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못하고 지른 2월의 두번째 책!! 2월 책구매는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와 이 세트로 마감이다. 책이 기대했던 것만큼 예쁘다! 스트레스 폭발하는 오늘, 이 새책을 매만지다 <올리브 키터리지> 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분위기. 문장 완전 내 취향이다. 엉엉 다락방님이 그렇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외치실 때 얼른 시작했어야 했다 ㅠㅠ 오 너무 좋다. 자야해서 슬프다.. 그래도 스트레스 많이 날아감.
몰랐는데, 이 세트를 사도 매거진 흄세를 100원에 살 수 있다! 여러모로 뿌듯한 구매🥰


댓글(38)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22-02-15 00: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ㅠㅠ 이미 구판으로 갖고 있는 이들은 웁니다

햇살과함께 2022-02-15 00:43   좋아요 3 | URL
오~ 알흠답네요~ 저도 찜^^ 합니다

수이 2022-02-15 00:45   좋아요 4 | URL
저는 찜만요 ㅋㅋㅋㅋ 갖고 싶은데 참고 다른 책으로 ^^;;

독서괭 2022-02-15 09:03   좋아요 3 | URL
느리게 따라가는 게 장점도 있네요^^;;

다락방 2022-02-15 05: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 님, <다시, 올리브> 는 심지어 <올리브 키터리지> 보다 더 좋습니다! 😉

독서괭 2022-02-15 09:04   좋아요 3 | URL
아니 기대감이 뿜뿜 차오릅니다😍

공쟝쟝 2022-02-15 09:46   좋아요 2 | URL
루시바턴도 좋아요!!! 히히

새파랑 2022-02-15 07: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트는 1권으로 취급하는건가요? ㅋ 담달에는 독서괭님께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세트를 추천합니다. 그래봤자 1권입니다~!!

독서괭 2022-02-15 09:04   좋아요 4 | URL
세트는 1권 취급입니다 ㅋㅋ 저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닙니다만 ㅋㅋ 참을 거예요!!

기억의집 2022-02-15 07: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표지… 지난 페이퍼에사고 싶다 하시더니…사셨네요. 갖고 싶게 유혹하는 책입니다~

독서괭 2022-02-15 09:05   좋아요 3 | URL
표지 예쁘죠🥰 쓰담쓰담 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ㅎ

책읽는나무 2022-02-15 08: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분하다,분해ㅋㅋㅋ
저 ‘다시, 올리브‘ 책 진도가 잘 안나가는 이유가 책 표지가 안이뻐서거든요ㅜㅜ
올리브 1 권은 내가 좋아하는 색감이라(전 올리브 그린색을 좋아해요^^) 정말 예뻐하며 읽었었는데...2 권이!!!! 내용은 참 좋은데^^
지금 단편 하나씩 애껴가며 읽고 있어요.
개정판은 특히나 2 권이 더 예쁘군요??
부럽습니다♡

독서괭 2022-02-15 09:06   좋아요 4 | URL
책 표지가 안 이쁘면 독서에도 지장이 있지요! 제가 이렇게 좋았던 것도 혹시 책표지가 이뻐서..?ㅋㅋ 1권 2권 다 예쁩니다. 늦게 사는 게 장점도 있네요^^; 나무님 2권 읽는 중이시군요. 저도 얼른 읽어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2-15 12:03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컵도 샀어요????
컵 느무 이쁘네요??
저 컵 매니아거든요ㅜㅜ

독서괭 2022-02-15 12:14   좋아요 2 | URL
컵은 안 샀는데요..!!

단발머리 2022-02-15 08: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는 올리브 좋아하지만 매거진 흄세에 @@ 이렇게 되었다 말이지요. 저 얼른 결제하고 올게요^^

독서괭 2022-02-15 09:07   좋아요 4 | URL
ㅎㅎ 매거진 흄세 인기! 올리브 갖고 계시면 다른 책으로 구매하세용^^

책읽는나무 2022-02-15 09:39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저도 다른 책 샀는데 흄세 선택권이 뜨길래 100 원 주고 결제했어요^^

단발머리 2022-02-15 11:36   좋아요 3 | URL
저 세계문학 시리즈 중에서 <사악한 목소리> 구매하고 100원에 매거진 흄세 구입했음요^^ 아….. 넘넘 뿌듯한 것입니다!!!!

