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도 무사히 성공했다. 의지의 독서괭! 

반년이나 열심히 지켰으니 이제 좀 풀어줘 볼까..? 하는 유혹이 드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소설만큼은 이제 있는 거 다 읽고 사자 하는 마음도 든다. 

그래서 서친님들 글 보며 너무너무 궁금한 소설들도 미루고 있다 ㅠㅠ 


이번 달 산 책: 2권


여성주의 책읽기 도서인 <가부장제의 창조>와 Oxford bookworm Level 2 <Robinson Crusoe>. 그리고 드립백 커피.

















<가부장제의 창조>는 7장까지 읽은 중간 감상을 적어뒀고, 어제 딱 맞춰 다 읽었기 때문에 리뷰를 써야 하는데, 

음.. 곧 쓰겠다. 

옥스포드 북웜 시리즈는 좋다는 얘길 계속 들어서 한번 봐야지 하고 있었던 차에, 

관련 어플을 받아 레벨테스트를 해보니 나는 레벨2를 보라고 하더라.

그리고 중고에서 찾다 보니 로빈슨크루소를 사게 됐다. 읽은 책이라 좀 아쉽. 

유튜브에서 읽어주는 걸 들으며 동시에 눈으로 읽기. 절반 이상 읽었는데 빨리 마저 읽어야겠다.

모르는 단어 없고 문장이 짧아서 쉽다. 그런데 내 리스닝과 리딩은 레벨2가 쉬운 편이라는데 

이걸 스피킹과 라이팅이라고 생각하면,, 어렵다! ㅠㅠ 

하여 원래 목표는 들으며 읽고, 쉐도우 스피킹까지 하여 완전히 습득하는 것이었는데, 

음.. 곧 하겠다. 



예외: 그림책 2권














이번달은 그림책도 많이 참았다.

<엄마 도감>은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에 나온 권정민 작가의 책 중 고른 것.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페이퍼 2탄에도 넣을 거지만(계속 2탄 광고 중.. ㅋㅋㅋ) 

아래 사진처럼, 아이의 눈으로 엄마를 관찰하는 내용이다. 굉장히 귀엽고, 재밌다. 엄마라면 백퍼 공감할 듯. 

<아델과 사이먼, 미국에 가다>는 아델과 사이먼 시리즈 중 하나인데, 나는 아직 못 봤지만 첫째가 이미 재미있게 봤다. 




선물받은 책: 1권


불현듯 선물받은 책도 예외로 넣어야겠다 싶어서 추가.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는 틈틈이 한 꼭지씩 읽고 있다. 

역시 선물은... 신나★ ㅋㅋ 

















읽은 책 : 7권


오 많이 읽었네?? 월 5권이 목표인데 초과했다.

아무래도 소설이 많지만, 묵직한 여성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두권이나 끝낸 나, 칭찬한다!!

<파친코>는 완독 후 리뷰를 썼다. 

<나는 고백한다> 듣던 대로 대작인데, 이번 달에는 3권을 끝내고 1권부터 재독하고 싶다.

<토지>는 오디오북으로 계속 듣고 있다. 3권은 얼마전 리뷰를 썼다. 

<레이디 크레딧>도 리뷰를 썼고.. 오 리뷰 성적도 좋은데?? 

이제 <가부장제의 창조> 리뷰를 쓸 차례다..  











































2022년 알라딘과 당신의 기록


올해도 알라딘에서 당신의 기록을 보여준다. 역시 재미있다. 알라딘과 나의 길고 깊은 역사여...




<그림으로 생각 키우기>는 대체 왜 산거지??

2010년 2월의 39만원 구매는, 찾아보니 뭐, 별거 아니고, 39만 원짜리 전집이다..무려 50권짜리.. ㅡㅡ;;;

내가 읽으려고 산 거는 아니고, 동생 읽으라고 산 듯. 아마 내 돈도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열린책들을 많이 샀구나. 이건 몰랐네? 


7월에는 이미 1권의 책을 펀딩해 버려서 1권밖에 더 살 수 없다.

여성주의 책읽기 도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1권을 선택할 여지가 생긴다..! 오호.

7, 8월에는 과외로 맡은 일이 있어서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그래도 열심히 읽어보자.


친구님들, 하반기에도 자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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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1 14: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기와 쓰기,말하기는 다르다는 것 공감합니다. 읽기는 단어나 문장 구조만 알면 잘 들어오는데 막상 쓰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괭님도 북웜 시리즈 읽으신다니 응원합니다^^*
저도 알라딘 기록 봤더니 나름 재미나더군요. 첫 구입 책을 보니 그때 내가 뭐하고 살았나가 보이더군요~ㅎㅎ
6월 목표 가뿐히 성공하셨으니 7월도 화이팅!

독서괭 2022-07-01 16:49   좋아요 2 | URL
화가님, 응원 감사합니다. 정말 입이 안 트이고(사실 귀도 안 트였지만) 쓰기는 뭐,, 말할 것도 없고 ㅠㅠ 북웜시리즈 열심히 좀 읽어보겠습니다.
알라딘 기록, 매년 구매량에 충격받으시는 분들 보는 재미도(?)ㅋㅋㅋ 전 첫 구입책을 왜 샀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7월도 홧팅입니다^^

다락방 2022-07-01 14: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웜 사놓고 읽다만 거 한 권 있는데... (시무룩)
아니 독서괭 님, 무엇보다 <나는 고백한다> 2권까지 마치신 거 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세 권 다 집에 있는데... 있는데.... 있기만 하네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님, 2004년부터 알라딘 하셨군요! 엄청 오래되셨네요!! >.<

독서괭 2022-07-01 16:51   좋아요 2 | URL
ㅋㅋㅋ 다락방님, 그래도 한권만 사놓으셨군요. 그거 다 읽으면 또 사시려고 했지요..?
<나는 고백한다> 여름 휴가 떄 읽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ㅎㅎ 세권이나 되지만 또, 잘 넘어갑니다.
2004년에 첨으로 인터넷으로 책을 사기 시작한 모양이예요. 전 그때부터 알라딘 충성 ㅋㅋ 잠깐 다른 데도 같이 썼으나 접었네요. 뭘 샀는지 얼마나 샀는지 알라딘이 알려주면 그게 거의 전부라 편하긴 합니다 ㅋ

잠자냥 2022-07-01 14: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재독하고 싶은 <나는 고백한다>!
계속 2탄 광고 중인 그림책 페이퍼 2탄 기대합니다~
그나저나 괭님, 괭이들 이미지랑 잘 어울린다요~ ㅎㅎ

