를 잘 드러내는 작품을 읽고 싶은 열망이 좀 가득합니다.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23-01-14 12:05   좋아요 0 | URL
질문 제기가 중요한 건 무엇이 문제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듯. 이것도 찾기가 쉽지 않지요.
소설가가 답을 제시할 수도 없는 게 작가보다 더 현명한 독자가 어디엔가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답이란 게 시대에 따라 시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인생에 정답이 없기도 하고요...
재미의 중요성은 저도 공감합니다. 그래서 칼럼에 재미를 위해 소설 줄거리를 넣을 때가 있는데 내가 쓰려는 주제와 연결되는 소설을 찾기가 어려워요.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1-15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들고 다시 쌓는 작업, 때로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페크pek0501 2023-01-15 13:39   좋아요 0 | URL
인간은 착각의 왕, 오해의 왕이죠. 확신이나 고정관념을 흔들어 버리는 일이 필요한 듯해요.
좋은 휴일 보내세요.^^

감은빛 2023-01-16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번부터 5번까지 페크님의 말씀에 모두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저도 지난 주에 [황해문화]를 받아서 조금 읽고 책상 한 켠에 놓아두었어요.
페크님이 인용하신 그 글은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여러 책에서 여러 글을 발췌해 자신의 생각을 더한 이런 글 참 좋네요.

페크pek0501 2023-01-17 11:22   좋아요 0 | URL
와우!!! 황해문화 구독자 동기?이시군요.
내용이 알차서 다 읽을 생각을 하고 있어요. 목차를 보고 맘에 들어 구매했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집에 쌓여 있는 책이 많아 그거나 읽자, 하고 구매를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 달 만에 책을 다섯 권 샀다. 12월이 되니 올해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책을 사고 싶기도 했고 공부를 위해 사야 할 책도 있었다. 다방면에 촉각을 세우고 많은 책을 읽고 싶은데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쉽다. 삶은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읽을 책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1. 강준만, <반지성주의> 


다작의 작가로 유명한 강준만 저자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저자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책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망설임 없이 두 권을 샀다. <반지성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책이다. 

 














「편 가르기가 아무리 유치하고 치졸해도 사람들이 그것에 빠져드는 것은 그런 문제를 상쇄하고도 남을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대중이 반지성주의에 매료되는 결정적인 이유이지만, 그 매료의 정체는 아리송하다. 강요당하는 것과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자신을 지지해주는 패거리 없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긴 어려운 법이다. 아니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어느 편에건 속해야만 한다. 그리고 내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미쳐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반지성주의를 비난해야 한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묻지 마라.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고 인생이다.」(69쪽)





2. 강준만, <정치적 올바름>













「PC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그걸 바로잡으려는 운동 또는 그 철학을 가리키는 말이다.」(9쪽)


「나는 오랜 세월 PC의 적극적 지지자였다. 특히 ‘지방’ 관련 언어의 감시자 역할을 자청하면서 책을 통해 내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예컨대, 지방에서조차 “지방방송 꺼”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는 걸 개탄하면서 그런 몹쓸 말을 쓰면 안 된다고 역설했고, (중략)」(87쪽)


“지방방송 꺼”라는 말 속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뜻이 담겨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다. 주의해야 하겠다. 


저자는 「PC의 생명은 겸손에 있다」고 하면서 「PC에 관한 의견을 표명할 때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상대방의 기분을 최대한 배려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3. 리처드 J. 번스타인,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이 책은 내가 노트북으로 청강하는 온라인 강좌가 있는데 그 강좌의 교재 중 하나여서 구매했다. 매달 한 강좌씩 청강할 계획이다. 이번엔 한나 아렌트에 대한 강좌를 청강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내 글에 인용한 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그에 대해 깊이 공부하려 한다. 



 


4.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만 저자의 강좌를 접하다가 이번엔 책으로 만나기 위해 구매했다. 요즘 철학, 하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철학자다. 중앙일보에 ‘최진석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자의 탁월한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 이르게 될지 궁금하다.



 


5. 황해문화 117호
















일 년에 네 번씩 발행하는 계간지다.


다음과 같은 문화 비평을 읽고 싶어 구매했다. 

