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한국 근대 문학 기행
김남일 지음 / 학고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세일즈 포인트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좋은 책은 독자가 먼저 알아본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근대 문인의 삶과 문학을 둘러싼 풍성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완독하지 않고서는 문학을 논하지 않기로 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5-23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을 것 같긴한데 좀 비싸긴하군요.ㅠ

페크pek0501 2023-05-23 15:52   좋아요 2 | URL
그렇죠? 그런데 귀한 사진이 많이 담겨 있어서 책값이 아깝지 않을 듯요...ㅋㅋ

2023-05-23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3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남일 작가와 부희령 작가가 북토크를 진행하는 모습.



어제 신간 출판 기념 김남일 북토크에 다녀왔다. 



한국 근대 문학의 영광과 좌절,

그 뒷모습을 숨김없이 찾아가는 우리 문학사의 내비게이션

지금은 가볼 수 없는 공간들이 꿈결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지금도 버젓이 살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 가볼 수 없는 한 세기 전 서울과 도쿄, 혹은 국경 아닌 국경으로 가로막혀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된 휴전선 이북의 산천. 소설가 김남일이 ‘한국 근대 문학 기행’이라는 담대한 기획으로 『서울 이야기』, 『평안도 이야기』, 『함경도 이야기』, 『도쿄 이야기』 4부작을 펴냈다. 『어제 그곳 오늘 여기』(2020)를 통해 아시아의 근대 문학 작품을 지도 삼아 서울과 도쿄, 교토와 오키나와, 사이공과 하노이, 상하이와 타이베이를 가로지른 데 이어, 이번에는 뚝심 있는 발걸음을 우리 땅으로 옮겨 오롯이 한국의 근대 문학에 집중했다. 한국 문학의 근대를 이룬 작가들이 미처 당혹감을 떨치지 못하던 시대, 그 시절 문학의 바탕이 되고 뿌리가 된 분단 이전의 우리 땅이 대장정의 출발지이자 목적지가 되었다. - ‘출판사 서평’에서. 

















(김남일 작가님의 책들 한국 근대 문학 기행 4부작)



1992년 가을로 기억한다. 나는 큰 결심을 했다. 문학 공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이라 아마 신문이나 광고지를 보고 배움터를 찾았던 것 같다. 그곳은 내가 난생처음으로 ‘문학 강의’를 접했던 배움터인 셈이다. 소설가 두 분이 각자 정해진 요일에 강의를 하는 곳이라 난 6개월 동안 주 2회 강의들 들었다. 그 두 분 중 한 분이 김남일 작가님이었다.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22년 가을에 김남일 선생님이 진행하는 OO행사에 지인과 참석해 김남일 선생님을 뵈었다. 30년 만이었다.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어제 글 쓰는 지인들과 함께 신간 출판 기념 김남일 북토크에 다녀왔다. 


내가 믿고 읽을 수 있는 책의 저자 중 한 분이 김남일 선생님이다. 이번에 한꺼번에 네 권의 책을 내셔서 깜짝 놀랐다. 한국 근대 문학 기행 4부작’ 네 권의 책을 앞으로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네 권의 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 



나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3-05-18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컨셉이네요! 저도 일단 담아놓고 기회를 봐서 접해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18 14:19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 님, 감사합니다. 아마 실망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감은빛 2023-05-18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훌륭한 기획이네요. 저도 찜 해두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19 09:21   좋아요 0 | URL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이야기, 책은 세일즈 포인트가 높더라고요. 좋은 책은 홍보하기 전에 이미 독자들이 알아보는 것 같아요.
이제 여름입니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3-05-19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학 공부를 하셨었군요.

무려 30년의 인연이라 -
대단하십니다.

페크pek0501 2023-05-19 22:54   좋아요 1 | URL
그렇죠? 30년 뒤에 이어진 대단한 인연! 그것도 함께 간 지인들이 그 당시 함께 문학을 배우던 이들이라는 사실.
수강생 시절에 만났는데 다 글을 쓰고 있어서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스승의 행사에 갔던 거죠.ㅋ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5-19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고재에서 나온 책이네요.
시간 될 때 이 책 상품 페이지의 소개 읽어볼게요.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19 22:57   좋아요 1 | URL
예. 학고재예요. 인터넷을 보니 위의 책들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왔더라고요. 작가의 명성은 있고 볼 일입니다.ㅋ
벌써 주말인거네요. 참 시간 빠르죠? 시간이 휙휙 지나갑니다.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셔야 합니다.꼭!