독서괭 2022-07-01 16:52   좋아요 3 | URL
<나는 고백한다>는 재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놓친 떡밥이 있을 것 같아요^^
그림책 페이퍼 2탄을 위해 오늘 책을 주문.. 쿨럭
괭이를 못 키우는 아쉬움에 스스로 괭이 된 독서괭입니다 ㅎㅎㅎ

페넬로페 2022-07-01 15: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2004년부터 알라딘 시작하셨네요
저보다 훨씬 앞서요
저는 계속 ~~24를 이용했거든요.
대선배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의 다른 말일까요!
약속도 잘 지키고, 책도 열심히 읽고
역시, 대단^^👍👍👍

독서괭 2022-07-01 16:55   좋아요 4 | URL
대선배 ㅋㅋㅋㅋㅋ 쑥스럽네요 ㅋㅋ
그 당시 인터넷 서점으로 알라딘이 제일 유명했던 것 같아요. ~~24는 요 몇 년 전에 좀 이용하다가 구매를 확 줄이면서 접게 됐네요.
부지런하게 뭘 해야하는 약속이 아니고 안 하고 참으면 되는 약속이라 더 쉬웠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
페넬로페님 칭찬 감사해요~~^^

scott 2022-07-01 16: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의 구매력으로 지금의 알라딘이 존재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23주년 알라딘은
오랜 고객이신 괭님에게
럭키백을 줬으면 ㅋㅋㅋㅋ

∧,,,∧
( ̳• · • ̳)
/ づ👜
무더운 여름 건강 잘 챙기세요!


독서괭 2022-07-01 16:57   좋아요 3 | URL
전 기간이 길어서 그렇지 월 구매액으로 평균내면 얼마 안 될 수도요^^
럭키백은 중고매장(오프라인) 용인 거지요? 전 온라인은 이용해서 흑흑 ㅠ
고양이 이모티콘 너무 귀엽네요! 스콧님도 무더위 잘 버텨내시길요~^^

새파랑 2022-07-02 0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상위 0.3 ~! 대단하십니다. 커피 드립백도 이번단 산책에 카운트 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ㅋ 역시 역시의 독서괭님~!!

독서괭 2022-07-04 10:35   좋아요 2 | URL
에이 새파랑님 커피를 어찌 책에 카운팅 합니까 ㅋㅋ 이건 예외로 굳이 설정할 필요도 없음요! 왜냐, 커피는 금방 소비되어 자리 차지를 안 하니까요!

책읽는나무 2022-07-02 0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두 권씩 구입하시는지 알겠어요!
안그랬음 정말 백 세까지 11,250권을 더 구매하실 뻔....ㅋㅋㅋㅋ
전 7,560 권을 더 구매하겠다더군요ㅋㅋㅋ
전 그게 넘 웃겨서...ㅋㅋㅋ
우리 100 세까지 살아서 계속 기록을 비교해 보아요~^^ ㅋㅋㅋ
나는 고백한다...재독 결심!!!! 우와~
나도 1권만 사다 놨는데 얼른 읽어야 하는데...또 자극만 받고 가네요^^

독서괭 2022-07-04 10:38   좋아요 2 | URL
그쵸 나무님,, 진작에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ㅠㅠ
그때 마구 사댈 때보다 지금 더 많이 읽는 것 같아요 ㅋ
100세까지 살면서 기록 비교 ㅋㅋㅋ 재밌긴 하겠는데요 ㅋㅋ 그때는 기술이 좋아져서 눈과 귀가 노화되어도 읽고 들을 수 있을 거예요, 그쵸? (전 그래도 100세까지 살기는 무섭지만..)
나는 고백한다 3권은 진짜 읽다 헉 하고 울고 막.. 1권만 사다 놓으셨다니! 이건 쭉 읽으셔야 합니다 ㅎㅎ

mini74 2022-07-04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첫번째 책이
집니가자 꿀꿀꿀 입니다 ㅠㅠ

독서괭 2022-07-04 10:3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집나가자 꿀꿀꿀 ㅋㅋ 미니님 아이가 어릴 때 첫 구매 하셨나봐요!^^

mini74 2022-07-04 11:08   좋아요 2 | URL
네 ㅎㅎ매번 서점 가다가 아마 그 시기에 인터넷 구매 시작했어요. 책이 다 집 나가자 꿀꿀꿀 재미있는 종이접기 뭐 이렇네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7-04 12:10   좋아요 2 | URL
아...집 나가자 꿀꿀꿀~
기억납니다.^^
울집 아들 그 책 정말 좋아했었는데...야단 치면 맨날 집 나간다고!!!ㅜㅜ
전 첫번 째 책은 해리포터 더군요.
그 시절 해리포터가 영화도 나왔고, 영화 보고 재밌어서 해리포터 사다 모으면서 태교 했었는데 정작 애는 해리포터 읽지도 않고, 그런 책 안 좋아한다고 딱 잘라 거절하고ㅜㅜ

독서괭 2022-07-05 15:46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야단 치면 맨날 집 나간다고 ㅋㅋㅋㅋㅋㅋ 책의 부작용이네요^^ 집 안 나가고 잘 큰 것 같아 다행입니다 ㅎㅎ 책나무님 첫번째 책은 해리포터군요! 해리포터로 태교를 ㅋㅋㅋㅋ 아이가 해리포터를 안 좋아하는군요! 아이들은 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저도 아이들 크면 같이 읽어보고 싶거든요~!
 


상반기 좋았던 책을 꼽으시는 서친님들 페이퍼를 보고 있노라니, 나의 상반기 원픽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많이 읽지도 않았는데 기억이 가물해서 어플을 들여다보니, 문학/비문학 원픽을 어렵잖게 하나씩 꼽을 수 있었다. 문학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다시, 올리브> 세트이고, 비문학은 바로 이 책,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이다. 

100자평만 써두고, 리뷰를 쓰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일단 옮겨야 할 밑줄이 상당히 많았고, 소개된 10명의 작가들의 그림책들을 한 권씩이라도 읽고 페이퍼를 쓰자는 장대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금야금 책을 사다가 현재, 두 분의 작가님 책은 못 본 상태로 일단 페이퍼를 쓰려고 한다. 이러다 언제 정리할지 알 수 없어서...


이 책은 10명의 그림책 작가를 인터뷰한 인터뷰 모음집이다.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들을 성실히 파악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져 가며 답을 이끌어나갈 때 얼마나 좋은 내용이 담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터뷰어 최혜진 작가 자신의 글도 좋다. 그림책 작가들의 인터뷰지만,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지점들이 많아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책. 


