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읽는 시간 - 처음 만나는 고양이 세계문학 단편
에드위나 스탠턴 밥코크 외 지음, 지은현 옮김 / 꾸리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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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허다고? 아따 그거스로는 이루 다 말헐 수가 읎제.

그놈은 요물이랑께!”

 

(마크 트웨인의 『딕 베이커의 고양이』 중에서, 181쪽)

 

 

 

개와 고양이는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키우는 동물로 애완동물의 차원을 넘어 사람의 가족인 반려동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는 습성이 전혀 다르다. 개는 서열과 복종의 개념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주인으로 인식한다. 반면 독립생활에 익숙한 고양이는 자아개념이 강해 함께 사는 사람을 주인이 아닌 동등한 입장으로 인식한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고양이는 인간 옆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지만, 고양이만큼 애정과 혐오의 경계가 뚜렷하게 갈리는 동물도 없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신성한 존재로 여겼지만, 기독교가 유럽에 뿌리를 내리면서 고양이는 기피 대상이 되었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는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욱 강화했다.

 

올해가 무술년 ‘황금 개의 해’라서 고양이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는 장르를 불문하고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장화 신은 고양이’는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만들어질 정도로 오랫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카데미상을 일곱 차례나 수상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톰과 제리>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한때 톰은 생쥐 제리를 괴롭히는 악랄한 고양이를 상징한 캐릭터였으나 현재 톰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히려 제리에게 당하는 톰을 동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예술가는 고양이를 좋아했다. 고양이는 특유의 매력과 신비로움으로 작가, 화가,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영국의 시인 토머스 엘리엇(Thomas S. Eliot)은 아들에게 고양이의 매력을 알려주기 위해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라는 시집을 썼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는 그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 오랜 준비 끝에 뮤지컬 <캣츠(Cats)>를 제작했다.

 

국내에선 고양이를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이 드문 편이다(혹시나 있으면 알려 달라). 그래서 고양이가 등장하는 세계 문학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고양이를 읽는 시간》(꾸리에, 2017)고양이를 좋아하는 애서가들이 보면 좋아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 속 고양이들은 도도한 매력을 지닌 영리한 동물로 묘사된다. 찰스 더들리 워너(Charles Dudley Warner)『캘빈-품격 탐구』는 친해지기는 쉽지만 고급스러운 매력을 가진 고양이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단편소설이다. ‘캘빈’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최후를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차분한 자세를 유지한다. 인간은 동물보다 우세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캘빈의 모습은 죽음의 공포에 민감한 인간의 모습과 대조된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동물에 대한 소유욕’이다. 소유욕과 사랑은 다르다.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는 유기동물은 귀여운 동물을 가지고 싶은 소유욕이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빗속의 고양이』에 나오는 미국인의 아내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새끼고양이를 가지고 싶어 한다. 그녀는 고양이를 자신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물건’으로 인식한다. 동물은 고통에 둔감할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동물은 고통을 숨긴다. 에드위나 스탠턴 밥코크(Edwina Stanton Bobcock)『어느 고양이의 일기』를 읽으면 하루하루 처절한 삶을 이어오는 유기 고양이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Lovecraft)『율타르의 고양이』는 초자연적 힘이 부여된 고양이가 등장하는 환상소설이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생명경시 풍조를 경고한다.

 

영국의 유머 작가로 알려진 P. G. 우드하우스(P. G. Wodehouse)는 동물보호구역 설립을 위해 거금을 기부했던 동물애호가다. 그가 쓴 ‘웃기는 고양이들 이야기’ 네 편은 국내 초역이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딕 베이커의 고양이』, 프레데릭 스튜어트 그린(Frederick Stewart Greene)『대나무 숲 고양이』는 미국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마크 트웨인은 미국 남부 사투리 영어로 글을 쓰곤 했다. 번역가는 원작의 미국 사투리 영어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인물 간의 대화를 전라도 사투리로 옮겼다. 전라도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은 다른 지역 독자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미국인의 대화’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로 이루어진 인물의 대화는 소설의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원문의 의미는 그대로 살리되, 원문을 강렬하게 표현한 번역‘초월 번역’이라고 한다. 전라도 사투리로 ‘초월 번역’한 『딕 베이커의 고양이』를 꼭 한 번 읽어보시라. 정말 재미있다.

