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카포티의 작품을 읽지 못했다. 추천 받은 논픽션 <인 콜드 블러드>를 읽으려 했는데 독서 엣세이에 언급된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이 궁금해졌다. 표지의 작가 사진에서 보이듯 이 소설은 카포티의 젊을 적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다.
이혼한 어머니의 사후, 이모와 살던 소년 조엘은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그를 만나러 간다. 낯선 곳의 낯선 저택. 아버지는 만날 수 없고 그의 새부인과 기괴한 사람들, 그리고 살인 사건들을 접한다.
아버지를 만나러 간 영웅 테세우스, 기괴한 인물들을 가둔 거대한 오버룩 호텔 등이 연상된다. 천선란 소설집의 고시원 공간도. 그 단편 <검은색의 가면을 쓴 새>를 읽을 땐 듀 모리에 단편도 떠올랐고 문목하의 거대한 씽크홀, 혹은 비파가 이동하던 통로도 생각났다. 이렇게 꼬리를 무는 연상작용에 '아....그거....그거.... 왜 ... 거기서 ...' 하고 생각 날듯 말듯 놓쳐버리는 어떤 소설 혹은 영화, 어쩌면 그냥 내가 꾸었던 꿈의 조각들도 있다. 많이 읽고 또 많이 잊지만 다 잊지는 못한다. 간질간질한 느낌의 네버 엔딩 연상 작용.
벼르고 별렀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기 시작했다. 곽아람 작가의 엣세이를 읽으면서, 어릴적 봤던 영화 때문에 (난 절대 콧수염 남자를 인정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인정), 서재 이웃님의 강력추천에 늘 내 장바구니에 있었던 책을 이제야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전자책은 태블릿으로만 읽었는데 요즘엔 막내가 주로 쓰고 있어서 전자책 앱을 내 핸드폰으로 옮겼다. 전자책을 폰으로 보는 데 부담이 있었지만 왭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을 훌렁 훌렁 읽다보니 습관이 들었다. 이웃님의 말씀대로 난 참 두루두루 이것저것 다 읽는군요. 장강명 작가도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주로 읽는다니 아, 그럼, 저도,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랐쟈나. 스칼렛 오하라가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니! 그런데 사랑하는 애슐리가 다른 여자랑 약혼한다는 소식에 분노에 가까운 슬픔을 느낀다. 또 스칼렛의 아버지의 풍채 (키가 150 이시라고요?)와 성격 묘사가 너무나 푸근하고 생생하다. 엄마 노예를 사는데 아이 노예도 제 값을 쳐서 샀다는 아버지. 어떻게 엄마에게서 아이를 떼어놓냐고 하는 말에 .... 아....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는데 (정말 엄청) 읽는 내내 죄책감을 안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니까 당연히 우리의 타라, 박경리 작가의 <토지>가 생각이 났고요. 이렇게 ... 개미는 (빰빰) 오늘도 (빰빰) 열심히 책을 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