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휴대폰에 있던 사진을 오랜만에 뺐어요.
계절을 마무리하면서 사진을 남기겠다,는 스스로에게 한 공약을 꽤 오래도록 안지키고 있었으니, 
정치인들 탓할 거 하나도 없겠습니다. ;;

병원에 있고, 어쩌고 하느라, 일상이랄 게 없었던 삶이지만,
그래도 간략하게나마 정리하고 넘어가려고요.




짠. 누가봐도 자취생 밥상. 김치찌개, 스팸, 멸치. 김.
멸치볶음 만드는 법을 물어봤던 날 차렸던 밥상입니다.
밥 얻어먹는 위치에서 밥 해먹는 위치로 신분의 변화가 있던 봄이었지요.

(그러다 물론 다시 밥 얻어먹는 위치로 한달을 살았지만요)



3월 말에는 회사 사람들과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학교가 포항에 있어서 경주는 몇번 갔었는데,
3월 말이 되도록 벚꽃이 피지 않은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꽃은 거의 못보고, 차 구경만 실컷 하다 온 나들이였지만,
그나마, 석가탑의 재발견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석가탑이, 참 선이 곱고, 단아하다는 걸 뒤늦게서야 깨달았답니다.

그 단정한 아우라가 사진으로는 다 표현되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또 그래야 직접 발걸음을 한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회사를 옮기고 처음으로 미술관엘 갔어요.
가야지, 가야지, 꼭꼭 다짐하고 다짐했던 루오전,
결국 마지막날 수많은 인파와 함께 봤지요.

역시나 참 좋은 전시였어요,  
미제레레라는 판화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그 제목들이 모두 절박한 한 편의 시였고,

저 스테인드 글라스 앞에서는 말을 잃고야 말았습니다.
저날 이후로, 쭉 제 휴대폰 배경화면이기도 하지요.




대출녀 신세라고, 돈을 아껴보겠다며 도시락을 싸기도 했지요,
용문시장에서 산 오징어젖과 깻잎, 
그리고 나머지 반찬은 다 제가 만들었지요. (메추리알 참 조악하게 깠죠)

지금은 다시 사먹는 밥. 이래저래 지겨운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간염으로 쓰러지던 날, 말이에요.
결혼식을 가다가 우연히 버스를 잘못타서 남산길로 들어섰어요.
그래서 오던 길에, 일부러 다시 그 버스를 타고, 남산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지요.

쓰러질 짓만 골라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침대에만 누워있었던 봄이 덜 억울했던 까닭은,
다 저 날의, 그 한시간 가량의 산책 덕분이에요,

남산도서관에 대출증 만들려고 2년 넘게 없이 살았던 주민등록증도 만들었어요.
저날, 저 하늘, 꽃, 바람, 이파리, 그리고 그 때의 마음, 기분,
모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원효로 의원. 40년된 우리 아파트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이곳에 들어서면,
언젠가 위용을 떨쳤을 것 같은 이 곳의 예전 모습이 막 생각나요.
아무도 없는 낡은 소파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면서
막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모습, 같은 거요.

원효로 의원이 아니었으면 저는 아마 진단도 제대로 못받고 죽어라 고생했을 거에요.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도, 원효로 의원 선생님이 전화해서 몇번이나 안부를 물으셨어요.
나중에 퇴원하고는, 음료수도 사들고 고맙다고 인사도 갔지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 주치의가 생긴 기분이에요.

병명을 알기 전, 원효로의원에 링겔좀 놔달라고 찾아갔던 날,
링겔을 옷걸이에 걸어주어서 한참을 웃었지요.
토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옷걸이에 휴지도 걸어주셨어요.

그럼, 제 옷은 어디 있는 걸까요.



정말 재밌는 병원이지요 ㅎㅎㅎ
얼마나 웃겼으면 기운없어서 링겔맞는 도중에 인증샷을.. 하하하..



그리고는 일주일간 입원환자모드.
팔이 퉁퉁 붓도록 링겔을 맞았었지요. 다시는 안맞고 싶어요 정말. ㅜㅜ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는 신나서 혼자 축하파티를 했어요.



이 날은, 한달 병가 휴직의 마지막날.
이제 다시 새롭게, 생활인으로 살기 위해서 장보러 가던 길.



중앙시네마의 마지막.
마지막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함께 있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뭔가 특별한 행사 같은 걸 하지 않을까, 했는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마지막 날을 보내더군요.

그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령,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이래저래 노트북으로 정보를 찾아가며 투표할 사람을 고르던 6월 2일.
적어가지 않았으면 큰일날뻔했습니다. 투표할 게 너무 많아 머리가 하얘지던...

이 날은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듯, 오랜만에 밤을 하얗게 지새웠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예쁜 아가씨가 꽃을 사들고 놀러왔습니다.
꽃 하나가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더라고요.

또, 처음으로 에어컨을 켰고요, 선풍기도 사려고 하고 있고요,
여름 이불을 사려고 벼르고 있으며,
살랑거리는 여름옷들을 보며, 무심하게 쪄버린 살들을 원망하면서,

그렇게 여름을 맞이하고 있답니다.


전, 여름이 정말 싫은데 ㅜㅜ
과연 올 여름은 어떻게 보내게 될지 궁금하네요.