 

《고양이를 읽는 시간》은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며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존재만큼은 아니어도 사람과 가까워진 동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지는 않더라도 잠시 《고양이를 읽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남 눈치 보지 않고 느긋하게 자기만의 행복한 시간을 즐길 줄 아는 고양이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 Trivia

112쪽에 미국의 소설가 헨리 슬레사(Henry Slesar)의 간략한 연보가 있다. 그의 첫 소설 <회색 플란넬 수의>‘1958에 발표되었다고 잘못 적혀 있다. 1959에 발표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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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1-17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러고 보면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아.
그런데 넌 개나 고양이 키울 생각 없니?
책 읽느라고 그딴 거 키울 시간 없어요라고 달 것 같으면
굳이 안 써도 돼.ㅋㅋ

이게 또 안 키우면 모르겠는데 한번 키우기 시작하면
안 키울 수가 없어.ㅠ

cyrus 2018-01-18 08:18   좋아요 0 | URL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반려동물보다 책이 더 좋아요. ^^

2018-01-17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18 08:21   좋아요 0 | URL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동물도 감정이 있고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느껴요. 반려동물이 외롭지 않게 잘 보살펴주고 애정을 주는 것이 키우는 사람의 도리입니다. ^^
 

 

 

생텍쥐페리(Saint Exupery, 애칭 생텍스’). 그는 하늘을 나는 멋진 미치광이[1]였다. 열두 살에 처음 비행기를 탄 이래 그는 자신의 삶을 하늘에서 떼어 놓지 못했다. 생텍스는 일상에서 철저히 탈출하는 걸 바랐고 비행에서 그걸 찾은 것이다. 그에게 글쓰기는 체험의 결과를 기록하는 행위다. 따라서 생텍스의 글은 철저하게 체험되었고 소설적 허구를 초월했다.

 

 

 

 

 

 

 

 

 

 

 

 

 

 

 

 

 

 

 

 

 

*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마카롱 에디션, 펭귄클래식코리아, 2015)

* 생텍쥐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에프, 2017)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는 생텍스식 글쓰기, 즉 체험의 결과를 기록하는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생텍스는 무수한 별들 사이를 떠돌면서 대지의 모습을 보았다. 그 대지 위에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투명한 관계의 끈을 보았다. 생텍스를 비행 경험을 통해 인류애에 눈을 뜬다. 오늘날에도 꾸준히 인용되고 있는 인간의 대지속 문장은 생텍스 자신의 체험에서 얻은 명징한 결론이다.

 

 

우리 외부에 있는 공동의 목적에 의해서 형제들과 이어질 때, 오직 그때에만 우리는 숨을 쉴 수가 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임을. 동료란 도달해야 할 같은 정상을 향하여 한 줄에 묶여 있을 때에만 동료이다. [2]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동반자적 사랑 또는 정신적 사랑(platonic love)’을 강조하고 싶을 때 이 문장을 인용한다. 나도 사랑을 주제로 글을 썼을 때 이 문장을 인용한 적이 있다. 7년 전에 쓴 글[3]을 다시 읽어보니 부끄럽구먼. 그런데 이 문장에서 말하는 사랑은 이성 간의 정신적 사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앞에서 인간의 대지에서 인용한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생텍스가 생각한 사랑동료애. ‘사랑을 확장하여 해석하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인류애로 볼 수 있다. 생텍스는 서구 문명의 파괴적 성향을 감지했고 인간의 대지에서 생텍스의 전쟁 비판적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우리는 타인을 미워하는가? 우리는 서로 굳게 결속되어 있다. 같은 별에 사는 이웃이고 한 배를 탄 선원이다. 새로운 통합을 이루기 위해 문명이 서로 대립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문명이 서로를 잡아먹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4]

 

 