   

고정된 믿음은 위험하다 | 오길영 285

세월호 ‘보도 참사’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기를…… | 김서중 299

인디 음악 1세대, 허클베리핀의 25년 | 나도원 307

이윤기의 화성별곡 | 김종길 317

어떤 외로움에도 그 불꽃이 사그라지지 않기를 | 한상정 328

성적 통제는 어떻게 저항의 불씨가 되는가 | 나영 339

인천 독립운동 상징물, 급조해선 안 된다 | 이희환 346 

(책의 목차 중 일부다. 알라딘에서 옮겨 왔다.)




어제 찍은 사진





댓글(38)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2-12-27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나 아렌트 강의 들으시며 책 읽으시면 효과 두 배이시겠어요^^ 혼자 드셔도 두께 일정하게 예쁘게 롤케익 커팅하신 페크님의 정갈함^^

페크pek0501 2022-12-27 11:43   좋아요 1 | URL
두 배 효과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런 거 있죠. 책 한 권을 읽어도 몇 페이지만 내게 쓸모있고,
강의를 몇 시간 들어도 몇 분만 내게 쓸모있는 내용이고 나머지는 그저 그런... ㅋㅋ 모래알에서 진주 찾기를 하는 느낌입니다.
정갈함은 생각 못한 것이네요. 더 예쁘게 자를 걸 그랬습니다. 하하~~

yamoo 2022-12-27 1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 권 읽은 책이 바로 최직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의 책을 읽다보면, 최진석이 과연 철학자인지 심히 의심이 들어요. 논증할 부분을 완전히 건너띄거나, 건전한 상식에 기반한 논증을 하고 있어요. 물론 철학을 쉽게 풀어 주는 게 장점이긴 합니다만...뭐랄까, 한계도 뚜렷합니다.
탁월학 사유의 시선은 집필한지 꽤 되어서 현재 한국의 모습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시선이 세계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이고, 이 책은 중진국을 넘어서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건데, 좀 식상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솔루션적인 면도 좀 부족하고요..

특히나 최진석 철학의 최대 약점은, 물론 제가 보기에, 노자 철학을 베르그손 철학의 운동 개념을 많이 차용하여 설명하는데 있는 듯보인다는 거에요. 노자가 과연 당시에 그런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심히 의구심이 듭니다. 그의 노자 강연을 재밌게 보고 책을 찾아 읽으면서 든 생각이에요~~ㅎ

페크pek0501 2022-12-27 11:41   좋아요 2 | URL
역쉬~~ 야무 님의 전문가다운 촌평이십니다. 최진석 님의 장점은 철학을 쉽게 풀이해 안내한다는 점, 그래서 철학을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에요. 말을 잘한다는 것과 글을 잘 쓴다는 것도 장점.
한계 말씀하셨는데 그건 철학이란 분야가 명쾌하기 어려워서 저는 어쩔 수 없는 걸로 이해합니다.
노자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듯하고요.
최진석 님만큼 아는 게 저의 목표예요. 사실 그만큼 알고 있기도 어렵다는 생각이니까요.
시대가 지나간 책도 나름대로 유익해요. 그걸 생략하고 현재를 말하고 있는 책만 읽는다면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에요.ㅋㅋ
좋은 말씀, 감사히 읽었습니다. 좋은 그림을 또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yamoo 2022-12-27 13:36   좋아요 4 | URL
물론 텍스트의 해석은 사람마다 달라요. 그건 맞아요. 근데, 동양철학 특히 노장철학을 서양철학의 논리로 해석하면 매우 위험하다는 게 노장사상 전문가들의 전언이에요. 가장 극명한 얘가 노자의 자연을 nature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고, 서양철학의 존재론적 관점에서 노장을 해석하고 해설하는 건데....이건 해석의 다름이 아니라 오류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런 걸 떠나서....난, 노자에 대해 대략적으로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뭐라할 수 없는 일입니다만, 그렇게 처음 노자를 이해한 다음에 제대로 된 노자를 읽으면 이해가 안되고 내가 이해한 노자와 상충하기에 그렇습니다.

페크님의 의도가 뭔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유익한 건 유익한 거죠..^^

페크pek0501 2022-12-27 13:42   좋아요 0 | URL
고견이십니다. 도움이 됐어요. 공부하면서 참고하겠습니다.^^

새파랑 2022-12-27 1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은 책도 많으실텐데 아직도 구매하실 책이 있군요~!!

