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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가지를 경계한다 : 서재에 올리는 글을 쓸 때엔 뭔가 보여 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같은 게 있던 시간들이 있었다. 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기를 쓸 것이라면 뭐 하러 글을 쓰나, 하고 생각했으니까. 그땐 아마 남들이 쓰지 못할 획기적인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깨어 줄 그런 글이 좋은 글이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으니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노트에 볼펜으로 쓰는 일기에는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많은데, 이곳에 올리는 글을 쓸 땐 ‘제한적인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예전에 비해 편하게 글을 써서 올리게 된 것 같다. 내 능력의 한계를 깨달아서 어깨에 힘을 빼고 쓰게 되었다고나 할까.

 

 

다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두 가지를 검토하는 습관이 있는데, 잘난 척한 글이나 유치한 생각을 드러낸 글이 있으면 없애기 위해서다. 아무리 어깨에 힘을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고 해도 이 두 가지의 글을 경계하려고 한다.

 

 

 

 

 

2. 자유가 좋아 : 어제 친정에서 저녁을 먹고 와서 집안일을 하고 씻고 나니 밤 11시가 되었다. 글을 쓸까 하다가 잠을 잘 시간에 무리하게 글을 쓰면 병이 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자기로 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은 의무감 때문에 몸이 고단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가 있지만, 서재에 올릴 글을 쓰는 일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편하고 좋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 자유가 좋다. 직업과 다르게 취미의 장점이다.

 

 

 

 

 

3. 여행을 즐길 마음이 없네 : 며칠 전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 친구는 11월에 일본 교토에 열흘 간 여행을 가기로 했단다. 그곳에서 딸이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서 딸을 볼 겸해서 간다고 한다. 나에게 함께 갈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핑계를 대며 못 간다고 말했다. 나는 이박삼일만 여행하고 먼저 와도 되는데, 아마 나는 여행을 갈 여건이 된다고 해도 가지 않을 것 같다. 가족 여행이라면 몰라도 가족을 두고 떠나는 여행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내겐 없다. 여행하는 내내 집안 걱정을 하면서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가정에 매여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4. 어긋나는 게 인생이지 : 며칠 전 서재에 들어와 깜짝 놀랐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어느 글의 추천 수가 높았기 때문이다. 단상(71)의 추천 수이다. ‘왜 이게 추천 수가 높은 거지?’라고 생각했다. 또 반대로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어느 글의 추천 수가 낮아서 놀란 적도 있다. 단상(65)의 추천 수이다. 내 생각엔 단상(71)과 단상(65)의 추천 수가 바뀌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결론을 냈다.

 

 

‘예상과 어긋나는 게 우리의 인생이 아니던가. 그런데 뭐 그런 것에 놀라는가.’

 

 

 

 

 

5. 고독한 시간의 가치 :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세실 님이 자신이 본 책을 보내 주겠다고 댓글로 쓰셔서 내가 비밀 댓글로 우리 집 주소를 알려 줬더니 책 두 권을 보내 주셨다.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윤성근 엮고 씀,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두 권의 책을 받고 보니 행복해졌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에 이런 글이 있다.

 

 

나는 병이 된 불면증에 대해서 한 마디 해주고 싶다. (…) 내가 말하는 것은 잠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내면의 가르침이다. 아프고 기다려야 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가 오해하지 않도록 가르침을 주는 훌륭한 스승이다. (…) 누군가를 부드럽게 대하고 배려하는 것은 그렇게 대하는 것을 스스로 필요로 하는 사람만이 잘할 수 있다.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물을 다정하게 가늠하고, 정신적인 이유를 찾아서 보고, 모든 인간적인 나약함을 잘 이해하는 일은 오직 고독한 시간의 괴로운 정적 속에서 방해받지 않고 생각에 잠겨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수많은 밤을 조용히 누운 채 뜬눈으로 보낸 사람들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38쪽~39쪽.

 

 

불면증의 가치를 이렇게 잘 설명하다니. 불면증은 잠자고 싶은 밤에 찾아와서 잠을 방해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이런 가치가 있다니까 앞으론 불면증이 찾아와도 나쁜 불청객 취급을 하지 않으리라.

 

 

외로움에 대해 릴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외롭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외로움이란 어렵기 때문이죠. 그것이 어렵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외로워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 R. M. 릴케 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고독한 시간’의 가치를 안다면, 그 가치를 몰랐을 때보다 사는 데 위안이 되지 않을까.

 

 

 

 

 

6. 가끔은 동네 서점에서 : 오래전 <달과 6펜스>를 소담 출판사의 책으로 사서 읽었는데, 얼마 전 이 책을 들춰 보니 좋은 문장이 많아서 다시 읽으려니 글씨가 작아 눈이 피로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동네 서점에서 민음사 출판사의 책으로 새로 샀다. 책을 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가끔은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야겠다고.

 

 

나는 책을 거의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는데, 인터넷 서점에 밀려 경영 악화의 문제로 문을 닫는 동네 서점이 많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쉽게 언제든지 직접 책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은 얼마나 매력적인 서점인가. 그런데 그런 서점이 하나씩 사라져서 과거의 추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는 건 싫다. 또 동네 서점에 가게 되면 사야 할 책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책들을 들춰 보기도 하는데, 책을 실컷 보고 한 권도 사지 않고 그냥 나오기가 미안하다. 그래서 가끔은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 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7. 두 번 읽는 재미 : <달과 6펜스>라는 소설을 두 번째 읽고 있다. 처음에 읽었을 땐 줄거리에 흥미를 느끼며 읽었는데 이번엔 화자의 글에 흥미를 느끼며 읽고 있다. 인간을 통찰하는 글이 많기 때문이다. (245쪽까지 읽었다.) 처음 읽을 때와 비교하면 두 번째로 읽는 게 더 재밌게 느껴진다.

