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추천했고, 빨책 방송도 괜찮아서 읽기 시작했다. 완독이 힘겨웠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각오는 했지만 저자의 '엄마' 입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아들의 '가해자' 이면서 '피해자'인 상태가 힘들고 아프다. 

 

학교에 폭탄을 설치하고 자동발사 장총을 준비하고 여러 달 동안 자살을 꿈꾸고, 가학적인 일기와 작문을 했는데도 부모는 모를 수 있.다. 아이가, 심각한 우울증이나 정신 불안/불안정 상태라면 (저자는 mind 보다 brain 이라는 어휘를 택했다) 자학적인 자살이 밖으로 향한 타살로, 그것도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개인의 노오력으로 막거나 치유할 성질이 아니다. 자살로 향하는 뇌이상(?)은. 주위에서 지켜보고 북돋고 교훈이나 설교대신 이야기를 듣고 도움이 필요하지만 숨죽여 감추고 죽어가는 청소년들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끝까지 불편하고 무서운 독서였다. 저자 Sue는 지금도 그 고등학교 동네에 산다. 자신이 괴물을 키운 게 아니며 청소년의 폭력적/자살 성향은 알기 힘들다고 말한다. 폭력적 웹사이트를 미리 알지 못한 건 불찰이며 자녀들을 계속 주의깊게 살폈어야 했다고. 자녀를 너무 믿고 희망적으로 생각한 것은 후회한다고. 여러 희생자들의 유족들에게 깊이 사죄하고 싶고 슬프다고. 그래도 자기는 딜런을 사랑하며 딜런 역시 희생자였다고. 이 강렬한, 어쩌면 뻔뻔한 주장이 계속 반복된다. 독자 입장에선 흉칙한 사고 영상/사진의 기억 속에서 차라리 어느 '책임자' 혹은 괴물을 맞닥뜨리는 게 편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저자는 자살방지를 위해 강연과 연구활동을 한다. 18년전 벌어진 그 일은 바뀌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선 컬럼바인 사건 보다 더 '강한' 엄마에 대해 생각했다. 책임은 지겠다만 내 아들은 '심신미약' 상태였다. 하아.... 도돌이표를 찍는 기분이다. 다만 이 끔찍한 상황이 나와 내 가족을 비켜가기만 바랄 뿐.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책이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가해자, 피해자 측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고 하는데, 더 이상 이런 사건이 생기지 않길 바라기에 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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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7-2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책 출간된대?

유부만두 2017-07-27 11:17   좋아요 0 | URL
david cullen의 Columbine 번역본이 나온대요.

psyche 2017-07-27 11:22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구나. 저번에 나는 가해자의.. 읽고 그 책 읽었는데. 객관적인 시각으로 어떤일이 있었는지 썼기때문에 저 책 읽을때처럼 힘들지 않고 아 그랬구나 하면서 읽을수있었어. 근데 이게 과거로 갔다 현재로 갔다 이렇게 내용을 배치해서 정신이 좀 없더라구. 앉은자리에서 좍 읽는 그런게 아니다보니 이게 누구였지? 하면서 앞을 뒤적뒤적이게 되고.

유부만두 2017-07-27 11:2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전 당분간 콜럼바인 관련 책 못읽을거 같아요. 이번책 너무 힘들었어요. 겁나고요 슬프고 ...ㅠ ㅠ

psyche 2017-07-27 11:29   좋아요 0 | URL
나는 저 책읽고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에 편집증까지 걸릴 지경이더라구. 그래서 오히려 콜럼바인을 막 팠었다는.

라로 2017-07-28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은 대단하십니다. 저는 아직 저런 글을 읽지 못해요~~^^;;

유부만두 2017-07-31 16:18   좋아요 0 | URL
쎕니다. 이 책은 사춘기를 앞 둔 아들을 키우면서 읽자니 더더욱 공포였어요. ㅜ ㅜ

얄라알라 2017-07-2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참 많이 추천받았는데, 전 인터뷰 동영상만 보아도 너무 무거워서 차마...아직...

유부만두 2017-07-31 16:19   좋아요 0 | URL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으셔야 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 자살 충동과 우울증을 대쳐하는 태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