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강연차 지방에 내려가는 길에 버스에서 읽은 칼럼은 최근 불거진 봉은사 법당 땅밟기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칼럼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땅밟기 동영상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개신교 신자 몇몇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당에 들어가 “이곳은 하나님의 땅”이라며 ‘땅밟기 기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아이고, 아버지….” “땅밟기 한다고 봉은사가 교회됩니까.” “어리석은 몇 명이 100만 안티 부르네.” “땅밟기와 무속의 지신(地神)밟기는 뭐가 다르지요?” 이 모두가 기독교인들의 댓글이다. 그중에서도 어느 목사의 개탄이 눈을 찌른다. “얼빠진 이들이 기독교를 미신으로 만들어 버렸다. 생각해 보라. 땅밟기 한다고 절이 무너지는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는 성경 구절은 사유(思惟)할 줄 안다는 뜻 아닌가.”(<경향신문>, '땅밟기, 지신밟기') 

칼럼을 읽으면서 최근에 나온 카렌 암스트롱의 <신을 위한 변론>(웅진지식하우스, 2010)을 떠올렸다. 부제는 '우리가 잃어버린 종교의 참된 의미를 찾아서'. 저자는 저명한 비교종교학자이자 종교비평가로, 다양한 저술, 강연, 방송 등을 통해 세계종교의 평화와 조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한다. 국내에도 자서전을 포함해 그녀의 책이 여럿 소개돼 있다. 테리 이글턴의 <신을 옹호하다>(모멘토, 2010)과 함께, 그리고 종교 비판을 담은 도킨스, 히친스, 데닛 등의 책과 함께 일독해봄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의 참된 의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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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위한 변론- 우리가 잃어버린 종교의 참의미를 찾아서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준형 옮김, 오강남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0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0년 10월 28일에 저장
품절
The Case for God (Paperback)
Armstrong, Karen / Anchor Books / 2010년 9월
32,920원 → 26,990원(18%할인) / 마일리지 1,3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7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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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역사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 배국원, 유지황 옮김 / 동연출판사 / 1999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0년 10월 28일에 저장
절판
신의 역사 2
카렌 암스트롱 지음 | 배국원, 유지황 옮김 / 동연출판사 / 1999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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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9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30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아트앤스터디의 '인문숲'에서 플라토노프의 <코틀로반>에 대해 강의하면서, 단편 <암소>(1938)도 같이 읽어봤었다. 러시아 단편선 <무도회가 끝난 뒤>(창비, 2010)에 들어 있는 작품인데, 알렉산드르 페트로프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도 감상할 수 있기에 같이 옮겨놓는다. 1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은 주로 암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작품에선 기관차와 관련한 이야기도 비중을 차지한다). 단편과 애니메이션 모두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 소년은 암소의 모든 것이 맘에 들었다. 항상 피곤한 듯 혹은 생각에 잠긴 듯 거무스레한 테두리가 둘린 온순한 눈도 마음에 들고, 뿔과 이마도, 커다랗고 여읜 몸집도 맘에 들었다. 암소가 여윈 것은 자신의 살과 지방을 위해 비축하지 않고 우유와 노동에 바치느라 그리된 것이다. 소년은 부드럽고 편안해 보이는 젖통을 바라보았다. 거기 달린 작고 쪼글쪼글한 젖꼭지에서 나온 우유를 먹고 소년이 자란 것이다. 소년은 단단한 뼈가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짧고 듬직한 앞가슴도 만져보았다. 