다락방 2022-02-15 11:52   좋아요 4 | URL
저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두 권 주문하고 흄세 선택했어요.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러분이 저를 뽐뿌질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2-02-15 11:54   좋아요 3 | URL
저 아니에요 ㅋㅋㅋㅋㅋ 진짜요
잠자냥님이랑 독서괭님이랑 ㅋㅋㅋㅋㅋ열일 하십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15 11:54   좋아요 4 | URL
다 나빠 여러분은 빵꾸똥꾸야!! (울면서 뛰어나간다)

단발머리 2022-02-15 11:55   좋아요 2 | URL
🤣🤣🤣🤣🤣 어디 가요? 그쪽 아니에요 이쪽으로 뛰어요!!!!

책읽는나무 2022-02-15 11:57   좋아요 2 | URL
피라미드 젤 꼭대기엔 잠자냥님이신 듯??? 공쟝님이신가??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ㅋㅋㅋ

독서괭 2022-02-15 12:17   좋아요 2 | URL
전 잠자냥님이 처음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ㅎㅎ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다들 흄세에 혹해서 책사는 분위기?? ㅋㅋ

거리의화가 2022-02-15 08: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스트라우트 시작하기 전이라 이 책으로 시작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드네요^^;

그레이스 2022-02-15 09:01   좋아요 3 | URL
우와 좋겠당
저는 스트라우트 책 거의 다 사놓아서 안본걸로 할래요

독서괭 2022-02-15 09:07   좋아요 3 | URL
화가님도 아직 시작 전이시니 행운! 저처럼 예쁜 리커버로 시작하시는 겁니다 ^^

독서괭 2022-02-15 09:20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ㅠㅠ

blanca 2022-02-15 09: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느무 이쁘네요. 새로운 책으로 스트라우트를 시작하시다니 여러 모로 부럽습니다.

독서괭 2022-02-15 12:17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도 구판을 가지고 계시군요^^;;

공쟝쟝 2022-02-15 0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부럽네.... 같이 있는 컵 굿즈도 갖고 싶었는데.. 아 부럽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2-02-15 11:54   좋아요 4 | URL
저는 새로나온 표지 욕심 별로 안나고 밑줄그어진 내 책이 좋아~ 하고 있었는데 컵이라뇨... 저 보고 왔다가 지금 쓰러지겠네요. 컵 왜케 예쁜거죠? 하아-

책읽는나무 2022-02-15 11:58   좋아요 3 | URL
컵????? 보고 와야 겠군요??🏃‍♀️🏃‍♀️

책읽는나무 2022-02-15 12:02   좋아요 4 | URL
정말 분하다...분해!!!
컵도 저렇게도 이쁘다니????

독서괭 2022-02-15 12:18   좋아요 4 | URL
저 컵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필요없다고 넘어갔는데.. 지금 보니 엄청 예쁘긴 하네요? ㅜㅜ

stella.K 2022-02-15 1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흄세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여 저도 조만간 큰맘 먹고 중고샵이 아닌
신간으로 책 한 권 사 볼까 생각중인데 말입죠.ㅋ

독서괭 2022-02-16 12:26   좋아요 1 | URL
흄세 아직 못 읽어봤는데 저자들이 빵빵하네요^^ 오랜만에 신간 구매 한번 가시죠~!
 

앗 이렇게 예쁜 세트로 나왔다!!
사고 싶다 ㅜㅜ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2-02-11 20: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월 두권 사신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선물은 예외이니 이번이 자신에게 선물할 기회입니다~!!

잠자냥 2022-02-12 08:3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날카로우시긴 ㅋㅋㅋㅋ

독서괭 2022-02-13 01:16   좋아요 2 | URL
ㅋㅋㅋ 네 이번달 한권만 사고 버티면서 나머지 한권 엄청나게 고뇌중인데요, 전집이나 세트는 1권으로 친다는 원칙을 세운다면 이거 살 수 있습니다..!

mini74 2022-02-11 20: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둘 다 있는데 ㅠㅠ 이렇게 예쁘게 다시 나오다니 분하다 !!! ㅎㅎ 저도 넘 사고싶네요. 뭔가 핑계가 없을까요 ㅋㅋㅋ

독서괭 2022-02-13 01:18   좋아요 2 | URL
오 둘다 가지고 계시군요. 전 아직 없어서..! 핑계라.. 미니님은 알라디너tv 유튜버이시니 언박싱을 위해?? 어떠셔요?

책읽는나무 2022-02-12 07: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ㅜㅜ
나 올리브 책 지지난 달과 2 권은 지난 달 구입해서 2 권은 아직 완독도 못했는데...1권은 책 이뻐서 리뷰 마저 쓸까, 말까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데 아...분하다!!!ㅜㅜ

독서괭 2022-02-13 01:18   좋아요 1 | URL
엑 지지난달과 지난달에 두권 다 사셨다고요?? 이런.. ㅠㅠㅠㅠ 분하시겠습니다 정말.