생텍스는 지상에 놓인 삶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늘 하늘로 날아올라 탈출했다. 그렇지만 그는 하늘을 나는 동안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싶어 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탯줄’, 즉 연대감이다. 생텍스는 서로를 결속해주는 완벽한 소통의 모습을 동료 비행사와의 관계에서 찾았다. 인간의 대지에 등장하는 는 생텍스 본인이다. ‘는 우편물을 비행기에 실은 채 유럽과 남미를 오가는 업무를 맡는다. 실제로 생텍스는 야간에 우편비행기를 모는 일을 했다. 비행사는 생사를 오가는 직업이다. 악천후 속에 비행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막에 추락하는 일이 다반사다. 운이 따르지 않으면 비행사가 실종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대지는 생텍스를 포함한 우편업무 담당 비행사들의 경험이 반영된 소설이다. 그래서 동료 비행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앙리 기요메(Henri Guillaumet)는 생텍스가 믿고 의지했던 동료 비행사이자 친구이다. 1930년 기요메가 비행 중 안데스 산맥에서 실종했을 때 그를 찾으러 나선 구조대 중 한 명이 생텍스였다.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기요메는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기요메의 구출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했던 사람이 생텍스였다. 생텍스는 기적에 가까운 친구의 체험을 재구성하여 인간의 대지에 기록했다. 생텍스는 기요메를 생사의 경계를 오가는 혹독한 상황 속에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위대한 인물로 그렸다. 그러나 기요메는 1940년 비행 도중에 격추되어 사망했다. 친구의 부고를 확인한 생텍스는 진정한 우정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매우 슬퍼했다고 한다.

 

 

 

 

 

 

 

 

 

 

 

 

 

 

 

 

 

 

* 나탈리 데 발리에르 생텍쥐페리 : 지상의 어린 왕자(시공사, 2000)

* 생텍쥐페리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인간의 대지는 소설보다는 산문에 더 가깝다. 텍스의 생애, 그리고 그와 동료 비행사들과 끈끈한 관계를 모르고 인간의 대지를 읽으면 글 속에 숨어 있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의미를 찾아내기 어렵다. 따라서 인간의 대지뿐만 아니라 작가의 비행 경험이 반영된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를 읽기 위해선 생텍스가 누군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동안 생텍스는 비행사 겸 소설가’, ‘어린 왕자의 작가로만 알려졌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가 왜 하늘과 비행기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생텍스는 하늘을 나는 휴머니스트였다. 위험한 비행길 속에서도 휴머니즘을 잃지 않는 생텍스 같은 비행사들에게 호모 아이테리우스(Homo Aetherius, 하늘의 인간)’라고 붙여주고 싶다. ‘하늘을 나는 멋진 미치광이들보다 더 잘 어울리는 별칭이다.

 

 

 

 

 

 

[1] 나탈리 데 발리에르 생텍쥐페리 : 지상의 어린 왕자102

[2] 생텍쥐페리, 허희정 역 인간의 대지200

[3] [공감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한다] 2010106

http://blog.aladin.co.kr/haesung/4197568

[4] 생텍쥐페리, 허희정 역 인간의 대지20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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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10 17:22   좋아요 0 | URL
옛날에는 생텍쥐페리의 죽음에 대해서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었어요. 자살설, 사고로 인한 추락설, 격추설 등이 있었어요. 최근에 생텍쥐페리의 비행기가 독일 비행기에 격추되었다는 정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그의 비행기를 격추했다는 독일 비행사의 증언도 있어요.

겨울호랑이 2018-01-1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모 아이테리우스. 별명은 좀 재미있어야 하는데 너무 멋진 별칭 아닌가요? ㅋㅋ^^:

cyrus 2018-01-10 17:23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저는 ‘아이테리우스’가 길어 보여서 조금 마음에 안 듭니다. 발음이 입에 착 달라붙지도 않고요.. ^^;;

oren 2018-01-10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묵었던 파리 근교의 어느 호텔 로비에서 ‘생텍쥐페리가 직접 몰았던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생텍쥐페리와 앙리 기요메의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 속의 비행기와 모습이 흡사하더군요. 마침 궁금해서 뉴스를 찾아 보니, 2차대전때 행방불명되었던 ‘생텍쥐페리가 몰던 비행기‘의 잔해가 발견되었다고 나오네요.

cyrus 2018-01-10 17:28   좋아요 1 | URL
<생택쥐페리 : 지상의 어린 왕자>에 앙리 기요메와 생텍쥐페리가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 있어요. 책에 나온 사진이 바로 제 블로그에 올린 사진입니다. 독일 비행사가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정찰 군용기로 인식해서 격추했다고 합니다. 독일 비행사는 자신의 요격 사실을 며칠 후에 알았다고 하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비행사는 생텍쥐페리의 소설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연애 대위법(Point Counter Point). 정말 독특한 제목이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쓴 소설의 제목인데 《크롬 옐로(Crome Yellow, 1921)》,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1932》와 함께 헉슬리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 연애 대위법》 (동서문화사, 2013)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소담출판사, 2015)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1998)

 

 

 

《연애 대위법》은 1928년에 발표한 작품이므로 헉슬리의 초기 문학으로 들어서는 두 번째 관문이다. 첫 번째 관문은 《크롬 옐로》이지만 번역본이 없다. 그동안 국내 독자들은 인문학(철학)과 과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헉슬리의 방대한 문학 세계, 과학과 문학을 하나로 융합하려는 인본주의적 인생관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멋진 신세계》를 읽고 있었다. 《멋진 신세계》를 ‘디스토피아 문학의 대표작’ 정도로 취급받기 일쑤인데 이 작품 하나 때문에 헉슬리를 ‘원 히트 라이터(one-hit writer, 한 편의 작품만 대성공을 거둔 작가)’로 오해하기 쉽다.