-바샤는 헛간으로 들어가서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길 기다리며 암소를 살펴보았다. 암소는 이제 아무것도 먹고 있지 않았으며, 이따금 조용히 숨을 쉴 뿐이었다. 암소를 괴롭히는 무겁고 질긴 고통은 끝도 모르고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암소는 인간과 달리 자신의 고통을 언어나 의식, 친구나 오락 그 어느 것으로도 위로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바샤는 오랫동안 암소를 쓰다듬으며 달래주었지만 암소는 무관심한 채 미동도 없었다. 지금 암소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자기 아들, 송아지뿐이다. 인간도, 여물도, 태양도 이 세상 그 무엇도 자식을 대신할 수 없었다. 잊어버리고 다른 일을 찾는 것이, 그래서 더이상 괴로워하지 않고 다시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행복의 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암소의 흐릿한 지성은 스스로를 기만할 능력이 없다. 한번 암소의 가슴속에 혹은 감정 속에 들어온 것은 억눌리거나 잊힐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에 바샤가 열차 움직이는 걸 도와준 적이 있는 바로 그 기관사가 바샤의 아버지와 함께 차량 밑에서 죽은 암소를 끌어내고 있었다. 생전처음 자기와 가까운 존재의 죽음을 본 바샤는 괴로움으로 넋이 나가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내가 십분 정도 계속 기적을 울렸다니까요.” 기관사가 바샤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댁의 소는 귀가 먹은 겁니까, 아니면 멍청한 겁니까? 모든 차량들이 비상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귀가 먹은 것이 아니라 미친 거요.” 아버지가 말했다. “아마, 철로 위에서 졸고 있었겠지.” “그게 아니에요, 느리긴 했지만 어쨌든 소는 기관차에서 도망가긴 했어요. 그런데 옆으로 비켜날 생각은 안하더란 말이죠.” 기관사가 대답했다. “소가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학교에서는 1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는 생활 속에서 겪은 일을 주제로 글을 쓰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바샤는 공책에 이렇게 썼다.  

“우리집에는 암소가 있었다. 암소가 살아 있었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와 나는 암소에서 나오는 우유를 먹었다. 나중에 암소가 새끼 송아지를 낳았다. 송아지도 암소의 우유를 먹었다. 우리 세 사람과 송아지까지 넷, 모두에게 충분한 양이었다. 암소는 게다가 땅도 갈고 짐도 옮겼다. 그러다가 집에서 암소의 아들을 고기로 팔았다. 괴로워하던 암소는 얼마 안 있어 기차에 치여 죽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암소도 먹어버렸다. 왜냐하면 암소도 소고기니까. 암소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우유, 아들, 고기, 가죽, 내장, 뼈를 우리에게 내주었다. 착한 암소였다. 나는 우리 암소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다.” 

  

1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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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0-2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길을 걸어가는 암소를 보고 '엄마'를 외치는 소년, 그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는 암소의 눈빛. 암소는 소년의 마음을 알았을까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전해주는 에니메이션이네요.

로쟈 2010-10-27 16:47   좋아요 0 | URL
노르슈테인(Norstein)과 함께 러시아 애니메이션을 대표한다고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0-2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같은 암소 이야기군요.그림도 인상적입니다.배경을 우리나라로 바꾸어도 될 듯한 이야기.가난한 농가의 소 이야기는 어느 나라나 짠한 느낌을 주나 봅니다.

로쟈 2010-10-27 16:46   좋아요 0 | URL
이 암소는 '사회주의 암소'이기도 해요.^^

노이에자이트 2010-10-27 17:49   좋아요 0 | URL
사회주의 암소라...아무래도 직접 읽고 싶군요.

로쟈 2010-10-27 18:18   좋아요 0 | URL
"암소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우유, 아들, 고기, 가죽, 내장, 뼈를 우리에게 내주었다."의 암소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긍정적 주인공' 형상이죠.^^
 

경향신문의 '문화와 세상' 칼럼을 옮겨놓는다. 매번 차례가 닥칠 때마다 무얼 쓸 것인가 고민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정말 고민스러웠고 궁여지책으로 최근에 강의준비차 다시 읽은 플라토노프의 단편 <포투단 강>에 대해서 썼다. 그나마 '가을은 독서의 계절' 같은 주제를 피한 걸 위안으로 삼는다. 플라토노프에 대해선 오늘도 강의가 있었는데, 연이어 칼럼까지 할애했으므로 나름대로는 작가에게 최대한의 경의를 표한 것이라 생각한다. <포투단강>은 단편집 <귀향 외>(책세상)에 실려있다. 