잠자냥 2022-02-12 08: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작 저렇게 만들지 그랬어요. 그죠잉

독서괭 2022-02-13 01:19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여요잉 박스도 넘 예쁘구요!
 


마지막 장 퀴어 정동이론의 3.항에서는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을, 4.항에서는 사라 아메드의 이론을 설명한다. 이 정동이론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라 밑줄을 많이 그었다. 분석해서 재정리할 능력이 안 되어 밑줄긋기로 대신한다.. 


6장 퀴어 정동 이론


3. 애도의 정치윤리학 : 주디스 버틀러

 1) 슬픔의 정치화


 "타자의 고통에 대한 반응이 피상적 수준에서만 그치"(519쪽)는 경우에 생기는 문제들 


첫째, 저 타자들을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만든 구조를 은폐하고 개인의 불운이나 인성 문제로 축소시킨다.

둘째, 동정받을 대상과 동정하는 주체를 구분한다. (...)

셋째, 공감은 늘 선택적이고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변덕스러운 것이다. (...) 성폭력 피해자에 연대해야 하고 2차 가해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성노동자가 겪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는 '당해도 싸다'는 태도로 신상을 털고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다. 이런 사태는 선택적 공감에 기댄 슬픔의 (탈)정치화가 윤리적 바탕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은 수준을 넘어 반-윤리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 520쪽


 2) 취약성의 두 차원을 함께 사유하기 

  (1) 취약성의 실존적 차원 : 나는 너와 나의 관계다 

    

   시혜적.선택적.한시적인 동정이나 공감은 '나'와 '타자'가 확실한 경계로 구분되고 '나'가 혼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살 수 있는 주체라고 가정한다. (...) 이와 달리 버틀러는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주체를 타자와의 관계 그 자체로 정의하며, 취약성을 이러한 주체의 실존적 조건으로 이론화 한다. - 521쪽


    당신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우리를 구성하는 이런 인연 중 몇몇 인연을 상실할 때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 어떤 층위에서 나는 '당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도 사라졌음을 알게 될 뿐이다. 또 다른 층위에서는 아마도 내가 당신 '안에서' 잃어버린 것, 그걸 설명할 어떤 어휘도 내가 미리 갖춰놓지 못했던 그것은, 오직 나만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신만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닌 관계성, 나와 당신이란 항을 구별 짓고 연결하는 유대[혹은 속박, the tie]라고 표현할 만한 관계성이다.  - 521쪽, 버틀러 재인용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말은 로맨스 장르에서나 나올 법한 낯간지러운 고백으로 들리지만 주체의 실존에 대한 진실이라 부를 만한 것을 담고 있다. (...) 이 "타자의 우선성"을, 라플랑슈는 타자로부터 유아에게 작용하여 '나'의 형성에 등록되고 나중에 나의 욕망으로 흡수되는 수수께끼 같은 신호들인 "원초적 충돌"로, 레비나스는 "전(前)존재론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박해persecution" 또는 "수동성 이전의 수동성"으로 이론화한다. (...) 이런 이론들은 가장 원초적 층위에서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어쩌면 평생 이해할 수도 소화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나보다 우선하는 타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형성되는 '나'의 불투명한 기원을 설명하려는 노력이다. '나'는 "처음부터 양도되어 있었음having been given over from the start"이라는 원초적인 경험으로부터 후속적으로 출현하는 것이고, 따라서 타자는 항상 '나만의 것'이라는 영역(소유 자산은 물론이고 내 자아, 정체성, 젠더, 섹슈얼리티 등등)보다 선행하여 그 영역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다. 이런 근본적 조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설명에서 불투명성으로 출현하면서 완벽하게 일관된 서사를 구성하려는 주체의 노력을 번번이 좌절시킨다. - 525, 526쪽 



  근대적 주체는 책임을 자율성-독립성-행위성-선택의 연쇄에 얽어놓는다. 그리고 이 연쇄는 '주체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자이다', '주체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선택했다', '자기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로 이어져 모든 맥락과 권력 위계들을 무시한 채 '남자랑 단둘이 술 마시고 모텔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만한 나이의 여자가 따라갔으니 성폭력 아니고 화간'이라는 식의 결론으로 빠지는 식으로, 바로 그 은폐된 권력 위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해왔다.  - 527쪽 