1. 권윤덕 - 과정으로만 존재하기


<나의 작은 화판>에서 이렇게 쓰셨어요. "아이들은 자란다. 몸도 자라고 마음도 자라고 생각도 자란다. 한 시간도 머무르지 않고 쑥쑥 자란다. 그래서 아무리 심각한 문제도 아이들에게는 과정으로만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과정으로만 존재하기. 이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 피카이아는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버제스 생물군 중 하나예요. 5cm 정도 되는 작은 생물로 척추의 전단계인 척색을 갖고 있었죠. 피카이아가 진화해 척추동물이 생겨났고 인류도 나타났는데요. 중요한 건 피카이아가 우월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란 점이예요. 더 우월한 생물들도 많았는데 피카이아가 우연히 살아남았고, 이후로 무한히 펼쳐질 가능성을 품고 있었지요. 사람도 그래요. 살아 있음 자체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고, 태어나고 잘 살아내고 명을 다하면 다른 물질로 환원되는 것이 기본이지요. 성인이 되면 키가 자라지 않아서 성장이 멈추고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고 여길 수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생명 활동의 과정 안에 있어요. 상처가 나면 저절로 딱지가 앉고 치유되는 몸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고 한번 낯설게 바라보세요. 아무리 슬퍼도 때 되면 배고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푹 자고 일어나면 걱정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도요. 신기하고 대단하지 않나요? 나를 지키고 키워가는 힘은 이미 내 몸이 지니고 있어요. 그 믿음을 잃지 말았으면 해요. 생명은 과정이지만, 미래의 어떤 것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매 순간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합니다.    - 43-45쪽

이 작가님 책은 두 권 읽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느낌이 오겠지만, 민화 같달까, 전통적인 느낌의 화풍이다.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는 고양이가 나를 따라한다고 하던 아이가, 이제 내가 고양이를 따라하겠다며 고양이처럼 행동하다가, 마지막에는 용기를 내는 내용이다. 고양이 때문에 샀고, 고양이가 귀엽다. 

<만희네 집>은 1995년 작이어서 꽤 연식이 있는데, 오래된 주택에 사는 한 가정의 모습을 그리며, 그 시절 쓰던 여러 소품이 자세히 묘사되어 그걸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슬픈 것은.. 아이들이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ㅠㅠ 



더 읽어 보고 싶은 권윤덕 작가님의 책















2. 소윤경- 의문문의 쓸모


<펑 하고 산산조각난 꼬마들> <줄어든 아이 트리혼> 등 어두운 고딕풍의 그림책으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고리를 각별히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작품이나 작가님 작품에는 서늘하고 기묘한 정서가 흘러요.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아동 도서 이미지와 거리가 멉니다. 작가님은 '어린이=순수하다', '뱀=징그럽다' 같은 관습적 도식을 유독 못 견뎌하는 것 같아요.


 자라는 내내 사회의 평균치에 맞게 살라는 강요를 많이 당했어요. 딸이니까, 여자니까, 학생이니까 같은 말들로요. (...) 그런데 가만히 보세요. 요즘도 많은 어린이책이 세계를 도식적으로 그려내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도 개, 고양이, 곰, 토끼 등 몇 종에 쏠려 있고, 모두 호감 가는 외양으로 도식화되어 있지요. 도식을 취한다는 건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에너지를 들여가며 대상을 바라보고 새로이 인식하지 않겠다는 거지요. 캐릭터화한 표현, 대상화된 표현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현실 인식도 왜곡될 수 있어요. 제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도식을 배반하는 그림이에요. 작가가 자기 눈으로 사물을 본 결과를 그려내는 그림, 고유한 시선이 전해지는 그림을 아이들이 더 많이 보았으면 해요.   - 64쪽


산문집 <호두나무 작업실>에서 이렇게 쓰셨어요. "삶이 힘겨워질수록 사람들은 익숙하고 달달한 콘텐츠를 찾는다. 마치 고된 일을 마치고 난 후엔 당이 필요한 것처럼." 작가님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다수가 선호하기 어려운 낯선 그림책을 만들어요. 회의감이 찾아올 때는 없으신가요? 


 제 책이 정말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켰나 자문하면 무력감이 밀려오기도 해요. 차라리 밝고 행복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많이 그려서 아이들이 책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땐 다수가 호응해야 한다는 기대에서 잠시 물러나 가만히 그것을 들여다봐요. 무엇을 좌절로 여길지는 무엇을 원하는지에 달려 있을 때가 많거든요. 찬찬히 생각해보면 작가 활동을 하기 위해 꼭 많은 사람의 지지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어요.  (...) 다수의 지지를 받기 위해 저라는 사람의 고유한 관점과 신념을 버릴 이유가 없어요. 내 편의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법을 배우면 돼요.     - 71쪽


거절을 당하는 상황은 통제할 수 없지만, 거절당한 이후에 내 반응은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먼저 거절의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습관을 버리세요.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가만히 두면 내가 부족했고, 내가 비호감이고, 내가 좋지 않은 그림을 그려서 거절당했다는 식의 자기비판으로 귀결되거든요. 그런데 성공은 100% 운이에요. (...) 그러니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연구하지 마세요. 연구한다고 그 사람 삶이 내 것이 되지 않아요. 그냥 열심히 자기 자신으로 사세요.   - 78, 79쪽


삶은 반응을 요구하는 질문 그 자체다. 날씨, 교통상황, 광고에서 본 반짝이는 물건, 가족과 동료의 말과 행동, 타인의 요구와 기대, 예측하지 못한 사건 등 외부 자극은 이어지고, 우리는 그 앞에서 특정한 반응을 보이고 상호작용한다. 삶을 배운다는 건 반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중심이 단단한 사람은 외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반응의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안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내가 이랬어" 라고 말하는 대신 "그런 일이 있었고, 나는 이렇게 반응하기로 했어"라고 말한다. 원인(사건)과 결과(반응) 사이에 투명한 공백을 마련하고 찬찬히 주어의 자리를 회복한다. 

사건이 곧장 상처가 되지 않도록 사건과 나 사이에 검증 공간을 마련하는 일. 익숙한 서사, 반복되는 패턴, 당연시되는 생각, 규율과 의무감, 금기까지도 일단 무엇이든 그 안에 넣고 참과 거짓을 따져보는 일. 소윤경 작가는 자기 안에서 피어오른 여러 의문형 문장들을 사소히 여기지 않고 물음표를 모아 맞설 수 있는 용기로 빚어낸다. 그렇게 스스로를 지킨다.   - 81쪽 



 소윤경 작가 꼭지가 참 좋아서, 이 분 그림책들도 많이 궁금했다. 벼르다 골라 산 것이 <콤비>. 


