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 <페스트>
게다가 며칠이 지나 아무도 우리 시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을 때, 사람들은 전염병 발병 이전에 떠난 사람들의 귀가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물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며칠 동안의 검토 끝에 도청은 긍정적인 답을 했다. 하지만 일단 돌아온 자는 어떤 경우에도 다시 시에서 나갈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되돌아오는 것은 자유이지만 다시 떠날 자유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드물기는 했지만 몇몇 가정은 상황을 여전히 가볍게 생각했고, 그래서 신중을 기하기보다 가족을 다시 보고 싶은 욕망을 앞세워 가족에게 그 기회를 이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스트의 포로였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고는 이런 이별의 고통을 감수하기도 했다.(73~74쪽)
이 병이 가장 심각한 상태였을 때 고문당하는 것 같은 죽음의 공포보다 인간적인 감정이 더 강했던 경우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기대하듯, 그것은 고통을 넘어서 사랑으로 서로에게 향하는 두 연인의 경우가 아니었다. 결혼한 지 오래된 늙은 의사 카스텔과 그의 아내가 유일한 경우였다. 카스텔 부인은 전염병 발병 며칠 전에 이웃 도시에 들렀다. 심지어 이 부부는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의 모범을 보여 주는 한 쌍의 부부가 아니었으며, 서술자는 모든 개연성으로 보아 이 부부가 그때까지 자신들의 결합에 만족한다는 확신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길어진 이별로 인해 그들은 서로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사실과 한순간 백일하에 드러난 이 진실에 비해 페스트는 하찮은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74쪽)
⇨ 한 도시에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퍼지자 이 도시가 폐쇄된다. 이로 인해 이별을 감수해야 하는 가족과 연인이 생긴다. 그런데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못 견뎌 하는 쪽은 사랑하는 사이의 두 연인이 아니었고, 자신들의 결합에 만족을 느낀 적이 없어 보이는 ‘늙은 의사 카스텔과 그의 아내’였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글이다.
카스텔 부인은 전염병이 발병하기 전에 이웃 도시에 들렀다가 남편과 떨어져 있게 된 것이다. 이 부부는 자기들이 떨어져 있어 못 견뎌 하는 것에 비하면 페스트는 하찮은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발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진실을 알게 된 셈이다.
배우자가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자신이 배우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는 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다만 어떤 일을 계기로 진실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가령 배우자가 불치의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치자. 그러면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며칠이 지나 아무도 우리 시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을 때, 사람들은 전염병 발병 이전에 떠난 사람들의 귀가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물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며칠 동안의 검토 끝에 도청은 긍정적인 답을 했다. 하지만 일단 돌아온 자는 어떤 경우에도 다시 시에서 나갈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되돌아오는 것은 자유이지만 다시 떠날 자유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드물기는 했지만 몇몇 가정은 상황을 여전히 가볍게 생각했고, 그래서 신중을 기하기보다 가족을 다시 보고 싶은 욕망을 앞세워 가족에게 그 기회를 이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스트의 포로였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고는 이런 이별의 고통을 감수하기도 했다.(73~74쪽)
이 병이 가장 심각한 상태였을 때 고문당하는 것 같은 죽음의 공포보다 인간적인 감정이 더 강했던 경우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기대하듯, 그것은 고통을 넘어서 사랑으로 서로에게 향하는 두 연인의 경우가 아니었다. 결혼한 지 오래된 늙은 의사 카스텔과 그의 아내가 유일한 경우였다. 카스텔 부인은 전염병 발병 며칠 전에 이웃 도시에 들렀다. 심지어 이 부부는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의 모범을 보여 주는 한 쌍의 부부가 아니었으며, 서술자는 모든 개연성으로 보아 이 부부가 그때까지 자신들의 결합에 만족한다는 확신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길어진 이별로 인해 그들은 서로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사실과 한순간 백일하에 드러난 이 진실에 비해 페스트는 하찮은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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