  버틀러는 지금까지 논했던 무지, 불투명성, 취약성과 같은 우리의 한계를 책임감과 윤리의 바탕으로 사유하자고 제안한다. (...) 또한 이 책임감은 우리의 무지, 불투명성, 취약성과 같은 한계들이 우리를 사회적 몸으로 만들고 연결시킨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다. (...) 나아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지구 반대편 타자들의 삶에까지 내가 연루되어 있음을 자각함으로써 나는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 또한 이미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꺠달음을 통해 나의 상실과 당신의 상실, '우리'의 상실과 슬픔을 어떤 방향으로 정치화할 수 있을까?  - 528, 529쪽 



  (2) 취약성의 구조적 차원 : 탈인간화의 틀 


  버틀러는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불평등한 분배가 슬픔고 애도의 불평등한 분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누구의 죽음만이 애도되며 누구의 삶이 파괴될 때만 슬픔과 안타까움이 표현되는가? (...) 이런 질문들은 취약성이 불평등하게 분배된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그러한 불평등한 분배를 당연시하거나 인식조차 못 하도록 만드는 '틀'이 존재한다는 문제를 폭로한다.  - 530, 531쪽


  기득권을 쥔 규범적 주체들이 스스로를 인간의 기준으로 삼는 동시에 자신이 타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행하는 일이 '폭력'이 아니어야 하고 자신이 탄압하는 저들은 '인간'이 아니어야 한다. 이렇게 규범적 주체는 자신을 인간으로 구성하기 위한 외부로서 다른 이의 탈인간화를 필요로 한다. "탈인간화가 인간의 생산에 조건"이 되는 것이다.  - 535쪽 



 3) 재현의 실패를 드러내는 재현


  그 어떤 타자도 남김없이 다 재현할 수 있는 틀이 존재할 수 있나? (...)

  타인과 나의 고통을 같은 척도로 잴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을 완전히 대변하거나 재현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고 재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기준으로 하는 동일성의 논리에 타인을 끼워 맞추는 인식론적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에 대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완전히 다 알지 못하며 이것은 노력해서 없앨 수 있는 무지가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재현의 실패를 재현에 담아냄으로써, 인간적인 것을 우리가 완전히 재현할 수 없음을 인정함으로써, 인식론적 겸손의 자세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를 다시 사유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 539-541쪽



4. 감정의 문화 정치학 : 사라 아메드


 1) 고통의 정치학 : 너만 아프냐 내가 더 아프다 


  고통에 대한 아메드의 논의는 '고통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사적인 경험이다'라는 통념을 의문시하면서 시작한다.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의미에선, 이 말은 맞다. (...) 다만 아메드가 문제제기하는 건 좀 다른 측면이다. 고통을 '사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엔, 고통이 항상 이미 끊임없이 공적 담론에 소환되고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은 어떤 식으로 공적 담론에 소환.유통되고 있는가? (...) 고통은 불평등한 구조를 따라 불평등하게 생산되고 분배될 뿐만 아니라 불평등하게 재현된다. 그리고 그 불평등한 재현은 다시금 불평등의 재생산에 이바지한다. 아메드는 공적 담론에서 고통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탐구함으로써 이 악순환의 구조를 파훼하고자 한다.  - 544, 545쪽


 첫째, 고통에 대한 공적 담론은 고통을 생산하는 구조를 은폐하거나 구조 혹은 공동체를 핑계로 가해자를 은폐하는 방식을 통해 가해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545쪽)

 둘째, 타자의 고통은 선량한 주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들러리로 쉽게 소비된다. (546쪽)

 셋째, 이 적선의 구도에서 타자의 고통이 소비될 때, 주체가 도와줄 마음이 들 만틈 괴롭고 불행해야 하므로 타자의 고통은 늘 과도하게 재현된다. (547쪽)


   (...) 어떤 고통과 괴로움이 더 많은 발언권을 얻는가의 문제, 즉 고통의 형식과 내용을 인정하느냐 여부를 둘러싼 차별은 "권력 분배의 핵심적 기제"다. "공적 자원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는 주체일수록 공적 영역 안에서 상처의 서사를 동원할 능력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타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기 위한 자격 조건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동안 규범적 주체 위치를 점한 자들은 너무도 쉽게 고통의 진정성을 인정받는다.  - 550쪽 



 2) 증오의 정치학 : 남 탓의 정당화


   우리는 감정을 통해 "사회적 규범들에 투자"한다. (...) 감정은 국가나 종교 같은 커다란 구조에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아를 수립할 수 있는 각본을 제공한다. (...)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증오라는 감정의 작동에 '사랑'과 '피해자 의식'이 딸려온다는 점이다. 증오와 혐오를 쏟아내는 집단들은 자기네가 하는 것이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 이 자기애적 각본에서 규범적 주체들은 '나는 좋은 사람인데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내 안에 끓어오르는 이 증오 감정의 원인을 타자에게 귀속시킴으로써 스스로를 피해자화한다. 