댓글(4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10-06-08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꽃 곱다.
저도 이 여름을 어찌 버틸지 --

웽스북스 2010-06-08 19:14   좋아요 0 | URL
역시나 다들 여름 걱정.
꽃은 정말 곱지요. 그냥 가끔 이런 사치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휘모리님. 우리 여름엔 맥주나 마셔요.
그만한 게 또 어디있담. ㅎㅎ

굿바이 2010-06-0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나도 김치찌게 끓여 먹었고, 봄이었나? 황군이랑 루오전에도 다녀왔었고, 그 무렵 남산도 혼자 걸었고, 웬디가 병원에 있을 즈음 나도 병원신세를 졌고, 몇 병의 링거를 맞았고, 통장 잔고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얼마간 도시락 대신 라면을 먹었고, 오월의 마지막 밤 중앙 시네마 앞을 걸었고, 6월 2일 투표를 하고 밤을 샜고, 선풍기를 꺼냈고, 여름 이불도 꺼냈고.....살은 쪘고.....
우리 너무 비슷하다. 경주만 다녀 오면 되려나...빨간 신발도....

웽스북스 2010-06-08 19:1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리 어쩌자고, 둘다 이런 봄을 보내버린 걸까요.
우리 여름엔 제발 좀 사람답게 살아보아요.

그나저나, 언니가 끓인 김치찌개 맛과, 언니가 만난 루오가 궁금해지는데요.

비로그인 2010-06-08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공~~
간염이었으면 많이 힘드셨겠어요?
어쩜 도시락은 저렇게 맛있게 싸셨을까?
지금은 멀쩡하신거져?

웽스북스 2010-06-08 19:17   좋아요 0 | URL
예. 아주아주 초멀쩡합니다. 흐흣. 아플 땐 진짜 힘들었어요.
마기님도 간염조심. ㅜㅜ

도시락은, 사실, 뭐,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어요 ;;
사먹는 밥보다 조금 나은 정도...ㅎㅎ

Mephistopheles 2010-06-08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보면 영락없는 갈래머리 여고생이구만요.

웽스북스 2010-06-08 19:17   좋아요 0 | URL
어이쿠나. 그런 말도 안되는 말씀을.
전 어엿한 삼십대 아가씨. (흑흑)

순오기 2010-06-08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못살아~~~ 간염으로 쓰러져 링겔맞는 사람이 그 경황에 사진을 찍다니
중독도 이만 저만한 중독이 아니에욧!
하지만~~~~~~~~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 같아요. 우하하하~

빨간 신발에 필이 꽂혔지만...빨간 신발을 신기엔 나이테가 너무 많아.OTL

웽스북스 2010-06-08 19: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저 링겔 사진 찍었을 때는 그나마 좀 살만했고요,
저 옷걸이와 링겔대 사진 찍었을 때는
진짜 다 죽어가는데도 너무 웃겨서 낄낄.

빨간신발, 뭐, 어때요.
원래 나이들수록 빨간색이 좋아지는 거 아니던가요? ㅎㅎ

kimji 2010-06-08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 빨간 신발. 그 사진에 마음을 다 뺏겼어요-

(이제 안 아픈거죠?! )

웽스북스 2010-06-08 19:18   좋아요 0 | URL
네네. kimji님. 저는 완전 괜찮아요.

저 사진은... 저 혼자 마음에 들어하는 건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다니.
예상치 못한 폭발적 반응이에요. ㅎㅎ

Forgettable. 2010-06-08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탐스 빨강이!!!!!!!!!!
저도 저거 있어용 ㅋㅋㅋ 으흐흐 요즘 가장 애용하는 신발 ^^

저는 경주에 꽃이 거의 다 진 후에야 다녀왔는데요,
한국에 돌아가면 자전거타고 오랫동안 경주를 돌아볼 생각이에요.
경주 너무 좋앙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0-06-08 08:55   좋아요 0 | URL
저는 주황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

라주미힌 2010-06-08 09:36   좋아요 0 | URL
저는 녹색;;; 흐흐..

Forgettable. 2010-06-08 12:10   좋아요 0 | URL
탐스 멤버쉽 모임이라도 하나 결성해야겠어요. ㅋㅋ
근데 왜케 두분 귀엽지 :)

웽스북스 2010-06-08 19:20   좋아요 0 | URL
위에도 달았지만, 예상치 못한 폭발적 반응.
탐스는 내게 돈을 달라.

뽀님 // 이렇게 불러도 되죠? (다들 그리 부르시길래 ㅋ) 저도 경주 좋아요. 자전거도 좋고요. 그런데, 한국에는 언제 오시는 거에요?
휘모리님 // 휘모리님은 꽃핑크도 어울릴듯. ㅎㅎ
라과장님 // 아니 이런 것도 신으십니까? 흠.

탐스모임 결성 완료.

마늘빵 2010-06-08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아. 저 위에 집반찬 나랑 똑같아요. ㅋㅋㅋ 아직 된장찌개는 안 해봤다눈.

웽스북스 2010-06-08 19:21   좋아요 0 | URL
된장찌개를 해봐야 진정한 자취 고수의 세계로 들어오는 건데,
아프님 그거 몰랐구나. ㅎㅎㅎ ;p

마노아 2010-06-08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신발도 예쁘고 꽃도 너무 이쁘고, 그렇지만 웬디님이 가장 예쁘네요. 비록 사진 한 장 안 나왔지만...^^

웽스북스 2010-06-08 19:21   좋아요 0 | URL
이야. 정말 굉장한 우리 마노아님의 상상력.
사실 봄날 꽃앞에서 찍은, 나름 반응 폭발적이었던 사진 하나 올릴까 하다가,
다들 싫어하실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 꾹 참았어요.

치니 2010-06-0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아프면 원효로 의원 갈래요!
웬디님 우리 건강하게 살아효!