  

경향신문(10. 10. 26) [문화와 세상]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러시아문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 20세기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포투단 강>이란 단편이다. 1937년에 발표된 이 작품의 배경은 내전 직후인 1920년대 초반이다. 1917년에 10월혁명이 일어났지만, 레닌의 혁명정부는 곧 반혁명 세력과의 내전을 4년간이나 치르게 된다. 이야기는 내전에 참전했던 적군(赤軍) 병사 니키타 피르소프가 귀향하는 걸로 시작한다. 집에는 아내와 두 아들을 먼저 잃고 홀로 막내아들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버지가 있다. 3년 만에 돌아온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제 부르주아들을 다 쳐부순 거냐고 묻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어야 했다. 니키타는 어릴 적 아버지가 재혼할 뻔한 여교사의 딸 류바와 우연히 마주친다. 그에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류바는 그 사이에 가엾은 처지가 됐다. 그녀는 어머니를 잃고 남동생은 전선으로 보내고 혼자서 어렵게 의료과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니키타는 아버지가 다니는 목공소에서 목수 일을 시작하고 류바가 먹을 저녁을 나르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등유는커녕 장작도 부족한 형편이라 류바는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의학 책을 읽어야 했고, 니키타가 그 옆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말없이 기다리며 앉아 있는 것이 두 사람의 ‘데이트’였다.

니키타는 거의 매일 그녀를 찾아갔지만,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날에는 류바에 대한 그리움을 참기 위해 도시를 몇 바퀴씩 걸어다녔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행복 이상의 더 큰 행복이 존재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난하고 배운 것도 없는 제대군인이 과연 그녀에게 필요한 존재인가 회의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는 류바를 더 이상 찾아가지 않기로 결심하지만, 티푸스에 걸려 앓아누운 그를 극진히 보살펴준 사람은 류바였다. 류바가 졸업을 하자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한다.

플라토노프는 청년시절 새로운 프롤레타리아 문화가 건설되리라고 믿은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부르주아 단계를 넘어선 프롤레타리아 단계에선 의식이 성을 누르고 자연과의 전쟁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하게 될 거라고 믿었다. 성과 사랑에 대한 그런 유토피아적 관념이 니키타에게도 투영돼 있는데, 그는 류바와 결혼하지만 성생활은 회피한다. 게다가 이 특별하고도 사랑스러운 존재를 다치게 할까봐 두려워한다. 그는 아내를 너무 많이 사랑했다. 하지만 잘 참아주던 류바가 어느날 밤 고통을 억누르며 몰래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서 그는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가출한다. 괴로움을 떨치기 위해 말하는 것도 잊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시장거리에서 일을 하며 지낸다. 우연히 만난 아버지에게서 류바가 포투단 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기도했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그는 집으로 돌아온다. “나와 사는 게 힘들지 않겠어요?”라고 류바는 묻고, “난 이제 당신과 함께 행복해지는 데 익숙해졌어”라고 니키타는 답한다. 류바의 야윈 몸이 늦은 밤 싸늘한 어둠 속에서 떨고 있었다는 것이 이 단편의 마지막 문장이다.

교훈은 무엇인가? 니키타의 아버지처럼 아내가 없다면 집안에는 하다못해 고슴도치나 집토끼라도 있어야 인간으로 살아갈 수가 있다는 것인가. 니키타도 결국 인간적 자연 혹은 본성과 화해하게 되지만, 중요한 건 그의 ‘우회’다. 플라토노프가 꿈꾼 ‘플라토닉한’ 프롤레타리아 문화가 비록 유토피아적이긴 하지만, 부르주아적 성 관념과 접대문화가 ‘대세’인 시대에는 오히려 ‘아름답게’ 여겨진다. 사랑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야기를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부른 이유다. 

10. 10. 25.  

P.S. <포투단 강>은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에 의해 영화화된 적이 있다. 소쿠로프의 초기작 <인간의 외로운 목소리>(1978)인데, 개봉은 1987년에야 이루어졌다. 원작을 그대로 옮긴 건 아니지만, '정서'는 느끼게 해준다. 소쿠로프는 니키타와 류바가 거리에서 만나는 장면을 숲에서 만나는 걸로 재설정했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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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러시아 문학작품의 또 다른 맛
    from 창조를 위한 검은 잉크의 망치 2010-10-26 13:07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20세기 후반에서야 발견되어 20세기의 도스토예프스키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글은 도스토예프스키나 고골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느낌이 정확하게 명명이 안되지만 그 원인의 상당부분이 그의 이력과 관련있는 것 같아 책날개에 있는 작가의 소개글을 옮겨 놓는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러시아의 남부 도시 보로네쥐에서 철도 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2010-10-2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6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돈케빈 2010-10-2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니.. 저에겐 달밤에 하품이 나올만한 주제입니다.^^

로쟈 2010-10-26 21:40   좋아요 0 | URL
집토끼라도 키워보시길...