 

 

 

 

 

 

 

 

 

 

 

 

 

 

 

 

*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마로니에북스, 2017)

 

 

《크롬 옐로》는 《멋진 신세계》와 함께 피터 박스올(Peter Boxall)이 책임 편집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마로니에북스, 2017)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다. 《연애 대위법》은 영국에서 두 차례(1968, 1972년)나 TV 드라마로 각색되었다.

 

대위법(counterpoint)이란 두 개 이상의 선율이 하나의 곡으로 결합하는 작곡 기법이다. 소설 원제로 알려진 ‘point counter point(점 대 점)’은 ‘counterpoint’의 어원이다. 점은 악보에 있는 음표를 뜻한다. 원래대로라면 소설 제목을 부를 때 ‘대위법’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목에 ‘연애’라는 단어가 붙여졌고, ‘연애 대위법’이 지금도 가장 많이 쓰이는 제목이다.

 

 

 

 

 

 

 

 

 

 

 

 

 

 

 

 

 

 

* 김효원 《올더스 헉슬리 : 오만한 문명과 멋진 신세계》 (살림, 2006)

 

 

 

《연애 대위법》은 읽기 쉽지 않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기 위해선 헉슬리의 세계관, 창작 의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배경지식 없이 《연애 대위법》을 읽으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다. 《연애 대위법》을 읽기 어려운 소설로 규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소설 속 등장인물의 사변 위주로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은 독자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 인문학, 과학, 예술에 해박한 헉슬리의 백과사전적 세계가 압축된 작품이라서 현학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직업이 작가, 과학자, 음악가, 화가 등이다. 이들은 만날 때마다 과학, 철학, 문학 등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거나 토론을 한다. 그런데 이게 헉슬리식 글쓰기의 특징이다…‥

 

* 헉슬리는 ‘점 대 점’ 형태의 대위법을 글쓰기에 대입했는데 《연애 대위법》은 ‘인물 대 인물’ 형태로 대비된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그러나 소설에 드러나는 ‘대위법적 전개’를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다. 헉슬리가 소설을 쓰면서 설계한 ‘대위법적 전개’를 이해하려면 역자의 충실한 해설을 참고해야 한다. (헉슬리의 생애 및 문학 세계를 심도 있게 다룬 유일한 책이 살림지식총서 No. 247 《올더스 헉슬리 : 오만한 문명과 멋진 신세계》다.)

 

 

사실 헉슬리는 독자에게 불친절한 작가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밝혔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글을 썼다.

 

 

“내가 글을 쓰는 주요동기는 하나의 어떤 관점을 표현코자 하는 욕망이었다. 아니, 차라리 분명하게 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나는 나의 독자를 위해 쓰지 않는다. 사실 나는 나의 독자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나는 글 자체를 위해 글을 쓰기를 좋아한다. 나는 내가 어떤 재능을 소유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내 스스로에게 단지 문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것을 행사하기를 원한다.[1]

 

 

《연애 대위법》은 과거(19세기 빅토리아 시대)현재(과학 기술의 진보를 추구하는 20세기 초)의 시대가 중첩된 1920년대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래서 헉슬리는 이 소설을 통해 ‘구세대’로 상징하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풍자하고, 지나치게 진일보하는 현대 문명을 비판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소설가 겸 화가인 마크 램피언(Mark Rampion)은 헉슬리와 친분을 유지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를 모델로 한 인물이다. 그는 과학 기술의 진보를 경고하는 입장을 드러내는데 헉슬리의 분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헉슬리의 문명 비판론적 견지는 《멋진 신세계》로 이어진다.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괴델, 에셔, 바흐》 (까치, 2017)

 

 

 

지적으로 뛰어나지만 대인 관계 능력이 부족할 정도로 소극적인 소설가 필립 퀄스(Philip Quarles) 역시 헉슬리의 분신이다. 이 책의 22장은 특이하게도 부제목이 달려 있는데 ‘필립 퀄스의 노트’이다. 22장은 퀄스가 노트에 기록한 내용이 나오는데 《연애 대위법》의 집필 의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장이다.