 (...) 증오의 대상을 특정할 수 없어서 증오하지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증오의 대상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증오가 일상화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협에 대비해 모든 사회적 타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방어 태세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증오가 작동하는 방식인 것이다.  - 554~557쪽


 

 3) 행복과 불행의 정치학 

  (1)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복할 자유"

   

   (...) "불행할 자유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복할 자유를 포함할 것이다." 

   (...) 아메드는 행복을 우리가 반드시 쟁취해야 할 궁극의 목표로 여기지 말고 그저 우리가 삶에서 마주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로 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불행은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부과되고 강제되는 것들을 판단하여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정서적으로 피력하는 의사표시로 보자고 제안한다. "괴로워한다는 건, 좋다고 판단되어왔던 것들에 당신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고통은 "행동할 역량을 고양시킬 수 있는 감수성"이 될 수 있다.  - 562쪽 



 4) 슬픔의 정치학 : 타자의 고통을 가로채지 않는 애도의 윤리 


  타자의 슬픔과 고통을 내 것인 양 빼앗거나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불가능한 것을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적어도 최소한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우리가 우리 것이라 주장할 수 없는 고통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하고, "타자들의 고통이 마치 우리의 감정에 관한 것인 양, 혹은 타자들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관한 것인 양 증언을 타자들로부터 떼어놓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 572쪽 



 각주144) (...) 아이러니한 것은 성폭력 범죄의 남성 가해자가 붙잡힐 때마다 등장하는 '모범적인 사람' 담론이다. 범죄자가 겉보기에 모범적인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모범적으로 보이는 그 어떤 남자라도 사실은 성폭력.성착취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경각심을 갖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텐데 이 담론은 정반대로 가해자를 비호하는 데 사용된다. '그토록 모범적인 사람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면서 피해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식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그 짓만 빼면 훌륭하고 모범적인 사람'이란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하면서 여성 대상 범죄를 '실수'로 축소하고, 피해자들이 정당한 처벌과 피해보상을 생각할 수도 없게 가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하도록 여론을 몰아가는 역할을 한다. '정신질환자'와 '모범적 사람'이란 재현은 서로 모순되어 보여도, 남성 일반이 집단적으로 벌여온 여성 혐오(그리고 이와 긴밀한 연관이 있는 성소수자 혐오) 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은폐하는 공통된 효과를 낳는다.  - 606, 60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의 새해 목표가 무엇이었냐! 

바로바로, "월 2권 사고, 5권 읽기" 였습니다. 

정확히는 2권 이하로 사고, 5권 이상 읽는 것입니다. 

많은 서친님들이 앞부분 '2권 이하로 사고' 부분에 말도 안 된다고 하실 것 같습니다만, 1월에 저는 성공하고야 말았습니다! 

물론 이건 쌓여가는 책을 둘 자리가 없고,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 늘어가는 것이 부끄러우니 

산 것 읽고, +쌓인 책 처리하자는 취지라, 음.. 예외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원칙대로 산 2권! 

<남성됨과 정치>는 여성주의 책읽기 1월 도서라 샀지만.. 못 읽고.. 12월 책 <여성과 광기>를 겨우 끝내가는 형편 ㅠㅠ 

<긴긴밤>은 애들 책이라고 우겨보려 했으나(애들책은 예외임) 글밥이 많아 전혀 안 되겠더라구요? 이 책 참 좋았습니다.

















예외 1. 아이들책

<콧구멍을 후비면>은 안 좋은 습관을 가진 아이들에게 장난스럽게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책으로, 추천받아 삼.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좋아하긴 했다.

<웬델과 주말을 보낸다고요?>는 좋아하는 케빈 행크스라 구매. 이 작가 책은 다 괜찮다. 

요즘 폴리에 빠진 둘째를 위해 폴리 세트.. 첫째를 위한 스크래치. 아이들이 매우 좋아함. 














예외2. 오디오북

오디오북은 자리를 안 차지하니까...! (전자책도 같은 이유로 예외로 칠까 했으나, 있는 종이책들 읽어 치우자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뺐다)

오디오북 낭독 수준이 참 훌륭하다. 그런데 다 그런 건 아니어서, 꼭 미리듣기를 해야 할 듯하다. 아래 책들은 모두 낭독 훌륭.
















