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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이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적어야지 하면서 읽다 보면 쓰는 게 귀찮아 표시만 해두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밑줄도 긋고 뭔가 책에 흔적을 남깁니다. 책에는 낙서를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조심하는 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책을 지저분하게 보기로 했습니다. 프롤로그로 들어가면 철학책에 자주 나오는 글이 나옵니다. 행복한 돼지가 되겠는가,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겠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전 행복한 돼지가 좋습니다. 배 부르고 등 따스운 것에 몹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에 대해서 생각해둬야 하는데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회피하고 싶어서 마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행복한 돼지는 철학 책을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쉬운,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철학책이라 생각해서 살짝 신나거나 우울한 돼지는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볍지 않습니다. 읽기는 생각보다 쉬워서 잘 읽히는데 내용은 어렵습니다.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은 적으면서 다음장을 넘어갔습니다. 실제로는 책을 읽으면서 기억하는 구절을 적는 게 쉽지 않았는데, 글씨는 마구 날아가기도 하지만 적고 있습니다. 요즘 간헐적으로 필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쓰고 책을 읽고 다시 노트에 쓰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지만 제 경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쓰다 보면 집중력이 확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책을 다 읽는 게 중요하지 않고 깊은 사유를 하라고 권합니다. 책 읽기에 돌입했는데 읽기보다는 생각하라고 합니다. 책 표지나 얼핏 내용은 "철학 어렵지 않아요." 라면서 미끼를 마구 흔듭니다. 철학은 일상생활에서 잘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철학 책을 들면 몇 장 넘기기 힘듭니다. 이래서 철학인가 싶기도 하고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살포시 책을 내려놓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은근히 읽어보라고 부추깁니다. 지금 사는게 힘든가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좋은 사람만 만나면서 살 순 없습니다. 어디를 가나 안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옆에 있습니다. 살면서 좋은 것만 보고 좋은 말만 하면서 살 순 없나 봅니다.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 책에서 쉽게 배우고 있습니다. 비트게슈타인의 사상을 읽으면서 언어의 작동을 우리는 각자의 생각속에 빠져서 다른 언어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말할 수 없는 것 앞에서 침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매일 작은 트롤리 딜레마를 마주한다.
당신의 일상에서, 당신의 선택에서, 당신만의 균형점을 찾아라. 그것이 당신의 윤리다.
완벽한 답은 없다. 하지만 신중한 고민은 있다. 그것이 철학이 주는 것이다.(188쪽)
올바른 일에,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올바른 때에 화를 내는 것, 그것이 덕이다.(197쪽)
완벽한 답은 없습니다. 순간에 다수를 위해서 소수를 희생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최선인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책을 읽을수록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아마도 철학은 인생이라는 커다란 명제를 두고 봤을때 간단하지는 않겠죠. 단답형 문제처럼 '딱 이거다.' 싶은 게 있음 좋겠는데 말이죠. 철학을 통해서 자신만의 답안을 만들 수 있을까요?
올바르게 화를 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고 싶습니다. 딱 맞는 타이밍에 화를 내지 못해서 더욱 화가 치미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럴 때 집착하면서 저를 괴롭힙니다. 결국 마지막 장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면 무엇을 꿈꾸는가 하면서 이 노래를 부릅니다. 이 질문에 들어가면 말문이 딱 막힙니다. 그래 나는 누구인가. 마무리는 불교의 무아론입니다.
빈배가 시비를 건다면 우린 화내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어쩌면 저 빈배와 같을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이런 결말인가 싶은데 말이죠. 우선은 저자의 말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매일의 반복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시지프스의 고통을 어찌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 저는 그를 알지 못한다로 대답하겠습니다. 우선은 편안한 게 좋습니다. 머릿속을 비워야 새로운 것으로 채워 넣는 다는데 딱히 비울게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운 상태도 아닌 듯 합니다.
삶을 영원한 형벌이라고 생각하며 산다면 너무 끔찍합니다. 세상에 좋은 게 얼마나 많습니까? 안 좋은 것도 역시나 많습니다. 조금 더 생각하면 세상은 너무 나도 절망적이고 벼랑 끝에 간신히 걸치고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 같기도 합니다. 여차하면 확 떨어질 수 있는데 벼랑 끝이 생각보다 안정적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사고방식은 짱구한테 배웠습니다. 벼랑 끝이 생각보다 낮을 수도 있다는 것. 뛰어내려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혼자서 발버둥 치다가 몹시 민망해 질 수 있다는 것.
고집할 '나'가 없으면 괴로울 '나'도 없다.
변화가 쉬워진다.
실패가 덜 무섭다.
타인을 판단하지 않게 된다.
과거에 갇히지 않는다.
매 순간이 새로이 시작이 된다.
이것이 무아론의 진정한 가치다. 철학적 정확성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힘. (4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