 

 

책을 두 번 읽는다고 하여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읽었다고 해도 큰 줄거리만 생각날 뿐 세부적인 내용은 생각나지 않기 때문에 마치 처음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음에 전개될 얘기를 궁금해 하며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처음 읽을 때 놓쳤던 것들을 꼼꼼히 챙기며 읽을 수 있어서 깊이 읽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읽는 게 더 재밌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소설은 두 번 이상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8.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자주 느꼈던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고모들도 사촌들도 말하길 좋아해서 열심히 들어 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달과 6펜스>에서도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공감이 갔다.

 

 

(그는) 좀처럼 거드름을 피우는 일이 없고, 술 한잔 권하기만 하면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다. 이들과 친해지는 데 번거로운 절차 같은 건 필요 없다. 그저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기만 하면 그들은 상대를 금방 신뢰할 뿐 아니라 고마워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얘기하는 즐거움을 인생의 커다란 낙으로 삼고 있는데, 얘기 솜씨로 보면 이들 세계의 문명이 뛰어남을 알 수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얘기를 재미있게 한다. 이들에게는 폭넓은 경험과 풍부한 상상력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229쪽, 민음사.

 

 

이 글을 읽고 우리 친척들이 생각나서 웃고 말았다. 말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말하면서 얘기 솜씨가 늘었을까. 아니면 얘기 솜씨를 타고나서 즐기게 되었을까.

 

 

 

 

 

9. 번역서의 문제점 : 위에 옮긴 글을 다른 출판사에서는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하여 찾아봤다. 비교하기 위해 옮겨 본다.

 

 

(그는) 여간해서 잘난 체하는 일이 없고 단 한 잔 술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따라서 그들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기만 하면,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마워하기까지 한다. 그들에게는 서로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바로 인생 최대의 기쁨이다. 그런 점으로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문명인인가를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줄 알며 경험과 상상력도 적절히 어울려 즐겁게 들을 만한 얘깃거리를 만들어 낸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214쪽~215쪽, 소담출판사.

 

 

출판사(또는 번역하는 사람)에 따라 문장이 어떻게 다른가를 알기 위해 두 가지의 책을 함께 보며 여러 문단을 비교해 봤다. 이렇게 비교하며 읽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그런데 두 가지 책의 번역을 비교해 읽다 보니 뜻이 많이 다른 문장도 있고, 한 쪽의 책은 아예 한 페이지가 생략된 것도 있어서 ‘번역서 읽기’의 문제점을 느꼈다.

 

 

 

 

 

10. 자국어로 읽는 국민들이 부러워 :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의 책 두 권을 구입할 예정이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란 책이다. 얼마나 잘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궁금한 건 못 참으니 사서 읽을 수밖에.

 

 

 

 

 

 

 

 

 

 

 

 

 

 

 

 

 

 

 

 

<평생 단편 창작에 몰두해 온 앨리스 먼로는 각각의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복잡한 무늬들을 섬세한 관찰력과 탁월한 구성으로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 책소개, 알라딘.

 

 

이 두 권의 책이 잘 번역되었을까 생각하며 이런 작품을 자국어로 읽는 국민들이 부러워진다.

 

 

 

 

 

11. 그러기 없기 : 생각이 깊어지길 바라면서 마음고생을 하지 않기를 바라기 없기다. 마음이 성숙하길 바라면서 마음고생을 하지 않기를 바라기 없기다. (이건 내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내가 나에게 해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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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1-0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좋지만 자기 자랑에, 잔소리 하고 또 하는 사람은 귀싸대기를! 한 방 갈기고 싶습니다.

페크pek0501 2013-11-07 21:4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저, 이렇게 소리 내어 웃었어요.
참 재미있으십니다.
저도 잘난 척...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ㅋㅋㅋ귀싸대기, 재미있는 말입니다.

마립간 2013-11-07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좋아하는 글과 추전받는 글의 차이가 큰 사람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숙고한 것을 표현한 글을 좋아하는 데, 대개 추천이 적습니다. 추천은 대중적인 글에 많이 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 글을 소개합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12884
http://blog.aladin.co.kr/maripkahn/10152
http://blog.aladin.co.kr/maripkahn/7281

페크pek0501 2013-11-07 21:49   좋아요 0 | URL
추천은 대중적인 글에... 그렇군요.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대중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님이 소개한 글 중엔 제가 읽은 글도 있네요. 천천히 보겠습니다.

추천 수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겠죠. 다만 제 예상과 다를 때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다고 여겨집니다. 왜 내 생각과 다를까? 이러면서 말이죠...

감은빛 2013-11-0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많이 한 다음날엔 늘 후회를 해요.
(오늘이 그런 날이네요. ㅠ.ㅠ)
주로 술자리에서 말이 많아지는데,
그 말들이 대부분 쓸데없는 말인 경우가 많아요.
과장이 섞인 잘난척이 대부분이니까요.

저는 앞으로 말을 많이 하는 일을 경계해야 겠어요.

페크pek0501 2013-11-07 21:50   좋아요 0 | URL
저도 말을 많이 한 다음날에 후회를 한 적이 있어요.
말이 많으면 실수가 생긴다는 것도 느꼈답니다. 침묵이 안전하긴 해요.
그 기분, 공감합니다. 공감공감공감...

세실 2013-11-0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말 많이 하는 사람들 있지요.
그 사람들은 외롭거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마음대로^^)
앨리스 먼로는 마를린 먼로랑 친척일까요? ㅎㅎ
단편으로 세계문학상을 받는다는건 대단한 필력일듯요^^ 읽어보시고 리뷰 남겨주세요~~

페크pek0501 2013-11-07 21:53   좋아요 0 | URL
외로워서다, 맞는 것도 같아요.
또 에너지가 넘쳐서인 것도 있는 듯...
저의 경우엔 몸 컨디션이 떨어지면 주로 듣게 되더라고요.
에너지가 넘칠 때 말이 많아지고요.
또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나면 말이 많아져요.