페넬로페 2023-05-20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작가 다 저한테 좀 생소한데
관심 가져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20 10:20   좋아요 1 | URL
김남일 작가님은 최근 문학과 관련한 행사의 진행자로도 많이 활동하시고
부희령 작가는 소설, 에세이도 쓰고 번역서가 90권에 달한다고 하네요.
저는 일간지에 실린 칼럼을 읽곤 했죠.

희선 2023-05-20 0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문학 강의를 들으셨군요 오랜 인연이네요 그런 스승이 책을 내고 북토크에도 갔다 오셔서 좋으셨겠습니다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오월 얼마 남지 않았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20 10:24   좋아요 1 | URL
문학 공부는 오래전에 시작했으나 아이 출산과 육아, 또 돈벌이로 14년을 보내는 등 딴일로도 바빴지요.
그래도 그때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5월이라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장미꽃을 많이 봐 두어야겠어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05-20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강의를 들었던 작가님 북토크라서 정말 반가우셨겠네요.
한번에 4권의 책을 내시다니 정말 경이롭네요. 도쿄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한동안 책을 거의 읽지 못해서 분발하려고 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5-21 14:06   좋아요 1 | URL
예. 매우 오랜만의 만남이라 반갑더라고요. 세 명을 만나고 나서, 생각보다 사람 얼굴이 안 변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30년만인데 말이죠. 제 자신의 얼굴은 많이 변한 것 같은데...ㅋ
정말 경이로워요. 책 한 권을 내기도 어려운데 네 권이나... 코로나가 있는 동안 집필에 전념하셨던 것 같습니다.
독서 분발은 제가 늘 결심하는 것 중 하나예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시간의 독서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기 1일입니다, 오늘이. 우하하~~~ 모나리자 님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3-05-23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번에 4권!! 정말 페크님 말씀처럼 경이롭습니다. 집념의 집필!


페크pek0501 2023-05-23 14:44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 님, 정말 경이롭지요?
서울 이야기, 책에 대한 백자평을 방금 올렸어요. 백자평도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알베르 카뮈, <페스트>



게다가 며칠이 지나 아무도 우리 시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을 때, 사람들은 전염병 발병 이전에 떠난 사람들의 귀가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물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며칠 동안의 검토 끝에 도청은 긍정적인 답을 했다. 하지만 일단 돌아온 자는 어떤 경우에도 다시 시에서 나갈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되돌아오는 것은 자유이지만 다시 떠날 자유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드물기는 했지만 몇몇 가정은 상황을 여전히 가볍게 생각했고, 그래서 신중을 기하기보다 가족을 다시 보고 싶은 욕망을 앞세워 가족에게 그 기회를 이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스트의 포로였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고는 이런 이별의 고통을 감수하기도 했다.(73~74쪽)



이 병이 가장 심각한 상태였을 때 고문당하는 것 같은 죽음의 공포보다 인간적인 감정이 더 강했던 경우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기대하듯, 그것은 고통을 넘어서 사랑으로 서로에게 향하는 두 연인의 경우가 아니었다. 결혼한 지 오래된 늙은 의사 카스텔과 그의 아내가 유일한 경우였다. 카스텔 부인은 전염병 발병 며칠 전에 이웃 도시에 들렀다. 심지어 이 부부는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의 모범을 보여 주는 한 쌍의 부부가 아니었으며, 서술자는 모든 개연성으로 보아 이 부부가 그때까지 자신들의 결합에 만족한다는 확신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길어진 이별로 인해 그들은 서로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사실과 한순간 백일하에 드러난 이 진실에 비해 페스트는 하찮은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74쪽)


⇨ 한 도시에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퍼지자 이 도시가 폐쇄된다. 이로 인해 이별을 감수해야 하는 가족과 연인이 생긴다. 그런데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못 견뎌 하는 쪽은 사랑하는 사이의 두 연인이 아니었고, 자신들의 결합에 만족을 느낀 적이 없어 보이는 ‘늙은 의사 카스텔과 그의 아내’였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글이다. 