책은 읽고 싶은 책을 사는게 아니라 일단 사놓고 읽고싶은 책을 고르는거 같아요 ㅋ

페크pek0501 2022-12-27 12:30   좋아요 2 | URL
이 시대에 관한 책은 계속 사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또 그 이전의 책부터 읽어야지, 하고 또 구매할 책이 생기죠. 강준만 저자의 책이 그런 경우죠.
그래도 몇 달을 안 사고 참았다는 게 대단하지 않습니까!!! 기록을 보니 이 해가 가장 적게 샀더라고요.^^

독서괭 2022-12-27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집에 쌓여있는 책이나 읽자 가 저의 새해결심입니다 ㅎㅎ 강준만, 한나아렌트 읽고 싶네요. ^^

페크pek0501 2022-12-27 12:31   좋아요 3 | URL
좋은 결심입니다. 새해 결심을 응원하겠습니다!!!

2022-12-27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12-27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씨와 같은 분이 보수당에서 당대표가 되신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을것 같습니다. 페크님 온라인 강좌 들으시는군요!
저에게도 책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든든한 뒷배를 가진 느낌적 느낌ㅋㅋㅋ

페크pek0501 2022-12-27 13:51   좋아요 1 | URL
하하~~
저도 책이 있어 외롭지 않아요. ㅋㅋㅋ

라로 2022-12-27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묵직한 책을 사셨군요.^^
저는 사고 싶은 책이 자꾸 늘어만 가요. 1월에 산다며 장바구니에 넣어 놓은 것이
벌써 15권이더라구요.ㅠㅠ 왜 이렇게 사대기만 하는지요. 페크님처럼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 느끼고...
롤케이크와 커피 사진 멋져요.
저도 지금 저녁 먹고 커피와 초코 롤케이크 먹으려고 하는데 사진 찍어서 올려볼까봐요.^^
앗! 저도 투명컵에 담았어요, 커피.ㅎㅎ

페크pek0501 2022-12-27 14:48   좋아요 0 | URL
우하하~~ 저도 사고 싶은 책이 얼마나 많은지 장바구니에 만만치 않게 많아요. 많이 자제하죠.
읽어야 할 책에 비해 생이 짧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롤케이크와 커피, 어제와 오늘의 제 아침 메뉴였네요. 빵을 즐겨 먹지 않는 편인데 요즘은 맛있네요.
사진 찍어 올리시면 구경 가겠습니다. 먹방 사진은 무조건 좋아용. 특히 커피가 있는~~~.ㅋ

stella.K 2022-12-27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서재의 달인 되셨군요?
올해는 안될 거라고 걱정하시더니. ㅎㅎ
예전에 서재의 달인하고 북플하고 따로 보내주지 않았나요?
그땐 제가 북플을 안 써서 서재의 달인 하나만 받았거든요.
언니 서재의 달인 혹시 안 되시고, 나한테 두 개 보내주면 한 세트는
언니에게 보내 드릴까 행복한 상상도 했는데 막상 한 개만 보내주네요.ㅎㅎ
뭐 언니도 받으셨을 테니 잘 됐고, 같은 선물 두 개 보내줘 봤자 쓰레기 될테니
좋긴한데 김이 좀 빠지네요.ㅠ

저 강준만 씨는 저에겐 미스테리어요.
남은 책 한 권 내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많은 책을 내도 되나 싶기도 하고.
저도 이번에 최진석 교수의 책을 읽었는데 처음엔 좋다고 쾌재를 불렀는데
갈수록 어렵더군요. 겨우 다 읽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뒤의 몇 쳅터는 안 읽기로 핶죠.
뭐가 그리도 어려운지.ㅠ

저도 성탄절 날 뜻하지 않게 롤케잌 선물 받았는데 참 난감하더군요.
주신 성의 생각하면 감사히 받아야하는데 먹을 거 생각하면 캄캄하더군요.
그래도 우리 집 늙은 소년 가장이 어제, 그제 조금 먹고 저도 맛 본다고 먹고
반쯤 남았어요. 마져 먹어야죠.ㅠ ㅋㅋㅋ

페크pek0501 2022-12-27 21:46   좋아요 2 | URL
예, 서재의 달인이 안 될 줄 알았는데 됐어요. 저도 깜놀했어요. 연간 통계 보니 제가 쓴 글자 수가 단행본으로 8권 이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상반기에 글 많이 올렸나 봐요.
선물 두 개 주는 건 몰랐어요. 그렇게 받은 적이 없는지라...ㅋㅋ 제게 주실 생각을 하셨다니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네요.

저 역시 강준만 교수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에요. 그 많은 책을 쓰다니... 지금 이 시간에도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저도 최진석 님의 글 읽어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공부를 많이 하면 글을 어렵게 쓰게 되는 걸까요...