친척? ㅋㅋ 아마 아닐걸요. ㅋㅋ 세실 님은 은근히 웃기세요. 호호~~

대단한 필력이죠. 리뷰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리뷰가 잘 써지지 않아요. 실패한 리뷰가 있답니다. 그래서 못 올렸죠.
잘 써지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참, 책 두 권을 받아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프레이야 2013-11-0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리스 먼로의 저 책 두권은 어제 집에 도착했어요. 저도 궁금해서요. ㅎㅎ 둘 다 표지가 참 이쁘죠. 토욜밤부터 읽을 생각입니다. 지금은 여행중^^ 조정래태백산맥문학관을 보고 목포로 향하고 있어요. 불면증에 대한 헤세의 문장이 좋으네요. 만추에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13-11-07 21:54   좋아요 0 | URL
벌써 프레이야 님은 책 갖고 계시는군요. 관심사가 참 비슷해요, 우리들은... ㅋㅋ예, 표지 예뻐요.
아, 여행중이시군요.
불면증에 대한 헤세의 글을 보고 반해 버렸어요. 이 만추에요.
좋은 여행을 하고 돌아오세요. ^^
그리고 새 글 올려 주시길...^^


노이에자이트 2013-11-0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다구 여신도 있는데...드라마에서 귀싸대기를 잘 때리는 여자 연기자를 이릅니다.

귀싸대기를 세게 때리면 불꽃이 날 것 같다고 해서 불꽃 싸다구라는 표현도 있고요.
"너! 불꽃 싸다구 한번 맛볼래?" 하면서 쫙! 한 방!

페크pek0501 2013-11-08 14:59   좋아요 0 | URL
참, 님은 아시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싸다구 여신이나 불꽃 싸다구 같은 말을 처음 들어 봅니다.
물싸대기는 들어봤지만요.

쫙 한 방... 님은 그렇게 하시지도 못하시면서... ㅋ

잘잘라 2013-11-0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올라온 글이 없어도 이렇게 댓글 읽는 맛이 있어서 매일 알라딘서재 한바퀴,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하하하. 7번(KBS2)에서 하는 왕가네 가족인지 식구들인지 하는 드라마를 몇 번 봤는데요, 얼마 전에 거기서 탤런트 오현경이 "나 미스코리아 나온 여자야~" 하면서 어떤 여자에게 물따귀 때리는 장면이 나왔어요. 와아아.. 물따귀라는 게 있구나 하면서, 드라마를 통해서 완벽한 시범까지 보구 배운 셈이지요. 배운 바에 의하면 물따귀란 ‘물 끼얹기’ 더하기 ‘따귀 때기리’ 세트라고 하면 되겠던데요, 어쩐지 불꽃 싸다구보다 훨씬 강력한 싸다구라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13-11-09 13:19   좋아요 0 | URL
아, 메리포핀스 님, 재밌어요. 댓글에 대한 댓글을 쓰신 셈이네요.^^

저도 그 드라마 봤어요. 물따귀 때리는 장면을 보고 물싸대기를 알았다는 것이에요.
아, 그 드라마 오늘 방송하는 것 아닌가요?
문제는 재밌는 드라마를 꼭 주부가 제일 바쁜 저녁에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재방송으로 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주로 낮에 친정에서 엄마랑 볼 때가 많네요.

누군가를 때릴 때에도 용기라는 놈이 필요한 거겠죠? ㅋㅋ
님이 방문해 주셔서 기분이 전환되었어요. 좋아졌단 뜻이에요. ㅋㅋ
 

 

 

 

민음사의 책의 글.

 

 

 

 

난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네. 내가 보기엔, 사랑에 자존심이 개입하면 그건 상대방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야.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152쪽, 민음사.

 

 

 

 

소담출판사의 책의 글.

 

 

 

 

나는 나 자신보다도 그녀를 훨씬 더 사랑하고 있다네. 사랑 속에서 자부심이 생겨난다는 것은 상대방보다도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라고 생각하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143쪽, 소담출판사.

 

 

 

 

번역과 상관없이 내가 고치고 싶은 대로 써 보았다.

 

 

 

 

난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네. 사랑하는 사이에서 자존심을 따지기 시작하면 그건 상대방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걸 말한다고 보네.

 

- pek0501

 

 

 

 

 

여러분은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까?

여러분은 어느 글이 가장 맘에 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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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0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존심'과 '자부심'은 아주 다른 말인데 두 가지로 번역이 된다면, 원글에 어떻게 나오는가를 살펴야겠네요. 어느 출판사 판이든 어딘가 빼먹거나 얼버무리듯 넘어갔구나 싶어요.

저는 이 작품을 처음부터 영어로만 읽어서 그런지, 번역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 줄 잘 모르겠네요
^^;;;;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적에 들은 말이 있어서, 서머셋 모옴 작품은 번역으로 읽지 말고 원글로 읽으라고 해서, 이분 작품은 다 영어로만 읽었어요. 그래서 영국 영어를 새삼스레 공부할 수 있었어요.

페크pek0501 2013-11-06 10:38   좋아요 0 | URL
와우, 대단하네요. 영어로 읽으셨다니... 멋집니다.
맞아요, 자부심과 자존심은 다르죠. 저는 어느 한 쪽의 출판사가 틀렸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두 가지의 책을 비교하며 읽다 보니 한 쪽의 출판사의 책이 화자의 설명을 한 페이지나 빼먹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양심에 관한 글이에요.

번역 작품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될 때마다 그 문학작품을 자국어로 읽을 수 있는 국민들이 부러워집니다.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blanca 2013-11-0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부심보다는 자존심인 것 같아요. 진짜 원문이 궁금하네요. 신기해요! 저 어제 민음사 <달과 6펜스> 받았거든요!