  매우 독특한 책이다. '화첩'이라는 말이 책에 붙어 있듯이, 그림책이라기보다는 화첩에 산문시가 덧붙여진 느낌이다. 

대부분의 포유류가 멸종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다른 종에게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계. 그 속에서 만나 함께 지내는 '콤비'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넌 먼 곳을 응시하고 있어>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분양받아 온 쪽은 누구일까?









더 읽어보고 싶은 소윤경 작가님의 책
















3. 이수지 - 놀이가 태도가 될 때


 가수 루시드 폴과 함께 만든 <물이 되는 꿈>에서 수중재활운동을 하는 아이의 몽상을 5m가 넘는 기다란 병풍 책으로 펼쳐놓았고, <검은 새>에서는 화가 난 아이가 감정을 식히는 시간을 장대한 여행기로 펼쳐놓으셨어요. <동물원>에서는 인파에 밀려 부모님과 잠깐 떨어진 아이의 시간을 오색찬란한 사교의 시간으로 묘사하셨죠. 무언가에 열중한 아이 입장에서 나머지 세계가 일시정지한 것처럼, 순간과 아이와 감정만 존재하는 것처럼 그려진 작품이 많아요. 


(...) 저는 늘 현재에 관심이 많고,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요. 어차피 미래를 걱정한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결국 오늘의 내가 뭔가를 해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오늘 마주한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것을 선택하는 데에 에너지를 쓰는 게 낫죠. 저에겐 원대한 계획 대신 순간의 절실함이 있어요. 순간에 온 마음으로 머물다 보면 하루살이처럼 살아도 방향성이 생겨 잇을 거라 기대해요. '받을 수 있는 공만 받고, 칠 수 있는 공만 친다'는 생각으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요.   - 104쪽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캇이 <놀이와 현실>에서 이렇게 썼어요. "아이는 이제 그를 사랑하고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이 옆에 있어줄 것이며 잊었다가 다시 생각이 날 때에 계속해서 거기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의 기초 위에서 놀이한다." 위의 문장을 읽고 <파도야 놀자> <이렇게 멋진 날> <물이 되는 꿈> <동물원> <아빠 나한테 물어봐>에 등장하는 어른들이 달리 보였어요. 아이가 환상으로 떠날 수 있도록 단단한 닻의 역할을 한다고 느꼈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부모와 아이 사이에 신뢰는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요?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세계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을까요?


 (...) 예전에 읽은 잡지 기사가 있어요. 육아 고민을 상담해주는 코너였는데, '아이들과 놀 때 도대체 얼마나 쿵짝을 맞춰줘야 하나'라는 고민에 상담가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부모는 아이 옆에 그냥 누워만 있어도 됩니다." 그때 제가 한창 육아로 힘들 때라서 '누워 있어도 된다'에 방점을 찍었지요.(웃음) 가만히 생각해보니 커다란 산처럼 아이 뒤를 둘러싼 부모의 신체가 정서 안정에 꽤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아이가 마음껏 환상을 펼칠 수 있는 안전한 영역을 설정해 주는 신체인 것이죠. 제 책에 등장하는 어른의 역할은 거기에 있어주는 거예요. 아이 입장에서 든든하게 바라볼 수 있는 존재로서 그냥 있는 거지요. 그렇게 아이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고 선을 지키면서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각자의 숙제를 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 111, 112쪽


 최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으로, 이 책에서 현재 가장 유명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세 권의 책을 읽었다.














아래 사진들은 <파도야 놀자>와 <이렇게 멋진 날> 

굉장히 색감이 좋고, 색을 많이 안 쓰는데도 화려하고 생기가 넘치는 느낌을 준다. 아주 마음에 든다. 이 책들은 추천. 

<토끼들의 밤>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음^^; 




더 읽어보고 싶은 이수지 작가님의 책
















4. 유설화 - 인정욕구에게 질문하기


 인정이 목마른 사람에게 "왜 이렇게 남을 신경 써? 자기만족이 중요하지"라는 말은 도덕 교과서처럼 들린다. 올바르지만 죽어 있는 말이다. 타인의 관심에 완벽히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에게 통용되는 인정 갈망과 자기 수용의 적정 비율도 없다. 균형점은 결국 스스로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인정욕구는 질문하게 한다. '왜 사람들이 나를 안 알아주지?' 노력하면 알아줄 거라는 기대로 최선을 다해본다. 그래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질문과 대면하게 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나에게도 의미가 없나?' 유설화 작가는 이 질문에 차곡차곡 답하듯 그림책을 지었다. 기대감과 실망감이 밀물썰물처럼 들고 나는 풍경을 모두 지켜보며, 묵묵히. 

 온 힘을 다해 뛰어도 우리는 여전히 자기 자신밖에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윤곽을 확인하기 위해, "여기까지가 한계이고, 너는 최선을 다했어"라고 자신이 설득되는 지점을 찾기 위해.    - 143쪽


이 작가님 책은 세 권이나 읽었는데, 모두 도서관에서 읽어서 산 책이 없다. 죄송;;; 














<슈퍼 거북>, <슈퍼 토끼>는 토끼와 거북이 옛이야기를 변형시킨 내용인데, 자기 자신으로 사는 방법에 관해 말하고 있다. <용기를 내 비닐장갑>은 겁많은 비닐장갑이 용기를 내어 친구들을 구하는 이야기다. 비닐장갑 보다는 <슈퍼 거북>, <슈퍼 토끼>가 좋았고, 희미한 기억 속에 <슈퍼 토끼>가 가장 재미있었던 듯. 

이제껏 언급한 책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책들^^;; 


더 읽어보고 싶은 유설화 작가님의 책














너무 길어져서 끊어 써야겠다.. 

10명이니 5명씩 쓰고 싶은데,

다섯번째인 고정순 작가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라 좀 더 곱씹으며 옮겨 적고 싶어서 넘긴다. 

