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니까 늘어진다...지만 이럴줄이야. 오전에도 창을 열면 훅 들어오는 더운 기운. 핫 에어. 노 땡큐. 습기와 불쾌감은 덤. 그래서 빨래 빨래 타령을 하며 집안에 널어두니 촉촉한 우리집.
아직 방학전인 막내의 지친 하루하루는 (그래도 하교길에 깨알같이 놀다오는 건 대단한 집념) 주말의 '스파이더맨 홈커밍' 관람을 위한 버티기. 하, 그런데 일요일 오후의 코엑스는 갈 곳이 못되더만요. 어쩜 주차에 한시간 넘게 걸리는지. 그래서 예매한 표는 (넉장이라네~) 날리고! 새로 맨 앞줄 표를 사서 들어갔음. 나는 끝까지 저항했지. 먼저들 가, 난 틀렸어. 난 만화방에서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겠네, 를 외쳤어도 끌려들어갔지. 남편이 나를 너무 사랑한 게 패착이군.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의 흥분을 보기 즐겨하는 아빠님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영화 내내 막둥이의 양손은 거미줄을 쏘아대는 포즈였고, 난 투덜투덜. 하, 크레딧 올라간 다음에 본 막짤, 캡틴 어메리카의 빅엿 까지. ㅜ ㅜ 그렇게 나의 주말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에겐 <비밀의 숲>이 있지요. 비밀의 늪.....
대본집을 살 생각을 하다니.
수요일 까지 바쁜 알바, 를 끝내고 시작한 <비밀의 숲>을 이틀만에 12회 정주행, 토요일과 일요일에 본방으로 만났습니다. 아...영또...아....윤과장님....이제 나는 윤과장 역의 이규형 배우의 뮤지컬을 검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비밀의 숲> 보세요. ㅜ ㅜ 이렇게 열심히 보는 드라마 응팔 이후 처음이고요 (응팔도 뒤에 너댓 편은 안봤음). 이제 검찰 개혁, 경찰 비리, 이런 뉴스 볼 때 마다 떠올리는 건 황시목이, 그리고 애정하는 한 경위님이 되었습니다.
아, 참, 간만에 독서 이야기 하려고 했습니다만...
네, 요즘 계속해서 Mother's Reckoning 읽고 있습니다.
엄마 Sue 의 인터뷰 영상도 찾아 봤습니다....네, 결론은 아이가 흔들리는 작은 사인을 간과하지 말고 파고 들어라, 그냥 믿고 넘기면 큰일 난다. 입니다. 이제 와서 이야기이지만, 아, 그때...싶은 적이 얼마나 많았나. Sue 에게도 여기 코리아의 나에게도. 하지만 학교 폭력의 피해자 경험이 있는 큰 아이...나는 Sue 의 자기 아들 이야기를 읽는 게 매우 힘들고 종종 화가 난다. 끝까지 읽긴 하겠지만, 아이 잘못이 전적으로 부모의 양육 탓은 아니지만, 이런 애정의 증거를 읽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가족은 어떨까 ....
또 다른 독서로는 (아우 야무지게 알바하면서 책도 읽고 그랬네, 셀프 칭찬)... <문학소녀>. 전혜린을 읽던 그 수많은 소녀들과 소녀 문학 (청년문학에 대칭되는?)을 생각하는 책인데 예상보다 '각잡고' 시작해서 옷 매무새 가다듬고 읽고있다. (저자가 나의 영혼의 쌍둥이라고 생각했다. 이 표현은 저자가 팟캐에 나와서 한 말이지만. 하, 전혜린 읽으면서 밤 새워 보지 않은 여중/고생이 있을까. ) 그래도 전혜린은 너무 오글거립니다만.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저는, 하루키도 시작했습니다. (비밀의 숲 없는 월요일의 허전함을 누가 달래겠어요, 하루키 말고)
뭐랄까, 예전에 아주 예전에 만나던 애인을 다시 만나서, 예전의 그 경양식 집에서 그 함바그를 먹는데 앗, 노래가 예전 그 추억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카운터엔 예전의 그 '마스타'가 조용히 앉아서 LP판을 정리하는 어느 오후, 같은 책입니다. 낫띵뉴.
미지의 인물 나오고요, 부자 나오고요, 요리 열심히 하고, 별거중인 아내 집에 들어가 쌓인 설겆이랑 다림질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주인공도 나옵니다. 넓적한 돌판을 들어내고요. 클래식 음악 이야기도 나오고요. 예전에 헤어진/죽은 누군가도 언급되고요. 그래도 책장은 매끄럽게 넘어갑니다. 관습? 관성? 아니면....의리?
몰입되어서 읽었다기엔 하루에 300쪽 읽고 덮었으니 ... 좀 약한듯 합니다. IQ84는 (3권땐) 예판하면 하루 늦게 오기에 서점서 사와서 하룻밤에 완독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줄거리 생각 잘 안남요. 미끄럼틀...달....얼음칼....공기번데기....뿐)
오늘도 덥겠네요. 그래도 비만 없다면 지금 세탁기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침구는 널어 말릴 수 있습니다. 기승전빨래. 난 책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