페크pek0501 2013-11-06 10:54   좋아요 0 | URL
오, 블랑카 님, 반갑습니다.
저도 원문이 궁금해요.
저도 민음사의 책으로 두 번째 읽고 있는데 (245쪽까지 읽었어요.)
두 번 읽는데도 참 재밌어요.
번역서를 고를 땐 이왕이면 부자 출판사의 책으로 고르게 돼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돈이 많아야 번역료가 비싸도 실력 있는 번역자에게 일을 맡길 것 같아서요.
민음사가 부자 출판사이죠. ㅋㅋ

다락방 2013-11-06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존심이 맞는 표현일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저 말에 동의해요. 제 경우엔 자존심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저를 더 사랑함을 인정하거든요.

페크pek0501 2013-11-06 13:09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저도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듯해요.

참, 님이 추천해 주신 <선생님의 가방>도 읽고 있어요. 반 이상 읽었는데 뒷얘기가 궁금해요. 선생님과 제자가 분명히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서로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재밌어요. 어떤 얘기가 또 펼쳐질지...
다 읽고 나서 이 책에 대한 글도 써서 올릴 거예염. ㅋㅋ


stella.K 2013-11-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일 달과 6펜스를 다시 읽는다면 민음사판으로 사서 읽게될 것 같은데요?
글치 않아도 어제 번역투 문장에 대해서 찾아 봤어요.
우리말도 쉽고 좋은 게 많은데 왜들 어렵게 쓰는지 모르겠어요.
번역하는 사람들 번역에만 신경쓰지 말고 우리말 전달력에도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번역도 제2의 창작이라는데 말이죠.
언니 저 번역도 좋은 것 같아요. 이참에 번역일 해 보시는 건 어떠실런지...?!^^

페크pek0501 2013-11-06 13:12   좋아요 0 | URL
예, 민음사가 좋을 것 같아요.
번역투의 문장, 한자어, 수동적 표현 등을 삼가라고 배우지만 이미 습관이 된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봐요. 저도 그런 걸 쓸 때가 있답니다.
번역서로 문장 공부를 하는 건 피하는 게 좋겠지요...

아, 이런.... 제가 영어 실력이 없다는 고백을 하고 말게 만드네요. ㅋㅋ
그래도 중고등 학창시절엔 영어 과목을 좋아했는데 말이죠.
암기력(기억력)이란 게 지나간 시간과 싸워서 이길 수가 있어야지요.
저, 서머싯 몸의 팬이 되기로 했어요. 어째서 두 번 읽고서야 팬이 되기로 했을까요. ^^

 

 

 

 

<달과 6펜스>라는 소설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모순에 찬 것이며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위선이 숨겨져 있고 고결한 정신 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숨어 있고, 또 사악한 마음속에는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깃들여 있는가 등을 그 무렵의 나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51쪽, 소담.

 

 

 

이것을 이렇게 바꾸어 볼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이 성실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이고, 고결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며, 불량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엔 하얀 색의 수건을 걸레로 사용하는 주부가 있다. 그 집에 가면 걸레가 얼마나 깨끗한지, 걸레인지 행주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얀 걸레를 매일 빨아서 삶기 때문이다. 그런데 걸레만 보고 그 집의 청결 상태를 판단해 버리면 안 된다. 화장실에 가 보면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기가 예사였기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는 자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이런 주부도 있다. 방 청소보다 화장실 청소를 더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자기는 바쁠 땐 방 청소를 생략하지만 화장실은 매일 청소한다고 한다. 집에서 화장실의 청결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결론은 청결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

 

 

이런 사람도 있다. 살림을 알뜰하게 하는 어떤 사람은 돈이 아까워 택시를 타는 일이 전혀 없을뿐더러 마당의 화초에 주는 물도 아까워 빗물을 받아 놨다가 화초에 물을 준다. 그런데 그는 여행을 다니며 쓰는 비용에 대해선 전혀 아까워하지 않아 사계절마다 여행을 다니며 돈을 쓴다.

 

 

결론은 알뜰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

 

 

나의 경우, 결벽증이라고 할 만한 버릇이 하나 있다.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뽑아서 보려 할 때 키친타올에 물을 적셔서 책의 겉면을 앞뒤로 닦은 뒤에 책을 보는 것이다. 먼지를 닦고 보기 위해서다. 이런 버릇은 책을 만진 손이 더럽다고 느낀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닦아서 보는 게 좋은 버릇이라고 여기지는 않아서 애들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 하지 않고 애들 몰래 닦는다. 애들이 나를 닮는 건 싫기 때문이다.) 이런 결벽증이 있다고 해서 모든 면에서 청결할 것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청결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텔레비전이나 전화기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는 걸 보면서도 닦지 않을 때가 많다.

 

 

결론은 결벽증이 있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

 

 

흔히 사람들은 일부만 보고도 전체를 미루어 안다는 뜻으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말하지만 이는 틀린 말인 것 같다. ‘열을 알고도 하나를 모르는 게 인간이다.’라는 말이 오히려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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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0-3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가볍게 이는 바람에도 마구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사람'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울지요...

* * *

내 의지와 사유는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움직이며, 그 중에도 많은 움직임은 나 없이도 되어 간다. 내 이성에는 매일 돌발적인 충동과 동요가 있다.