스텔라 님은 롤케이크처럼 단 것 안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단 것 안 좋아했는데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산 거예요. 단 빵엔 쓴 커피가 딱입니다. 연말 잘 보내시길...^^

yamoo 2022-12-28 13:08   좋아요 0 | URL
음....스텔라님이 어렵게 생각하신 최진석 교수의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네요...위 책인가요?? 어느 지점에서 어렵게 생각하신지 알려주시면 고맙겠어요!

stella.K 2022-12-28 13:28   좋아요 0 | URL
아, 얼마 전 독서대 자랑하면서 배경삼아 올린 그 책이요.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한 책의 반 정도까지는 글을 잘 쓴다 싶었는데 넘어가니까
뭔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저야 철학 특히 동양철학은 전무하다시피하니 뭐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이게 어디 독자 탓만 할 수 있나 싶기도 하더군요. 끝까지 뒷심을 좀 발휘하지
그래서 별 다섯 개 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뒤에가서 헤메서 별 하나 빼기로 했어요.ㅋ

서니데이 2022-12-27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간과 에너지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루가 너무 짧아서요.
집에 읽지 않은 새 책이 있어도 계속 신간이 나오니까, 책을 계속 사긴 합니다만 읽는 속도가 점점 늦어져요.
건포도가 들어간 롤케이크가 스폰지처럼 폭신한 느낌이 사진에서도 느껴집니다.
즐거운 티타임 되셨으면 좋겠어요.
날씨가 매일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12-27 22:54   좋아요 2 | URL
특히 늦잠을 자고 나면 하루가 더 짧아서 늦잠을 안 자려고 합니다.
저도 그래요. 사고 싶은 책은 늘어나고 읽는 속도는 빨라지지 않고...ㅋㅋ
아침마다 즐거운 티타임을 갖습니다. 커피만 있으면 가능해요.
우리 둘째애가 감기에 걸렸어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요,
얼마 남지 않은 이 해의 마지막 날들 잘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12-28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방에 살고 있지만, 지방방송 꺼! 란 말을 의식하고 있지 않았었네요?ㅋㅋㅋ 너무 오랜만에 들어본 말입니다. 어휘를 가려써야겠단 생각을 저도 책을 통해 종종 하게 되더군요. 전 결정 장애라는 말을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암튼 굵직한 책들이 눈에 띕니다. 아렌트는 강의를 듣고 읽으시면 도움이 많이 되시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롤케잌은 너무 맛있겠다란 생각도 함께 했구요ㅋㅋㅋ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2-12-28 16:07   좋아요 1 | URL
글쎄 말이에요, 지방방송 꺼, 라는 말. 저도 그 말을 무심히 듣고 무심히 말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무심해서 놓치는 경우가 있죠.
결정 장애... 일단 장애라는 말을 사용할 땐 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굵직한 책들... 내용은 가볍지 않으나 대신 5번의 계간지를 제외하면 네 권 모두 3백 쪽 이내로 두껍지 않은 책이에요.
주로 독학을 해 왔기에 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면 더 공부가 될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님도 연말 잘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기억의집 2022-12-28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꾸준히 사는데.. 여전히 읽는 속도가 나지 않어요. ㅠㅠ 페크님~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2-12-30 10:19   좋아요 0 | URL
계획이란 게 50프로 이상 실천하면 잘 된 걸로 제 맘대로 생각합니다. 이 생각을 기억의집 님께도 권합니다.
가령 하루 60쪽씩 읽기로 했다면 30쪽만 읽어도 성공인 걸로 합니다.ㅋㅋ
기억의집 님도 -겨우 이틀- 남은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 좋은 일 가득하길 응원하겠습니다.^^

scott 2022-12-29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 양이 넘 작습니다

롤빵과 함께 페크님에게
맛나는 커피
( )_( )
(„• ֊ •„)
O☕️O
드려요.