 

 

소설의 음악화. 분위기의 전조(轉調). 주제가 진술되고, 다음에는 전개되고, 모양이 흩어지고, 눈에 띄지 않게 바뀌어서, 마침내는 여전히 같은 것인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린다. 여러 개 변주곡에서 이 과정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상 감정의 모든 영역에 걸치면서도 모두가 하나의 우스꽝스러운 왈츠곡과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이것을 소설에 도입하자. 소설가는 상황과 인물을 반복함으로써 전조를 시도한다.

 

소설가를 소설 속에 등장시켜라. 그러면 그가 펼치게 되는 미학론은 적어도 나에게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또한 실험을 하기도 한다. (작가는) 자기가 쓰고 있는 소설의 일부를 작품 속 작가를 통해 말한다면 주제의 변주가 될 수 있다. [2]

 

 

헉슬리는 소설에 나오는 작가 필립 퀄스를 통해 ‘소설가의 역할’을 제시한다. 이 ‘소설가의 역할’은 헉슬리가 쓰고 싶은 소설의 방향을 의미한다. 22장은 헉슬리와 필립 퀄스를 중심으로 끝없이 반복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연애 대위법》을 쓰는 헉슬리 → 《연애 대위법》에 등장하는 소설가 필립 퀄스는 ‘소설가의 역할(소설가를 소설 속에 등장시키기)’을 언급함으로써 소설을 쓰고 있는 헉슬리에게 지시한다. → 퀄스가 지시한 대로 헉슬리는 필립 퀄스의 모습으로 등장 → 헉슬리는 필립 퀄스에게 ‘소설가를 등장시키는 소설’ 쓰기를 지시한다. 퀄스는 헉슬리가 지시한 내용을 '노트'에 기록한다. → '퀄스의 노트'에 있는 모든 내용은 헉슬리가 쓴 것이다.

 

 

 

헉슬리와 필립 퀄스는 서로가 서로를 지시하면서 결국 자기 자신(헉슬리)으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이어진 관계이다. 따라서 이 두 사람의 관계 속에는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자기 지시’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헉슬리 대 퀄스’의 순환 고리는 이 소설의 제목이자 주제인 대위법의 구조와 유사하다. 바흐(Bach)는 무한히 상승하는 순환 고리 형식으로 전개되는 『음악의 헌정』을 작곡했다. 『음악의 헌정』은 캐논(canon)이라는 모방 대위법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이 곡은 연주 중에 조바꿈이 일어나며 종반부에는 원래 조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바흐가 의도한 것처럼 헉슬리도 ‘소설의 음악화’를 시도한다. 그 속에 독자를 감탄하게 만드는 ‘이상한 고리’가 숨어 있다.

 

 

 

 

 

[1] 《올더스 헉슬리 : 오만한 문명과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의 생애’ 편

[2] 《멋진 신세계 / 연애 대위법》 ‘연애 대위법’ 편 605~6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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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8-01-0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이런 류의 책 탐험 에세이 쓰시기 바랍니다.

cyrus 2018-01-05 17:50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헌책방에 산 책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헌책방에 산 절판본의 리뷰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레삭매냐 2018-01-05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슬리, 극단을 오가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싸이러스님도 무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8-01-05 17:51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그래서 헉슬리의 한 작품만 읽고 그를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워요. 헉슬리 이 사람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 자체가 워낙 복잡해서 뭐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작가입니다.

sprenown 2018-01-05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리뷰! 음악과 미술,그리고 언어.
무한반복...뫼비우스의 띠.

cyrus 2018-01-06 15:24   좋아요 0 | URL
리뷰라기보다는 단상에 가까운 글입니다.. ^^;;

2018-01-05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06 15:26   좋아요 0 | URL
제가 <연애 대위법> 줄거리 소개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이 소설이 어떤지 감을 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
 
오트란토 성 환상문학전집 2
호레이스 월폴 지음, 하태환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고딕(Gothic)은 중세에 세워진 뾰족한 첨탑에서 볼 수 있는 건축 양식이다. 지금도 이 건축물들은 세월의 때가 켜켜이 앉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런데 고딕이라는 단어는 인상파’, ‘빅뱅(big bang)’처럼 처음부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 · 로마 미술 문화에 심취한 학자들은 고딕을 야만스러운 건축 양식이라고 비난했다. 고전주의와 이성 중심의 계몽주의가 굳건하게 유지되는 시대 속에서 고딕은 ‘B급 문화정도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중세 기사도 문학의 가치를 재발견한 낭만주의자들은 고딕 양식에 열광했다. 젊은 시절의 괴테(Goethe),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 등이 고딕 건축물의 위엄에 감탄한 인물들이다.

