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도 나쁨이길래 외출을 삼가며 종일 휴식을 취했다. 요양원에 있는 듯이(대형도서관이 있는 요양원이 있나 알아봐야겠다). 언제나 그렇듯 주말이면 페이퍼거리가 밀리지만 ‘요양중‘이라는 핑계로 미뤄놓고 흘러간 홍콩노래들을 듣는다. 저녁 먹기 전에 ‘이주의 발견‘이라고 점찍어놓은 책 얘기를 적는다. 사이먼 가필드의 <투 더 레터>(아날로그).

얼핏 소설인 줄 알았는데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가 부제인 교양서다. 저자는 사이먼 효과로 왠지 친근한 느낌을 주는데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나 <지도 위의 인문학> 등 몇 권의 책이 이미 소개돼 있다. 그래도 한권만 손에 든다면 나로선 <투 더 레터>를 택할 것 같다. 책소개는 아직 뜨지 않아 목차만 참고할 수 있는데 구입해보고 어지간하면 원서도 구해볼 생각이다.

지금이야 이메일이나 문자(혹은 카톡)로 모든 연락을 대신하기에 ‘편지‘란 말조차 낯설게 여겨지는데 생각해보니 마지막 편지를 쓴 지도 얼추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듯싶다. 손편지는 전동타자기를 쓰게 된 이후부터는 쓰지 않게 되었으니 30년이 되어 간다. 하긴 ‘손편지‘란 말 자체가 모든 편지가 손편지였던 시절을 과거로 만든다. 아무튼 나로서도 편지의 몇단계를 거쳐온지라 ‘편지‘란 말에 감응하게 된다. 책이 너무 얇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마치 두툼한 편지를 받았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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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의 책들이 연이어 번역되고 있다. 이번에 나온 건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문학동네)다. "도발레라는 이름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시간 남짓 펼쳐지는 그의 공연을 한 편의 소설로 그려낸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소설이 시작되고 공연이 끝나며 소설도 마무리"된다. 지금까지 번역된 다섯 편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8년 04월 21일에 저장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8년 04월 21일에 저장

나의 칼이 되어줘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김진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8년 04월 21일에 저장

시간 밖으로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김승욱 옮김 / 책세상 / 2016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8년 04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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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한 주의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이다. 여느 때보다 두 배는 긴 것처럼 느껴지는 한 주였다(피로한 눈은 밀린 잠을 보충하면서 풀어야겠다). 그래도 빽빽한 일정 덕분에 오랜만에 김수영의 시도 다시 읽었다. 3종의 시선집으로 읽었는데, 순서대로 하면 <거대한 뿌리>(민음사), <사랑의 변주곡>(창비), <꽃잎>(민음사)이다.

내게 각별한 건 <거대한 뿌리>인데,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자작시집을 만들어서(50부 한정 등사판) 판매하고 얻은 돈으로 김춘수의 <처용>과 함께 구입했던 시집이어서다. 자작시집과 같은 가격이었고(내가 자작시집의 가격을 같게 매겼고) 아는 서점에 위탁하여 두권을 판매한 돈 3000원을 받아들고서 곧장 다른 서점에 가서 ‘오늘의 시인 총서‘ 1,2권을 손에 들었다. 바로 <거대한 뿌리>와 <처용>이었다.

그런 인연도 보태서 한국현대시사에 대한 나의 이해는 ‘김수영과 김춘수 사이‘가 되었다. 여전히 둘은 전후의 가장 강력한 두 시인으로 생각된다(또 다른 공통점은 둘다 강력한 시론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 김수영의 반시론과 김춘수의 무의미시론이 그것이다).

<거대한 뿌리>는 시사적 의미도 갖는데 196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수영의 시선집으로 1974년에 처음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김수영을 존재하게 해준 시집인 셈(전집은 그 이후에 나온다). 그런 의의를 다시 상기하면서 표제시를 읽는다.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의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 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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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에서는 <황야의 이리>(1927)와 함께 헤세의 대표작으로 간주되는 <싯다르타>(1922)를 강의에서 읽었다(우리에게 헤세는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의 헤세인 것과 비교된다). <데미안><황야의 이리>와 함께 헤세 강의에서 가장 많이 다룬 작품인데, 오늘은 이 작품의 부제가 ‘한 인도의 시‘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어떤 면에서 소설이 아니라 시에 가까운가를 해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한 나의 견해는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책세상)에서 자세히 밝혔기에 중복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1919년말에 집필에 들어가 한동안의 공백을 거쳐서 1922년에 완성한 <싯다르타>는 <데미안>(1919)의 주제를 이어받으면서 한 걸음 더 진전시킨 작품이다. 그 주제란 ‘삶이란 자기 자신에 이르는 여정‘이라는 주제다. 문제는 이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 동시대가 아니라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데 있다. 그리고 소설이 아니라 ‘시‘를 쓴다는 데 있다. 덕분에 헤세는 <데미안>의 많은 약점과 결함을 피해갈 수 있었다. 시인으로서의 역량도 발휘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고타마 싯다르타의 경지에 도달하는 주인공이자 분신으로서 싯다르타를 그려냄으로써 가정생활과 창작의 위기에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었다(작품을 발표한 이듬해에 헤세는 첫번째 아내 베르누이와 이혼한다).

그렇지만 역시나 문제는 이 작품이 한갓 시에 불과하다는 것. 내가 헤세의 대표작으로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황야의 이리>를 꼽는 이유다. 내가 좋아하는 헤세는 싯다르타처럼 득도했다고 우쭐하는 헤세가 아니라 중년의 나이에도 시민사회와 불화하면서 배회하는 ‘황야의 이리‘로서의 헤세다. 헤세이면서 가장 헤세적이지 않은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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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권으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는데 모아놓으니 힘이 느껴진다. 최근에 나온 <권력과 교회>(창비)로 완결된 ‘대한민국 권력 비판 3부작‘이다. 앞서 <권력과 언론><권력과 검찰>이 차례로 나왔었다.

˝‘적폐의 성역’이라 불리는 한국 교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신앙과 양심의 목소리를 저버리지 않고 교회개혁에 끈질기게 목소리를 내온 신학자 김진호를 비롯해 한국 교회를 안팎에서 통찰해온 전문가들이 교회 재정과 종교인 과세, 목회자 세습, 여성혐오와 반동성애, 태극기 집회에서 발견되는 광신도 현상의 근원, 구호개발형 선교 등 핵심 쟁점을 파고들며 교회개혁이 과연 가능할지, 개신교 집단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영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타진한다. 나아가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마는 사회적 약자를 공동체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사려 깊게 전망한다.˝

한국교회의 민낯에 대한 고발과 폭로는 적잖게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껏 바뀌지 않은 것은 그들이 갑질 재벌들처럼 ‘성역‘이어서다. 언론과 검찰과 교회가 개혁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장래는,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성패는 그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중지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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