웽스북스 2010-06-08 19:22   좋아요 0 | URL
네. 치니님. 건강하게 살아요.
원효로 의원 정말 정감있지만,
주치의가 생긴 기분이라 좋긴 하지만,

그래도 안가는 게 제일이죠.

카스피 2010-06-0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항상 건강에 유의하세요.혼자 지내면서 아프면 무척 힘들답니다 ㅜ.ㅜ

웽스북스 2010-06-08 19:22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카스피님.
카스피님도 건강 조심!

Arch 2010-06-0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추리알 귀여워요. (참고로 민은 까는 것보다 먹는게 더 많아요.)
몸이 좀 괜찮아지셔서 다행이에요. 아플 때 내 일처럼 맘 써주는 의사가 있는 병원, 참 맘이 놓일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10-06-08 19:23   좋아요 0 | URL
아. 역시 나의 민(누구맘대로?)은....
메추리알 취향이 나랑 똑같구나. ㅎㅎㅎㅎㅎㅎㅎ

까는 재미는 먹는 재미 전 1/3은 먹고 1/3은 버렸어요. (까다가 깨진 건 먹었는데, 먹다가 그만 지쳐버렸거든요)

적막한 원효로생활에 원효로 의원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지 뭐에요. ㅎ

멜라니아 2010-06-0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 메추리알을 까서 써요
이미 따 까서 파는 게 있는데요

우리 신랑은 결혼해서 보니까 아주 기인한 습관이 있더군요
일식 집에 가면 주는 그 메추리알을 껍질 까기 싫다고
껍질째 먹더라구요. 요새는 일식집에서 그 메추리알을 삶아 주진 않는데
아무리 귀찮아도 그렇지 껍질 째 먹는다고 타박을 하곤 했어요
마트에 나온 다 까진 메추리알은 정말 맨들맨들 곱답니다 참고 하셔요 ㅎㅎㅎ

그리고 알라딘에서 신간서평단이라는게 보여서 얼른 신청을 했어요
마음 산책 이거는 대강만 읽어서 잘 모르겠구요

웽스북스 2010-06-08 19:25   좋아요 0 | URL
헉. 그런 놀라운 습관. 음. 메추리알 껍질에는 칼슘이 들어있을까요?

다 까진 메추리알. 그러게요. 저도 마트에서 그거 봤는데요,
저 메추리알은 친구가 가져온 메추리알이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저도 저날 이후 까다가 손톱이 다 뭉개질뻔해서 ㅜㅜ (손톱 틈새로 자꾸 들어가는 메추리알 껍질) 당분간은 사도 까진 메추리알 살 것 같아요.

차좋아 2010-06-0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삭바삭바삭한 멸치볶음이다. 쟤도 반갑네~~ㅎㅎ '안녕 ㅄㅄㅄㅎ 멸치야~'(과연안녕할까?)

웬디양님의 사진은 선명하네요~ 나중에 알려줘요~


웽스북스 2010-06-08 19:25   좋아요 0 | URL
포토웍스 쓰라고 알려줬잖아요? 네? 네?

저 바삭바삭 멸치는 엄향편님 드셨던 바로 그 멸치 맞습니다.
지금은 다 버렸지요. 엉엉.

향편 2010-06-08 21:1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런거구나~~ 나는 나 보고 하는 말이라 생각했어요.
내 작품에 놀라서 포토웍스로 인정한다는, 뭐 이런....

웽스북스 2010-06-09 00:03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 없잖아요. 그 찌그러진 사진을 보고 ;;;

sweetrain 2010-06-0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3월 중순에...입사한지 2주도 되기전이었던 일요일날 버스타고 교회 가다가,
버스 안에서 갑자기 너무너무 아파서, 버스에서 내려 바로앞 커피숍에 들어가
물을 얻어 마시고, 밖으로 나와 119를 불렀고, 병원에 실려갔죠. ㅡ.ㅜ
그리고 39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렸고요. 다음날은 새벽 4시에 아파서 깼고..
끙끙대다가 회사에는 못간다고 전화하고 아침에 병원 가는데,
어떤 분이 절 붙잡고 뭘 물어보시는데 제가 너무 아프다보니,
그 분 말이 무슨 말인지 안들려서 대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갑자기 아팠던 적은 없어서, 정말 놀랐었지요. ㅡ.ㅜ

제가 갔던 병원의 의사들은...제가 처음에 응급실 갈 때만 해도,
열이 그다지 많이 없어서, 처음 잰 체온은 정상체온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열 난다고 말해도 체온은 재보지도 않고, 처음 잰 체온만
보고는, 환자분 열 없다고, 체온 정상이라고 그러다가,
나중에 제가 너무 열이 나서, 다시 한번 말하니까 체온을 다시 재더니,
39도가 넘으니까;;당황해 하면서 급하게 이것저것 해주더라구요. ㅡ.ㅜ
그 때 아픈 와중에 서운하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저도 정말 다사다난한 봄을 보냈었네요.;

웽스북스 2010-06-08 19: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봄에 아픈 사람 많았네요.

저는요, 막 펄펄 열이 나는데,
그 와중에, 열이 몇도인지가 너무 궁금한거에요.
아 우리 집에는 왜 체온계도 없을까,
나 열 몇도라고 너무 말하고 싶은데... 막 이러면서
또 혼자 스스로가 너무 웃겼지요.

전 아무래도 아픈 것도 코미디로 승화시키나봐요.