반딧불이 2010-10-2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정적으로 오래전인 기억을 떠올려 주셔서 나중에라도 다시찾아보려고 먼댓글로 연결했습니다.

로쟈 2010-10-26 21:39   좋아요 0 | URL
이미 읽어보신 책이군요.^^

노이에자이트 2010-10-2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에서 만나는 남녀...분위기가 참...뭐랄까요,쓸쓸하네요.배경음악도...

로쟈 2010-10-26 21:38   좋아요 0 | URL
소쿠로프의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잔잔한호수 2010-10-28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경향신문에서 칼럼 읽고 댓글 남겨봅니다. 블로그에서, 지면에서, 선생님 글을 통해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에 있어) '플라토닉'한 '프롤레타리아' 문화라는 말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요? 제 의문은, '프롤레타리아'란 개념 자체가 이미 (反육체적인) '플라토닉함'과 불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인데요….
타락한 부르주아적 접대문화는, 플라토닉하고 유토피아적인 성 관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프롤레타리아적인 성(性)의 건강성과 육체적 솔직함이 비틀리고 억눌려서 나타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 의문을 간략하게나마라도 풀어줄 수 있으신지요.^_^ 부탁드려봅니다! )

로쟈 2010-10-28 07:2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소비에트의 사회주의자들은 금욕적 성애관을 갖고 있었어요. 플라토노프는 젊은시절에 성 자체를 부르주아적이라고 생각했구요. 그 당시엔 아예 죽음도 부르주아적이라고 생각해서, 오직 부르주아들만 죽는다라고도 했지요. 성적 욕망도 극복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했으니 '유토피아적'이었죠...
 

엊그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자오신산의 <천재적 광기와 미친 천재성>(시그마북스, 2010)이다. 저자에 대해 아는 바 없고 중국 인문서에 대한 신뢰도 확고한 편이 아니어서 망설였지만, 지난주에 교재형 책 <천재 예술가들의 신경질환>(아름다운사람들, 2010)을 구입해놓은 터라 같은 주제의 책들을 모아놓으려는 계산에서 구입한 것이다. 찾아보니 샤를 가르두의 <약점이 힘이 될 때>(다른세상, 2010)까지 갖춰놓아야 구색이 맞을 듯싶다. 사실 <천재적 광기와 미친 천재성> 같은 책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의외로 올라온 기사가 있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서울신문(10. 10. 23) 닮은 듯 다른 천재와 광인 미묘한 한끝 차이는 뭘까?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비극적인 자살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정신질환적 증세가 있을까. 천재성과 광기는 뇌의 해부학적이고 화학적인 근원에 있어서는 같은 출발점을 갖고 있다는 말로 이 책은 시작한다. 또한 천재성과 정신질환을 구별하는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경계선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교수이자 작가인 중국 자오신산이 쓴 ‘천재적 광기와 미친 천재성’(이예원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이다. 책은 아인슈타인, 피타고라스, 앙페르, 애덤 스미스, 가와바타 야쓰나리, 백거이 같은 천재들과 히틀러 같은 광기 어린 독재자의 정신세계를 살펴보고 천재의 창조력과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를 찾아보려 시도한다.

