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희곡 <어둠의 힘>(뿌쉬낀하우스)이 새로 번역돼 나왔다. 몇 차례 번역본이 나왔던 작품이지만 모두 절판된지라 강의에서 다루기 어려웠다. 작가정신판 톨스토이 전집에서도 처음 기획에서와 달리 희곡집이 빠지면서(<전쟁과 평화>도 불발로 끝났다) 희곡 작가 톨스토이는 그간에 접해볼 수 없었던 것. <어둠의 힘>은 1887년작으로 톨스토이의 대표 희곡이다.

 

"똘스또이가 1887년에 발표한 희곡 작품으로 뚤라 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주인공 니끼따가 병약한 부농의 아내인 아니시야와 불륜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절도, 근친상간, 살인 등의 온갖 범죄를 저지르지만, 훗날 의붓딸의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모든 죄를 고백하고 참회한다는 내용이다. 5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품의 검열 단계에서 4막이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연극 무대 상연으로 다소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 4막의 뒷부분에 대한 이본이 추가되었다."

 

 

한편 이번 번역본은 '레프 똘스또이 전집'의 보급판 '똘스또이 클래식' 시리즈의 하나인데, 여섯번째 책이라고는 하지만, 전집 규모로 완간되려면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중편 정도 분량이 책 한권으로 나오고 있는 터여서 장편소설의 경우에는 어떤 형태로 나올지 궁금하다. 그보다는 이렇듯 다른 전집에 빠진 작품들이 발 빠르게 재번역되면 좋겠다...

 

17.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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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미성년>(1875)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귀가하여 윌리엄 케인의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교유서가)를 펼쳐들었다. ‘작가 지망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에서 저자가 한 장을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처럼 써라‘에 할애하고 있어서다. 결미에서 핵심을 이렇게 요약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작가를 위한 작가다. 그의 작품이 현대의 취향에서는 다소 장황해 보일지 몰라도 작가들에게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다. 그 어떤 소설도 등장인물의 마음과 영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서는 완벽할 수 없다. 도스토옙스키는 우리에게 그 방법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장면전환과 독자가 좋아할 만한 목소리 만드는 법, 강렬한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의 외모와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것이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유산이고 그가 현대작가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주로 기법 차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울 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저자가 겨냥하는 작가지망생이라면 숙지해볼 만하다. 하지만 관심사가 좀 다르기에 나는 강의에서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현재성과 함께 <미성년>이 장편소설 사이클에서 갖는 위상과 의의에 초점을 맞추었다.

흔히 도스토예프스기의 ‘4대 장편소설‘이라고 하면 <죄와 벌>(1866)부터 <백치>(1869), <악령>(1872),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까지 <미성년>을 제외한 네 편을 가리킨다. <미성년>은 부수적인 작품으로 간주하는 셈인데, 실제로 오랫동안 다른 네 편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무래도 마지막 걸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워낙 강력한 작품이어서 상대적으로 묻힌 면도 있다. 그렇지만 나의 관점은 그의 다섯 장편이 일련의 연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죄와 벌>로부터 이어지는 그의 장편들은 앞선 작품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변주하면서 심화해나간다. <미성년> 역시 이 연결고리에 하나이기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르카지 돌고루키의 1인칭 수기가 더 완성도 높은 3인칭 서사로 구현된 것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인 것이다.

이러한 연쇄는 톨스토이의 장편들과도 대조가 된다.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부활>로 이어지는 세 장편을 나는 연속적으로 읽기 어렵다. 세 작품을 떠받치고 있는 작가적 세계관이 모두 다르기에, 이 장편들을 각기 다른 세 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다(강의에서는 두 작가에게서 ‘깨달음‘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도 비교했는데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야 해서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번에 <미성년>을 다루면서 나대로 배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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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겸 사회학자 두 사람의 책이 각각 번역돼 나왔다. 질 리포베츠키의 <가벼움의 시대>(문예출판사, 2017))와 미셸 마페졸리의 <부족의 시대>(문학동네, 2017). 어립잡아 같이 묶었는데, 1944년생으로 생년이 같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에 소개된 프랑스 학자로는 공통점이 좀 있다. 책이 몇 권 소개되었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거의 인지도가 없다는 점. 



<패션의 제국>(문예출판사, 1999)을 통해 처음 소개된 리포베츠키의 책은 지금 세보니 다섯 권이 번역되었다. 한데, <사치와 문화>(문예출판사, 2004)와 신간 <가벼움의 시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절판된 상태다. <행복의 역설>(알마, 2009)은 그맘때 대학 강의에서 교재로 쓰기도 했는데, 먼 옛날 기억처럼 여겨진다. <가벼움의 시대>는 <행복의 역설> 이후에 8년만에 소개되는 책이다. 


"<텅 빈 것의 시대>, <패션의 제국>, <사치의 문화> 등 대중문화에 관한 신선하고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으로 주목받은 프랑스 철학자 질 리포베츠키의 신간 <가벼움의 시대: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가벼운 것의 문명>은 ‘가벼움’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우리 시대를 해석하려는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딛는 책이다. 저자는 ‘가벼움의 문명’을 분석함으로써, 일상의 삶을 점점 더 무거워지게 만드는 이율배반적인 현실을 밝혀내고자 한다."