심령의 모양은 변한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속은 이때는 이 생각,
한 가닥 회오리바람이 구름을 밀고 가면,
그때는 다른 생각을 품게 된다. (베르길리우스)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페크pek0501 2013-11-01 12:35   좋아요 0 | URL
오렌 님, 매일 돌발적인 충동과 동요가 있다, 라는 말이 와 닿아요.
인간이란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이 달라서 변덕쟁이일 때가 많지요.
그래서 일관성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아, 사진 구경하러 가겠습니다. 님이 본 가을 풍경이 궁금하군요. ㅋ

stella.K 2013-10-3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편견의 존재긴 하죠. 근데 어떤 건 맞는 경우도 있는 것도 같구...
아니면 그런 말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심리도 있는 것 같아요.ㅋ
아, 달과 6펜스 어렸을 때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지금쯤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요?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싶은 책 몇 권 안 되지만
그 중 하나죠. 다시 읽을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ㅠㅠ

페크pek0501 2013-11-01 12:36   좋아요 0 | URL
애태커스 님, 저는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으로 정했어요.
오래 전, 소담 출판사의 책으로 읽었는데 다시 펼쳐 봤더니 좋은 글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글씨가 작더라고요. 그땐 몰랐는데...
그래서 민음사의 것으로 동네 서점에서 샀답니다.
눈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작은 글씨의 책은 읽지 않으려 해요. ^^



yamoo 2013-11-0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글을 사랑해마지 않습니다요^^ 가차없이 추천을 날릴 수밖에 없는 글입니다!ㅎㅎ

근데, 문예출판사와 민음사 표지를 모두 고갱의 자화상을 택했군요! 왜 그랬는지 갑자기 궁금증이 커지네욤~^^ 고갱과 몸....뭔 관계가 있을까요? 고갱 전기를 보니, 책에 단 한줄도 서머싯 몸과의 언급도 없던뎅~

페크pek0501 2013-11-02 12:5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이 글의 추천 수가 왜 높은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요.
추천 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ㅋ
바로 야무 님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의 추천 수???

이 소설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로 유명하지요.
서머싯 몸이 고갱의 생애를 연구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이 책의 줄거리를 구상했다고 하네요. 아마 서머싯 몸이 고갱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그의 화가로서의 천재성이 흥미로웠을 듯해요.

아무튼 재밌는 소설이에요. 명작 중엔 지루한 소설이 많은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답니다. 저는 아무리 명작이라도 유익하다고 해도 재미없으면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ㅋㅋ

yamoo 2013-11-03 22:19   좋아요 0 | URL
오! 그랬었군요~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이라니...전 제목만 알고 내용은 전무~ 알라딘 중고서점에 눈에 띄면 얼른 사야겠어욤! 지루하지 않다니, 우와~ 브라보!!

페크pek0501 2013-11-05 13:11   좋아요 0 | URL
아, 모르셨군요. 줄거리도 재밌지만 그보다도 화자의 설명 중에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는 글이 많아 저로선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읽고 있어요. ^^


마녀고양이 2013-11-02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무엇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불안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것은 A이다, 저것은 B이다 라고 정의하고 싶은가봐요.

실은 혼란덩어리에 수많은 조각에 모순이 내재되어 있는게 인간인데,
그렇게 자신을, 타인을 수용하기가 왜 그리 어려워 방점을 찍으려 할까 싶어지기도 해요.
불안하니까... 모호한 것은,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몰라서 불안하니까
그래서 정의하려는 것이다... 라는 생각도 들구요.

저에게 누군가
당신은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하면 참 기분이 불편해져요.
난 그런 면만 있는게 아니야 라고 늘 항의하고 싶어져요, 칭찬에 대해서조차도.

페크 언니, 잘 지내시죠~ 늦가을이네요.

페크pek0501 2013-11-05 13:17   좋아요 0 | URL
잘 지낸답니다. ㅋ
우리가 하는 말의 대부분이 이미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해요.
불안하니까 정의하려는 것이다, 라는 말조차도요...
이 하늘 아래 새 것이란 없는 것이죠. 반복, 재탕, 약간의 변주곡이 있을 뿐이에요.
제가 쓴 위의 글도, 저 주제로 제가 설마 최초로 썼겠습니까. 다만 제가 책에서 본 적이 없으니 저 나름대로 쓸 수 있을 뿐이죠. 인간의 느낌이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늦가을이라니, 이제 초겨울로 접어들겠군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마고님... 반가웠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3-11-0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모옴 시대가 되면 디킨스 식의 인물 설정은 구식이 되죠.이른바 전형성을 내세우는 인물은 현실성이 없다는 겁니다.악한 사람도 어느 구석엔 착한 성격이 있고, 그 반대도 있고...그게 맞죠.강력계 형사들에 의하면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착한 일을 조금씩은 한답니다.그러면서 흉악범 스스로도 위안을 삼는다고 하죠.나도 착한 성격이 있다고...하면서.

페크pek0501 2013-11-05 13:2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형사들이 그런 말을 했군요.
이분법적으로 어떤 전형의 인물로 나누어 쓴 소설보다는 양면성을 가진 인물을 그린 소설이 더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 사람이 각기 다르게 평가되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에요.

이번에 두 번째로 책을 읽으면서 서머싯 몸이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작가인지
새삼 놀라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 읽었을 땐 줄거리에만 반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인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에 반했답니다.
고전소설이 이 정도면 문학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확보한 게 아닐까 싶어요.
기회 있으면 <달과 6펜스>를 페이퍼로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반가웠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3-11-06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의 소설은 내용이 명료해서 좋은데 중편소설 <비>를 읽어보면 선교사의 자살동기가 뭔지 해석이 다양해요.혹시 안 읽었으면 한번 읽어보세요.몸은 중단편도 읽을 만해요.

페크pek0501 2013-11-06 08:58   좋아요 0 | URL
<비>는 읽어 보지 못했어요. 찾아 볼게요.
몸의 소설은 무엇이든 다 읽고 싶어요. 내용도 문장도 맘에 듭니다.
인간을 통찰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화책을 읽었다. 재밌다. 마스다 미리 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라는 책이다. 이 책은 미술로 말하면 색깔을 입히지 않고 스케치를 한 그림과 같다. 음악으로 말하면 반주 없이 부르는 노래와 같다. 간결한 필치가 뭔가 생략된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내용이 무겁지 않고 가벼운 일상 이야기의 만화책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들을 글로 정리해 보았다.

