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미술 책방 - 삶의 시선을 넓혀주는 첫 미술 교양수업
김유미 지음 / 미디어숲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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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바닥을 뒹굴며 놀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면서 웃게 됩니다. 나뭇가지 주워다가 흙을 파기도 하고 그 위에 그려서 다양한 놀이를 했었습니다. 돌멩이와 나뭇가지만 있으면 어디서나 노는데 문제없었죠. 요즘에는 친구도 찾아야 하고 놀려면 어디서 만나야 하는지 장소도 있어야 하고 무슨 놀이를 해야 하는지 정해야 하고 쉽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낙서하고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지 그림이나 미술은 이래야 한다는 틀이 생겨버린 것 같습니다. 정해진 틀에 맞춰서 그려야 하고 그렇지 못한 그림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죠. 그림의 기준이 올라간 듯 보이나 결국 미술은 다른 세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호기심 미술 책방에서는 1층에서 5층까지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1층에서는 우선 미술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들어주고 2층에서는 미술사의 흐름을 쉽게 한눈에 살펴봅니다. 3층에서는 현대 미술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줍니다. 4층에서는 예술이 사회 전반의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봅니다. 5층에서는 그림 감상법과 미술관 가는 길과 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를 전합니다.





몇몇 예술 작품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카라바조의 작품인 <의심하는 도마>의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부활한 예수를 마주한 제자 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이라기보다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예수는 의심하는 도마에게 자신의 상처를 직접 찔러보게 합니다. 이 그림은 바로크 미술의 대표 표현 기법인 키아로스쿠로 입니다. 쿠르베의 <오르낭의 매장> 그림을 보면서 사실주의에 대해서 알아가고 재미있게 읽어가고 있습니다.


현대미술은 그저 어렵기만 합니다. '왜 이런 표현을 했을까?" 아무리 봐도 알 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우환 작가의 <대화>,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등은 꽤 유명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주는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기는 어렵습니다. 그림이나 예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꽤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을까요? 결과만 있을 뿐 그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욱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화가들은 몇 년에 걸쳐 끊임없이 실험하고 사유하며,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그래서 단순해 보이는 이 그림들은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처럼 보여도 예술가의 치열한 사유와 의도가 응축된 작품들입니다.(175쪽)



경악할 만한 작품에 대해서도 읽었는데 파격적인 생각과 시도, 그리고 놀라운 낙찰가격에 충격받았습니다. 예술이란 인생의 본질 그리고 결국엔 '나'로 돌아가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철학 책을 읽으면서 결국에 '나는 누구인가?'에서 무소유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예술 또한 결국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 아니면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서 말이죠. 예술은 기술과 과학 문명의 발달과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재료와 도구들이 그 사실을 증명해줍니다.


예술은 그 자체만으로는 미약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담아낸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줍니다. 예술작품으로서의 역할 안에서 아름다움과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대한 희망이 담겨있습니다. 철학 또한 알면 알수록 어렵고 그렇지만 재미있고 생각보다 가깝고 배워야 할 것이 많듯이 예술 또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책은 예술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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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신화 백과 - 89개의 별자리로 만나는 신·영웅·괴물 이야기
아네트 기제케 지음, 짐 티어니 그림, 이영아 옮김 / 지와사랑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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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별이 금방이라도 눈앞에 쏟아질 것처럼 느껴지던 그 시절의 밤하늘이 떠올랐습니다. 마루에 앉아서 밤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밤하늘의 별자리들을 생각하면서 읽어봅니다. 89개 별자리로 만나는 신·영웅·괴물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별자리에 얽힌 경이롭고도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7쪽) 시기에 따라서 보이는 별자리가 다르겠지만 머릿속에서는 언제든지 원하는 별자리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별자리에 신화 속 이야기가 더해지니 제우스가 헤라를 피해서 도망가는 모습도 보이고 헤라클레스의 용맹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고대의 별자리 신화를 처음 구전으로 전했거나 글로 쓴 이가 있을 텐데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책의 구조적 토대가 되는 것은 단 한 권의 고서 『알마게스트』다. 2세기에 발간된 후 르네상스 시대 전까지 천 년이 넘도록 천문학의 표준 교과서로 인정받았던 과학 서적이다.(16쪽)

제우스는 본인도 태어났을 때 어머니의 지혜로 살아날 수 있었는데 과거는 잊어버리고 미모의 여성만 보면 변신해서 사고 치기 일쑤이고 헤라는 제우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상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입니다. 그리스 신화를 만화로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신들의 세계에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데 신들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가 사람들로부터 더욱 사랑받고 있나 봅니다.