놀랄 만하지는 않더라도 뭔가 생각의 꼬투리는 던져주는 저자로 기억한다.<가벼움의 시대>는 전작들의 달리 비로소 한국 독자들과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별로 재미를 못 본 저자군에 속한다는 점에서는 마페졸리도 예외가 아니다. 단독 저작은 현재까지 다섯 권이 소개되었는데, 두 권은 절판되었고 남은 건 신간과 함께 <디오니소스의 그림자>(삼인, 2013)와 <영원한 순간>(이학사, 2010)이다. 이번 <부족의 시대>의 부제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주의의 쇠퇴' 원저는 좀 된 책이다. 1988년에 나왔다고 하니까 30년만에 소개되는 셈. 


"1988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읽힌 마페졸리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인류학적 통찰로 시들어가던 포스트모던 담론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전자 은하계’에서 살아갈 대중의 속성을 시대를 앞서 전망한 예언적 저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마페졸리는 개인주의 신화에 종언을 고한다. 근대 이전이 공동체 사회였다면 근대는 개인의 시대이며, 이어 등장한 포스트모던 대중사회의 키워드는 ‘부족’이다. 씨족, 혈족 중심의 고대 부족이 아니라 문화, 스포츠, 성(性), 종교 등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불규칙하게 재편되는 소집단들을 통해 새로운 부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즉 오늘날 대중사회에서 인간은 개인주의를 버리고 소집단들로 뭉치며 다시 부족화하고 있다."


보드리야르의 뒤를 잇는 포스트모던 사회학의 대표 이론가로 소개되는데, <부족의 시대>가 비로소 그런 평판을 확인시켜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소개된 책들 가운데 <디오니소스의 그림자>(1982)와 <영원한 순간>(2000)이 <부족의 시대>의 앞뒤로 놓이는 책이다. 저자의 관심을 따라가자면 <디오니소스의 그림자>, <부족의 시대>, <영원한 순간> 순으로 읽어봐도 좋겠다...


17.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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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송예정인 책의 하나는 브라이언 포터-슈치의 <폴란드 근현대사>(오래된생각)다. 러시아사와 관련되는 대목만, 그리고 귄터 그라스 작품의 배경으로서만(단치히/그단스크) 강의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폴란드 근현대사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에 제목을 보자마자 장바구니에 넣었고 지난주에(작년이로군) 주문한 책이다. 원저도 믿을 만하고.

˝유럽 북동부의 나라인 폴란드의 근현대 200년의 험난한 역사를 다룬다. 폴란드는 국가를 잃은 경험, 세계대전의 희생양, 군사쿠데타, 히틀러의 침공, 소련의 점령, 공산 독재로 점철되는 순교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폴란드는 수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유례가 없는 특이한 나라, 집단적 희생자의 나라, 영웅과 희생자만이 진정한 폴란드인인 나라라는 고정 관념으로 일반화되었다. 

그렇지만 폴란드에 순교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현실 세계에 저항하거나 적응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화려하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한 사람,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며,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다.˝

폴란드 근현대사를 읽어야 폴란드 근현대문학에 대해서도 어림해볼 수 있겠다. 한 학기 커리로 다룰 만큼 작품이 많이 번역돼 있는 건 아니지만(눈대중으로 그렇다) 잘 찾아보면 반학기(8주) 일정은 짜낼 수 있겠다. 수년 내에 바르샤바를 찾는 것도 고려중인데 그건 무엇보다도 영화감독 키에슬로프스키(키슬로우스키) 때문이다. <데칼로그>의 키에슬로프스키. 내게 가장 가까운 폴란드는 키에슬로프스키의 폴란드로군. 기사를 찾다가 알게 되었는데 2016년이 20주기가 되는 해였다.

폴란드사에 대한 다른 책은 국내서들이다. 필요하다면 <폴란드 근현대사>에 대한 보충으로 참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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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의 개봉 소식을 오늘에야 접했다. 그러고서 주문한 책이 세 권. 30년 전 시간으로 소환하는 책들이다. <1987>이 제작되고 개봉되는 세상에 살게 돼 기쁘다. 그런데 너무 들뜬 탓인지 지갑을 분실했다(그 이전 분실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이다). 이용하던 신용카드들도 분실신고를 한 탓에 새로 발급받을 때까지 거래차단. 알라딘 구매도 중지.

집에 돌아와선 수습차원에서 지갑을 바꾸었다. 서랍에 오랫동안 자고 있던 지갑으로. 현금 분실액도 좀 되지만 핸드폰을 분실한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위안을 삼는다. 신분증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재발급받을 수 있기에. 다른 귀중품이 뭐가 있었는지 생각해보다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명함을 떠올렸다. 다시 받을 수도 없건만!

새해맞이용 액땜으로 치고 주중에 <1987>을 보며 기분전환을 해야겠다. 1987년의 사람들에 대해선 주제서평도 구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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