 

 

 

 

 

 

 

 

 

 

 

 

 

 

 

 

 

 

1.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아, 제목이 좋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몰라서 이 책 제목에 끌렸던 것 같다. 누구나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를 모른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녀는 글을 쓰고 고단해지면 쉬다가, 또 글을 쓰고 고단해지면 잠을 자다가,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 매일 그렇게 살고 싶다. 하지만 그런 날을 갖기란 쉽지 않다. 전화가 오면 받아야 하고 청소를 해야 하고 식구들이 들어오면 밥상을 차려야 한다. 또 어느 날은 돈을 벌기 위해 외출해야 한다. 삶이란 게 글쓰기와 휴식만 하면서 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매일 살아 보았더니 글쓰기에 싫증이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당분간 글을 쓰고 싶지 않게 되었던 것. 그녀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또 하나의 예.

 

 

그녀는 남편이 애처가이길 바랐다. 자신에게 관심이 많고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남편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남편이 자신에게 애정 표현을 많이 하고 늘 옆에 같이 있으려고 하고 자신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하니까 지겨워져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자신에게 적당히 무관심한 남편이길 바라게 되었던 것. 그녀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결론은 이론과 실제가 다르듯이 상상과 실제 또한 다르다는 것. 자신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

 

 

 

 

2. 나는 늘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고 나면

의미가 달라지곤 한다. 왜 그런 걸까?(3쪽) : 나도 그런 적이 있다. 내가 진지하게 얘기하고 나면 말의 의미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왜 그럴까? 말을 하는 사이 핵심을 잊어 잘못 말했기 때문인가. 언어 표현의 한계 때문인가. 아니면 ‘생각’보단 ‘말’이 가볍게 느껴지는, 말의 특성 때문인가.

 

 

 

 

3. 고모. 되고 싶은 대로 되지 못한 거야?

글쎄~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

그렇지만, 꼭 그렇다고도 할 수 없어.

되고 싶었던 게 꼭 되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까~(19쪽) : 어릴 때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고 해서 꼭 대통령이 되고 싶은 건 아닐 수 있다. 어릴 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고 해서 꼭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건 아닐 수 있다. 어릴 때 대통령에 대해서, 그리고 피아니스트에 대해서 올바르게 알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니까. 또 막상 해 보면 그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을 수가 있으니까.

 

 

 

 

 

4. 되고 싶은 대로 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북새통이 될 거야~(20쪽) : 되고 싶은 대로 다 된다면 모두 좋은 직업만 택하려고 할 테니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게 뻔하다. 만약 아무도 쓰레기를 치우는 직업을 갖지 않으려고 하면 세상은 쓰레기 천국이 되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모두 같은 시각으로 보게 된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왜냐하면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면서 좋은 일을 한다고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세상엔 있어야 하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고마워해야 한다.)

 

 

 

 

5. ‘그 사람만 있으면 아무 것도 필요 없다’라는 건,

뭔가 아닌 것 같아. 내 인생에 ‘내’가 없으면 안 되니까!(21쪽) : 그 사람만 있으면 먹을 것도, 돈도 필요 없을까? 그 사람이 있다고 해도 세상을 살아가자면 필요한 게 얼마나 많은가. 또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누군가를 이해했다는 것은 자기 나름대로 그를 오해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법이니까.

 

 

 

 

6. 내가 산타클로스에게 받고 싶은 것은.

보장

일지도. 어떤 의미에선.(44쪽~45쪽) : 어떤 보장을 말하는 것일까.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보장’을 말함일까. 만약 소원을 들어 주는 산타클로스가 실제로 있다면 나는 ‘걱정 없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하겠다.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돈 스트레스가 없고 속 썩이는 가족이 없다면 행복할 것 같기 때문이다. 삶이 지루하다든지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든지 하는 정도는 감수하리라. 그 정도의 문제는 있어야 하리라.

 

 

왜냐하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그렇다.

 

 

천국이 실제로 있다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먹을 것이 많고 웃을 일이 많고 좋은 물건들이 가득하다고 해서 사람들은 행복할까. 서로를 시기하지 않고 싸움을 하지 않고 착한 마음만 있다면 행복할까. 결핍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풍요’를 ‘풍요’라고 느낄 수 있을까. 불행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행복’을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분명히 풍요롭다고 느끼지도 않고 행복하다고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양지가 있기 위해선 음지가 필요한 법이다.

 

 

 

 

7. 원하는 것이 없다는 건

행복한 것인지도 몰라.(49쪽) : 원하는 것이 없다는 건 행복일까, 불행일까.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여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행복한 사람이기보다 불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것이 없다는 건 미래 속에 있는 ‘희망’이 없다는 걸 의미할 테니까.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없다는 걸 의미할 테니까. 바꾸어 말해 앞으로 갖게 될 기쁨의 부재를 말함이니까.

 

 

 

 

8. 이 허전한 느낌은 뭘까?

그렇지만, 다들 이렇게 말하지.

‘사치스러운 고민’이라고.(57쪽) : 사치스러운 고민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문제이든 큰 문제이든 누구에게나 고민이란 건 심각하고 절실한 것이므로. 남이 볼 때 사소한 일이지만 그 일로 상처받아 목숨을 끊기도 하는 게 사람이므로.

 

 

 

 

9. 아직 사랑을 해도 된다는 게 부러워.

