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소박한 소설가와 성찰적 소설가

7년 전 글로 오르한 파묵의 강연록 <소설과 소설가>(민음사)에 대한 서평이다. 언젠가 터키문학기행까지 가게 될는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간다면 가장 먼저 꼽아야 하는 이가 이스탄불의 작가 파묵이다. 파묵 읽기도 나중에 업데이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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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서평강의에서 유성혜의 <뭉크>(아르테)를 읽었다. 여러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다 보니 정작 뭉크에 대해 그림을 제외하고는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행본으로는 요세프 파울 호딘의 <에드바르 뭉크>(시공아트)와 수 프리도의 <에드바르 뭉크>(을유문화사)를 참고할 수 있는데 낯설지 않은 책들임에도 소장도서인지는 불확실하다(그래서 주문했다. 수 프리도의 책은 절판돼 중고본으로). 설사 갖고 있다 한들 찾기 어렵고 손에 든 적이 있다 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유성혜의 <뭉크>는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요긴한 가이드북이다. 노르웨이 ‘국민화가‘의 생애와 주요작들에 대한 해설을 제공하는데 많은 도판이 함께 실려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뭉크에 관한 기본사항들을 잘 정리한 책으로 읽을 수 있다. 다른 두 권은 더 깊이 읽기에 해당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입센과 뭉크, 니체와 뭉크라는 주제에 관심이 생겼다. 뭉크는 입센의 희곡들을 주제로 한 그림들을 많이 그렸고 니체 누이의 주문으로 니체의 초상화도 그렸다. 니체의 초상화 중 가장 유명한 그림일 테니 각별한 관계라고 할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뭉크는 니체의 초상화를 대표작 ‘절규‘와 비슷하게 그렸다(이에 대한 참고자료를 찾아보려 한다).

희망대로 된다면 3년쯤 뒤에는 입센과 뭉크의 나라 노르웨이도 찾아가보려 한다. 오슬로의 뭉크미술관을 포함하여 곳곳에 있는 뭉크의 그림들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작년 가을에 함부르크미술관에서 뭉크의 그림을 몇 점 볼 수 있었다) 노르웨이 여행은 값을 하겠다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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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19-10-1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강의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로쟈 2019-10-19 00:12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시네요.^^
 
 전출처 : 로쟈 > 미루나무 등걸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9년 전에 올렸던 시다. 시를 쓴 건 90년대니 20년도 훨씬 더 전이고. 도서관강의를 마치고 귀가중인데 이번주 일정은 주말까지 이어지기에 이제 9시간 남았다. 전제 29시간 가운데 오늘까지 20시간을 소화했다. 아마도 이번주 일정이 기록이지 않을까 싶다. 깨고 싶지 않은(그럴 일이 없었으면 하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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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10-17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 토탈 29시간을 한주간 강의하신다는? 건강도 챙기셔야 할듯 합니다.

로쟈 2019-10-18 00:30   좋아요 0 | URL
어찌하다 보니 이런 주도 있네요.^^;
 

책의 부제대로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를 다룬 책이 출간되었다. 러시아 출신으로 현재는 미국 버클리대학의 인류학과에 재직중인 알렉세이 유르착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문학과지성사). 내게는 초면의 저자인데 원저는 2005년에 출간돼 높은 평판을 얻었다고. 슬라보예 지젝도 추천사에서 ˝후기 소비에트 시기를 다룬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했다.

