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자오신산의 <천재적 광기와 미친 천재성>(시그마북스, 2010)이다. 저자에 대해 아는 바 없고 중국 인문서에 대한 신뢰도 확고한 편이 아니어서 망설였지만, 지난주에 교재형 책 <천재 예술가들의 신경질환>(아름다운사람들, 2010)을 구입해놓은 터라 같은 주제의 책들을 모아놓으려는 계산에서 구입한 것이다. 찾아보니 샤를 가르두의 <약점이 힘이 될 때>(다른세상, 2010)까지 갖춰놓아야 구색이 맞을 듯싶다. 사실 <천재적 광기와 미친 천재성> 같은 책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의외로 올라온 기사가 있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서울신문(10. 10. 23) 닮은 듯 다른 천재와 광인 미묘한 한끝 차이는 뭘까?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비극적인 자살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정신질환적 증세가 있을까. 천재성과 광기는 뇌의 해부학적이고 화학적인 근원에 있어서는 같은 출발점을 갖고 있다는 말로 이 책은 시작한다. 또한 천재성과 정신질환을 구별하는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경계선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교수이자 작가인 중국 자오신산이 쓴 ‘천재적 광기와 미친 천재성’(이예원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이다. 책은 아인슈타인, 피타고라스, 앙페르, 애덤 스미스, 가와바타 야쓰나리, 백거이 같은 천재들과 히틀러 같은 광기 어린 독재자의 정신세계를 살펴보고 천재의 창조력과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를 찾아보려 시도한다.
또한 과학, 예술, 철학의 창작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천재 혹은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통로라고 언급하면서 만일 그들이 창작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들은 미치거나 범죄를 저질렀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설명한다. 천재의 창조력과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심리적·정신적 에너지라고도 할 수 있는 광기는 어떤 방향으로 분출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밝힌다. 세상을 창조하고 건설하거나, 세상을 파괴하거나 아니면 자기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독일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 즉 비스마르크가 독일의 재상이 되지 않았더라면, 만일 그가 대단한 대업을 완수하지 않았다면 그는 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히틀러도 마찬가지로 화가나 위대한 건축가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수많은 건물을 부수고 수천만명을 학살한 잔인한 인물, 인류 역사상 길이 남을 최고로 잔인한 범죄자가 되었던 것이란 예를 든다. 저자는 정신질환과 천재성 사이의 교차점을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 베이징대학을 졸업했으며 교수, 작가, 상하이 세계박람회 고문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과학과 예술, 철학 분야에서 관련 저서 56권을 펴낼 정도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본문 중에 흥미를 끄는 한토막. “누가 물을 발견했지? 분명 물고기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물고기는 일생 동안 물속에 있으니까…”(김문 편집위원)
10. 10. 24.
P.S. 지난주에 나온 책으로 가장 확실한 눈요기감은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열린책들, 2010)일 텐데, 비닐카버가 씌어 있어서 서점을 찾았을 때 '실물'은 보지 못했다. '궁극의 리스트'로 당분간은 유보해놓는다. '머스트리드'에 해당하는 책은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21세기북스, 2010)이지만 책을 다음주에나 배송받을 예정이어서 따로 리뷰를 챙겨놓진 않는다(기사가 많이 떠 있다). 유엔총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스티글리츠가 주도한 <스티글리츠 보고서>(동녘, 2010)도 신간이지만 아직 알라딘엔 뜨지 않는다. 오늘 주문한 책들에 대해선 다음에 몇 자 적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