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토머스 레벤슨의 <뉴턴과 화폐위조범>(뿌리와이파리, 2015)을 고른다.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책인데, '천재 과학자, 세기의 대범죄를 뒤쫓다'가 부제다. 추리소설인가? 아니다. 전기이자 역사서다.

 

아이작 뉴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들이 대부분 유일하게 기억하는 그의 첫 경력, 그러니까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학생, 특별연구원, 루커스 수학 석좌 교수로 보낸 경력은 35년간 지속됐다. 하지만 1695년에 뉴턴은 런던으로 와서 영국 조폐국 감사직을 맡았다. 그는 사람이나 상황을 관리하는 일에 학식도 경험도 별 관심도 없었지만 조폐국 감사로서는 탁월했다. 그는 4년간 재임하면서 화폐 위변조자 몇십 명을 추적하고 체포하고 기소했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독특한 관점에서 쓴 뉴턴 전기다. 뉴턴의 과학적 업적은 최소한만 언급하고, 뉴턴이 어쩌다 조폐국에서 탐정 노릇을 하게 됐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기존의 뉴턴 전기에서 소홀하게 또는 왜곡해서 서술된 부분을 보완하고 반박한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금시초문일 법한 이야기다. 소설이더라도 흥미로울 법한데, 실제라고 하니까 더더욱 궁금해진다. 찾아보니 뉴턴의 전기도 제임스 글릭의 <아이작 뉴턴>(승산, 2008)을 제외하면 대부분 어린이용이다. 결정판 전기가 국내에도 소개되지 않은 걸로 봐야 할까. <뉴턴과 화폐위조범>은 그 공백을 얼마간 채워줄 듯싶다. 흥미로운 소설로 읽어도 괜찮겠고...

 

15.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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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닿을 때마다 눈에 띄는 저자들을 묶어서 다루려고 한다. 잘 눈에 띄지 않는 저자들이기도 한데, <직언>(토네이도, 2012)과 <아하!>(까치, 2015)의 윌리엄 어빈이 일단 그렇다. <아하!>는 '세상을 바꾸는 통찰의 순간'이 부제인데, 그에 이끌려서 <직언>까지 입수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나온 책은 <알게 모르게, 모욕감>(마디, 2014).

 

 

<아하!>는 원제 자체가 그렇지만, 뭔가 제목으로는 눈에 잘 안 띄는, 그래서 알게 모르게 나온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책들이다(<직언>의 원제는 <좋은 삶으로의 안내>이고 <모욕감>의 원제는 <따귀 한 대>다). 하지만 저자의 약력을 보면서 더 알고 싶어졌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 학사학위를, UCLA에서 철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오하이오 주 데이턴의 라이트주립대학교에서 철학교수로 있다. 대학원 시절과 이후 얼마간은 여느 철학자들처럼 ‘순수 철학’, 즉 학계의 전통적인 주제에 흥미를 보였지만 그 뒤로 철학과 다른 분야의 경계에 놓인, 잡종이라 할 만한 주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평범한 철학 교수의 이력을 갖고 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잡종이라 할 만한 주제'를 건드리면서 '교수'가 아닌 '저자'가 되었다.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으로는 <욕망에 대하여>가 있다. 이 책도 주문한 상태다.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란 부제를 가진 <자존감의 여섯 기둥>(교양인, 2015)의 저자 너새니얼 브랜든도 내겐 초면인 저자인데, '자존감' 분야의 개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로 국내에 이미 여러 권의 책이 소개된 터였다. <나를 존중하는 삶>(학지사, 1994)부터 <자존감>(비전과리더십, 2009)까지. <자존감의 여섯 기둥>은 여덟 번째로 번역된 책이지만, 그 사이에 간격이 있어서 생소하게 여겨진 듯.

낮은 자존감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생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목표를 이룰 수 없을 때, 남의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고 흔들리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여 전전긍긍할 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친구나 직장 상사에게 부당하게 비난받고도 아무 말도 못할 때, 스스로 초라하고 쓸모없게 느껴져 견딜 수 없다. 이런 자신이 불쌍하면서도 밉고 싫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간 느낌에 숨이 막힌다. 미국 심리학자 너새니얼 브랜든은 평생 동안 자존감 중심 심리 치료에 힘쓰고,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을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자존감의 대가” “자존감이라는 개념의 아버지”라고 불렸으며, 자존감의 근원과 작동 원리를 처음으로 명확히 밝힌 학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은 브랜든이 스스로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책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무기력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서 그런지 책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다. '미움받을 용기'와 마찬가지로 '자존감'도 올해의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긴 지난해의 키워드로 '모멸감'이 있었으니 짝이 될 만하다...