또한 과학, 예술, 철학의 창작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천재 혹은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통로라고 언급하면서 만일 그들이 창작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들은 미치거나 범죄를 저질렀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설명한다. 천재의 창조력과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심리적·정신적 에너지라고도 할 수 있는 광기는 어떤 방향으로 분출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밝힌다. 세상을 창조하고 건설하거나, 세상을 파괴하거나 아니면 자기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독일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 즉 비스마르크가 독일의 재상이 되지 않았더라면, 만일 그가 대단한 대업을 완수하지 않았다면 그는 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히틀러도 마찬가지로 화가나 위대한 건축가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수많은 건물을 부수고 수천만명을 학살한 잔인한 인물, 인류 역사상 길이 남을 최고로 잔인한 범죄자가 되었던 것이란 예를 든다. 저자는 정신질환과 천재성 사이의 교차점을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 베이징대학을 졸업했으며 교수, 작가, 상하이 세계박람회 고문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과학과 예술, 철학 분야에서 관련 저서 56권을 펴낼 정도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본문 중에 흥미를 끄는 한토막. “누가 물을 발견했지? 분명 물고기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물고기는 일생 동안 물속에 있으니까…”(김문 편집위원) 

10. 10. 24.  

P.S. 지난주에 나온 책으로 가장 확실한 눈요기감은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열린책들, 2010)일 텐데, 비닐카버가 씌어 있어서 서점을 찾았을 때 '실물'은 보지 못했다. '궁극의 리스트'로 당분간은 유보해놓는다. '머스트리드'에 해당하는 책은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21세기북스, 2010)이지만 책을 다음주에나 배송받을 예정이어서 따로 리뷰를 챙겨놓진 않는다(기사가 많이 떠 있다). 유엔총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스티글리츠가 주도한 <스티글리츠 보고서>(동녘, 2010)도 신간이지만 아직 알라딘엔 뜨지 않는다. 오늘 주문한 책들에 대해선 다음에 몇 자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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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0-10-25 14:38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좋아하는 책이 출간이 됐군요.천재와 광기의 그 심연의 사이를 알고 싶었는데 한 번 관심을 가지고 읽어 봐야 겠네요.~~ ㅋㅋㅋ
하기사 좋아하는 문학가들을 보면 뭔가 광기에 홀린 듯한 모습들이 보이는데 저런 책을 필독을 하고 싶네요.

로쟈 2010-10-26 08:24   좋아요 0 | URL
관심분야시군요.^^

루쉰P 2010-10-27 19:44   좋아요 0 | URL
완전 관심 분야죠. 그나저나 로쟈님은 대단하십니다. 일 하면서 알라딘 서재를 자주 들어가 보는데 하루에 한, 두편 씩 올라 오네요.^^ 저는 저번에 로쟈님과 박홍규 교수님의 강연에 참석했었습니다. 좋은 강의 너무 잘 들었습니다. 그 행사 참여하고 후기를 썼는데 알라딘에서 3만원 상품권을 줬습니다. 로쟈님 덕을 톡톡히 본 셈입니다. 강연하시고 나서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다 나가는 분위기라 용기내서 인사를 못 드렸었습니다. 죄송해요^^;;;
 

최근 국제면의 가장 큰 화제는 연금개혁안을 둘러싼 프랑스의 대립 정국이다. 사르코지의 법안이 어제 상원을 통과했지만 노동계는 수용불가 방침을 밝혔다. 사태의 추이가 궁금한데, 프랑스 현지의 소식을 전하는 칼럼이 있어서 스크랩해놓는다. 어쩌면 '제2의 68혁명'으로 전화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담고 있다.  

경향신문(10. 10. 23) [목수정의 파리통신]제2의 68혁명이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프랑스가 폭발 직전이다. 연초부터 줄기차게 진행돼 왔던 총파업과 집회가 9월 이후, 7번째. 이 질긴 파업의 공식 이유는 연금개혁 반대지만, 한발자국 다가가서 보면 지금 프랑스는 신자유주의가 비틀어 놓고, 사르코지가 사정없이 밟아주는 반인간적인 사회시스템에 시민들이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중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민영화된 프랑스 텔레콤 직원의 연쇄자살 사태로 대변되는, ‘잔혹한 세상’을 이제 모두가 온몸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상원에서의 표결 결과와 무관하게 파업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한 노조연합의 발표가 상황의 핵을 집어준다.