페크pek0501 2022-12-30 10:22   좋아요 0 | URL
호호~~ 저 원래 저렇게 한 잔 마시고 그러고 나면 커피 가루가 남아 있어 또 뜨거운 물을 부어 한 잔 또 엷게 마셔요. 카누 하나로 두 잔을 마시는 즐거움~~
저도 ( )_( )
(„• ֊ •„)
O☕️O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12-29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30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12-31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예요.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3-01-01 09:49   좋아요 2 | URL
새해 첫 날에 인사를 드립니다.
서니데이 님도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많이 가지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3-01-01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분 차이로 해가 바뀌었습니다 2022년 12월에 사신 책 아직 다 안 보셨겠지요 새해에 이어서 보시겠습니다 페크 님 2023년에도 책 즐겁게 보시고 글도 즐겁게 쓰시기 바랍니다

페크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1-01 09:51   좋아요 1 | URL
새해 첫 날입니다.
희선 님도 올해처럼 새해에도 책 보고 리뷰 쓰시며 보람 있는 시간을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3-01-02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2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



‘프롤로그’에서 발췌함.


20쪽 – 책이 주는 자극은 마음의 문을 노트하는 것에서부터 쿵쾅거림, 다소 욱신거리는 자극, 격렬한 대화 등등 다양하다. 그래서 여러 권의 책을 한 권으로 읽는 사람과 한 권의 책을 여러 권으로 읽는 사람의 차이가 생긴다. 수량으로는 전자가 많이 읽고 시간을 더 쓰는 것 같지만, 실질적인 수확은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토머스 해리스의 '대중 소설’ 《양들의 침묵》을 예로 들어보자. 이 책은 '범죄 스릴러’로 읽을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 책을 여러 권의 다른 책으로 읽는다. 범죄와 지식의 관계, 범죄자의 지적 매력, 식인의 의미, 동성애 코드, 선악의 대치보다 지적 친밀성이 우선하는 관계, 현대 범죄 패턴의 변화, 말하기가 인간을 자살로 이끌 수도 있다는 점, 말과 죽음의 관계 등 열 권 이상의 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

 


 

15~16쪽 – <미운 오리 새끼>의 작가 안데르센은 동성애자였으며,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은 동성애 정체성과 정치적 은유로 이루어져 있다. 이성애 제도에 대한 이해 없이 그의 문학을 읽고, 평론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내 석사 논문 소재였던 가정 폭력도 위에 적은 모든 분야의 지식이 필요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한 분야만 공부한 전공자보다 더 깊게, 더 많이 알게 된다. 개인이 축적한 지식의 양 때문이 아니다. 이는 구조적으로 당연한 일인데, 여러 학문을 두루 접하면 지식의 전제와 지식이 구성되는 역사적 과정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20쪽 – 책이 주는 자극은 마음의 문을 노트하는 것에서부터 쿵쾅거림, 다소 욱신거리는 자극, 격렬한 대화 등등 다양하다. 그래서 여러 권의 책을 한 권으로 읽는 사람과 한 권의 책을 여러 권으로 읽는 사람의 차이가 생긴다. 수량으로는 전자가 많이 읽고 시간을 더 쓰는 것 같지만, 실질적인 수확은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토머스 해리스의 ‘대중 소설’ 《양들의 침묵》을 예로 들어보자. 이 책은 ‘범죄 스릴러’로 읽을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 책을 여러 권의 다른 책으로 읽는다. 범죄와 지식의 관계, 범죄자의 지적 매력, 식인의 의미, 동성애 코드, 선악의 대치보다 지적 친밀성이 우선하는 관계, 현대 범죄 패턴의 변화, 말하기가 인간을 자살로 이끌 수도 있다는 점, 말과 죽음의 관계 등 열 권 이상의 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22-12-19 15: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뭐랄까, 이건 일명 화제별로 읽는다는 건데....이걸 ‘한 권의 책을 여러 권‘으로 읽는다고 명명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이 듭니다. 책 한 권에는 다양한 주제와 화제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럼 한 권을 여러권으로 읽을 수 있고 주제에 맞게 읽었다면 1권을 여러권 읽었다고 셈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에코의 소설들은 한 권에 여러가지 주제를 함축하고 있어 역사소설, 과학소설, 추리소설, 중세 이야기 등 무수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 한 권으로 여러 권 읽은 효과가 나는데...이건 참으로 난감한 얘기네요..^^;;

페크pek0501 2022-12-20 11:06   좋아요 1 | URL
저자가 개성적이고 독특해요. 인터넷도 폰도 사용하지 않고 로션도 안 바른다고 하네요. 삶과 글이 일치...
책 읽는 방식도 평범하지 않겠죠. 물론 많은 공부를 한 결과겠지요. 글도 엄청 잘 쓰죠.
제가 예를 든다면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도 누군가는 여자들의 우정에, 누군가는 이웃 할아버지의 희생 정신에, 누군가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에 중점을 두고 읽을 수 있어요. 제 짧은 생각으론 요 정도로 이해했어요

