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브론테의 첫 소설 <교수>는 한 남자가 교수가 되는 이야기, 가난하지만 자존심 센 청년이 진정한 가부장제의 우두머리로 성장하는 이야기쯤 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인공 윌리엄은 이튼 졸업생으로 진로가 막막하다. 어머니는 귀족 출신이었으나 집안이 반대하는 빈한한 남자와 결혼하는 통에 윌리엄과 형 에드워드는 부모덕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형 에드워드는 거칠게 상업계에서 성공한다. 그에게서 '생활의 기술'을 배우려는 샌님 윌리엄. 하지만 온갖 구박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형과 절연한다. 그리고 갑툭튀 도움의 큰 손이 써준 소개장을 들고 유럽, 벨기에로 떠난다.
인문학 소양을 갖고 있던 윌리엄은 벨기에에서 한 남학교에서 전임 교사(불어로 교사는 professeur 영어로 보면 교수), 바로 옆 여학교에선 겸임 강사가 되어 영어를 가르친다. 처음 여학교에 갔을 때는 은근 설레지만 이내 여학생들의 멍청함, 교태, 사악함에 질리고 만다. 그 정점엔 여학교 여교장이 있다. 남학교 남 교장과 여학교 여교장은 연인 사이인데 (둘다 삼십대) 젊은 이십대의 윌리엄은 그 가식적인 삼각관계에서 금세 빠져나온다. 그리고 학생이지만, 동시에 여학교 레이스 바느질 강사를 겸하는 프랜시스 (19세)를 알게 되고 측은지심 + 호기심에 가까워진다. 영어를 꽤 잘하는 프랜시스. 그녀의 어머니는 영국계였다. 가톨릭 나라에서 개신교(라지만 영국국교회)끼리 영국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질투의 화신, 노골적으로 고양이로 묘사되는 여교장이 훼방을 놓아 프랜시스는 학교를 그만두고 (이건 브론테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 이야기라고), 단한명의 친척 보호자도 병으로 잃고 만다 ...(나 왜 줄거리를 다 쓰고 있습니까?) 프랜시스를 찾아 거리를 헤메다 무덤가에서 울고 있는 그녀를 .... (아 귀찮아서 그만 쓰겠습니다만)
유력가의 장손을 구해준 댓가로 윌리엄은 진짜 대학 교수가 되고 프랜시스도 다시 취직하고, 둘은 결혼하고 학교도 세우고 아들도 낳고 투자도 잘해서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고 행복하고 교활한 여교장은 70킬로가 넘는 거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으잉? 그게 뭐) 늘그막엔 멋진 나라 잉글랜드로 돌아온다. 끝까지 부인은 남편을 센세, 아니 선생님, 매스터, 즉 주인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현실의 작가 샬럿 브론테는 삼십대 초반에 산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마음 속 매스터는 그 첫사랑의 남자였겠고 그는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로 돌아온다.
여학교에서 이뤄지는 여학생과 남교사의 사랑 이야기라서 ...
<여학교의 별>이라는 만화책을 봤고요. 여기선 남선생이 학생들에게 질척대거나, 어리석다고 비하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학생들을 직장에서 대하는 '다른 사람' 쯤으로 설정해서 차라리 신선했다. 1,2권 표지가 한 사람이 변한 모습이 아니라 두 사람의 남교사다. (뺨에 점이 있지만 두 사람이다)
여기 학교 여학생들도 남선생들에게 (그만하면)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며 조언을 듣고 관심을 주기도 한다. 여학생들 특유의 폭발적 에너지 (혹은 광끼)는 보이지만 제목에서 풍기던 그 불길한 느낌, 그러니까 남교사가 여학생을 아껴주고 이끌어준다,는 공식은 없어서 아주 안심했다. 남선생들이 여학생 머리를 토닥거리면서 웃지 않는다. 여학생들의 치마가 너무 짧아 속옷이 노출되지 않는다. 여학생들의 교복 상의가 너무 꽉 조여 가슴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런 보통의 하지만 꽤 섬세한 감정 표현을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다. 3권도 나온다던데 나머지 남선생, 그 개를 좋아하는 선생님 차례려니 한다. 피식 ㅎ 쉭 훗 푸스 허 .... 내 웃음소리다. 재미있게 봤다. 이 학교에서 애들이 공부는 제대로 하려나 조금 걱정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