광역전철(RER)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철도 운행이 중단 혹은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오를리 공항의 항공기 운항은 50%가, 샤를드골 공항은 30%가 취소됐다. 정유공장 파업, 석유저장기지 봉쇄로 이미 전국 주유소 3분의 1에서 기름이 바닥났다. 도로에서는 화물연대의 달팽이운행(서행) 파업으로, 평소보다 두 세배나 시간이 걸린다. 노동자의 도시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가 공항을 세 시간 넘게 봉쇄했고, 기차역에서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연대해 선로를 점거했다. 프랑스에 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발도 파업으로 묶여있어야만 했다. 이쯤 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심히 불편해진다. 그런데도 이 파업에 대한 지지율은 갈수록 치솟고 강도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만 간다. 71%. 파업에 대한 가장 최근 공식지지율이다.

지금의 파업정국을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분노’, 집회장을 휩쓰는 최고의 구호는 “나는 계급투쟁 한다”이다. 로레알사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집안의 진흙탕 재산분쟁, 그녀가 자신의 친구(?)인 사진작가에게 뿌려온 1조5000억원, 시장시절부터 사르코지가 로레알사로부터 받아 챙겨온 정치자금, 사르코지의 검은 돈을 관리해왔고 이번 연금개혁의 실무 장관인 노동부 장관 에릭 뵈르트, 베탕쿠르 집안에 회계담당으로 들어가 그들의 세금을 세탁해주던 장관의 마누라…. 한눈에 헤아리기조차 복잡한 이들의 추악한 커넥션은 연금개혁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가 벌이던 씨름 한가운데서 폭탄처럼 터져버렸고, 그 순간 투쟁은 ‘계급투쟁’으로 규정되었다. “이미 우린 충분히 돼지처럼 일해왔다. 이제 인간답게 살 것을 요구한다. 너희의 금고를 털 차례다. 돈은 베탕쿠르의 금고에, 부자들의 금고에 있다.” 시위대의 요구는 이처럼 선명하다.

노조 위주로 진행되던 파업이 고교생들의 적극적 참여로 번진 것은 지난주. 현재 1100개의 고등학교가 총파업에 동참할 것을 결정했고, 프랑스전국학부모연합은 이런 학생들의 결정을 지지하고 이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고교생들의 대대적인 참여는 사회 전체를 술렁이게 했다. 그들은 68혁명을 비롯한 지난 세기에 프랑스가 진행해온 모든 사회적 투쟁에서 언제나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단결이 주목할 만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가장 단순하고 명료하게, 그리고 노조집행부 같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핵심을 향해 돌진할 수 있는 지성과 야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너 미쳤니. 애들이 거리에 나섰잖아.” 한 여고생이 집회에 들고나선 피켓은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치게 될 이 시퍼런 젊음과 사르코지의 야욕이 벌일 한판 승부를 예고한다. 귀막은 사르코지, 더 심각한 파업, 더 높은 파업지지율, 그 끝에는 새로운 프랑스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모두의 이마에 담겨있다. 이 무시무시한 파업 정국을 살아내면서 비릿한 활기를 코 끝으로 느낄 수 있는 이유이다.(목수정| 작가·프랑스 거주) 

10. 10. 24.  

P.S. 칼럼에 이은 후속기사도 옮겨놓는다. 

경향신문(10.10. 25) "사르코지 ‘부자 정책’에 본능적 계급투쟁”

프랑스 상원에서 지난 22일 연금개혁 수정안이 통과되었다. 찬성 177, 반대 153.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상원에 연금개혁법의 250여개 수정안에 대한 일괄상정과 표결을 요청함으로써 다시 한 번, 토론과 합의를 요구하는 전 국민적 요구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가 그들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지른 정신나간 짓”이었다고 주요 노조 ‘노동자의 힘(FO)’ 대표는 평했고, 우파언론 피가로지도 정부가 “법적인 대포”를 동원한 것으로 묘사했다.

법안은 이제 상·하원 합동위원회의 평가와 최종표결을 거쳐 효력을 갖는다. 야당은 1000개가 넘는 개정법안들을 내놓고 토론을 요구했으나, 집권당의 힘으로 사안은 신속히 처리되고 말았다. 그러나 상원의 표결이 현재 촉발된 투쟁의 끝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6개 노조연합 대표들은 표결이 진행되기 전, 결과와 무관하게 10월28일과 11월6일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열 것을 천명하였고 이후 벌어질 시민들의 행보는 모두 사르코지 정부가 자초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금요일 2주간 방학에 들어간 학생들도, 26일에 전국대학생연합의 이름으로 집회를 열 것을 알리며 투쟁을 지속할 것임을 경고했다. “우린 파업을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파업을 계속한다”고 선언한 정유공장 노동자들에 의해 12개의 정유공장은 여전히 멈춘 상태이며, 철도파업도 2주째 계속되고 있다.