난, 이제 사랑을 해서도 안 되고

다른 남자와 자서도 안 된다.(72쪽) : 아직 사랑을 해도 되는 미혼자인 친구를 부러워하며 주부가 혼잣말을 한 것이다. 나도 혼자 사는 친구를 보면 그런 부러움을 느낀다. 누구를 만나도 되는 그런 자유로움이 좋아 보이는 것이다. 여자는 일단 결혼만 하면 남자 선배든 남자 후배든 만나서는 안 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어떤 사이든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무조건 남녀 관계로 본다는 것이겠다. 그렇다면 여자 나이가 몇 살쯤 되어야 남자를 만나도 남녀 관계로 보지 않는 것일까? 내가 60대가 되면 어떤 남자를 만나도 되는 건가? 아니면 70대가 되면 어떤 남자를 만나도 되는 건가? 만약 그런 나이엔 남녀 관계로 보지 않는다면 늙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10. 엄마도 (‘주인’보다) ‘주인공’이 더 좋다고 생각해!(122쪽) : ‘주인’이란 말보다 ‘주인공’이란 말이 낫다는 뜻으로 한 말인데, 이것은 무슨 뜻일까? 잘 모르겠다. 내가 이해하기론 주인은 ‘권력의 상하 관계’라는 말을 생각나게 하고, 주인공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말을 생각나게 해서 ‘주인’보다 ‘주인공’이 낫다는 것 같다. 맞나?

 

 

 

 

 

이 책을 읽고 나서.............................

 

 

* 만화의 글감으로 이런 걸 생각해 봤다 : 추운 겨울에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장수와 큰 기업체 사장의 삶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장수는 매일 돈을 버는 재미와 집에 가면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방과 따뜻한 밥이 있음에 행복해 한다. 사장은 요즘 회사에 문제가 생겨 스트레스 만당이다.

 

 

 

** 이 책에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이 만나는 장면이 있다. 둘은 친구 사이인데, 기혼 여성은 미혼 여성의 자유로운 생활을 부러워하고 미혼 여성은 기혼 여성의 안정된 생활을 부러워하며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해선 불평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행복과 불행의 요소들이 섞여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나는 ‘지랄 총량의 법칙’을 생각했다.

 

 

인터넷을 통해 ‘지랄 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일생 동안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 지랄을 떨지 못한 사람은 늙어서라도 지랄을 떨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글을 보고 ‘불행 총량의 법칙’이란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것은 누구의 인생이든 불행의 총량은 정해져 있어서 젊은 시절에 불행을 겪지 않은 사람은 늙어서라도 불행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인생이라고 해서 행복하기만 한 게 아니고 나쁜 인생이라고 해서 불행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좋은 인생이란 젊은 때에 불행을 겪다가 늙어서 행복한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고, 나쁜 인생이란 젊은 때에 행복한 시간이 많다가 늙어서 불행을 겪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젊은 때엔 불행을 이겨 낼 만한 힘이 충분하여 회복하거나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 반면 늙어서는 불행을 이겨 낼 만한 힘이 부족하여 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불행 총량의 법칙’에 따라 누구의 인생이든 행복의 열매만 달려 있는 나무 같은 인생일 리 없고, 불행의 열매만 달려 있는 나무 같은 인생일 리 없다는 것. 그리고 되도록 불행한 일들은 인생의 뒤쪽보다 앞쪽에서 생기는 게 좋다는 것.

 

 

그러므로 지금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일 년이라도 빨리 그런 일을 겪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힘을 내라는 것.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 말을 하기 위해 길게 썼네.)

 

 

 

 

 

작가의 다른 책들.............................

 

 

 

  

 

 

 

 

 

 

 

 

 

 

 

 

 

 

 

 

 

 

 

 

 

 

 

책을 읽지 않는 편인 사람에게

만약 누군가가 책을 선물하겠다고 하면

이런 책으로 선물해 달라고 하면 좋을 듯...

금방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니까.

재밌고 유익한 글을 쓰는 작가의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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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10-2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글이 깔끔 담백해서 읽지 않은 책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저는 예전에 '정의 총량의 법칙'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3-10-24 10:24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감탄하는 소리임.)

이렇게 발 빠르게 댓글을 쓰시다니요. 깜짝 놀랐습니다.
참고로, 저는 첫 댓글에 감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세실 2013-10-2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행 총량의 법칙 좋은데요^^
지랄 총량의 법칙은 아이들 어릴때 이미 쓴거 같고~~~~
지금보다는 노후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건? 당장은 아이들 좋은 대학가는거요! 아 속물이라니...ㅎ

페크pek0501 2013-10-24 10:27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저도 둘째 아이가 좋은 대학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저 4년제 대학을 가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큰 바람입니다. 저도 속물 속물.... ㅋㅋ

불행 총량의 법칙은 제가 만든 말이어요. 괜찮죠?

세실 2013-10-24 13:26   좋아요 0 | URL
좋아요~~ ㅎㅎㅎ
행복 총량의 법칙도 불행 총량의 법칙도 있는듯^^
점심으로 굴떡국 먹었더니 속이 든든합니다.
떡국 참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거든요~~~

페크pek0501 2013-10-25 12:40   좋아요 0 | URL
행복 총량의 법칙? 굿 아이디어...
하지만 행복은 무한대였으면 좋겠어요.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굴떡국... 맛있겠다~~~
저도 떡국 좋아해요. 겨울에 밥 하기 싫은 날엔 떡국을 끓여요.
제가 떡국을 끓이면 우리 식구들이, 오늘 밥 하기 싫은 날이구나, 안답니다.
쌀로 만든 떡이니 밥과 같잖아요.ㅋㅋㅋ

잘잘라 2013-10-2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불행 총량의 법칙, 들으니까 남은 게 많을것 같아서 불안하기보다는 거의 다 지나간 것 같아서 안심되는 느낌이예요. 에... 결국 나이가 들어간다는 반증일까요? 그것이 불행이든 행복이든 지난 뒤에는 모두 아스라한 느낌으로 남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도 하고 갑니다. 항상 따뜻한 여운을 주는 페크님 서재..