헤라클레스의 위대한 업적 열두 가지가 여러 가지 별자리와 얽히고, 앞에서 이야기했던 부분과 뒤에서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들이 단편적이면서 하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혈육을 죽여서 신을 시험하려 들다니 아주 대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파에톤은 자신의 출생에 의문을 품고 제우스를 만나지만 전차를 끄는 말을 제대로 부리지 못해서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 서로 사랑해서 잘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 와중에 신이 눈에 들어서 파탄에 이르게 되고 다양한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안타까워서 별자리가 되기도 하고 본보기로 별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별자리의 이어진 모습만 봐서는 그 형상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큰 곰자리는 별자리가 여러 개라서 그려볼 만한 상상할 거리가 있지만 작은 개 자리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해 보았습니다. 파탄적이고 위협적이고 극단적인 일들이 꽤 일어납니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위해서 가족까지 배신했는데 그는 그녀를 버리고 갑니다. 다행히 디오니소스의 눈에 들어 그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아리아드네가 죽고 그녀를 기리기 위해서 북쪽왕관자리가 되었습니다. 헤라의 미움으로 시작된 헤라클레스의 고난이 결국엔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헤라의 인정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의 마지막은 참혹했습니다. 참 알 수 없는 일이죠. 페가수스자리 이야기를 보면 메두사의 안타까운 사연도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리 독한 여인은 아니었습니다. 신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벌은 당한 사람이 겪으니, 신이 높은 자리긴 하네요.


이 책에 나온 별자리를 직접 관측할 수 없을지라도 책에 나온 남반구와 북반구의 그림을 보며 별자리를 찾아보며 관련된 이야기를 생각해 봅니다. 별자리가 조금씩 친숙해지니 책 속 멋진 이미지가 떠오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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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주는 선물
한국보태니컬아트 협동조합 지음 / 그림정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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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꽃이 주는 선물을 받는 순간 선물을 받은 듯 기분이 좋았습니다.

보태니컬 아트 전문 작가들이 엄선한 35종의 아름다운 식물을 담은 컬러링북입니다. 이 외에도 보기만 해도 이쁘고 화사한 꽃들, 맛도 좋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면 더 멋진 열매들, 길에서 자주 볼 수 있고 의미가 있는 꽃들등등 다양한 꽃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매일 그림 그리기를 100일 시작하고 60일을 어영부영 넘어갔습니다.평균 66일이면 습관화 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건 사람 나름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30일이 지나는 순간부터 쉽지 않고 목표가 불확실해서 그런가 봅니다. 핑계겠죠.

색연필은 색이 다양하고 이쁘게 잘 나와있어 여러가지 색을 겹쳐서 칠해보는 것도 꽤 즐겁습니다. 색마다 다르지만 겹쳐서 잘 올라가는 느낌도 있고 그것도 마음에 듭니다. 수채화처럼 물로 채색이 가능한 색연필, 이 책에서는 수채색연필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세밀한 표현을 위해서는 연필깍기가 꼭 필요합니다. 깍여나가는 부분이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멋진 완성을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더라구요.



한국보태니컬아트 협동조합 소속 다섯 명의 작가가 식물을 관찰하며 포착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동백의 우아함부터 수선화의 청순함까지, 각각의 식물이 지닌 고유한 개성과 아름다움을 정교하고 세밀한 선으로 그려냈습니다. (2쪽)





기초 채색부터 시작해서 채색하는 과정이 소개되어 있는 대상화를 먼저 색칠해 보았습니다. 꽃잎은 섬세해서 열심히 관찰하고 채색해줘야 하더라구요. 그래서 꽃이 참 어려웠습니다. 컬러링이라서 부담없이 채색만 해볼수 있어서 그점도 매력적입니다.