계급투쟁.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국민연금 금고가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 시민들은 그런데 왜 이다지도 격렬하게 정부의 연금개혁을 거부하는 것일까.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현 정치권이 행해온 불공정과 불평등이 그들의 가슴에 불을 댕긴 주요인임을 지적한다. “사르코지는 부자들에게만 더 벌게 해주고, 우리에겐 더 일할 것만을 요구한다” “그들은 우리를 레몬처럼 꼭 쥐어짠다”, “기업은 우리로부터 삶을 앗아가고, 정부는 우리로부터 연금을 앗아간다” “프랑스텔레콤처럼 많이 자살하진 않았지만, 우린 모두 우울증과 만성피로·긴장에 사로잡혀 있다”. 마리안지가 전국의 시위현장을 돌면서 담아온 증언들이다. 사람들은 연금개혁이 신자유주의를 강화하고 고착시키는 또 하나의 단계임을 알고, 반기를 든 것이다. “개혁이 필요하다면, 부자들의 금고를 털어라.” 시위대의 주문은 분명하다.

사르코지 3년, 명백해진 것은 “모든 사회관계에서 경쟁구조의 일반화, 공공기관을 비롯한 모든 영역으로 확대된 시장의 논리”이며, 이에 대한 저항은 2005년 유럽헌법 국민투표 부결, 학생들의 투쟁으로 좌절된 ‘최초고용계약’ 등으로 이어져 왔다. 연금개혁의 반대투쟁에 이르러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계급투쟁이 이제 제대로 펼쳐지고 있다”고 사회학자 크리스치앙 라발은 분석한다.

이번 연금개혁의 첫번째 수혜자가 대통령의 형인 기욤 사르코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 누벨 옵세르바퇴르지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기욤은 보험회사 메데릭그룹 대표다. 이 회사가 개인연금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2년 전. 내년 1월, 회사 규모 확대를 앞두고 보증공탁금고(CDC)와 국립신용금고(CNP)와의 합자를 이뤄냈다. 뒤의 두 회사는 국회의원과 전직 엘리제궁 비서관에 의해 운영되는 공기업이다.

대통령 형의 회사는 이번 개혁으로 생성될 개인연금 시장을 400억~1000억유로 규모로 내다보며 전체 시장의 17%를 차지할 것을 목표로 세우기까지 했다. 이 모든 국민적 분노를 산 연금개혁, 무리한 일괄처리의 압박 뒤에는 가족과 측근을 위해 한몫을 단단히 잡겠다는 사리사욕이 있었다. 무려 250여개의 조항을 개정하는 이번 과정에서 5년간의 의원 경력으로 40년간 일한 봉급생활자의 연금을 받는, 지나치게 큰 국회의원들의 특혜 조항들은 전혀 개정되지 않았다. “고통은 너희들의 것”이라고 말하는 가진 자들의 메시지도 분명하다.

20년 전부터 연 5주의 유급휴가를 누려온 프랑스인들이다. 그들은 자유, 평등, 박애가 짓밟힐 때 본능적으로 일어선다. 초강수 불통 권력자를 향한 그들의 계급투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목수정 |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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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24 18:19   좋아요 0 | URL
로쟈님이 말씀한 바와 같이 혁명의 '힘'이 느껴지구요. 프랑스가 유럽을 대표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총대를 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쟈 2010-10-26 08:23   좋아요 0 | URL
계급투쟁이란 구호가 다시 살아난 것에 주목하고 싶어요...