카스텔 부인은 전염병이 발병하기 전에 이웃 도시에 들렀다가 남편과 떨어져 있게 된 것이다. 이 부부는 자기들이 떨어져 있어 못 견뎌 하는 것에 비하면 페스트는 하찮은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발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진실을 알게 된 셈이다. 


배우자가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자신이 배우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는 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다만 어떤 일을 계기로 진실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가령 배우자가 불치의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치자. 그러면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며칠이 지나 아무도 우리 시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을 때, 사람들은 전염병 발병 이전에 떠난 사람들의 귀가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물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며칠 동안의 검토 끝에 도청은 긍정적인 답을 했다. 하지만 일단 돌아온 자는 어떤 경우에도 다시 시에서 나갈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되돌아오는 것은 자유이지만 다시 떠날 자유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드물기는 했지만 몇몇 가정은 상황을 여전히 가볍게 생각했고, 그래서 신중을 기하기보다 가족을 다시 보고 싶은 욕망을 앞세워 가족에게 그 기회를 이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스트의 포로였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고는 이런 이별의 고통을 감수하기도 했다.(73~74쪽)

이 병이 가장 심각한 상태였을 때 고문당하는 것 같은 죽음의 공포보다 인간적인 감정이 더 강했던 경우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기대하듯, 그것은 고통을 넘어서 사랑으로 서로에게 향하는 두 연인의 경우가 아니었다. 결혼한 지 오래된 늙은 의사 카스텔과 그의 아내가 유일한 경우였다. 카스텔 부인은 전염병 발병 며칠 전에 이웃 도시에 들렀다. 심지어 이 부부는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의 모범을 보여 주는 한 쌍의 부부가 아니었으며, 서술자는 모든 개연성으로 보아 이 부부가 그때까지 자신들의 결합에 만족한다는 확신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길어진 이별로 인해 그들은 서로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사실과 한순간 백일하에 드러난 이 진실에 비해 페스트는 하찮은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74쪽)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5-15 16: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결국 연민이라더군요.
연민을 거스르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래서 젊었을 땐 서로 죽일듯이 싸우다가도
늙으면 그래 나 아니면 누가 널 사랑하리 초탈해지기도 한데요.
근데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코로나 때 이 책 한 번 읽는다고 했는데...ㅠ

페크pek0501 2023-05-16 12:35   좋아요 1 | URL
연민이 생기는 것도 관심이 있어서겠지요. 관심이 없으면 연민도 없을 듯.
부부가 오래 같이 살다 보면 배우자에 대해 연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젊었던 사람이 저렇게 늙었구나 하면서...
스텔라 님이 사랑에 대해 많이 아시는 것 같네요.ㅋ
페스트는 재독하는 건데 코로나를 겪고 나서 읽으니 글에 잘 몰입되는 것 같아요. 강추!!!

겨울호랑이 2023-05-15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다‘의 옛 말이 ‘괴다‘이고, ‘생각하다‘는 의미라 알고 있습니다. 연인간의 사랑은 끊임없이 ‘사랑한다‘라는 말을 통해 언어로 확인되어야 하는 반면, 오랜 부부의 사랑은 이미 언어를 넘어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성장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삐걱거리며 함께 만든 시간들이 지난 후에 그들을 애증으로 단단히 결속시켜 더이상 둘이 아닌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요...

페크pek0501 2023-05-16 12:37   좋아요 1 | URL
그런가 봅니다. 부부 사이엔 자식이 있다는 게 둘을 더 결속시켜 주지요.
일단 애들의 엄마다, 애들의 아빠다, 라는 생각을 하면 자기의 피붙이로 느껴지거든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3-05-15 2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중한건 뭔가 안좋은 일이 있은 후에야 더 느끼지는거 같습니다. 미리 알고 잘해주면 더 좋을텐데요 ㅜㅜ