레와 2010-06-0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찾아온 여름이 저도 두려워요. ^^;

화끈한(?)일이 생겨 여름이 후딱 지나가는 상상을 해요.
웬디양님도 같이 해요! ㅋㅋ

웽스북스 2010-06-08 19:27   좋아요 0 | URL
꺄옹. 레와님이 상상하는 화끈한 일,은 뭘까요?
갑자기 급 궁금해져요. 헤헷.

yamoo 2010-06-0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찬좋은데요!^^ 웬디양님 항상 건강하시길~! 건강이 제일이라는~

웽스북스 2010-06-08 19:27   좋아요 0 | URL
아니, 저건 십만 자취생들의 반찬, 어디 하나 특별한 것 없지요.
yamoo님도 건강 조심!

블리 2010-06-08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효로 샘~ 참 정감 넘치시는 분이시네.
늘 폴대에 가운을 걸어두시는 김모모 샘이 생각나는 순간~ㅋㅋ
이제 기말 고사 기간~ 셤 끝나면 연락할게.
그동안 정신 없다고 넘 무심했구낭;;;

웽스북스 2010-06-08 19:28   좋아요 0 | URL
ㅎㅎ 언니 시험 언제 끝나요?
언니 바쁜 거야 세상이 다 알지요.

시험 끝나면 뒤늦은 니나와 엄향편님 생일을 빙자한 모임도 한번 합시다요.
 


아. 원래 출판사 이벤트 잘 참여 안하는데,
이 이벤트는 보자마자 막 참여해보고 싶지 않겠어요?

의외로 출판사를 잘 안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많아서,
나의 마음산책의 책은 뭐가 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더라고요.

그리하여 집에 가서 바로! 찍어봤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책은.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 이에요.  
작년 하반기에 읽었던 책이 많지 않은데, 그것 중 하나에요.

참 좋았던 책들 중 하나.
옆에 이름 뒤에 숨은 사랑도 있는데, 그 책은 아직 읽지 못해서
그냥 숨겨두었어요. ㅎㅎ



김영하의 랄랄라 하우스도 보이네요. 이건 읽은 지 한 5년쯤 되었을까요?
한참 마음이 샤방샤방할 때라 랄랄라 거리며 읽었던 것 같아요.



이승우 작가님의 소설을 살다, 도 마음산책의 책이었군요.
이 책이 마음산책의 책이라 정말 반가웠어요.



요네하라마리의 문화편력기. 이 책은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었어요.
주변에 누군가가, 요네하라마리는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지요.
그런데, 또 그 이후로 괜히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


- 음, 그리고, nabee님의 페이퍼를 보다가 알았는데...
아. 나의 <청춘의 문장들>도 마음산책의 책이었군요.그랬군요.
아. 그런데, 그 책은 누가 빌려간건지, 훔쳐간건지, 보이지 않아요. 엉엉.

대신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이 있어요. (좋아하는 책이니까, 사진도 있지요)



좋아한다고 스무번도 더 말했던 책이에요.
이 책을 이십대에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고, 고맙죠.  

이 사진은 작년에 친구들과 만들던 웹진 나름에
http://blog.aladin.co.kr/wendy99/2603556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찍었던 사진이에요.


이벤트 페이지를 보니까, 댓글이 육십개도 넘게 달렸던데,
그래도 이벤트에 참여하는 이유는
이 책을 내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에요.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읽었답니다. 고맙습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음산책 2010-06-0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추억하는 글은 고백을 담은 편지 같아요.
웬디님의 글에 많이 두근두근 했답니다.
정말이지 고맙고 감사해요. :)

웽스북스 2010-06-08 19:29   좋아요 0 | URL
아. 마음 산책님. 함께 두근두근해주시다니요.

저희 1층 가게 아주머니는요,
제가 물건을 사고,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면
제가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하시거든요.

오늘은 그 아주머니의 심정이지요.
제가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주세요.

무해한모리군 2010-06-08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많이 가지고 있네요 ^^
청춘의 문장들 내건 어디갔지 아무리 찾아도 없네용 --;;

웽스북스 2010-06-08 19:31   좋아요 0 | URL
청춘의 문장들 전문 도둑이 있는 건 아니겠죠?

아, 근데 저 문장 뭔가 묘해요.

내 청춘의 문장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무리 찾아도 모르겠네요.

멜라니아 2010-06-0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음산책 이벤트는 출판사 이벤트였군요
아하.

긴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밑줄 그어 놓습니다

웽스북스 2010-06-08 19:31   좋아요 0 | URL
네네 그렇습니다.
청춘의 문장들은 이십대에 읽으면 딱 좋은데,
멜라니아님은 얼굴이 이십대니까. 흐흐.

차좋아 2010-06-08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저 책으로 읽었는데~ㅎㅎ 은근 반갑네요 ㅋㅋ'안녕 웬디양님의 책아~'

웽스북스 2010-06-08 19:31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요.
제가 빌려드렸었던가요? ㅎㅎ

(책이랑대화도하시고, 짱이십니다)

레와 2010-06-0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읽으며 울컥울컥 했던 기억이...

웽스북스 2010-06-08 19:33   좋아요 0 | URL
울컥 울컥 왈캉 왈캉
그러니까요. 와락. 와락.

yamoo 2010-06-0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산책 출판사....의외로 좋은 책 정말 많이 내는 출판사 같아여~ 작년까지만 해도 도서전시회하면 출판사 부스 가서 70%세일하는 책들 사오곤 했는데..올핸 못갔네요~ 여튼 마음산책 출판사의 책은 좋은 책들입니다! 위에 보이는 책들도 저 역시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에요~^^

웽스북스 2010-06-08 19:34   좋아요 0 | URL
저기저기 위에 마음산책 출판사님
여기 yamoo님 댓글좀 보래요.