비로그인 2010-10-24 13:21   좋아요 0 | URL
말 그대로 "비릿한 활기"가 느껴집니다!
'새로운 프랑스'라는 표현에서 '새로운 유럽'과 '새로운 세계체제'까지 상상하는 건 좀 오버일까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지식인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로쟈 2010-10-26 08:23   좋아요 0 | URL
사르코지가 좀 '도와준다면', 오버가 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LAYLA 2010-10-24 18:39   좋아요 0 | URL
유럽애들이 사실 별 생각없이 학교 가기 싫으니까 데모하러 나가는 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던데...그렇게 쉽게 자기 의사를 드러낼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부모님이 지지해준다는게 참 멋지네요

로쟈 2010-10-26 08:22   좋아요 0 | URL
그게 '기본'이 돼야겠죠...

자꾸때리다 2010-10-24 23:17   좋아요 0 | URL
그런데 한겨례 기사 보니깐 사실 야당도 연금 개혁안에 대한 마땅한 대안을 못 내놓고 있다고 하던데요... 사실 별로 기대는 안 하는데...

로쟈 2010-10-26 08:21   좋아요 0 | URL
후속기사도 읽어보시길...

mirror 2010-10-29 04:18   좋아요 0 | URL
프랑스에 대환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외국인은 아마도 한국의 지식인들이 아닐가요? 프랑스 여론조사에는 과반수 이상이 통과된 법안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프랑스사람들도 다수가 연금제도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오래전부터 공감하고 있고요. 다만 사르코지가 합리적인 토론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밀어부치기 때문에 이런 소요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독일은 이미 2000년대 중반에 슈뢰더가 이런 개혁을 하면서 약 2년간 설득하고 토론했습니다.
혁명이라니요? 아마 혁명이란, 이상적인 프랑스를 머리속에 갖고 있는 한국의 자칭 좌파들 사이에서만 일어날 거 같군요. 프랑스에 산다고 해서 프랑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적확한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죠. 환상속의 프랑스에서 그만 깨어났으면 합니다.
독일의 연금수령 나이가 아마 67세일 겁니다. 경제적으로 불가피하면 하는 것이죠. 땅파면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르코지는 쿠데타로 정권 잡았나요? 이런 사태는 프랑스의 후진적인 정치를 나타낼 뿐이지, 모범적인 현상은 아니죠. 총선에서 집권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준지 2달도 안되서 발생한 촛불시위가 한국의 후진적인 정치의 모습을 나타내듯이, 이런 시위는 프랑스가 정치적으로 합리적인 토론이 불가능한 후진적 국가라는 증거일 뿐입니다.
그리고 프랑스는 거의 15년 동안 보수적인 대통령을 선거로 뽑아왔어요. 이런 나라에서 무슨 혁명인가요? 진짜 코미디입니다. 이런 소요사태에 흥분하는 한국 사람들은 더 웃기는 것 같고요.

Spidersens 2010-10-29 17:58   좋아요 0 | URL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타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더 "사유"할 것 같은 프랑스지만, 현실은...

>> 촛불시위가 한국의 후진적인 정치의 모습을 나타내듯이

후진적인 정치를 보여주는 예로 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보다는 촛불시위를 우리나라 대중이 가진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보고 있습니다.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 세력에 개인투자자들이 당하듯) 당시 대중—저 자신도 포함해서—은 그럴듯하게 조작된 정보를 유포하는 정치 작전 세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로쟈 2010-10-30 08:40   좋아요 0 | URL
혁명은 어지간 해서는 변화하지 않는 '보수적인' 나라에서 일어나는 것이죠. 프랑스도, 러시아도, 어쩌면 한국도...

mirror 2010-10-30 20:01   좋아요 0 | URL
로쟈님은 19세기에 살고 있는것 같군요. 지금의 시위가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인가 봅니다? ㅎㅎ...

범사 2010-11-13 21:14   좋아요 0 | URL
미러님은 '혁명'의 의미에 대해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국가체제가 전복되고, 왕조가 무너지고
'병커가 무너지고'
뭐 이런 거창한 역사적 사건들만 혁명인가요?

혁명의 사전적인 정의를 잘 모르시던가,
68혁명이 뭔지 잘 모르시는 것 같네요.

그래서 어이없게도 사르코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냐고 반문을 하시네요.
19세기에 살고있다라...미러님은 25세기에 사시는듯^^
지금같은 우경화가 4세기 정도 계속되면 미러님의 혁명의 정의가 맞지않을까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