페크pek0501 2013-10-25 12:42   좋아요 0 | URL
저도 거의 다 지난 것 같은데, 제 운명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불행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ㅋㅋ
메리포핀스 님은 닉네임에서 즐거움이 느껴지니까
행복한 시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나는...ㅋㅋ

2013-10-29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9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 읽다가, 어떻게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글을 만나면 그 글을 여러 번 읽게 된다. 이 글도 그랬다. 각각의 낱말에 대해 알맞게 표현한 저자의 능력이 경이롭게 느껴져서 여러 번 읽었다.

 

 

 

여러분도 읽어 보시길...

 

 

 

 

 

두려움이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커다란 나쁜 일이 있고, 또 개인이 그것을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내포한다. 또 비애란 누군가에게 지극히 소중한

 

사람 혹은 사물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담고 있으며, 분노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어떤

 

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심하게 손상되었다는 생각을 함축한다. 그리고 연민이란 타인이

 

스스로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고 그들 자신의 책임 너머에 있는 것들에 의해 적지 않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내포하며, 희망이란 미래의 행복이 철저하게 누군가의 통제

 

하에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함축한다.

 

 

- 마사 누스바움 저, <시적 정의>, 129쪽.

 

 

 

 

알맞은 표현이 아름다웠다. 마치 덥지도, 춥지도 않아 산책하기에 딱 알맞은 날씨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이런 글에 감탄한다. 이렇게 감탄하는 재미가 내가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우리에게 문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하여 역설하는 책.

 

 

 

 

 

 

이 책을 3일 만에 다 읽었다.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책 읽기는 쉬운데 글쓰기는 어렵다.

 

 

 

 

 

 

..........

그런데 오늘 보니 어제의 방문자 수가 128명이었다. 새 글이 없는데 무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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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0-13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깔끔한 정의를 내리기도 참 어렵겠죠? 가끔 군더더기없는 요런 글 보면 부러워요~
님이 궁금해서 들어와본 방문자들? 저처럼요. ㅎ

페크pek0501 2013-10-14 08:58   좋아요 0 | URL
반가운 세실 님.
그렇죠? 저도 저 정도로 낱말에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경지에 가 있다면 좋겠어요.
그럴 능력이 없으니 그런 걸 감상하는 즐거움에 만족해야 할듯해요.ㅋㅋ

아, 저를 궁금해서 들어오시는 방문자들이라면,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행복한 일이지요. (그러나 확실히 모르겠다는...ㅋ)

기분 좋은 가을날이 되시길...

stella.K 2013-10-1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뜻 보면 왠지 어려운 책 일것만 같은데 읽으시기에 퍽 괜찮은 책인가 봅니다.
리뷰 써 주세요!!!ㅋㅋ

페크pek0501 2013-10-16 11:56   좋아요 0 | URL
아, 반가워요.
시적 정의, 잘 안 읽혀지는 부분이 있답니다. 그렇지만 핵심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게 하는 책이지요.
리뷰... 으음... 써야겠군요.
이달 안으로 써 보겠습니다. ㅋㅋ

yamoo 2013-10-1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페크님은 저런 식의 개념 정의를 좋아하시는 군요!
저는 엠비어스의 <악마의 사전>에 나오는 개념 정의를 좋아라 해요~ 위트와 재기가 넘치는 개념 정의..^^

심플하게 정의를 내리는 게 아주 내공이 깊지 않으면 쉽지 않지요.
그나저나 시적정의..저도 페크님의 리뷰를 기대합니다~!^^

페크pek0501 2013-10-17 12:49   좋아요 0 | URL
<악마의 사전>, 찾아봤더니 이야기가 재밌으면서도 유익한 책이네요.
사 보고 말겠어요. ㅋㅋ 님 덕분에 좋은 책 알았네요.

리뷰 기대? 급부담되잖아요. 히히~~

순오기 2013-10-17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시적 정의>는 안 읽어서 모르지만 인용한 정의에 끄덕여집니다.
김소연의 <마음사전>에서 풀어쓴 글에도 공감이 갔어요.
예를 들면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달려든다. 행복은 자잘한 알갱이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상태이지만, 기쁨은 커다란 알갱이들로 후두둑 채워진 상태다. 기쁨은 전염성이 강하지만, 행복은 전염되기 힘들다. 남의 기쁨에는 쉽게 동조되지만, 남의 행복에는 그렇지가 않다. 약간의 질투와 약간의 모호성, 그것이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

페크pek0501 2013-10-17 12:51   좋아요 0 | URL
<마음사전>은 제가 찜해 놓은 책이랍니다.
순오기 님은 이미 읽으셨군요. 행복과 기쁨의 차이, 그렇군요.
미묘한 차이인 줄 알았는데, 큰 차이가 있네요.

좋은 글 옮겨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

순오기 2013-10-18 03:37   좋아요 0 | URL
문제는 읽은 책에 대해 이미지 정도만 기억하고 자잘한 것들은 다 잊고 산다는 것.ㅠ 그래도 그 느낌에 의지해 필요할 때 뒤적뒤적 찾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

yamoo 2013-10-18 17:14   좋아요 0 | URL
맞어요...정말 그래요...책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이미지 정도만 기억하고 암것두 생각이 안나요..ㅜㅜ

페크pek0501 2013-10-20 00:18   좋아요 0 | URL
맞아요2... 정말 그래요...
저도 책을 읽긴 분명히 읽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으음... 순오기 님과 야무 님이 댓글을 주고받는 이곳이 제 서재라는 게 기분 좋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ㅋㅋ

희망찬샘 2013-10-22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이 우찌 이리 많을까요?! 좋은 책 주으러 다닙니다. ^^

페크pek0501 2013-10-22 18:01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 좋은 책은 많고 그것에 비해 시간은 없고 그렇습니다.
알라딘의 좋은 점은 좋은 책을 사지 않고도 맛볼 수 있는 점인 것 같아요.
또 책 선택에 있어서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해 주는 점인 것 같아요.
좋은 가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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