 

 

 

 

 

월폴은 영국의 고딕 덕후였다. 그는 스트로베리 힐(Strawberry Hill)’이라는 이름의 고딕풍 별장을 세웠고, 그곳에서 생활했다. 별장 안에는 월폴이 직접 수집한 골동품으로 가득했고, 자신과 미적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골동품을 감상하기도 했다. 월폴이 살았던 18세기 영국에 고딕 양식뿐만 아니라 고딕 소설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고딕 소설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해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고딕 소설의 정의를 아주 쉽게 말하면 중세풍 공포소설 또는 환상소설이다. 고딕 소설의 특징은 딱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중세 시대의 고성이나 수도원은 고딕 소설에서 꼭 나오는 장소 배경이다. 두 번째, 고성과 수도원 안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한다. 세 번째, 그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 인물들은 이성을 상실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신 줄을 놔서 미쳐 버린다…‥.

 

고딕 덕후월폴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소설 한 편을 발표했는데, 그 소설이 바로 오트란토 성(Castle of Otranto, a Gothic Story)이다. 이 작품 하나로 월폴은 고딕 소설의 창시자’, ‘영국 공포문학의 시조로 평가받는다. 오트란토 성은 이 소설의 무대인 중세의 고성이다. 이 성의 주인은 만프레드 대공이다. 가족관계로는 아내인 히폴리타와 슬하 11녀의 자녀(장녀 마틸다, 차남 콘라드)를 두고 있다. 열다섯 살의 콘라드는 만프레드 대공의 상속인으로 비첸자 후작의 딸 이사벨라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콘라드가 거대한 투구에 깔려 사망한다. 마침 사고 장소에 있던 농부는 콘라드의 죽음이 오트란토 성의 전 영주인 알퐁소 르 봉의 저주와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언급한다. 그러자 대공은 농부의 말에 노발대발하고, 정신 줄을 놓게 된다. 알퐁소 르 봉과 관련된 어둠의 힘에 두려워하던 대공은 개차반이 돼가고 있다. 아들의 죽음을 아내 탓으로 돌리고, 마틸다를 자신의 새 아내로 삼으려고 한다. 대공의 광기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대공의 심기를 건드린 농부다. 사실, 그는 테오도르라는 인물로 알퐁스 르 봉 가문의 피가 섞인 영주의 후예이다. 소설 중반은 만프레드 대공과 테오도르의 대결 구도 양상으로 흘러간다.

 

한때 전국을 웃긴 개그도 시간이 지나면 유치하게 보이듯이 큰 인기를 얻은 공포소설도 지금까지 쭉 읽히는 건 아니다. 즉 공포소설의 고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미있다고 말할 수 없다. 요즘 같이 영상의 시대에 만들어진 공포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고딕소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오트란토 성번역본의 뒤표지에 있는 출판사 책 소개 내용을 보라. 과장 홍보’를 경계해야 한다.

 

 

박진감 넘치는 짧은 소설

오늘날에도 역사를 초월한 재미로 읽는 이를 사로잡을 것이다.

 

 

짧은 소설은 맞는데, 서양 고전문학을 좋아하는 내가 봐도 박진감 넘치는건 아니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지나치게 질질 끄는 묘사 몇 군데 보인다. 작가가 고딕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고딕 분위기 연출을 위한 묘사에 너무 힘을 들었다. 역사를 초월한 재미…‥? 에이, 그건 좀 아니다. 오트란토 성이 주는 공포감이 현대의 독자들(특히 공포’, ‘호러마니아들)에겐 만족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소설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보이지 않는 어둠의 힘에 점점 제압당하는 인물(만프레드 대공)의 심리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독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말고…‥.)