야무 님처럼 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답니다.ㅋ 그냥 여러 관점에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더 생각해 볼게요. 댓글에 감사..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서니데이 2022-12-23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요즘 날씨가 많이 추운데, 따뜻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주 일요일 크리스마스인데, 계속 추울 것 같아요.
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페크pek0501 2022-12-25 10:50   좋아요 1 | URL
엄청 춥습니다.
조금 전 디카페인 카누 마셨어요. 겨울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가 가장 맛있지요.
오늘이 그 유명한 성탄절이라는군요.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도화지와 크레파스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던 때가 생각납니다.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하나의책장 2022-12-25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돌아오는 주가 지나면 2023년이라는 게 믿겨지질 않네요ㅎㅎ
날씨 많이 추우니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Merry Christmas🎄❤

페크pek0501 2022-12-27 11:24   좋아요 0 | URL
하나의 책장 님, 반갑습니다.
저도 해가 바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네요. 아니 믿고 싶지 않아요. 시간만 잘 가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책장 님도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12-26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겨울이 되어서인지 바로 뜨거운물을 부은 커피도 금방 식는 것 같아요.
저희집은 디카페인커피 다 마셔서 새로 사야겠네요.
요즘엔 크리스마스 카드도 연하장도 쓰지 않아서 그런지
연말연시는 참 빠르게 갑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12-27 11:26   좋아요 1 | URL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쉬면서 보냈습니다. 나가 봤자 사람만 많을 테지요.
맞아요, 커피가 금방 식어요. 그 정도로 춥다는 것이겠지요.
저도 디카펜인커피를 왕창 사 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떨어질 때마다 사는 거 귀찮아요.
서니데이 님도 몸과 마음이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2022-12-27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은전, <그냥, 사람>



124~125쪽 -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꿈도 꾸지 못할 자유를 아무 노력 없이 누리면서도 일상의 작은 불편조차 장애인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그들을 격리하고 가두는 엄청난 권력을 행사한다. 인구의 10퍼센트가 장애인이지만 그들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비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자신들의 가해 사실을 인식할 수조차 없다. 한때 남성들이 자신이 여성혐오의 잠재적 가해자임을 선언하는 장면에 나를 대입하면 식은땀이 난다. 나는 장애인차별의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 확실한 가해자이며, 이 시스템의 분명한 수혜자이다. 비장애인인 내가 이 지면에 장애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그 증거다.



125쪽 - 세상의 변화는 ‘장애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장애인에게 닥쳐온 어떤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작되며, 그것은 이 폭력적인 사회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살아가는 90퍼센트의 사람들이 비로소 ‘비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성찰할 때일 것이다. 



124~125쪽 -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꿈도 꾸지 못할 자유를 아무 노력 없이 누리면서도 일상의 작은 불편조차 장애인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그들을 격리하고 가두는 엄청난 권력을 행사한다. 인구의 10퍼센트가 장애인이지만 그들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비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자신들의 가해 사실을 인식할 수조차 없다. 한때 남성들이 자신이 여성혐오의 잠재적 가해자임을 선언하는 장면에 나를 대입하면 식은땀이 난다. 나는 장애인차별의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 확실한 가해자이며, 이 시스템의 분명한 수혜자이다. 비장애인인 내가 이 지면에 장애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그 증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12-16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6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오래전 완독했는데 이 책을 책장에서 발견할 때만 해도 이 책의 어떤 글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고양이에 대한 글이 있었던 것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책을 다시 들춰 보니 내가 밑줄 그은 문장들이 보였고 재독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문장이 많았다. 그중 일부를 옮겨 적고 단상을 적어 보았다. 

  


이 책 속에 담긴 일련의 상징들은 삶의 에피소드, 무대 장치, 오락...... 따위의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남은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21쪽)


⇨ 이 책은 에세이다.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고 한다.


내가 아는 바로는, 소설의 핵심은 ‘인간의 모습’이다. 즉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은 어떤 모습을 하는지 보여 주는 장르가 소설이라는 뜻이다. 


