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후기 장편소설 종강을 앞두고 있는데 검색하다 보니 콘스탄틴 모출스키의 <도스토예프스키>(책세상)가 품절상태다. 불어나 영어권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문학에 대한 유력한 해설서 역할을 한 책이고 번역판도 마찬가지였다. 평전이라고는 해도 작품에 대한 매우 자세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어서 일반 독자보다는 전공자들에게 애호되던 책이었다.

˝러시아 문학 전문가 콘스탄틴 모출스키가 쓴 도스토예프스키 전기이다. 저자는 ‘도스토예프스키는 문학 속에서 살았다‘고 평가할 만큼 작가의 삶과 창작이 밀착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작가의 주변생활이 작품 속에 어떤 식으로 구현되었는지를 상세하게 밝힌다.˝

요컨대 에드워드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이 입문용이라면 모출스키의 평전은 심화용이라고 할까. 그러나 현재는 두 종의 평전이 모두 품절된 상태라(아쉬운 독자라면 도서관을 순례하는 수밖에 없겠다) 입문도 심화도 남의 나라 얘기다. 영어권에는 더 강력한 평전으로 조셉 프랭크의 <도스토예프스키>가 나와 있어서 활용도가 떨어지게 됐지만 여전히 고전의 의의는 갖는 책인데 번역본이 품절돼(수요가 없다면 절판된다고 봐야겠다) 유감스럽다.

아직도 도스토예프스키라뇨? 혹 이런 생각들인 건지도. 도스토예프스키의 현재성에 대해서 매 강의 때마다 강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지 싶다. 강력한 기계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이 두려운 게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를 왜 읽어야 하느냐고 맑은 눈망울로 쳐다보는 세대가 두렵다. 그들은 다른 세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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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으로 손에 든 건 장가브리엘 가나시아의 <특이점의 신화>(글항아리사이언스)인데 통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고 장별로 읽는 책은 <한국의 논점 2018>(북바이북)이다. 지난해에 이어서 나온 기획도서. ‘키워드로 읽는 한국의 쟁점41‘이 부제다.

‘개헌‘과 ‘한반도 평화‘가 별도의 특집으로 꾸려져 있고 나머지는 분야별 쟁점 5-7개씩으로 구성되었다. 출판 관련으로는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가 ‘아날로그의 반격‘을 화두로 한 글을 실었다. 데이비드 색스의 책 <아날로그의 반격>(어크로스)에서 끌어온 화두다(필자는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도 주된 전거로 참조한다).

관심분야의 쟁점들만 일독하더라도 2018년의 그림이 얼추 그려질지 모른다. 최소한 빈손으로 새해를 맞는다는 느낌은 피하게 해준다. 무술년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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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행은 다음으로 미루었고 저녁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서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자료를 읽는 중이다. 보통 이 시간이면 올해의 책을 고르거나(고른다면 진작에 골랐어야) 송년의 감회를 적어야 할 텐데 시간 감각이 무뎌져서(언제부턴가 그렇다) 연휴에 못 읽은 책들에 대한 유감만 가질 따름이다(이런 유감은 질리지도 않고 반복되는군). 연휴라고 해야 내일 하루 더 쉰다는 것뿐이건만,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건만, 사전유감도 유감은 유감이다. 어차피 다 읽지 못할 만큼 쌓아둔 터라.

그렇게 쌓아둔 책의 하나가 마를린 주크의 <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위즈덤하우스)이다. 원서도 구입한 책인데 원제는 ‘구석기 환상‘이고 ‘섹스와 다이어트,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진화가 우리에게 정말로 말해주는 것‘이 원서의 부제다. 저자는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이고 성선택과 성적 선택에 미친 기생충의 역할이 주 연구주제라고.

˝이 책은 진화론을 바탕으로 구석기 시대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깨주고, 구석기 시대의 생활방식을 현재의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알려주는 동시에 진화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인간의 섹스, 운동, 가족 문화, 육아 등 인간의 삶을 이루는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진화에 대한 착각을 바로잡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인간 진화의 역사를 명쾌하면서도 논리정연하게 되짚어본다.˝

책은 고른 이유도 정확하게 진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다는 것. 교양과학서 몇권이 같이 쌓여 있는데다가 강의준비로 읽어야 할 책도 한 높이 된다. 마음 먹고 속독하는 것도 한 가지 방책이지만 딴은 무리하고 싶지는 않다.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동아시아)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이 역시 원서를 구입했다. 무려 하드카바로) 시간은 내 편이 아니다. 하기야 내 편이었다면 한해가 이렇게 훌쩍 지나갔을 리가 없다. 시간은 언제나 평범한 진리를 상기시켜준다. ˝인생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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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킹카 2018-01-16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를 넓고 깊게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어 고민중입니다.
찾고 찾다가 이곳까지 왔습니다.
어마어마한 님의 서재에 감탄을 금치 못하네요... 휴~~
독서력을 기를 수 있도록 찬찬히 이곳의 글들을 살펴보려합니다. 감사합니다.