페크pek0501 2023-05-16 12:38   좋아요 1 | URL
글쎄 말입니다. 미리 알기가 쉽지 않나 봐요. 인간이란 어리석은 데가 있어서 말이죠.
늦게라도 알면 다행이다 싶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3-05-18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의 공간은 지하 동굴 같은데, 와인 저장고인가요?
코로나19 시기에 페스트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도 시도해보지 못했어요.
페크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18 10: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주도에서 펜션에 묵었었는데 거기에 있는 거예요. 숙박 손님에게 한 병을 골라 마실 수 있는 선택권을 주더라고요. 무료 서비스인 거죠. ㅋㅋ
저도 페스트를 예전에 읽었을 땐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코로나를 겪은 후라 읽으며 공감이 가더라고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2023-05-18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8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5-18 0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염병으로 그동안 몰랐던 마음을 알게 됐군요 그런 걸 알게 돼서 좋다고 여겨야 할지... 만나지 못하게 됐을 때는 그랬다가 막상 다시 같이 살고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예전에는 좀 좋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기도 하네요 사람 마음은 자꾸 바뀌어서...


희선

페크pek0501 2023-05-18 11:29   좋아요 1 | URL
꼭 페스트가 아니라도 다른 계기로 그 진실을 알 수도 있겠어요. 어쨌든 의외의 일, 반전인 거죠.
가까이 늘 있으면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없어 봐야 소중함을 아는... 인간은 어리석죠.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레삭매냐 2023-05-19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세에 페스트가 있었다면
저희에겐 코로나라는 역병이
있었지요.

천 며칠 만에 드디어 코로나
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감개가 무량
했습니다. 나중에 더 쎈 녀석
이 올 수도 있다는 말에 좀
그랬긴 했지만요.

페크pek0501 2023-05-19 23:03   좋아요 0 | URL
코로나를 겪은 후 읽어서인지 공감이 가고 몰입이 잘 되더라고요.
저 역시 마스크를 벗을 자유를 얻어 기뻤어요. 오늘 발레하러 갔는데 마스크 쓴 사람은 8명 중 2명뿐이었어요.
저도 너무 땀이 나서 마스크를 용감하게 벗고 발레, 했어요. 나중에 또 코로나가 오더라도 우리에게 휴식 같은 자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감개 무량~~~

모나리자 2023-05-21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 지문 내용을 보니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이 책은 코로나 시국에 많은 공감을 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사람이라도 완벽하게 상대방의 속내를 알 수는 없겠지요. 어떤 계기로 인해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편안한 저녁 시간 되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5-22 14:07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가까운 사람이라도 완벽하게 속내를 알 수가 없어요. 오히려 가깝게 있어서 더 모를 수도 있어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요.
모나리자 님도 편안한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서머싯 몸, <서머싯 몸 단편선 2>


단편 ‘탈출’(170~176쪽)에서 발췌함. 



어떤 여자가 어떤 남자와 결혼하기로 일단 결심했다면 그 남자가 살길은 당장 도망치는 것뿐이다. 이것에 대한 나의 확신은 변한 적이 없지만, 이 방법이 항상 통하는 것은 또 아니다. 한번은 내 친구가 어렴풋이 도사린 그 사악한 위험을 감지하고 어느 항구에서 무작정(직면한 위험과 즉각적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한 터라 달랑 칫솔만 들고) 배에 올랐다. 이후 세상을 여행하며 일 년을 보냈지만, 이제는 안전하겠거니 마음을 놓고(“여자들은 변덕스러워. 게다가 열두 달이나 지났으니 나를 까맣게 잊었을 테지.”) 배에 올랐던 그 항구에 발을 내딛자마자 부둣가에서 그를 향해 열렬히 손을 흔드는 사람을 보았으니, 그가 피하려 했던 그 여자였다.(170쪽, ‘탈출’에서)


⇨ 사귀고 나서 자기에게 1년간 연락 없이 지낸 남자에게 열렬히 손을 흔드는 여자가 있다니 놀랍다. 1년간이나 연락 없이 안 보고 지낼 수 있는 남자라면, 그는 상대편 여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실제로 이런 일이 있다면,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떠났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잘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반기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다시 잘해 보겠다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떠난 사람은 떠날 만한 이유가 있어서 떠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떠난 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상심할 필요는 없다.