영화 타워링(1977년 개봉)은 135층의 빌딩에 화재가 일어나서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과 빌딩에 갇힌 사람들이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타워링이 영화가 아니라 소설이라면 왜 작가는 초고층 빌딩에 화재가 발생하게 했을까? 그 이유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그 본색이 드러나는 법이니까.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33쪽)


⇨ 나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일이 있기 위해 그 일이 일어났던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곤 한다. 만약 내가 경험한 것들을 점으로 그려서 그 많은 점들을 알파벳으로 표기한다면 A라는 점과 R이라는 점을 연결시킬 수 있고, C라는 점과 Y라는 점을 연결시킬 수 있다. 가령 A라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R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함이었고, C라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Y라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 무관한 일들이었는데 인과 관계가 형성된다는 얘기다. 



우리가 어떤 존재들을 사랑하게 될 때면 그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지게 마련이어서, 그런 것은 사실 우리들 자신에게밖에는 별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적절한 순간에 늘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보편적인 생각들만이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들이라야 이른바 그들의 <지성>에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57쪽)


⇨ 이 글을 읽으니 대학 시절 미팅에서 맘에 드는 파트너를 만나 들떠 있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우리들 앞에서 전날에 만난 남자 파트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또 자기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이 얼마나 귀여운 짓을 하는지를 흥분해 말하곤 하던 이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은 본인에게만 중요할 뿐이다. 


우리는 듣는 입장에서 자신의 지성을 필요로 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듣는다. 

 


그러나 한편 그 고양이가 이제는 불구의 몸이 되어 눈이 멀고 개체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없으며, 더군다나 제가 무슨 까닭으로 얻어맞은 것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꼼짝달싹도 못하며 지내야 할 것을 상상하니 차라리 그를 위해서라도 죽는 쪽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는 다름이 아니라 그 고양이 자신을 위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굳이 믿으려 애를 썼다. 그런데 실제로는 내가 사랑하던 한 존재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견디기 어려워서 그렇게 생각을 했던 것이다.(66쪽)


⇨ 인간은 결국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것인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에 빠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라는 글을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어쩌면 자신이 사랑하고 싶은 대상에 화려한 옷을 입혀 만든 환상을 사랑하는 것인지 모른다.   



여름도 다 끝나갈 무렵, 결국 물루(고양이의 이름)의 운명에 대해서도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그를 데리고 떠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오래 걸리는 여행인 데다가 도착 장소도 불확실했고 여러 군데에 기착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데리고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누군가에게 주고 가는 일이었다.(67쪽)

하여간 그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와 같이 지내는 데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았다. 이때 습관이란 말은 사랑이란 말과 동의어다.(69쪽)


⇨ 고양이를 다른 이에게 맡겨야 하는데, 고양이와 같이 지내는 데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단다. 여기서 습관은 사랑이란 말과 동의어라고 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고양이에게 보조를 맞춰 사는 습관이 있는 사람일 것이므로.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그럴 것이다. 연인이나 배우자를 사랑하면 상대편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싶을 것이므로.  


사랑은 자기를 따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보조를 맞추는 것. 



도대체 인간은 무슨 특권을 가졌기에 짐승들의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떠올랐다.(71쪽) 


⇨ 위의 글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개를 파마하거나 염색해서 다니는 걸 보면 개를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다. 그것을 개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닌 건 분명하기 때문이고, 개의 속마음은 하기 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쁘게 파마한 개를, 예쁘게 염색한 개를 키우고 싶은 견주의 욕심 때문에 개를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데 내가 애완견을 키운다면 나 역시 예쁘게 꾸며 놓고 싶을 것 같다. 그러니 똑같은 상황이 아니면서 남을 흉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병이란 여행과도 같은 값을 지닌 것이며 병원 생활이란 그 나름의 으리으리한 고대광실 생활이다. 만약 부자들이 그걸 알았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91쪽)


⇨ 노동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환자가 되어야만 노동을 하지 않고 쉴 수 있으니 병상 생활만이 휴식 생활이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 글을 읽으니 모파상의 단편 소설 ‘승마’가 떠오른다. 가정부로 일하는 65세의 노파가 빠르게 달리는 말에 부딪힌다. 이 사고로 노파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병상 생활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사고를 낸 사람이 병원비를 대어 주니 당장은 가정부로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게 되어 그야말로 즐거운 휴식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변할 수가 없다고 누가 말하는가? 인간은 지금까지 변화밖에 한 것이 없다. 기독교의 성인은 고대의 현자와 닮은 것도 아니고 현대의 시민과 닮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어떤 새로운 인간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159쪽)


⇨ 인간은 어떤 측면에선 변하기도 하고 다른 측면에선 변하지 않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변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고전을 읽다 보면 옛 사람들이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이 지금의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도 있다. 