완전 팬이에요. // ㅎㅎ

그러게요. 저도 이번에 이벤트 참여해보면서 알았어요.
역시나, 마음산책 출판사가, 좀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죠?
(그렇다면 의도 적중!)

마음산책 2010-06-0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불쑥! 마음산책입니다. :D
으쓱으쓱- 해도 되는 걸까요? >.<
이번 이벤트 하면서 참 많이 기쁘고 감사하고 그러나 한편으로 뭔가 묵직하고 그랬어요.
이 기분, 챡챡 접어두었다가 우울하거나 흔들릴 때(?!) 꺼내 볼 참. 헤에-

웽스북스 2010-06-09 23:2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그 기분의 기억 한 페이지에는
제가 쓴 페이퍼도 들어가 있는 거죠?

와. 영광입니다.

으쓱으쓱을 하기 전에... 짤랑짤랑은 하셨죠?
으쓱으쓱은 엄연히 그 다음...

다 하셨으면 쭈욱~ 쭈욱~
 

 

트위터를 만들었다. 나는 알라딘나라와 싸이월드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버거운데 좀 사정이 있었다. 어제 새벽에 혼자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사람 저사람 팔로윙하고나니 (그래봤자 6명...) 좀 재밌네. 근데 왜 내가 이사람한테 리플한게 내 트위터에 달리는거야 투덜투덜하면서 도대체 뭐가뭔지몰라 머리아파...이러고는 말았는데.  

오늘아침, 트위터에 접속해보니...
세상에 루시드폴이 투표하러 간다는 소식이 내 트위터에 뜨는데
나 또 괜히 감동인거다...

어머... 폴님...투표하러 가신대....
나한테 한말은 아니지만...막 내꺼에 떠..... 나...쫌...감동....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알라디너 모님도, (투표로 같이 고민하던...) 
실시간 고민을 교류....

이런거구나. 싶다. 뭔가 좀 재밌는데, 이러다 아이폰 산다고 난리치는거 아닐까...
(나에게는 무용지물 터치가 있지만. ㅋㅋ)

뭐, 슬슬 적응해가면 되지만, 폴님과 모님 덕에 트위터 애정도 상승.



댓글(17)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그녀의 트위터 사용법 (이 제목 편하구나!)
    from 내가되는꿈 2010-06-12 13:54 
    블로그든, 뭐든, 하다 보면 자기 원칙 같은 게 생기는데, 나도 트위터에서 나름 지키고 있는 원칙이 있다.  그건, 흥미로운 대상이 아니라면 팔로우하지 않는다!!! 트위터에는 타임라인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는 내가 팔로잉한 사람들이 전체 공개로 쓰는 모든 글이 다 뜨는 곳. 알라딘으로 치자면 서재브리핑같은 곳인데, 트위터는 워낙 단문 소통이다보니, 그 속도가 서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팔로잉한
 
 
치니 2010-06-0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누가 쓴 트위터 사용자들의 유형 분석 같은 걸 읽었는데,
그 중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게 좋아서' 도 있고,
'실시간 정보력을 얻기 위해서'도 있고,
'외로워서'도 있고,
'걍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관음하는 자체로 즐기는' 경우, '쪽 시간 떼우기' 등 여러 가지 나왔죠.
그 때 제가 트윗하는 이유를 잠깐 돌이켜 봤는데, 어머! 저것들 다 이유가 되더라구요.
바로 그게 묘미란 생각이 들어요. 알라딘이나 싸이월드와 다른 점은 이 멀티력(?)의 무한 확장 같은 거라는 생각.
그래서 멀티가 멀미 나는 사람들은 하다 말기도 하지만, 소위 '긴 글을 읽지 않게 만드는 도구'정도로 폄하되기엔 억울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

덧. 폴님은 요새 스케치북에도 고정으로 나오시대요? 재주도 많으셔. ㅎㅎ

웽스북스 2010-06-02 23:35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그분 유머까지 잘하시는 거에요. 감동이에요. 어후.

멀티력의 무한확장, 은근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은 1번이 제일 재밌어요. 나머지는 다른 것들도 제공해준다고 보거든요. ㅎㅎㅎ 암튼, 묘하게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ㅎㅎ

마늘빵 2010-06-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 트위터 만들었다가 그제 삭제했어요. 못 해먹겠어요. 알라딘만으로도 충분하고. 아이폰 개통하면 다시 만들어보려고요. ^^

웽스북스 2010-06-02 23:36   좋아요 0 | URL
아프님이 좋아할만한 사람들 트위터에 엄청 많아요. 몇시간만 헤매고 나면 적응 가능할 것 같아요. (웬디도 했다!!!)

순오기 2010-06-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패드 있으면 트위더도 할 수 있는 거죠?^^
그럼 나도 웬디님이랑 친한 사이 되는구나! ㅋㅋ

웽스북스 2010-06-02 23:36   좋아요 0 | URL
인터넷으로도 가능해요. 전 아직 아이팟으로는 할 줄 모른다는. ㅎㅎ
그리고 저희는 이미 알라딘이 연결해주고 있는. ㅎㅎ

saint236 2010-06-0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위터 하시는 군요. 저도 트위터 하고 있는데 블로그랑은 다른 묘미가 있더군요. 블로그가 편집 방송 같은 느낌이라면 트위터는 생방송이랄까요?