투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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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29 00: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괭님 상반기 명페이퍼
담달 이달의 당선작
예약 😍

독서괭 2022-06-29 16:00   좋아요 3 | URL
오오 스콧님 감사합니다. 알라딘 보고 있나요? 스콧님이 예약하셨습니다 ㅋㅋㅋ
한번에 10명 다 쓰고 싶었는데 중간에 날아갈까 걱정도 되고 졸려서 끊었습니다..^^;;

프레이야 2022-06-29 0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권윤덕 작가 만희네 집
갖고 있어요. 아이들 어릴 때 사서 아직.
정감있는 그림이 참 좋아요. 열 명의 그림책 작가 인터뷰집이군요. 각 작가들 소제목도 그렇고 사진도 많고 마음 당깁니다. 그림책 공부하던 시절 생각이 납니다^^
제가 그리진 못하고요. ㅎㅎ

독서괭 2022-06-29 16:02   좋아요 3 | URL
만희네 집 가지고 계시군요! 요즘에는 보기 힘든 그림체 같아요. 하나하나 공들여 그린 정성이 느껴집니다.
이 페이퍼의 사진들은 제가 갖고 있는 그림책을 찍은 것이지만, 이 책 속에도 작가님들의 작업 풍경 사진이 많이 담겨 있어요.
프레이야님 그림책 공부를 하셨었군요! 그렇다면 더욱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2-06-29 0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닉네임처럼 1픽은 고양이가 있는 그림책이군요 ^^
앞으로 그림책=독서괭님 으로~!!

독서괭 2022-06-29 16:03   좋아요 3 | URL
**주의!! 이 책 자체에는 고양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사실 제가 그림책까지 일일이 백자평을 하고 읽은 책 목록에 쌓으면 엄청 많을텐데.. 그렇게는 안/못 하고 있네요^^;

페넬로페 2022-06-29 07: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를 아직 못 읽었어요.
이 책 좋아하시는 분이 많으신데 저도 읽고 싶은데 언제가 될런지요~~

독서괭 2022-06-29 16:05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하반기에는 올리브 시작해보세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으시죠 ㅎㅎ
그림책 작가라는 길이 쉽지 않아서, 절망을 견디고 나를 지켜나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인연이 닿을 때 읽어보셔요~^^

singri 2022-06-29 08: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흠 너무 좋네요 그림책 페이퍼;

독서괭 2022-06-29 16:05   좋아요 2 | URL
싱그리님 감사합니다~ 책이 좋아서 페이퍼도 덩달아!^^

공쟝쟝 2022-06-29 08: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윤경 작가의 인터뷰 인상적이네요, 그리고 그림책이란 정말 신세계 인데요? ㅋㅋㅋ 괭님이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세계. 근사합니다.

독서괭 2022-06-29 16:06   좋아요 3 | URL
그쵸 소윤경 작가님 부분 좋았어요. 투비 컨티뉴드로 이어질 다음 페이퍼에 등장할 고정순 작가님 인터뷰도 매우 좋으니 기대하십쇼 ㅋㅋㅋ
쟝쟝님께 그림책을 선물해봐야 하나??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ㅋㅋ

거리의화가 2022-06-29 09: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다양한 분들의 책읽기를 경험하는 것은 알라딘 서재만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ㅎ 소윤경 작가님의 글과 그림이 넘 좋아서 보관함에 담았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감사해요~^^

독서괭 2022-06-29 16:08   좋아요 2 | URL
맞아요 화가님! 저도 화가님 서재 가면 깊이 있는 역사책들 보고 띠용~ 놀란답니다 ㅎㅎ 소윤경 작가님 부분이 제가 좋아서 많이 담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분들께도 인상적이군요! <콤비>는 어른을 위한 동화 같아요. 아이들은 그림만 대충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2-06-29 09: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의 상반기 원픽!
저는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만 읽어보았는데, 우리 작가들 다룬 책이라 더 좋을 것 같아요 ^^

독서괭 2022-06-29 16:10   좋아요 3 | URL
수하님, 저도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도 읽어봐야 하는데요! 우리 그림책 작가들 중 다소 마니악한 분들도 골고루 선정한 것 같아서 좋더라구요. 유럽의~가 좋으셨다면 이 책도 찜!^^

단발머리 2022-06-29 15: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아, 독서괭님 이 페이퍼 너무 좋네요. 이런 작가를 찾아낸 안목이 놀라워 최혜진 작가 찾아보고 왔네요 ㅎㅎ 덕분에 그림책 구경 실컷하고 갑니다.
예전에는 이런 멋진 그림책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더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6-29 16:13   좋아요 2 | URL
그쵸. 저는 최혜진 작가님 인터뷰를 참 잘하셔서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인터뷰집을 거의 안 봐서, 기억나는 건 <멋있으면 다 언니> 뿐인데, 멋언니보다 이 책이 더 좋았어요. 이 분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요.
ㅎㅎㅎ 좋은 그림책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잠자냥 2022-06-29 1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집에 가서 정독하려고 킵해둠 ㅋ

독서괭 2022-06-29 16:13   좋아요 3 | URL
오오 정독을 위한 킵까지! 영광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06-29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권윤덕 작가님 책은 애들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책입니다~
만희네집 너무 좋고,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꽃할머니, 시리동동 거미동동도 좋아요!!

독서괭 2022-07-01 12:59   좋아요 2 | URL
오 권윤덕 작가님 좋아하시는군요! 말씀하신 세 권도 찜해둬야겠습니다^^
스타일이 약간 어른용인 것 같아요 ㅎㅎ

yamoo 2022-06-30 1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이네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데, 유성과 수성이 있더라구요.
위 그림책 작가들은 수성 색연필이나 종이에 수채로 그린 거 같아요..
일러스트 잘 그리는 작가들은 많은 거 같습니다. 그림책 작가는 글도 있어야 겠군요.
저도 그림책에 관심을 가져봐야 겠어요!ㅎㅎ

독서괭 2022-07-01 13:02   좋아요 2 | URL
그림을 좋아하시는군요! 직접 그리시니 더 보이는 게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그림을 못 그려서.. 스케치까지는 좋아했었는데, 꼭 물감 대면 망치더라구요?? ㅠㅠ
글+그림+특유의 감성까지, 그림책만의 특징과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잠자냥 2022-06-30 2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아 진짜 좋은 책이 엄청 많네요. 작가들 인터뷰도 하나같이 인상 깊고요. 저도 몇몇 책은 직접 읽어보고 싶은데, <토끼들의 밤>은 왜 덜 추천이죠? 그림 색감이 어두워서??!