「섬」은 저자의 제자인 알베르 카뮈가 쓴 서문으로 유명한 책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서문의 마지막 구절을 옮기는 것으로 이 리뷰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14쪽)

 



(59쪽) 헤이그 시의 거리거리를 누비고 다니면서 앓는 고양이들을 실어다가 병원에 데려가곤 하던 그 칸막이 합승트럭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질병과 사고로부터 안전이 보장되고 하루 종일 따뜻한 방 안에 들어앉아서 운하를 따라 나룻배를 저어가는 뱃사람들의 동작을, 그대 영혼의 움직임과 잘도 조화되는 그 동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지낼 수 있는 고양이들은 행복하여라!

(60~61쪽) 레닌은 옛날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그 접촉을 통하여 새로운 힘을 얻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부질없는 문제에 대하여 박학해진다는 것은 마음에 든다. 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요, 세계는 알맹이가 없는 한갓 수증기라고 여겨질 때, <경박한> 주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내 맘에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디어 내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의 대상을 정하여 그것에 여러 시간씩 골똘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은 없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2-12-12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왠지 장 그르니에와 언니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22-12-13 18:02   좋아요 1 | URL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어림없는 일이지만요...

얄라알라 2022-12-13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고등학교 때 겉멋 충족용으로 시도 & 실패
어른 되어서도 두 차례 더....잘 이해 못함...

그런데 페크님처럼, 문장, 문단....나의 삶과 연결지으려 곱씹으며 적어가며 읽어보는 방법 아주 좋겠어요!
2022년 중에는 <섬>을 다시 읽을 일 없겠지만
혹 나중에 다시 보면, 그 땐 페크님의 깊은 이야기(해제문?^^)도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겠죠?
아 페크님 서재 놀러왔다가 책 읽어야한다!!! 숙제하나 스스로 얻어 갑니다.^^

페크pek0501 2022-12-13 18:05   좋아요 1 | URL
얄라 님은 학창시절에도 책과 가깝게 지내셨군요. 이런 분이 부럽습니다.
아마도 이 책은 제자인 카뮈처럼 저자와 가깝게 지낸 사람이 가장 잘 이해할 듯해요.
저는 워낙 독학인지라 오독의 가능성이 많답니다. 그냥 저 나름의 단상인 거죠.
저는 늘 숙제를 달고 살아요. 숙제가 미완성인 게 문제지만요...^^

희선 2022-12-13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베르 카뮈가 집으로 한걸음에 달려가서 만난 책... 누구나 그러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렵다는 말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천천히 보다보면 좋은 말이나 생각을 찾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2-12-13 18:08   좋아요 1 | URL
이런 책은 전체 내용이 다 좋을 수 없고 다 이해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시대가 다른 데다가 국적도 문화도 다르니
더욱... 그래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만날 수 있으니 그게 독서의 기쁨이지요.^^

서니데이 2022-12-15 1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12-15 23:36   좋아요 2 | URL
작년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서니데이 님이 좋은 소식을 전해 주셔서 알게 되네요.
이번엔 서재의 달인이 되지 못할 거라 예상했는데 뜻밖이네요.
서니데이 님도 12월과 새해에 좋은 일들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희선 2022-12-16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서재 달인 축하합니다 십이월뿐 아니라 2022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한달이 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마지막 날까지 건강하게 지내시고 새해 잘 맞이하세요 페크 님 새해에도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2-12-16 12:40   좋아요 0 | URL
서재의 달인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제 계획은 서재의 달인이 되신 분들의 서재에 축하 메시지를 댓글로 남김으로써 덕을 쌓아 보려 했는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어요. 그래서 싫다는 건 아니고 알라딘이 베푼 호의에 감사할 뿐입니다. 이번엔 많이 선정하여 저도 포함된 것 같아요.
이 달도 반을 넘고 있네요. 잘 마무리하시는 12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기 조심하고요.^^

겨울호랑이 2022-12-16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날과 궂은 날이 있지만, 항상 일상 속에서 꾸준히 사색을 이어가시는 페크님으로부터 많이 배웁니다.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며,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페크pek0501 2022-12-16 12:36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 님처럼 저도 좋은 글을 뽑아 올리는 것, 오늘 했습니다.
저야말로 님의 글로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1-06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1-08 14: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님.
단상의 형식으로 쓴 것이라 뽑힐 줄 몰랐어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니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