소설 속 남자는 결국 기발한 아이디어로 여자가 스스로 물러나게 만든다. 그래서 소설 제목이 ‘탈출’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23-05-13 2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뭔가 가슴이 아픈 것 같지만 서로 오가는 감정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듯 해요. 읽어보고 싶어요. 기발한 아이디어 궁금합니다. 사진은 어디인가요?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바다와 같은 느낌이네요.

페크pek0501 2023-05-13 23:52   좋아요 3 | URL
꼬마요정 님, 반갑습니다.
더 나은 인연이 나중에 생길 수 있어요. 기발한 아이디어란 결혼해서 살 집을 둘이서 보러 다니는데
보는 집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서 남자가 계속 퇴짜를 놓아요. 그리고 계속 집을 보러 다니는 거죠. 지칠 때까지.
나중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 와요. 여자에게 전혀 상처를 주지 않고 이별하는 방법인 거죠.
사진은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3-05-14 16:51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군요 ㅋㅋㅋ 남자는 진짜 여자가 마음에 안 들었나봐요. ㅋㅋ
역시 제주도 멋지군요^^

페크pek0501 2023-05-14 17:07   좋아요 1 | URL
눈에 씌어진 콩깍지가 벗겨진 게 아닐까요? 이런 경우도 있으니까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stella.K 2023-05-14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보고 있습니다.
괜찮은 드라마 같아요. 사랑도 젊으니까 하는 거지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사랑은 맨정신으로는 못하잖아요.
그래서 드라마 같은 거 보면서 대리만족하는가 봐요.ㅋㅋ

페크pek0501 2023-05-15 10:14   좋아요 2 | URL
제가 모르는 드라마네요. 요즘 채널 수가 많다 보니 하도 드라마가 많아 남과 공통으로 시청하는 드라마가 없는 것 같아요. 눈에 띄면 볼게요. 저는 젊은이들의 연애보다 중년들의 연애가 재밌더라고요. 대리만족의 즐거움도 좋죠.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물로 보니깐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좋더군요. 그런데 이것도 부지런해야 볼 수 있어요.
저는 자꾸 미루게 되고 그래서 본 게 많지 않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5-14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eems like too much sarcastic -

페크pek0501 2023-05-15 10:16   좋아요 0 | URL
무슨 뜻인지요? 무엇이 비꼬는 것 같은가요? 서머싯 몸이? 소설 속 화자가? 혹시 제가?
댓글의 뜻을 모르겠어염. 시간 되시면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당~~

레삭매냐 2023-05-15 10:43   좋아요 1 | URL
서머싯 몸이 쓴 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를 향해 열렬히 손을 흔드는 사람을 보았으니,
그가 피하려 했던 그 여자였다.(170쪽, ‘탈출’에서)˝

페크pek0501 2023-05-15 10:57   좋아요 1 | URL
아하! 그런거군요. 자세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저자가 피하고 싶었던 여자가 있었는지 모르죠. 서머싯 몸은 소설 속 화자의 직업을 작가로 설정하고
주변 지인들에게서 일어나는 일을 쓴 단편들이 있어요. 그래서 읽다 보면 실제로 있었던 일을 쓴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이것도 하나의 작법일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젤소민아 2023-05-16 0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옴의 작품은 장편만 읽었는데, 단편도 챙겨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16 12:41   좋아요 0 | URL
몸의 장편은 거의 읽어서-인간의 굴레에서,를 비롯해 다섯 권쯤 읽은 것 같아요.
요즘은 단편을 즐깁니다. 단편도 좋아요.~~~

희선 2023-05-18 0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가 비겁하네요 그때 바로 말하거나 그만두게 하지, 한해나 기다리게 하다니... 상처주지 않고 여자가 떠나게 만들었군요 그건 괜찮다고 해야 할지... 사람 마음은 참 모르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18 10:54   좋아요 1 | URL
희선 님처럼 볼 수도 있군요. 댓글의 좋은 효과를 봅니다.ㅋㅋ
자기 딴에는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지 몰라도 제가 상대방이었어도 화가 날 것 같아요. 진실을 바로 말하고 끝내야 하는 게 옳아요. 아예 만날 생각이 없다면 조금이라도 재회 가능성을 열어 두지 않아야 합니다. 차갑게 끝내야 해요. 본인의 마음이 약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헷갈리게 하면 그게 더 괴롭히는 게 되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신형철, <인생의 역사>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 