웽스북스 2010-06-02 23:37   좋아요 0 | URL
네. 그러게요. 묘하게 재밌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0-06-02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또 시대에 뒤떨어지는건가요.
제가 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세가지가
1. 아이폰
2. 트위터
3. 네이버
인데 말입니다. ㅎㅎ
뭐 특별한 이유는 없고, 사람들이 전부 다 하는건 어쩐지 꺼려져서 말이죠..

웽스북스 2010-06-02 23:37   좋아요 0 | URL
그게 다락방님의 매력이에요. ㅎㅎ
저도 재작년에 네이버 끊으려다가 실패. 아. 저는 초의지박약아이지말입니다.

마그 2010-06-03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팔로? ㅋㅋ

웽스북스 2010-06-03 21:37   좋아요 0 | URL
유후~

보석 2010-06-03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폰 쓰지만 말이죠.. 트위터는 아뒤랑 비번 까먹어서 못 들어간 지 한참됐어요.

웽스북스 2010-06-03 21:38   좋아요 0 | URL
새로 만들어버려요. ㅎㅎㅎ

레와 2010-06-0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웬디양님을 어찌 찾지?ㅎ

웽스북스 2010-06-03 21:38   좋아요 0 | URL
헤헷. 암히얼~

비로그인 2010-06-0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님? 순오기님?...방 타고 놀러왔어요.
이 글 보니 트위터까지 만들고 싶은데...에잇, 전 너무 문어발이라 트위터 발은 자제해야 할 것 같아요.
낯익은 님께 이제야 인사드려서 지송^^
 


그러니까, 경기도민에서 서울시민이 된 나는 2주 전부터, 살신성인의 압력(?)을 받고 있었다. 경기도에 사시는 부모님을 둔 덕에. 

 - 웬디야,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교회봉사 열심히 하겠다고 하고 꼭 유시민 찍어달라고 해라...

라는 말을 같이 공부하는 분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들어왔던 것. 그러니까, 왠만하면 나도 하겠는데, 그럼 전....오후예배도 드려야 하잖아요. 네? 그러니까, 난, 저게 정말로 통할 것 같아서, 부모님한테 차마 말을 못꺼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도 했지만, 정치얘기하다가 괜히 열만 내고 제대로 대화하지 못했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법한 속상한 기억들이 주는 두려움도 있었다.

- 전.... 제 삶도 중요한데요....ㅜ_ㅜ 꼭...그래야 할까요...?
- 몸을 던져서라도 4대강은 막아야한다. 꼭 말하거라.
- 흑흑...네...

그러나, 여전히 입은 떨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두번의 주말을 보냈다. 여러모로 편치 않은 마음으로 심상정 후보의 사퇴 소식도 접했고, 그 외 여러 움직임들에 마음을 쓰고 있었다. 나는 몇 번이나 입을 뗐다, 말았다, 뗐다 말았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너무 마음이 불편해 결국 전화기를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 엄마, 그런데, 이번에 누구 뽑을 거에요? 도지사?
- 왜?
- 그냥, 누구 뽑을 거야?
- 1번
- OTL 뽑지마, 뽑지마, 안돼, 엄마, 유시민 한번만 뽑아주세요.
- 왠 유시민? 
- 그냥 내 말 한 번만 듣고 뽑아요, 주말에 고기 사줄게요.
  (이거 너무 다락방님식 화법, 차마 교회 열심히 다닌다는 말은 못하고
  쉬운 것부터 던진 소심한 영혼)
- 끊어, 일단.

좌.절. 그러니까, 난, 실패했구나. 흑. 슬픈 마음으로 카페 불라에 잠깐 들른 나는 사장님께 억울함을 토로.

- 사장님, 저 엄마한테 유시민좀 찍어달라고했다가 퇴짜맞았어요 ㅜㅜ
(이후 이래저래 얘기하다가)
- 그러니까, 해법은 하나야. 자식들이 다 부모님한테 전화걸어서 설득하는 수밖에 없어.
- 그러게. 흑흑.

나는 혼자 막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무슨 카드를 써야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을까. 4대강 같은 걸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고, 천안함 얘기를 하면 싸움만 나겠고,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나는 생뚱맞은 카드를 선택했다. 잠시 후 엄마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 자, 이제 나를 설득해봐. 왜 유시민을 뽑으라고 했는지.
- 엄마, 이명박이랑 김문수랑 한나라당 나쁜 놈들이 나라를 다 망쳐놓고 있잖아.

역시나 어이없다는 듯한 기운이 수화기 너머 들려온다. 그리고 나는, 의료보험민영화제도에 대해서 엄마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유시민이 그걸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선거의 이슈도 딱히 아니지만, 일단은 눈 감고, 나이 들어가시는 부모님들께 한나라당이 왜 나쁜지 설명하는 데는 의료보험 민영화 카드가 최고라는 나의 결론... 엄마도 미국 의료보험 제도가 어떤지는 알고 계셨기 때문에, 설명하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게다가 난 이번에 건강보험 제도의 덕을 톡톡히 본 입원 환자였지 않은가. -_-v 엄마는 옆에서 눈으로 확인한 산 증인. 엄마, 이 나쁜놈들이 막 제주도에 민영화 병원 짓고 있잖아. 걔들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정말 다 끝이라니까.

- 좋아, 대신....