 

만프레드 대공은 가부장의 힘을 내세워 전처와 친딸을 내팽개치고, 죽은 아들의 약혼녀를 아내로 삼기 위해 자기합리화에 가까운 변명을 한다. 대공 입장에서는 어둠의 힘은 아들의 목숨을 빼앗아 만프레드 가문의 대를 끊어버린 무시무시한 존재이다. 그리하여 대공은 가부장의 힘으로 어둠의 힘앞에 저항해보지만, 속수무책이다. 전처를 외면하고, 아들의 약혼녀와의 결혼을 강제로 실행하기 위해 고집을 부릴수록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추잡한 욕망을 드러내는 독재자로 변한다. 대공은 사악한 충동을 절제하지 못해 비이성적인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는 이성의 시대를 거스르는 인물형이다. 월폴은 만프레드 대공을 통해 이성을 강조하는 문명인 속에 숨겨진 삶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려고 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대공의 똥고집(?)은 인간이야말로 똑똑하고, 합리적인 존재라고 자신감 넘치는 계몽주의자들에게 향하는 반발심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문제점이 번역 문장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 문장 몇 개 보인다. 새로 번역한다면 매끄럽지 않은 문장을 다듬었으면 좋겠다.

 

 

“should pass from the present family, whenever the real owner should be grown too large to inhabit it.”

 

오트란토 성과 영주권은, 합법적 소유주가 너무 커져서 더 이상 거기서 살 수 없게 되는 날, 현재의 혈통으로부터 박탈될 것이다.” (26)

    

 

“Do I dream?” cried Manfred, returning; “or are the devils themselves in

league against me? Speak, internal spectre! Or,if thou art my grandsire, why

dost thou too conspire against thy wretched descendant, who too dearly pays for- ”

 

당신이 나의 조상이라면 왜 당신은 너무 비싼 값을 치르고 있는 당신의 불쌍한 후손에게 대적하려고...” (39)

 

 

번역본의 역자는 프랑스 저작물을 번역한 불문학 전공자. 어째서 불문학 전문 역자가 영문학의 고전 번역을 맡게 되었을까?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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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2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cyrus 2017-12-23 11:5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축하드립니다. ^^

2017-12-22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23 11:56   좋아요 1 | URL
‘취업’이 중요하니까 취업 준비에 유리한 학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전공’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해졌어요. 학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학과를 선택하는 예비 대학생들이 많지 않을 거예요. ^^;;

2017-12-23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3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7-12-23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오트란트 성같은 작품은 아무래도 후대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닥 재미없는 작품이라고 할수 있지요.왜냐하면 후대로 갈수록 그런 장르가 더 발전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불문학 전공자가 영문학을 번역하는 것은 그분이 영어도 잘하기 때문이겠지만 아무래도 불어번역보다는 영어번역의 일이 더 많아서 그런것이 아닐까 싶네요.

cyrus 2017-12-23 11:5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트란토 성> 번역자가 번역한 책 중에 민음사에서 나온 <시뮬라시옹>과 들뢰즈의 책 한 권 있었어요. 이 분이 번역한 책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그 중에 유일한 영문 번역서가 <오트란토 성>입니다. ^^;;

깐도리 2017-12-2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친구 추가합니다...

cyrus 2017-12-27 13:1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깐도리님도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신거 축하드립니다. ^^

saint236 2017-12-2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요즘 알라딘 서재에 뜸했는데 낯익은 얼굴들이 여전히 계시기에 반가운 마음에 글을 납깁니다.

cyrus 2017-12-27 13:21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세인트님. 잘 지내시죠? 먼저 반가운 인사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분들을 알라딘 서재에서 만나게 되니까 그 전에 만났던 분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뜸해집니다. 아무 말없이 서재 활동을 멈춘 분들이 많아요. 이럴 때 기분이 묘해요.

2017-12-25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27 13:2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성탄절에 집에서 푹 쉬었습니다. ^^
 
보르헤스의 미국문학 강의 - 초기의 작가들에서 20세기 SF까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홍근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엄청 많은 고전 중에 도대체 어떤 재미있는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 이런 의문이 든다면 평생 책 속에 파묻혀 살아온 권위자의 조언을 따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만약 그 권위자가 천국의 도서관장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라면 신뢰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는 아예 도서관을 삶의 터전으로 삼을 정도로 도서관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부계의 유전병을 물려받으면서 태어난 보르헤스는 너무 많은 책을 읽은 탓에 실명하게 된다.