http://blog.hangadac.com
 

오후에는 도서관에 가보려고 하는데, 동네도서관은 사실 책이 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느낌을 주지 않는 곳이다. 일부러, 자주 가게 되지는 않는 것(특별히 소장도서가 많은 것도 아니기에). 이런 불만을 갖는 건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나무연필)을 보아버린 탓도 있을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눈을 버려놓는 책(세계의 도서관 순례 책들이 대개 그러하다).

이번에 꽂힌 곳은 노르웨이의 베네슬라 도서관이다. 고래의 갈빗대를 형상화했다는데, 언젠가 노르웨이에 가본다면 꼭 들러보고싶다. 동네도서관이라도 기분은 베네슬라에 가는 셈 치고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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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을 다룬 두 권의 책이 나란히 나왔다(묶어서 주제서평으로 다뤄도 좋겠다). 존 크라카우어의 <미줄라>(원더박스, 2017)와 토르디스 엘바, 톰 스트레인저의 <용서의 나라>(책세상, 2017)다.

 

 

 

먼저 <미줄라>의 저자 존 크라카우어는 에베레스트 산 등반사고를 재구성한 <희박한 공기 속으로>(황금가지, 2007)가 대표작인 논픽션 작가다. 제목의 미줄라는 미국 북서부의 평범한 대학도시로, 몬태나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일련한 강간 사건 때문에 '강간 수도'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나는 처음 들어본다). 책의 부제가 태나 대학교 성폭행 사건과 사법 시스템에 관한 르포르타주'다.

 

"미국 북서부의 평범한 대학도시 미줄라. 2010~2012년 몬태나 대학교를 중심으로 일련의 강간 사건들이 부각되고, 미줄라는 ‘강간 수도’라는 오명을 얻는다. 작가는 그 중심에 있던 세 사건의 처리 과정(대학법원 청문회, 경찰과 검찰 조사, 법원의 배심원 재판 등)을 소개하며, 피해자들이 강간에 대한 사회적 편견 속에서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줄라>는 <희박한 공기 속으로>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존 크라카우어의 2015년 작품으로, 미국에서 출간 즉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크라카우어는 답답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힘들겠지만 ‘드러내어 말함’으로써 강간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독려한다."

 

 

미국사회는 올해 성폭행 경험 여성들의 미투(#MeToo) 캠페인이 사회적 운동으로까지 번졌는데(이에 참여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다), <미줄라>는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읽는데도 도움이 되겠다. '씨네21' 이다혜 기자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두려움을 안고 읽었다. 많은 강간 사건이 전적으로 신뢰하던 사람들에 의해, 일상적인 환경에서 일어난다. 존 크라카우어는 강간 피해자 관점에서 실제 사건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피해자가 필요로 하는 조치가 무엇인지를,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이 더 많은 강간 생존자들의 용기를 북돋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미줄라>가 성폭행 사건을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다루는지, 곧 강간이 어떻게 합리화되는지를 폭로한다면, <용서의 나라>는 주제면에서 대척점에 놓인 책이다.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의 초점은 가해자에 대한 법적 응징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다.

 

 

"연인이었지만 성폭력의 생존자이자 가해자였던 십 대의 남녀가 16년 후 이국의 땅에서 재회하여 ‘강간의 진실’을 밝힌 실화 에세이. 폭력과 증오의 기억을 화해와 치유의 시간으로 바꿔가는 이 기적의 여정은 2016년 테드 토크에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아이슬란드의 인기 작가 토르디스 엘바와 호주에서 청소년지도사로 살아가는 톰 스트레인저가 아이슬란드와 호주의 중간 지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일주일간 만나 과거의 시간을 돌아본 이 책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전례 없는 책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하고도 영구적인 폭력으로서 강간이 일상화된 오늘의 현실을 아프게 일깨우면서, 남녀 모두가 깨어 있는 의식으로 이 문제에 동참할 것을 뜨거운 체험의 언어로 설득한다."

 

소개에도 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쓴 전례없는 책이자 사례이기에, '강간은 어떻게 용서되는가'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미줄라>와 함께 읽는다면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갖게 될 듯하다...

 

17.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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