엄마도 하나의 카드를 내밀었다. 엄마가 공부하고 계신 게 있는데, 그걸 좀 도와드리기로. 나로서는 꽤 성가신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후예배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엄마가 내민 카드를 흔쾌히 집었다. (흑 ㅜ_ㅜ) 그리고.... 아빠도 부탁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사실 엄마는 처음에 내게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져줄 생각을 하고 있었을런지도 모르겠다. 후보들이 내미는 핑크빛, 그러나 손에 잡히지 않는 희망보다는, 자식이 제시하는 손에 잡히는 실질적 도움이 더 어필하는 무엇일 수도 있겠다. (알고보니 실용주의노선?...;;;)

이 작은 몇 표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수 있다. 아마 그럴 거다. 하지만, 오늘 밤 나의 마음에 와 닿았던 그 어떤 간절함은,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간절함이 모이고 모여, 어쩌면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밤의 기적, 같은 거 말이다.
이제 하루 남았다. 어쩌면 짧은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댓글(32) 먼댓글(1)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어머니의 선거
    from 자유를 찾아서 2010-06-01 01:04 
      부끄러운 일이지만 내게 주어진 첫 투표권을 거부했다.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 나왔던 때였다. 그해 김대중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다. 상대가 누구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는 정치판을 잘 몰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전통적 우파다. 아버지는 청년 시절 경찰이 된 이후로 퇴직할 때까지 오직 경찰에만 몸 담았던 분으로 완전한 보수였고, 어머니도 보수였다. 두 분이 함께 살면서 보수가 되었는지,
 
 
사과나무 2010-06-0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은 선익이로 협박?
1번 찍어서 세상 망가지면 민선익이 고스란히 독박 쓰는 거라고...

웽스북스 2010-06-01 21:57   좋아요 0 | URL
아, 우리 선익이가 사는 세상은
부디 이것보다는 더 좋아야 할텐데 말이죠...

反mb 2010-06-0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 훌륭한 웬디양님, 그 "간절함" 모두에게 전해지리라 믿습니다.
근데 일단은 엄마가 아빠를 이겨주셔야만 할텐데... 결과가 궁금합니다.

웽스북스 2010-06-01 21:58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말입니다. 흣.

푸핫 2010-06-01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의료보험 민영화 유시민이 추진하려고 했던건데;;

웽스북스 2010-06-01 09:03   좋아요 0 | URL
참여정부 시절 검토했고, 국민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지금은 반대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지요?

치니 2010-06-0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 자식 간에도 거래가 필요할 때가 있더라고요 ~ :) 대부분 부모가 져주는 거래이긴 하지만. 웬디양님 낼 모레 공부도 하고 고기도 먹었으면 좋겠다!

웽스북스 2010-06-01 21:58   좋아요 0 | URL
그죠. 참, 저같은 딸내미 낳을까봐 좀 겁나지 말입니다.

風流男兒 2010-06-0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했어요 ㅎㅎ
상정이누나도 눈물로 나오신 이 마당에. 정말이지 축구선수도 아닌 1번이라면. 정말.

웽스북스 2010-06-01 21:59   좋아요 0 | URL
그아저씨 위트가 있어 좋더마요. ㅎㅎ
한나라당은 차라리 축구를 시키면 잘할듯.

다락방 2010-06-0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 식(?)의 화법이 안먹히는군요. ㅎㅎ

저는 부모님한테는 못하겠고(이건 오- 패쓰), 남동생의 표라도 좀 어떻게 해봐야겠어요. 말을 들어줘야 할텐데..에휴..

웽스북스 2010-06-01 21:5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남동생한테 문자보내야겠어요.
생각해보니 저희엄마는 고기를 별로 안좋아하세요. ㅠㅠ

yamoo 2010-06-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은 전혀 안먹힐거 같다는..ㅋㅋ 그나저나 이번에 투료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여집니다..갈등중..

웽스북스 2010-06-01 21:59   좋아요 0 | URL
아니 왜이러십니까. 전화번호 대세요.

치니 2010-06-0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자랑할라고 왔어요 헥헥.
자주 가는 회사 옆 백반집 아주머니들이 '낼 놀지 ~?' 하니까, 동료가 '네! 낼 투표하셔야 돼요 ~!' 하고나자,
아주머니 한 분이 '근데 나 누가 누군지 몰라 , 교육감 누구 찍어야 해?' 라길래, 제가 원하는 분 찍으라고 말씀드렸더니 눈 크게 뜨시면서 옆에 아주머니가 '아 그 사람이다 우리 누구누구가 찍으라던 그 사람 ~ '하는 거에요. 여세를 몰아 거기 세 분 다 그 분 찍기로 순식간에 결정! 아, 이렇게 쉽구나 싶더라구요. ㅎㅎ

웽스북스 2010-06-01 22:00   좋아요 0 | URL
치니님 최고에요. 조금씩 조금씩 애쓰다보면 변할 수도 있겠죠? 그렇겠죠?

마그 2010-06-0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선거에 이모 대통령 누가 뽑았냐고 피튀기던 제게 아는 동생이 조용히 손들더라구요.
아버님이 거금 30만원을 주셨다며..그래서 돈받고 딴 사람 찍었어야지 라고 구박해줬는데. 그런 사람이 하나가 아니고 꽤 되더라는 거죠. 이제... 자식들의 역습! ㅋㅋ 웬디님 고생하심다~

웽스북스 2010-06-01 22:00   좋아요 0 | URL
헉. 30만원...ㅜㅜ
그런거였구나... 고기는 아무것도 아니였어...