 

15.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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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나온 가장 예기치 않은 타이틀의 책을 고른다면 최준식, 지영해의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 종말의 문제에 관하여>(김영사, 2015)가 일순위다. 제목이 길지만 한단어로 줄이면 미확인비행물체, 곧 'UFO'에 관한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들 스스로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종교학을 전공한 사람(최준식)과 신학을 전공한 사람(지영해)이 UFO에 대한 책을 썼으니 말이다."

 

한국학과 종교학, 신학의 권위자로 세계 학계에서 인정받으며 활동하는 두 학자가 ‘외계인의 방문과 인류의 운명’을 주제로 진지하게 탐구하고 토의하여 그 결과를 모은 책을 냈다. 바로,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와 옥스퍼드대 지영해 교수의 학계 최초 UFO 대담 프로젝트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이다. 저자들은 UFO 현상을 넘어 외계인의 마음과 그들의 출현 목적, 외계인의 인간 피랍과 생체실험, 혼혈종 생산과 인간 사회 침투 등의 주제를 두고, 그동안 침묵하고 외면해왔던 우리 학계에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한다.

최준식 교수는 의식과 영성, 죽음을 주제로 한 책들을 꾸준히 펴내고 있어서 구면이고, 지영해 교수는 생소한데, '외계인의 지구인 피랍'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라고 한다(이런 연구 분야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학회까지 있는 걸까?).

 

 

UFO에 관한 책은 음모론이나 천문학, 융의 정신분석학 등의 접근을 떠올려볼 수 있는데, '멀쩡해 보이는' 두 저자가 새로운 '혁명적 해석'을 제시한다고 하니까 궁금하긴 하다. 독서에도 보양식이 있다면 이런 종류가 아닐까 싶다...

 

15.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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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로 <로마 공화정>과 <로마 제국>이 출간됐다. 대작 소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출간에 맞춘 듯한데, <로마의 일인자>(교유서가, 2015)도 다음주 출간을 앞두고 있다.

 

 

겸사겸사 로마사에 관한 책들을 수집하고 있는데(<로마제국 쇠망사>(전6권)도 두 권 남겨놓고 있다. 물론 한권짜리 축약판도 있다) 첫단추 시리즈는 '다이제스트' 버전으로 읽기에 좋겠다.

 

 

더불어 관심을 갖게 된 책들이 로마와 이탈리아 기행서들이다. 이탈리아 건축사이자 여행 전문가인 정태남의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21세기북스, 2013) 등을 첫손에 꼽을 만하다.

 

 

이 정도 준비면 로마 공화정에서 로마 제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다룬 <로마의 일인자>를 손에 들어도 되지 않을까.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를 앞두고 만반의 독서준비가 필요한 주말이다...

 

15. 0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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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자의 철학서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나카마사 마사키의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갈라파고스, 2015)와 고쿠분 고이치로의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동아시아, 2015)다. 아직은 이름이 생소하지만 둘다 초면의 저자는 아니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현대 미국사상>(을유문화사, 2012)을 먼저 선보였던 저자다. 한나 아렌트의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인간사랑, 2010)을 일어로 옮긴 걸 보면 아렌트에 정통한 걸로 보인다. 책은 아렌트 입문서로 편하게 읽을 수 있겠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사상 가운데 특히 중요한 내용을 현대 사회의 정치사회문제와 연관시켜 소개하는 일반 대중을 위한 한나 아렌트 입문서다. 저자인 나카마사 마사키는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소개하는 동시에 ‘한나 아렌트라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했을까?’를 상상하여 아렌트의 대변자로서 발언하고자 한다.

 

고쿠분 고이치로는 지난해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한권의책, 2014)로 처음 소개된 저자다. 1974년생으로 프랑스 현대사상이 전공분야다. 저자는 풍문이 아닌 실제 독서를 통해서 들뢰즈와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가이드북을 자처하는 책.  

현대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들뢰즈. 그러나 ‘들뢰즈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들뢰즈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들뢰즈의 저작은 전 세계적으로 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연구도 왕성히 행해지고 있지만, 그것이 들뢰즈의 저작이 읽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쿠분 고이치로는 “오히려 사태는 정반대이다. 20세기의 철학이 남긴 위대한 유산 중 하나는, 읽는 것은 복잡하다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왕성히 거론되고 있는 저작은 오히려 잊혀버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이 목표로 하는 것은 질 들뢰즈라는 철학자의 저작을 읽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일본 저자의 들뢰즈 책으론 우노 구니이치의 <들뢰즈, 유동의 철학>(그린비, 2008)이 가장 좋은 책이었다. 1948년으로 들뢰즈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은 제자다. 고쿠분 고이치로와는 한 세대 차이가 나는데, 그 차이도 비교해볼 수 있겠다...

 

15.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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