독서괭 2022-07-01 13:04   좋아요 3 | URL
네, 토끼는.. 일단 이수지 작가님 하면 떠오르는 사진 속 그런 느낌(색감이라든가 역동적인 느낌)이 아니라서 실망하실 수 있고요, 애들의 관심을 못 받아서요...ㅠㅠ;;
빨리 2편을 써야 하는데, 밑줄도 많고,,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이 작가님들 중 에세이 내신 분들도 있더라구요. 그책들도 궁금!

mini74 2022-07-08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희네집 보며 아이랑 동네 그렸던 기억나요. 좋은 그림책 소개 항상 고맙습니다.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2-07-11 12:57   좋아요 1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금욜부터 주말 내내 몸이 안 좋아서 이제야 서재에 들어왔네요^^;;

이하라 2022-07-08 18: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독서괭 2022-07-11 12:57   좋아요 2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즐거운 주말 보내셨길요!

그레이스 2022-07-08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2-07-11 12:57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7-08 18: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독서괭님~!! 경축~!! 구매책 이번달에는 다섯권까지 허가해드리겠습니다~!!

독서괭 2022-07-11 12:58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꼬셔도 안 넘어갈 겁니다~ ㅋㅋ

건수하 2022-07-08 1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축하드려요~!!
오늘 쓰신 페이퍼는 다음달 당선작으로.. 제 예감입니다 ^^

독서괭 2022-07-11 12:58   좋아요 2 | URL
수하님 감사합니다~^^
다음달에도 되면 참 좋겠지만요~ㅋㅋ

scott 2022-07-11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님!
그림책 리뷰 맛집 !ㅎㅎ
이달의 당선 예언
100퍼센트 적중!

⍢⃝━☆゚. ҉*・。゚ ҉*:.。

독서괭 2022-07-12 11:38   좋아요 1 | URL
이게 다 스콧님의 예언 덕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얄라알라 2022-07-12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도 scott님 ˝이달의 당선 예약˝ 댓글도 기억에 남던 페이퍼인데
오호! 이달의 당선작이네요
와우.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2-07-12 11:38   좋아요 1 | URL
얄라님 감사합니다~^^ 스콧님 예약 효과가 있는가 봅니다 ㅋㅋㅋ

책과커피 2024-01-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들~♡
 
드립백 알라딘 블랙슈가 블렌드 #4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월
평점 :
품절


이 커피는 내 취향은 아니다. 묵직한 단맛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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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6-28 0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이거 마셨는데요 ㅋㅋㅋㅋ 전 맛을 잘 몰라서 그런가…. 알라딘 드립백이 다 한가지 맛 같은 ㅋㅋㅋㅋㅋ (알라딘 미안)

독서괭 2022-06-28 15:2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저도 맛 잘 모르는데, 요건 좀 별로였어요. 블랙커피에 설탕 타는 거 안 좋아하는데, 고런 느낌?

scott 2022-06-28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커피의 맛은
드립 백 포장지에 가장 설명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각설탕 덩어리들 ㅎㅎ

독서괭 2022-06-29 00:03   좋아요 1 | URL
아 그러게요! 각설탕 덩어리 그림이 그려져 있군요 ㅋㅋ 스콧님 백자평에도 흑설탕 맛이~~
 


7장까지 읽었다. 중간 기록.

7장 <여신들>에서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이 개념들(*창조, 이름짓기)이 처음으로 나타난 시대는 서법이 ‘발명‘되고, 서법과 함께 역사가 발명된 시대다. 기록으로 남기기와 상징체계의 정교화는 추상작용(abstraction)의 권력을 보여준다. (…)​
여성의 다산성이라는 상식적이고 관찰 가능한 사실에서 이탈하는 것과, ‘이름‘과 ‘개념‘ 속에 표출될 수 있는 상징적 창조력을 개념화하는 것은, 말하자면 더 높은 수준의 사고이다. 그것으로부터 우주의 ‘창조적 정신’(creative spirit) 개념으로 옮겨가는 것은 그다지 큰 비약이 아니다. 그러나 추상성을 만들어내고 추상적 개념들을 대신하는 상징들을 창조하는 능력에서의 일보전진은 분명 일신주의로 향한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사람들이 그런 ‘창조적 정신‘을 체화한 추상적이고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힘을 상상할 수 있게 된 후에야 비로소 자신들의 의인화되고, 다투기를 좋아하는 수많은 남신들과 여신들을 유일한 하느님(One God)으로 축소시킬 수 있었다. - P269


신의 모습을 상상한 인간들이, 처음에는 자기들과 비슷한 모습의 신들을 만들어 냈으나, 점차 상징과 추상의 세계가 발전하면서 이들을 완전히 인간과 분리하여 초인적인 유일신을 세우게 되었다는 것. 또한 그 추상의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지위가 격하된 것은 여성 신이다. 


문명화된 사회의 제도들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원시적 조건 아래서 유아에 대한 어머니의 실제 힘은 가공할 만한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오직 어머니의 팔과 보살핌만이 유아에게 추위로부터 피난처가 되었고, 어머니의 모유만이 생존을 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무관심이나 유기는 바로 죽음을 의미했다. 생명을 주는 어머니는 정말로 삶과 죽음에 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놀랍고도 신비로운 여성의 힘을 관찰한 여성들과 남성들이 어머니-여신을 숭배하게 된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 P75

  '생명을 주는 어머니' 이것은 자연적인 것으로, 관찰을 통해 쉽게 도출되는 결론이며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생명 탄생에 관여하는 남성의 역할을 보다 잘 알게 된 남성들은 점점 더 생명을 주는 신의 모습에도 남성을 투여하고, 끝내는 여성을 밀어내고 '생명을 주는 아버지 신'을 만들어낸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 과정은 눈 앞에 보이는 데 비하여 정자가 생명 탄생에 기여하는 모습은 육안으로 관찰이 불가능하므로, 남성을 생명 창조에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상상력- 육체 자체 뿐 아니라 뭔가가 더 필요하다는(예컨대 영혼을 불어넣기) 현실 너머의 사고와 '개념화'를 비롯한 추상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대조적 속성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던 고대인들과 달리, 개념화가 발전하면서 각각의 개념들, 유사어, 반대어 같은 것들을 분류하게 되면서 대여신의 속성들도 더이상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을까. 

고대인들은 이러한 대조적 속성에서 아무런 모순도 느끼지 않았다. 대여신의 이중성은 자연에서 관찰되는 이중성을 대변하였다―밤과 낮, 출생과 죽음, 밝음과 어두움.
따라서 알려져 있는 가장 오래된 종교적 숭배 단계들 속에서 여성적 힘은 놀랍고 강력하며 초월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 P264, 265

  심지어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원전 3천년~2천년 사이의 모습에 의하면 '사원매춘'이라는- 매춘이라는 용어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지만- 역할이 영예로운 것으로 여겨졌을 만큼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하는데, 여기서 신성하다는 것은 처녀성, 순결성을 유지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용이랄까, 효용에 있다고 보인다.  