내 속에는 많은 내가 있다. 고통과 환멸만을 안기는 다른 관계들 속의 나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나를 버텨주기 때문이었다. 단 하나의 분인의 힘으로 여러 다른 분인으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나 중에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 너의 장례식은 언제나 나의 장례식이다.(131~132쪽)




5천 명이 죽었다고 말하면 안 된다 :


이런 말을 덧붙이자. 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 건 일어났다’가 맞다.”(132쪽)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다 :


이 말과 비슷한 충격을 안긴 것이 히라노 게이치로의 다음 말이었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132쪽)


⇨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 없고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라는’ 글을 난 이렇게 이해했다.  


한 명의 기혼 여성이 죽었다고 하자. 그러면 그녀의 부모를 죽인 것과 같다. 그녀의 배우자를 죽인 것과 같다. 그녀의 자녀를 죽인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들 가족은 모두 그녀가 죽기 전의 인생을 살 수 없을 것이므로. 


게다가 그녀가 알고 지낸 사람들까지 범위를 확대해 보면, 한 사람의 죽음은 많은 사람의 죽음을 의미한다.   




내 속에는 많은 내가 있다. 고통과 환멸만을 안기는 다른 관계들 속의 나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나를 버텨주기 때문이었다. 단 하나의 분인의 힘으로 여러 다른 분인으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나 중에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 너의 장례식은 언제나 나의 장례식이다.(131~132쪽)

이런 말을 덧붙이자. 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 건 일어났다’가 맞다."(132쪽)

이 말과 비슷한 충격을 안긴 것이 히라노 게이치로의 다음 말이었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132쪽)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3-05-12 1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경우 한사람의 죽음이 주변의 많은 사람의 죽음을 의미하겠지만,

왠지 아닌 사람도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페크pek0501 2023-05-13 12:42   좋아요 1 | URL
오! 새파랑 님, 예리하십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딱 말씀해 주셨네요.
1인가구가 많은 요즘 고독사도 일어나는 만큼 그런 점도 헤아려야겠네요.
새파랑 님의 댓글 한 줄이 제 사고 영역을 넓혀 주었습니다.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좋은 말씀 부탁드려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0^

stella.K 2023-05-12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보다 커피군요.
아무리 책이 좋아도 당 떨어지면 아무 것도 못하죠.ㅋㅋ

페크pek0501 2023-05-13 12:45   좋아요 1 | URL
책과 커피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ㅋㅋ 둘 다 너무 좋아해서요.
장소가 벅스였던 것 같은데 네 명이 만났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
늘 옆에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로 올린 사진입니다. 저만 글과 사진의 조합 의미를 느끼는...ㅋㅋ

yamoo 2023-05-13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형철의 에세이인가요??
음...신형철의 평론은 정말 읽기 힘들더라구요. 뭐, 신형철만 그럻겠습니까. 평론가들의 책 몇권을 본 이후로는 다시는 안 봅니다. 유일하게 열심히 읽는 평론가는 김현 정도.

<인생의 역사>가 에세이면 한 번 구매해서 봐야 겠으요~~

페크pek0501 2023-05-13 12:47   좋아요 0 | URL
작년 10월에 나온 신간인데 저자한테 이 책처럼 많이 팔리는 책은 처음일 것 같습니다.세일즈 포인트가 어마어마합니다. 팬이 많아진 것으로 추측합니다. 저는 팟캐스트를 통해 팬이 된 경우인데 목소리도 좋지만 저자의 지적 세계의 탁월함을 알아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구매했어요.^^

레삭매냐 2023-05-14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잔 라떼에 담긴 하투하투~
멋지네요.

오늘은 급 소나기가 온다는 말
이 있던데, 카페에 가서 실컷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저.

페크pek0501 2023-05-14 16:50   좋아요 1 | URL
커피 속 하트가 예쁘지요. 예뻐서 사진을 찍어 놓고 마셨어요.
오늘 소나기는 오지 않지만 공기는 좋아서 산책하기 알맞은 날 같습니다.
저도 레삭매냐 님과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ㅋㅋ그래서 몇 번이나 책을 들고 카페에 갔었지요.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