이 원칙을 지키다 보니 곤란해진 것이 중고책 구매다. 

알라딘 직배송 중고가 아닌 이상 한두권으로는 배송비 해결이 안 됨 ㅠㅠ 

그래서 중고책도 예외를 둘까?했으나, 제도(?)의 취지에 너무 맞지 않아 포기했다.

아이들책 괜찮은 게 있으면 액수 채워서 사는 걸로.


예외3. 선물용 책

예외4. 전자책구독서비스 등에서 읽은 후 소장용으로 구매하는 책


사는 건 이렇게 샀고, 읽은 건 이래저래 하다 보니 9권이다. 

북플에서는 별점을 짜게 주지는 않는 편이라 5별이 많은데, 새로 사용하게 된 '북적북적'어플에는 별점이 0.5개 단위로 줄 수 있어서, 5개를 주기가 참 힘들다.. 웬만큼 좋았어도 4.5 

그래도 <긴긴밤>은 별 5개 주었다. 좋은 책이다. 








































요 북적북적 어플. 쌓는 재미가 있네? 




다음 달에도 월 2권 구매, 5권 읽기는 계속됩니다.. 성공하고 말테얏! 

2월의 첫 날, 음력 새해 첫 날!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 ♥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2-02-01 23: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반갑네요! 넘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낭독이 훌륭하다니 궁금해요ㅎㅎ 저도 이번달은 구매참꼬 사놓은책과 읽다만책 파먹기 하려고요. 괭님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독서괭 2022-02-01 23:42   좋아요 5 | URL
방금 미미님 서재에 댓글 달고 왔는데 찌찌뽕입니다~ ㅋㅋ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조금 듣고 뒤가 궁금한데 휴일이라 못 듣고 있어요(퇴근길에 들으니). 미미님이 과연 구매를 참을 수 있으실까요?ㅎㅎㅎ 감사합니다. 미니님도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2-02-02 00:06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예외 3. 선물용 책

이 조항을 적용한다면, 나에게 선물한 책도 선물용 책이니 독서괭님을 위해서 두권 이상 사셔도 될거 같아요 ^^

북적북적 제법 재미있어요 ㅋ


독서괭 2022-02-03 22:19   좋아요 2 | URL
으악 새파랑님 천재..?? 아니아니!! 아니됩니다. 나에게 선물 같은 건 예외로 치지 않겠어요!
북적북적 쌓고 싶어서 빨리 완독하고픈 마음이 들어요 ㅋ

페넬로페 2022-02-02 02: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는 책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로 정했습니다. 저의 책으로 같이 사는 가족의 영역을 더 이상 침입하지 않기로 정했어요.
일단 집에 있는 책 중 읽지 않은 책 위주로 읽기로 했습니다.
근데 오디오북은 왠지 집중이 안되어 걱정이예요.
분명 공간을 줄일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해서 고민중입니다^^

독서괭 2022-02-03 22:21   좋아요 3 | URL
같이 사는 가족의 영역.. 중요하죠..! 저도 그래서 이미 있는 책장 범위는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ㅜㅜ 과감히 처분하지 않으면 좀 힘들 것 같지만요.
오디오북 저도 운전하다가 잠깐씩 딴생각 하며 놓칠 때도 있습니다^^; 눈으로 읽어도 놓치는 부분은 있게 마련이라며 위로를... 저처럼 책을 읽을 수 없는 시간이 있다면 활용해보실 만하지만 굳이 따로 시간내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공간 줄이는 건 전자책으로^^

mini74 2022-02-02 11: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콧구멍을 후비면 이 책 반갑네요 ~ ㅎㅎ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미미님 괭님 추천이라니 ㅎㅎ 저도 찜 합니다 ~

독서괭 2022-02-03 22:22   좋아요 2 | URL
오 미니님도 <콧구멍을 후비면> 보셨군요 ㅋㅋㅋ 콧구멍 이따시만해지는..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전 아직 시작 부분이라 ㅎㅎ 이게 좋아하는 분이 꽤 많은가봐요. 다 들으면 소감 남기겠습니다^^

기억의집 2022-02-02 2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아들까지 만화책 사 들이고 있어서 책의 미니멀리즘은 포기 했어요. 그냥 어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살려구요. ㅎㅎ 막판에 일괄 버리거나 팔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가장 맘 아픈 게 제가 그렇게 애정을 가진 책들이 나중에 저 죽으면 폐지로 남는다는 거 그게 슬퍼요!!!!