사원매춘부는 사회가 인정한 역할이다. 그녀의 역할은 영예로운 것이다―사실상 야성의 남성을 문명화시키기 위해 선택된 사람이 바로 그녀이다. 여기서의 전제는, 섹슈얼리티는 문명화시키는 것이며, 신들을 기쁘게 한다는 것이다. 매춘부는 ‘여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며, 그래서 그녀는 그녀의 직업으로 인해 다른 여성들로부터 구분당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야성의 남성을 길들이는 일종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그는 그녀가 인도하는 대로 문명의 도시로 따라온다. - P237
 
 여성의 섹슈얼리티로 남성을 길들여 문명화시킨다는 생각. 그렇다면 여성은 어떻게 되지? 그녀는 이미 문명화 되어있기 때문에 남성을 문명화 시킬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남성을 문명화 시키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자 효용일 뿐이고 여성은 그대로 자연에 남아 있는가? 섹슈얼리티라는 것이 자연에 속한다면 답은 후자가 되지 않을까. 이런 관념을 바탕으로, 남성은 여성으로부터 창조의 위대함은 빼앗고, 창조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육체성만 남기고, 자연을 야만으로 취급해가면서 여성을 남성보다 하급의 존재로 밀어낸 것이 아닐까? <여성 괴물>에서 보았던 '원초적 어머니', 그녀의 상징들이 '비체화' 되어가는 과정이 떠오른다. 출산의 과정인 아름답지만은 않다. 지금은 깔끔한 병원에서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뒷처리까지 끝나 버리므로, 출산한 당사자마저도 피와 오물로 범벅된 아기의 모습은 보지 못한다. 옛날에는 관장 같은 거 미리 하지도 않았을 테니, 출산은 그야말로, 똥, 오줌, 피, 양수 등으로 아주 강렬한 시각적, 후각적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문명화 과정에서 안 보이게 치워버리고 비체화하면서, 여성 그 자체까지 비체화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상류층의 규범적 선언에 의한 것이라고 이 책은 지적한다. 

어머니-여신으로부터 천둥-남신으로의 이동은 설명적이라기보다 규범적이다. 그것은 실제로 평민들이 무엇을 믿었는가보다는, 왕실 신하, 관료들, 그리고 전사들로 이루어진 상류층이 평민들이 믿기를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에 대해서 우리에게 더 많이 말해 주고 있을 수 있다. - P279

 거다 러너에 따르면, 최초 성별에 따른 분업은 분명히 편리한 것이었다. 여성들은 많은 역할을 했고 그것은 생물학적 성차에 따른 것이긴 하나 무엇이 더 우월하고 저급한지와 같은 판단은 개입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여성의 종속이 시작되게 된 것일까? 레비-스트로스는 '여성교환'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여성이 교환된 이유는 다시 그 망할 '생물학적 성차'에 있다. 여성의 재생산력 말이다. 농경시대에는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고 새로운 노동력을 생산해 낼 수 있고 그 자신도 많은 노동을 할 수 있는 여성은 중요한 재산이 되었으며, 이렇게 교환되는 과정에서 여성은 사물화 된다.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라는 표현은 슬프지만 정확해 보인다. 여성은 몰랐고, 남성 역시 모르는 상태로, 다만 부족의 이익을 위해 하던 행동들이 여성을 패배시켰는데, 깨닫고 난 뒤에는 늦어버렸다. 

세계 여러 지역의 부족사회들에서 발견되는 현상인 ‘여성교환’(exchange of women)은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에 의해 여성종속의 선도적 원인으로 규정되었다. 그것은 여성들이 속한 부족에서 그들을 강압적으로 제거하거나(신부 훔치기), 의례에 의한 능욕 혹은 강간,정략결혼 등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 레비-스트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을 구성하는 교환의 총체적 관계는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에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로 구성된 두 집단들 사이에서 성립된다. 그리고 여성은 동반자 중 한 명이 아니라, 교환의 대상물건 중 하나일 뿐이다. (...)

레비-스트로스는 이 과정에서 여성이 ‘사물화‘된다고 한다. 여성은 탈 인간화되며 인간이라기보다 물건으로 생각된다. - P84
생산에 관한 지식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남성 연장자들은 이 ‘비밀‘을 신비화하고, 식량 · 지식 · 여성을 통제함으로써 젊은 남성들에게 권력을 행사한다. 그들은 여성교환을 통제하고 여성들의 성적 행위에 제한을 가하며, 여성들을 사유재산으로 취득한다. 젊은 남성들은 여성에 대한 접근기회를 얻는 특권을 갖기 위해 나이든 남성들에게 노동력을 제공해야만 한다. 그런 상황에서 여성들은 전사들을 위한 전리품이 되며 그 공동체에 대한 연장자 남성들의 지배를 장려하고 강화시킨다. 결국 모계제와 모처거주의 전복을 통해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가 가능해지고, 이는 그것을 달성하는 부족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 P89
한번 교환되면, 여성들은 더 이상 평등한 인간적 존재로 보이지 않았고, 대신 상품과 같아져서 남성들의 기획을 위한 도구로 되었다. "남성들은 그들이 정복하고 보호하기 때문에 사물화를 행하는 주체가 되는 데 비해, 여성들은 그들이 정복당하고 보호받기 때문에 사물화된다." 지배당할 수 있는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는 낙인은 애초의 구분을 강화시키며, 오래지 않아 여성들은 열등한 집단으로 인식된다. - P172

남성이 여성을 종속시켜 본 이 경험은 노예제를 가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노예'라는 개념 또한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타인을 지배할 수 있고, 그 타인의 집단을 지정할 수 있다는 관념, 별다를 것 없는 너와 나 사이에 선을 긋고 너는 나보다 아래에 있다고 선언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여성을 향하던 그것이 이제 다른 사람, 전쟁에서 패배한 다른 부족 사람이나 채무를 갚지 못한 사람과 그 가족들에게까지 확장된다. 

다른 인간존재를 잔인하게 대하고 그/그녀에게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노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보다 한수 높은 중요한 발명은, 지배당하는 집단을 지배하는 집단과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물론 그런 차이는 노예가 될 사람들이 타지방 부족구성원, 말 그대로 ‘타인‘일 때 가장 명백하다. 그러나 그 개념을 확장하고 노예화된 사람들(the enslaved)을 어떤 면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것,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 남성들은 그런 지정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정신적 구성물은 대체로 어떤 현실 속의 모형들에서 나오며, 과거경험을 새롭게 정렬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그 경험은 노예제가 발명되기 이전에 남성들에게 주어졌던 것인데, 그것은 바로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다. -P138


사회가 계급화 되는데, 남성들은 그 자신이 가진 요소에 의해 계급이 분류되는 반면, 종속된 여성들의 지위는 성적 서비스에 의해, 혹은 아들을 낳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높은 지위에 있던 여성이라도 남편에게 만족할 만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내쳐질 수 있다.

