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의 <정의의 아이디어>(지식의날개)가 번역되어 나왔다. 롤스의 <정의론>에 견주어 ‘센의 정의론‘이라고 부름직한 책이다. 하버드대학의 동료 교수인 힐러리 퍼트넘은 ˝존 롤스 이후 정의에 관한 가장 중요한 공헌”이라고 평하기도. 주제에 대한 관심 때문에 수년 전에 원서를 구입해 두었는데 번역본이 예상보다는 늦게 나왔다.

˝홉스, 로크, 루소, 칸트부터 롤스, 노직, 고티에, 드워킨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은 이들 질문이 점령해 왔다. 그러나 아마르티아 센은 이러한 주류 정의론에 결별을 고한다. 완전한 정의와 완벽히 공정한 제도에 골몰하기보다, 사회적 현실을 직시하여 가치 판단의 복수성을 인정하고 비교접근을 통해 부정의를 제거해 가는 방식으로 정의를 촉진하자고 제안한다.˝

분류하자면 자유주의 정치철학자에 속하겠지만 롤스와 마찬가지로 센은 평등과 정의의 문제를 중요한 화두로 삼는다. 특히 누스바움과 함께 발전시킨 ‘역량으로서의 자유‘가 그의 핵심 아이디어인데 짐작에 그것을 정의론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정의의 아이디어>다. 드워킨의 <정의론>까지 포함하여 세 철학자(센도 이 경우에는 철학자에 준한다)의 정의론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거리다. 다만 당장 할 수 있는 공부는 아니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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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3-2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할 때 센의 불평등, 빈곤에 대한 이론에 매료됬었는데, ‘정의론‘에 해당하는 책이 나왔군요! 소개해주셔서 감솨^^

로쟈 2019-03-25 22:4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기다리던 책.~
 

오랜만에 경남 창원에서 러시아문학 강의를 진행한다. 4월부터 7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둘째주 주말 오전에 푸슈킨의 <예브게니 오네긴>부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까지 읽어나가는 일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 포스터와 같다. 지역에서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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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칸트철학회 편의 칸트전집 가운데 <도덕형이상학 정초/실천이성비판>(한길사)이 출간되었다.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는 이 전집의 3대 비판서 가운데서는 <실천이성비판>이 가장 먼저 나온 셈이다. 당연히 던지게 되는 질문. ˝이제는 읽어도 될까요?˝

철학전공자가 아니어도 칸트의 3대 비판서는 필독 고전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필독해야 하는 책은 아니었다. ‘필독 고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으로 보통 양해가 되는 책(다양한 <서양철학사>의 해설로 가름하면서). 핑계를 덧붙이자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었다. 내 경우도 학부 때인가 대학원 때 박영사에서 나온 최재희 선생 번역본을 갖고 있었는데 고시서적 같은 모양새로(한자어 투성이의 딱딱한 문장들) ‘고지식한 칸트‘라는 인상만을 심어주었다. 애초에 읽으려고 했다기보다는 모셔두려고 구입한 책이고, 몇번의 이사과정에서 행방도 묘연해졌다.

나중에 백종현 선생의 <실천이성비판>이 드디어 한글세대 번역본으로 출간되었지만 그때는 (강의할 책이 아니고서야) 철학고전을 공들여 읽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역시나 ‘소장도서‘로만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세번째 번역본이 나오면서 얼핏 세 차례 방문을 받은 것 같으면서 이번에도 부인하면 안 될 것 같다. 중요한 기로인데, 아마도 더 나은 번역본이 10년내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걸 고려하면 내가 <실천이성비판>을 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굳이 읽어야 한다면 말이다(칸트윤리학의 개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검색해보니 최재희 선생본도 한글판으로 다시 나왔다. 이래도 읽지 않겠느냐는 압박인가. 일단은 책수집가답게 주문은 했다. 조만간 세권의 번역본을 나란히 펼쳐놓고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심해봐야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읽을 책은 많고 인생은 짧기 때문이다. 실천적으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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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3-2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칸트 번역을 놓고 두 곳에서
논쟁이 있었잖아요? 그때 로쟈님
의견이 궁금했지만 꾹 참았지요^^!
결국 이 편을 더 높이 평가하시는지요? 왜냐면 고교 이후로 다시 칸트를 읽는 것이
제 오랜 계획이어서요~~