독서괭 2022-02-03 22:23   좋아요 2 | URL
만화책은 권수가 깡패라ㅜㅜ 저도 만화책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 좀 있었는데 굳게 맘먹고 거의 처분했어요. 끝까지 남긴 것도 몇 세트 있지만요^^ 애정을 가진 책들이 폐지로 남는 게 슬프다니. 저는 그런 생각은 못해봤어요. 그냥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아쉬울 것 같단 생각만 했네요 ㅎㅎ

건수하 2022-03-11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권 사고 5권 읽기 좋네요! 저도 벤치마킹 해보겠습니다~ ^^

독서괭 2022-03-13 20:21   좋아요 1 | URL
오 수하님 도전?? 알라딘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네요ㅎㅎㅎ

건수하 2022-03-13 20:44   좋아요 0 | URL
아 그런데 이번 달은 안되겠어요 ㅎㅎ 이미 xx권 사버려서 ㅎㅎ 다음달부터 해야겠어요 :)
 



1930년대에도 여전히 비의료인 지식인들은 ‘성교육‘에 대해 발언권을 가졌으며,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의학적 전거를 동원했다. ‘불순혈설‘을 둘러싼 논쟁은 지식인 그룹 내부에서의 담론의 혼재를 잘 보여준다. ‘불순혈설‘은 여성이 한 명 이상의 남성과 성관계를 하면 혈액 중에 이미 성관계를 한 남성의 혈액이 남아 ‘순혈한 혈통‘의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이론으로 1920년대 조선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

1934년 《조선일보》 상담코너 "엇지하리까?"란에는 '불순혈설‘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연이 등장한다. 사연의 주인공은 본처와이혼하고 "과부장가"를 든 29세의 남성으로, 그는 재혼한 아내가 이미 한 번 결혼한 경험이 있는 "과부"로 정조를 파괴한 일이 있다는 점 때문에 이것을 항상 "더럽게 생각"해 불만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고통은 최근 《조선일보》 학예면에 실린 ‘불순혈설‘ 관련 기사를 읽은 후로 한층 더 심해졌고, 이에 대응책을 질문하기 위해 편집부로 사연을 보낸 것이었다. 

(...)

이 청년의 질문에 대해 상담자는 준엄한 꾸짖음으로 답했다.
왜 당신도 한 번 장가를 들었던 남자인데 과부된 부인만을 흠으로 잡으십니까? (…) 옛날의 썩은 정조를 버리고 새로운정조론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그리고 서양 학자 중에서 남자의 정충이 화학 작용을 일으키고 그 화학 작용이 오래 보전되어 새 남편에게서 낳은 아이들이 전 남편의 모습을 닮는 수도 있다고 떠든 사람이 있습니다. 본지에서는 그말이 하도 재미있으니까 그저 그런 학설도 있다고 소개한 데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학설을 반대하는 학자가 더 많습니다. 그런지 안 그런지도 자세히 모르는 학자님네의 잠꼬대에 속아서 당신의 전 가정을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과부장가 드는 사람이 당신 이외에도 좀 많습니까? 왜 당신 혼자만이 불안을 가지고 고통을 느낄 것은 무엇입니까?? - P185~
187


'불순혈설'이라니 ㅋㅋㅋ 넘 어이없고 황당한데, 상담자의 준엄한 꾸짖음이 통쾌했다. 1930년대에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있었던 것이다!! 

이책 재밌는데, 차에 놔두고 하도 찔끔찔끔 읽었더니 아직도 읽는 중이다.. 조만간 마무리를 해야겠다. 




물론 남자들이 하는 짓은 그게 무엇이든 여자들이 하는 짓보다 중요하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확실히 남성 동성애자가 레즈비언보다 사회적·법적·경제적으로 보다 공공연하게 처벌받아왔던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남성의 성적인 공격성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남성의 신체적인 힘에 대한 두려움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남성 동성애는 이 두 가지 형태의 힘이 강력하게 결합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말하자면 남성 동성애자는 보다 허약하거나 어린 남성에게 이런 힘을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마찬가지의 위협이 대다수 여성에게는 일상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성애자 남성은 그들의 신체적인 힘과 성적인 힘을 이용해 모든 여성,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 여성을 위협한다. 하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이성애자 남성들이 그런 위협을 가한다고 해서 그들을 처벌하거나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 P361


내가 그런 말을 하자 치료사가 말하더군요. "자신을 설득해봐요. 다른 사람의 손을 만져봐요. 남자의 손길이 닿는 걸 받아들여봐요. 남자들이 당신을 죽이기라도 하겠어요? 남자들이 당신을 죽이진 않아요!" 그래서 내가 대답했어요.
"난 정말로 남자들이 무서워요. 알잖아요, 난 남자들에게 당했다고요. 내 인생에서 정말 고통스러운 사건이었어요." 심리치료사가 설득했어요. "그래도 남자들이 당신을 죽이진 않아요, 그들이 당신을 죽이진 않는다고요."
 - P377


아니, 이 치료사야. 무슨 근거로 남자들이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것이냐.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전 남친/남편, 현 남친/남편, 얼굴만 아는 남자, 그냥 지나가던 남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는지 너는 정말 몰랐느냐.. 