 

거의 천년 동안 ‘노예제‘에 대한 관념은 ‘여성‘이라는 바로 그 정의(definition)에 반영되는 양식으로 현실화되었고 제도화되었다. 이전 시기의 결혼교환에서 자신들의 성적 · 재생산 서비스가 사물화된 여성은 공적 사적 영역과의 관계가 남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간주되면서 그 시대의 막바지를 맞이하였다. 남성은 그 계급위치가 강화되고 재산 및 생산수단과의 관계에 의해서 정의되었다면, 여성의 계급위치는 성적 관계에 의해 규정되었다. - P166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는 가족 내에서 가부장에 의해 이루어지던 것을 넘어서 국가에 의해 제도화 되는데, 여성에게 '베일 씌우기'를 요구하고, 베일을 쓸 수 있는 것을 특권으로 지정하며, 위반한 자에게 국가가 처벌을 가하는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거다 러너는 왜 여성의 섹슈얼리티 통제가 국가가 간섭해야 할 문제가 되었는지 설명한다. 


고대국가는 가부장제의 형태 속에서 형성되고 발전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계와 계급특전은 국가가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데 근본적이었다. 따라서 감히 베일을 쓰고 거리에 나타나는 매춘부는 불온한 병사나 노예만큼이나 사회질서에 큰 위협이었다. 딸들의 처녀성과 일부일처제 아래에서 정절을 지키는 부인들은 사회질서의 중요한 특성이되었다. 그때까지는 가족이나 친척들의 가장들에게 남아 있었던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가 MAL§40을 통해 국가에게 맡겨졌다. 기원전1250년경부터 줄곧 공공장소에서 베일을 쓰는 것에서부터 산아제한과 낙태에 대한 국가의 규제에 이르기까지 여성에 대한 성적 통제는 가부장적 권력의 본질적 특성이 되어왔다.
여성에 대한 성적 규제는 계급형성의 기초이며, 국가를 떠받치고 있는 토대 중 하나이다. - P249

며칠전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허용했던 로 vs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낙태를 처벌해 온 유구한 역사의 기초는 가부장제다. 태아의 생명권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보다는 "네가 감히" 하나님(아버지)가 주신 생명을 네 맘대로 죽이느냐라는 심사 아닐까 싶다. 태아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긴다고 보기에는, 이 사회가 일단 태어난 아이와 양육자에게 제공하는 보호막이 너무 얇지 않은가? 이번 미국의 판결이 다시 한번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으니까. 왜 자꾸 우리를 통제하려 하는지를 말이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자가유발된 낙태는, 반드시 왕(법정)에게 알려야 하는 공공범죄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말뚝에 꿰찔리는 형과 매장거부는 중기 아시리아법 체계에서 처해진 가장 심한 형벌들이며, 그것들은 극심한 상급 범죄에 대한 공적 형벌이다. 왜 여성의 자가유발 낙태가 상급 반역죄나 왕에 대한 공격과 동격이라 할 수 있는 심한 범죄로 간주되어야만 하는가? 중기 아시리아법에 대한 그들의 해석이 중요시되는 드라이버와 마일즈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원치 않는 유아의 유기를 허용하고, 낙태에는 가장 심한 처벌을 내리는것은 일관성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결혼한 어머니의 경우, 이것은 아이를 살리거나 유기하는 남편의 선택권을 아이의 어머니가 그에게서 뺏을 권리​가 없는 반면, 유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버지라는 토대에서 설명될 수 있다.   - P 210​


밑줄을 잔뜩 그어가며 읽고 있다. 휴~ 이번 달이 가기 전에 완독하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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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6-27 2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국의 상황이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기폭제가 되길 바래요!
이 책을 읽으며 유구한 가부장제
역사의 뿌리가 얼마만큼 강력한
것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며칠 안남았는데
저도 서둘러야겠습니다. 괭님
화이팅!!!✊✊

독서괭 2022-06-28 15:25   좋아요 2 | URL
미미님, 가부장제의 깊고 깊은 역사를 함께 읽어나갈 수 있어서 기쁘네요^^
미국의 각 주들이 부디 여성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길 바라며..
미미님 화이팅입니다~!!^^

공쟝쟝 2022-06-29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 아직 많이 남았어요 ㅜㅜ 오늘도 열나 달려야지.. 아주 이번 주 빡세다.. 죽겠ㄷ...

독서괭 2022-06-30 18:23   좋아요 1 | URL
다 읽었습니다아아🥳

공쟝쟝 2022-06-30 20:08   좋아요 1 | URL
아 앙대 ㅜㅜㅜㅜㅜㅜ 저 일 갑자기 몰려와서 ㅠㅠㅠㅠ 아 앙대 ㅠㅠㅠㅠㅠ 암튼 꼭 다 읽겠어요!!

공쟝쟝 2022-07-07 11:08   좋아요 1 | URL
나두 다읽었지롱 🤭

독서괭 2022-07-07 11:19   좋아요 1 | URL
ㅍㅎㅎ 축하합니다!! 어제 글 봤는데 넘 길어서 피씨로 읽으려고.. 근데 자버렸서 아직 못 읽었어요 ㅠㅠ

공쟝쟝 2022-07-07 11:21   좋아요 1 | URL
전 오늘 밀린 페이퍼들 다 읽으려고 오전 비워둠 ㅋㅋㅋㅋㅋ (알라딘 서재 여성주의 책읽기에 진심인 사람ㅋㅋㅋ) 길게써서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잘쓰면서 길게써야하는데 ㅋㅋㅋㅋㅋ
 
나는 고백한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0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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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러려고 그렇게 밑밥을 깔아놨던 거였다. 밑밥이 기억이 다 나지 않아서 3권까지 완독하고 나면 1권으로 다시 돌아가서 훑어볼 예정. 기억 다 안나도 큰 줄기 따라가는 데 문제는 없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역사의 무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세 권이나 될 이유가 있었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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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6-27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와죠? ㅎㅎㅎㅎ

독서괭 2022-06-27 20:50   좋아요 2 | URL
와아아아~~ 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