로쟈 2019-03-23 09:10   좋아요 0 | URL
번역논쟁은 유익하다고 생각해요. 한데 결과적으론 일이 더 복잡해지긴 했습니다.~

2019-04-01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3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3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4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국문학 강의에서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과 <설득>을 읽었다. 둘다 오스틴이 세상을 떠난 1817년말에 나왔다(책에는 1818년이라고 표기돼 공식적으로는 1818년본이다). <노생거 사원>이 1798-99년에 쓰인데 반해서 마지막으로 완성한 장편인 <설득>은 1815-16년에 집필되었다.

재작년에 나온 한국어판 전집(전7권, 시공사)의 편제가 그렇듯이 오스틴의 작품은 여섯 편의 장편소설과 그 나머지 작품들로 갈무리된다. 초기작으로 영화화되어 화제를 모은 서간체 소설 <레이디 수전>을 포함한 작품집에다 <이성과 감성>부터 <설득>에 이르는 여섯 편의 장편이다. 장편에 한정하면 <노생거 사원>(초고 제목은 <수전>)은 세번째 작품에 해당하면서 동시에 오스틴표 소설의 출사표로 읽힌다. 그리고 <설득>이 마지막 작품이므로 오스틴문학의 시작과 끝에 해당한다.

강의에서는 수년전에 가장 많이 읽히는 <이성과 감성>과 <오만과 편견>을 읽었고, 재작년에 <레이디 수전>, 그리고 이번에 두 작품을 읽음으로써 <맨스필드 파크>와 <에마>, 두 작품을 남겨놓게 되었다. <에마>는 여름학기에 다룰 예정이어서 가을의 영국문학기행까지는 오스틴문학을 대략 90퍼센트 가량 소화하게 될 것이다(대략 많이 번역된 작품순이다).

<에마>와 비교가 필요하지만 <설득>은 오스틴문학의 결산이거나 새로운 출발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새로운 출발이라면 그 이후에 쓴 미완성작 <새디턴>(가제 <형제들>)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시각에 따라서 전작들과 연속성에 주목할 수도 있고 차이점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 강의에서는 잠정적으로 차이를 더 강조하면서 사회상의 변화가 작품에 반영되고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물론 더 확실한 건 <설득>을 앞뒤로 하고 있는 작품들과 비교해봐야 알 수 있겠다. 오스틴문학관 방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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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1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2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따뜻한 걸로

궂은 날씨엔 따뜻한 걸로
차가워진 마음을 따로 데울 수 없으니
대리석 같은 마음
살아있는 조각은 살아있는 것 같은
조각이었지 때로는 이백년이
가고 사백년도 지나가네
어떤 자세여야 식은 마음은
쓰러지지 않을까
모든 건 균형인 것일까
피사의 사탑이 쓰러지지 않는 것 같은
모든 건 자세인 걸까
죽어도 죽은 척하고 있는
모든 인연들이라니
깨뜨리고 쪼아서
무언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는

궂은 날에는 궂은 생각들이
구두를 적시고 바지를 젖게 해
궂은 날에도 움직이는 조각들은 활보해
알고보면 어딘가에 매달려 있기도 해
등장인물이 필요하지 않아
이 무대에는
철사 두 가닥의 나무로 충분해
어쩌면 지푸라기로도
대리석이 있던 자리라도
자세만
남을 테니까

커피가 식었어
얼음을 더 주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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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제트50 2019-03-2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탈리아 여운에 푹 잠기신 로쟈님! 요즘 줌파 라히리의 새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문장
만들기에 시동 걸고 있는 듯 한 그녀.
새 언어로 그 정체성을 표현할 때를
기다려봅니다. 쌤에게 이번 이탈리아가 남긴 이미지와 스토리는
언젠가 들려주시겠죠? 책으로^^*

로쟈 2019-03-21 23:50   좋아요 0 | URL
네 쓰면 좋겠는데 여행기도 계속 밀리네요. 독일부터 써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