 

보르헤스의 소설은 간결하고 압축적이며 짧고 재미있다. 보르헤스의 미국문학 강의역시 짧고 재미있다. 보르헤스의 미국문학 강의는 미국문학사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개론서가 아니다. 이 책은 애서가의 지적 편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일뿐만 아니라, 후대의 많은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보르헤스가 엄선한 미국문학 고전들을 접할 수 있다. 지극히 저자의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하나같이 매혹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작품들이다.

 

보르헤스의 말에 따르면 문학 작품 자체가 우리(독자들)를 끌어당기는 매력[1]이 있다고 한다. 보르헤스가 말하는 문학 작품의 매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사실 서문만 봐도 좀처럼 파악하기 힘들다. 그러나 보르헤스 문학의 매력을 아는 독자라면 충분히 감을 잡을 수 있다. 보르헤스의 글은 환상과 사실을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글쓰기는 완벽하고 독특한 상상의 산물이나 현상을 마치 실재했던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도록 만든다. 독자는 보르헤스의 문학이 가진 환상성을 이해해야 한다. ‘환상성은 보르헤스가 강조한 독자를 끌어당기는 문학 작품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에서 보르헤스가 추구한 환상성에 영향을 준 미국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환상문학의 뿌리이다. 그 뿌리 속에 흐르는 문학적 영양분을 듬뿍 받고 자라 훌륭히 성장한 나무가 바로 보르헤스다. 그는 자신을 달의 작가로 분류했다. ‘달의 작가는 홀로 사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사상을 재료로 삼아 글을 쓴다. 반면 태양의 작가는 정치적 상황에 참여하기를 좋아하는 현실주의자이며 능숙하게 글을 써내려간다. 보르헤스는 미국의 초월주의자들을 주목했는데, 그들은 달의 작가에 속한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사회보다는 개인, 이성보다는 직관을 앞세웠고,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서 초월적 자아를 완성하는 삶을 살았다.

 

그밖에 보르헤스는 추리소설, 서부문학, 인디언 문학 등에 주목하여 러브크래프트(Lovecraft),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등을 소개한다. 이들 역시 포의 문학적 영양분을 먹고 성장한 훌륭한 작가들이다. 그런데 보르헤스가 인디언 문학을 소개한 점은 아이러니하다. 보르헤스는 원주민 학살을 문명화를 위한 과정이라고 옹호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의 발언에 남아메리카 작가들도 한 목소리로 비난한다. 보르헤스가 19세기 미국 서부 시대에 활동했던 앰브로즈 비어스(Ambrose Bierce)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 의외다. 아울크리트 다리에서 생긴 일(An Occurrence at Owl Creek Bridge), 막힌 창(The Boarded Window), 요물(The Damned Thing) 등은 환상문학, 공포문학 단편 선집에 수록되는 비어스의 대표작들이다.

 

   

 

[1] 서문, 10 

 

 

 

 

* Trivia

 

베니토 세레노 선장이라는 인물은 조셉 콘래드의 나르시소스 호(Narcissus)’의 흑인을 떠올리게 하고,‥… (68)

 

베니토 세레노(Benito Cereno)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이 쓴 단편소설이다.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가 쓴 소설의 정확한 제목은 나르시소스 호의 흑인(The Nigger of the Narcissu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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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2-2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의 책 몇권을 헌책방에서 사놓은지 꽤 되었는데 얼른 손이 안가네요

cyrus 2017-12-20 16:07   좋아요 0 | URL
보르헤스 전집 1권을 읽어봤는데 재미없어서 포기했어요. 단편이라고 만만히 보다가 큰 코 다쳤습니다. ^^;;

레삭매냐 2017-12-2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르헤스 책들을 몇 권 가지고는 있는데
도통 읽게 되질 않네요 허허

cyrus 2017-12-20 16:10   좋아요 0 | URL
배경지식 없이 읽으면 보르헤스의 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보르헤스 관련 서적을 먼저 보고, 소설 읽기에 재도전해야겠어요. ^^

2017-12-20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20 16:12   좋아요 1 | URL
렌즈를 잘못 착용해서 실명할 뻔 했어요. 안경을 썼는데도 시야가 흐렸어요. 그 때 얼마나 식겁했는지.. ㅎㅎㅎ 눈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페크pek0501 2017-12-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의 말>을 완독했는데 좋았습니다.
이 책은 어떨지 관심이 갑니다.

cyrus 2017-12-20 16:13   좋아요 1 | URL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량이 얇아서 전공 책 느낌이 1도 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