두번째로 채색해 본것은 쑥부쟁이 입니다. 친숙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보라색이 이쁘네요. 마음이 심란해서 무언가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는데 참고색을 보고 색을 고르면서도 그랬습니다. 잎하나 칠하면 계속 집중하게 됩니다. 자연스럽지 못해서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채색하는 것 자체는 즐겁습니다. 넘 복잡하지 않고 하나의 꽃에 집중해서 채색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따라서 채색해보며 꽃들의 특성이나 모습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습니다. 꽃을 그릴때도 필요한 부분과 자체 삭제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연습이 필요할 듯 합니다. 장미꽃을 예쁘게 그려보고 싶었는데 책속에 담긴 장미가 멋져서 따라서 그려도 보고 채색도 해보려구요. 그리는 도구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져서 다른 재료를 사용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색연필은 마음의 인내를 꽃피게 해줍니다. 손안에서 이쁜 꽃이 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작은 인내심까지 쌓아줍니다. 쓰담쓰담 하듯이 밑색을 고르게 칠하고 잎의 양감을 잘 표현해줘야 합니다. 화가 나면 복싱을 해야하나 생각했는데 인내를 가지고 채색으로 승화 시켜 봅시다. 마음이 꽃처럼 피어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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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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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이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적어야지 하면서 읽다 보면 쓰는 게 귀찮아 표시만 해두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밑줄도 긋고 뭔가 책에 흔적을 남깁니다. 책에는 낙서를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조심하는 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책을 지저분하게 보기로 했습니다. 프롤로그로 들어가면 철학책에 자주 나오는 글이 나옵니다. 행복한 돼지가 되겠는가,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겠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전 행복한 돼지가 좋습니다. 배 부르고 등 따스운 것에 몹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에 대해서 생각해둬야 하는데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회피하고 싶어서 마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행복한 돼지는 철학 책을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쉬운,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철학책이라 생각해서 살짝 신나거나 우울한 돼지는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볍지 않습니다. 읽기는 생각보다 쉬워서 잘 읽히는데 내용은 어렵습니다.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은 적으면서 다음장을 넘어갔습니다. 실제로는 책을 읽으면서 기억하는 구절을 적는 게 쉽지 않았는데, 글씨는 마구 날아가기도 하지만 적고 있습니다. 요즘 간헐적으로 필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쓰고 책을 읽고 다시 노트에 쓰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지만 제 경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쓰다 보면 집중력이 확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책을 다 읽는 게 중요하지 않고 깊은 사유를 하라고 권합니다. 책 읽기에 돌입했는데 읽기보다는 생각하라고 합니다. 책 표지나 얼핏 내용은 "철학 어렵지 않아요." 라면서 미끼를 마구 흔듭니다. 철학은 일상생활에서 잘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철학 책을 들면 몇 장 넘기기 힘듭니다. 이래서 철학인가 싶기도 하고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살포시 책을 내려놓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은근히 읽어보라고 부추깁니다. 지금 사는게 힘든가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좋은 사람만 만나면서 살 순 없습니다. 어디를 가나 안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옆에 있습니다. 살면서 좋은 것만 보고 좋은 말만 하면서 살 순 없나 봅니다.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 책에서 쉽게 배우고 있습니다. 비트게슈타인의 사상을 읽으면서 언어의 작동을 우리는 각자의 생각속에 빠져서 다른 언어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말할 수 없는 것 앞에서 침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매일 작은 트롤리 딜레마를 마주한다. 

당신의 일상에서, 당신의 선택에서, 당신만의 균형점을 찾아라. 그것이 당신의 윤리다. 

완벽한 답은 없다. 하지만 신중한 고민은 있다. 그것이 철학이 주는 것이다.(188쪽)


올바른 일에,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올바른 때에 화를 내는 것, 그것이 덕이다.(197쪽) 

완벽한 답은 없습니다. 순간에 다수를 위해서 소수를 희생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최선인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책을 읽을수록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아마도 철학은 인생이라는 커다란 명제를 두고 봤을때 간단하지는 않겠죠. 단답형 문제처럼 '딱 이거다.' 싶은 게 있음 좋겠는데 말이죠. 철학을 통해서 자신만의 답안을 만들 수 있을까요? 


올바르게 화를 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고 싶습니다. 딱 맞는 타이밍에 화를 내지 못해서 더욱 화가 치미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럴 때 집착하면서 저를 괴롭힙니다. 결국 마지막 장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면 무엇을 꿈꾸는가 하면서 이 노래를 부릅니다. 이 질문에 들어가면 말문이 딱 막힙니다. 그래 나는 누구인가. 마무리는 불교의 무아론입니다. 


빈배가 시비를 건다면 우린 화내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어쩌면 저 빈배와 같을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이런 결말인가 싶은데 말이죠. 우선은 저자의 말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매일의 반복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시지프스의 고통을 어찌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 저는 그를 알지 못한다로 대답하겠습니다. 우선은 편안한 게 좋습니다. 머릿속을 비워야 새로운 것으로 채워 넣는 다는데 딱히 비울게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운 상태도 아닌 듯 합니다. 