<여성과 광기>, 인터뷰 읽는 재미가 있다. 인용한 부분은 '레즈비언'을 다룬 장. 




그런데 엉뚱하게도 나는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성적 비하와 조롱을 보면서 ‘수지 김 사건‘이 떠올랐다. 노동자든, 살인의 피해자든 여성이면 그가 노동자이거나 살인의 피해자라는 것은 어느새 무시되고, 여성이라는 이유 그 자체로 쉽게 모욕당하고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다. 1977년대의 여성 노동자들은 많은 경우 집안의 살림 밑천 노릇을 하기 위하여 어린 나이에 상경한 공장 노동자가 많았다. 입 하나 줄이는 것은 덤이었다. 공장노동자로 일하다, 돈을 더 벌기 위하여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집안에 돈이 필요할 때는 ‘살림 밑천'이나 '효녀’라는 고상한 표현으로, 국가경제를 살리는 데 노동력이 필요할 때에는 산업 역군으로 표현되었지만, 결국은 ‘공순이(못 배우고, 험한 일 하는 얕잡아 봐도 되는 여자)‘였고, 행실을 바로 하지 못한 술집 여자가 되고 마는 것이었다. 어린 여공들이 폐병에 걸려가며 만들어내던 물건들을 팔아, 기지촌 여성들이 ‘양공주‘ ‘양색시’ 소리 들어가며 벌어들인 달러를 밑천 삼아 이룩한 번영인데, 그것을 누리면서 돌려주는 것은 조롱과 멸시였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왜 싸우고 있는지, 왜 죽었는지 진실은 어느새 중요하지 않게 된다. 여자라는 그 이유 하나로. - P236, 237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자. 그러고도 간첩의 누명을 써야만 했던 여자, 수지 김. 

이 책을 쓴 김수정 변호사는 마지막 꼭지에서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투쟁과 수지 김 사건을 연결하면서, "헌신을 했든, 투쟁을 했든, 엄청난 성취를 이루었든 '여성'이라는 자체, 그것이 문제다."(243쪽)라고 지적한다. 

"여성을 위한 변론은 끝나지 않았다."는 짧은 후기가 더욱 감동적인 울림을 준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2-01-19 1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체적으로 죽이지 않으면 된다니ㅋㅋㅋ읽었던 내용이지만 새삼 놀랍습니다. 이런 의식이 은근히 통용되어 왔던것으로 보여요. 우리나라에서도요. 성범죄나 가정내 폭행에 대해서 말이죠. 심리적 상처와 죽음에 관해서 그만큼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겠죠.ㅠ

독서괭 2022-01-25 13:22   좋아요 1 | URL
아, 전 이거 읽고 ˝진짜로 죽이는데?˝라고만 발끈했는데, 신체적으로 죽이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죽이는 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점이 더 문제로군요! 미미님 댓글 보고 큰 깨달음!

새파랑 2022-01-19 13: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 상담코너 사연은 너무 어이없네요 ㅋ 저런걸 진지하게 믿다니 ~~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부당대우를 받는게 언젠가는 없어지길 바래봅니다~!!

독서괭 2022-01-25 13:23   좋아요 2 | URL
어이없기도 하고 좀 재밌기도 합니다. 무지와 편견이 만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이 책에 많이 나와요. 언젠가는 없어지겠죠?^^

기억의집 2022-01-19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 치료사 도대체 자격증은 어떻게 받은 건가요? 화 나네요. 죽이는 거죠. 영혼을 다 죽였는데.. 개소리 하고 앉아있네요!!

독서괭 2022-01-25 13:25   좋아요 1 | URL
기억님도 영혼을 죽이는 걸 문제삼지 않는 것이 문제임을 캐치하셨군요! ㅎㅎ 레즈비언이 될 바에는 ˝죽이지는 않는˝남자랑 고통받으며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나 봐요. 레즈비어니즘에 대한 부정적인식이 그렇게나 컸던 것 같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