˝2005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학계에 큰 화제를 불러왔으며, 후기 소비에트 시기 문화 연구의 붐을 일으킨, 알렉세이 유르착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제목이 함축하는 것처럼, 소비에트 시스템의 ˝붕괴는 그것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감히 예측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지만, 막상 붕괴가 시작되자 곧장 완벽하게 논리적이고 흥분되는 사건으로˝ 경험되었다. 이 책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살아간 사람들이 현실과 관계 맺었던 방식에 대한 기존의 상투적인 가정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소비에트 시스템의 본질에 놓여 있는 이 역설을 해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처럼 흥미와 지적 자극을 던져줄 책이 출간돼 반갑다. 20세기 러시아문학을 강의하는 차에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최근에 나온 스베틀라나 보임의 <공통의 장소>(그린비)와 함께 우선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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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1348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를 하면서 첫 작품으로 다룬 체호프의 <벚꽃동산>에 대해서 적었다. 역사적 과도기에 대한 성찰로 여전히 음미해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주간경향(19. 10. 21) 과도기 러시아 사회 지배계급의 교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삶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낡은 시대, 낡은 삶과의 작별을 통해서다. 그렇지만 이 작별은 순간의 의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의 교체, 혹은 이행은 일련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안톤 체호프의 마지막 장막극 <벚꽃동산>(1904)이 이러한 이행기의 문제와 과제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이다. 처음 무대에 올려진 시기가 러시아 역사의 과도기였고 작품의 줄거리도 벚꽃동산의 주인이 바뀌는 이야기다. 어떤 교훈을 음미해볼 수 있을까.


작가가 ‘4막 코미디’로 부른 이 작품에서 주요 배역은 각각 두 계급을 대표한다. 지주 계급의 대표로는 라네프스카야와 그녀의 오빠 가예프가 있다. 선량하지만 세상의 물정에는 너무 둔감하며 게다가 게으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상속받은 영지를 바탕으로 무위와 허영의 삶을 살아왔다. 점차 재산을 탕진하고 채무가 늘어가는 바람에 가장 아끼던 벚꽃동산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지만 문제를 직시하기보다는 막연히 친척의 도움만을 기대한다.

연극은 아들을 잃고 5년간 외국생활을 하던 라네프스카야가 영지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 가운데 상인 로파힌이 또 다른 계급의 대표자다. 아버지가 라네프스카야 집안의 농노였기에 스스로 농부라고 칭하지만 로파힌은 수완을 발휘해 재력가가 되었다. 전통적인 지주 귀족계급과 대비해 새롭게 부상한 중간계급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책을 읽어도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푸념하지만 현실의 물정에 대해서는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로파힌이 라네프스카야를 기다린 것은 그녀에게 벚꽃동산의 경매와 관련한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다. 비록 가예프에게는 “천박한 구두쇠”라고 조롱받지만 로파힌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라네프스카야를 곤경에서 구해주고자 한다. 그의 제안은 벚꽃동산은 별장지로 분할하여 임대하면 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채무도 정리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벚꽃동산은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긴 하지만 경제적인 이익을 낳지는 못한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버찌는 판로도 없다. 파산 직전에 놓인 라네프스카야 남매로서는 귀담아 들어볼 만한 제안이지만 이들은 수용하지 않는다. 임대사업을 위해 아름다운 동산의 벚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따름이다. 로파힌이 보기에 이들은 “경솔하고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사람들”이다.

결국 아무런 방책도 세우지 않아 라네프스카야 남매의 벚꽃동산은 경매에 부쳐지고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로파힌이 새 주인이 된다. 벚꽃동산의 주인이 바뀐다는 것은 확장해서 보면 러시아 사회의 지배계급이 교체된다는 상징적 의미도 갖는다. 그렇지만 이 과정을 체호프는 다소 특이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로파힌은 벚꽃동산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 ‘가련하고 착한 부인’ 라네프스카야가 자신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을 원망한다. 그래서 희희낙락하기보다는 모든 일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 로파힌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성실한 인물이지만 한편으론 교양이 부족하고 사랑에는 숙맥인 인물로 그려진다. 아직 제대로 된 주인이 되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이러한 과도기의 사회적 풍경을 ‘코미디’로 감싸고자 한 작가가 체호프였다.


19.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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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ha 2019-10-1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종개 졸업연극으로 벚꽃동산읗 봤었는데...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