삶을 영원한 형벌이라고 생각하며 산다면 너무 끔찍합니다. 세상에 좋은 게 얼마나 많습니까? 안 좋은 것도 역시나 많습니다. 조금 더 생각하면 세상은 너무 나도 절망적이고 벼랑 끝에 간신히 걸치고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 같기도 합니다. 여차하면 확 떨어질 수 있는데 벼랑 끝이 생각보다 안정적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사고방식은 짱구한테 배웠습니다. 벼랑 끝이 생각보다 낮을 수도 있다는 것. 뛰어내려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혼자서 발버둥 치다가 몹시 민망해 질 수 있다는 것. 


고집할 '나'가 없으면 괴로울 '나'도 없다. 

변화가 쉬워진다. 

실패가 덜 무섭다. 

타인을 판단하지 않게 된다. 

과거에 갇히지 않는다. 

매 순간이 새로이 시작이 된다. 

이것이 무아론의 진정한 가치다. 철학적 정확성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힘. (4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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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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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의 공포를 좋아해서 커피 괴담 이 책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그런데 책 표지가 무섭다기보다는 웃겼다. 책장을 다 덮고 '대부분 실제 있었던 혹은 겪었던'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이라는 글을 읽고 오싹해졌다. 저자는 커피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커피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지만 코로나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어서 좋아하는 원두를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커피 괴담이 시작된 것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이토록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릴 줄 알았던가. 그때는 일상 자체가 엄청난 공포 그 자체였다.


네 명의 중년 친구들이 모여서 커피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괴담을 주고받는 형식의 책이다. 처음에는 세 명이서만 커피 기행을 떠났다. 한 친구는 현직 검사라 바빠서 참석하지 못했다. 처음 모임은 엄청나게 더워서 괴담이든 무엇이든 써늘한 게 필요한 계절이었다. 중년의 아저씨들이 그렇게 모여 다니는 게 좀 수상해 보이거나 그 자체가 괴담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왠지 모르게 그런 분위기가 들어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하긴 그렇게 볼수도 있겠다.


그중에서도 괴담에 특화된 인물이 있었다. 다몬인데 친구들도 불쑥 튀어나오는 그의 말에 놀라기도 하고 어디서 이어진 거냐,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이었지만 친하니까 그런 반응을 보인다. 처음에 괴담을 시작하자고 한 것도 다몬이다. 작곡가로 뭔가 영감이 필요해서 친구들과 함께 괴담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비정기적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레코드 회사의 프로듀서 오노에, 외과의사 미즈시마, 검사 구로다, 작곡가와 공포 이야기가 체질인 다몬이다. 이런 모임 너무 좋을 것 같다. 일정하지 않고 시간이 될 때 보는 것도 좋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커피숍을 찾아다니며, 그곳의 역사도 잠깐 이야기하면서 함께 괴담을 풀어내는 것이다. 일본의 전통적 요소가 있어서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읽는데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친구들은 매번 한 끼도 먹지 못한 것처럼 맛있게 간식과 커피를 마신다. 특색 있는 커피숍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 어디에나 있는 커피숍이 아닌 느낌이라 더 좋다. 요즘엔 비슷한 느낌의 커피숍과 박제된 것 같은 커피향이 느껴진다. 아마도 원두도 그렇고 시럽의 향도 비슷해서 그런가 보다.


두 번째 만남은 겨울이었는데 아이스크림처럼 추울 때 더 괴담이 맛있다. 초반에는 이야기가 일상적인 느낌에서 끝이 약간 긴가민가했다. 처음에는 늘 그렇지만 약하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점점 저자의 매력에 스며든다. 공포는 바로 이 맛에 읽는 거지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친구들이 몹시 웃기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가로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욱 괴담 이야기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괴담 레스토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럼 괴담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괴담에 특화된 친구 다몬의 잃어버려도 자꾸만 돌아오는 양우산과 한동안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을 만나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오싹하게 만들어준다. 친구가 옆에 있는데 친구와 똑 닮은 도플갱어가 앞에 지나간다. 다몬은 친구의 이름(오노에)을 불렀는데 옆에 있는 친구가 자꾸 자기 이름 부르냐고 묻는다. 그런데 그 앞에 친구 도플갱어는 빠르게 지나가버린다. 뭔가 뒷덜미 잡아챌까 봐 그런 건가. 다몬 눈에만 보이는 걸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더 소름 돋는다. 검사인 구로다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다몬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건의 단서를 찾는다.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말이다.


지하 찻 집, 언더그라운드, 저승에 사는 사람들.

이렇게 보면 산자와 죽은 자는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뜻밖에 이런 식으로 일상생활에 예사로 섞여 들어 함께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벌써 죽었는지 몰라. (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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