레와 2010-06-0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나마 다행스럽게 부모님 설득은 어렵지 않았으나
회사 사람들, 그중에 투표 자체를 안할려고 하는 사람들 설득이 힘들어요.
저의 히든 카드는 '군복무'와 '체납액'입니다.
여기에 의료보험 민영화도 넣어야겠어요.

여직원 중엔 여태 한번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어요.
아.. 증말 ..;;

웽스북스 2010-06-01 22:01   좋아요 0 | URL
군복무와 체납액. 저는 그렇게 어려운 거는 못 들이밀어요. ㅎㅎㅎㅎ
그냥 감정적으로...(으이그...인간아...)

굿바이 2010-06-01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짝!!!!!! 잘했다! 웬디!
정말, 잘했다. 어머님도 너무 감사하고, 흑흑....
사람이 기적이라고 믿고, 선거 끝나고 고기 사줄께^^

웽스북스 2010-06-01 22:0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게 다 언니와 목사님의 압박...덕분...하하하..
그래도, 내일 좋은 결과 있음 좋겠어요. 흑.

니나 2010-06-0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지금 학교에서 분당 사는 애한테 이 글 보여주며
유시민 찍으라고 하고 있어ㅋㅋ

아유 그 옆에 언니는 ㅁㅅ 찍는 데서 아예 투표 하지 말라고 했어(귀찮아서 안할 것 같음 ㅎㅎ)

웽스북스 2010-06-01 22:02   좋아요 0 | URL
굿굿. 좋아좋아.
옆에 언니는 꼭 붙들어놓고. (왜 ㅁㅅ를 찍는다는지, 좀 궁금하긴 하다)

니나 2010-06-02 01:34   좋아요 0 | URL
정말 근데 요기, 딱 요기만 그런 거 같어... 요기는 이렇게 말하면 환영인데
정말 조기, 딱 조기만 가도... ㅎㄴㄹㄷ이 대세인걸 느끼고 말았어ㅠㅠ(여론조사 다 맞구나 하면서ㅠㅠ)

Alicia 2010-06-0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친구만나서 같은얘기했어요. 친구가 부산사람이거든요.
부모님 설득해보려 애쓰고 이 문제로 얼마전 심하게 싸우기까지 했는데 결국 포기했대요. 그래서 언니 얘기를 하면서 먹히는 이슈하나를 잡아서 설득을 해야 한다고 힌트를 줬어요. 근데 이미 포기했다는데 어떡해.. =.=
부산은 이렇대요. 한나라와 친박연대인지 뭔지 그리고 한나라당 공천탈락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1인. 무소속을 찍지 그랬냐 그랬더니 결국엔 무소속이 당선된 후 다시 한나라당에 들어갈 수가 있어서(공직선거법이 바뀌었거든요)누굴찍어도 1번이 되다는거에요. 그래서 친구 동생은 1번을 찍었대요. 이런 경운 투표를 안하는게 낫지 싶은데..-_-a

웽스북스 2010-06-02 23: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런데 부산 이번에 민주당 40%나 나왔네요. 놀라워 놀라워.

순오기 2010-06-0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했어요~ 웬디님!!
나는 비례대표는 '진보신당' 키워 달라는 문자를 열심히 보내고, 전화통화도 불이나게 하고 있어요. '좋다'는 반응은 절반쯤...명색이 당비내는 당원으로 이 정도는 해야될 거 같아서요.ㅋㅋ

웽스북스 2010-06-02 23:41   좋아요 0 | URL
저도 비례대표는 진보신당 찍었는데 참 쉽지 않은 장벽이긴 하네요.
순오기님도 고생 많이하셨습니다.

토깽이민정 2010-06-03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학교에서 다음으로 투표현황을 보니까 (한국시간으로 새벽 두시 반쯤) 계속 한명숙 후보가 이기고 있잖아. 게다가 민주당이 계속 앞서고. 나까지 덩달아 신이나서 막 좋아했거든.
근데 웬일이니, 자기 전에 다시와서 보니까 다시 오세훈으로 된거야.
어제 기분 너무 나빴어 ㅠ.ㅠ
경기도 지사는 너무도 일찍 결정이 되어 그 시간에 이미 김문수였었구...
경기도는.. 아직도 더 당해야 정신을 차리려나봐. 아 싫다. 그치?

웽스북스 2010-06-03 21:38   좋아요 0 | URL
언니 저는 굿바이언니랑 새벽까지 문자 주고받으면서
함께 절망했어요. 흑흑흑.

멜라니아 2010-06-0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주도 지사가 새 사람으로 되었으니까
강정 해군 기지 반대하는 운동 몇 년 동안 계속 해 온 우리는
새벽에 만세 부르고 하이파이브 하고 생난리 부르스 추고
맥주 마시고 하하 웃었는데 서울 경기 주민 여러분 우리만 그랬군요.

토깽이 민정이는 해군기지 반대 데모도 참여했으니까

그거를 국책 사업이라고 밀어 부치려했던 후보가 떨어진 것을 축하하려무나

누가 되어서 기쁜 것보다 누가 떨어져서 기분 좋은 건
선거 하다가 처음 맛 보는 느낌이에요.
 
싱글맨 - A Single 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스타일보다는 텍스트!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風流男兒 2010-06-0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스타일도!

웽스북스 2010-06-01 22:39   좋아요 0 | URL
앗.보셨군요.
스타일도좋지만,텍스트에더관심이가더라고요.원작.

風流男兒 2010-06-0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맞아요. 근데 한번 수트는 입어보고 싶더군요
사실, 목욕가운이 더 끌렸어. 쳇 톰포드멘즈웨어가 있을줄이야. ㅋ

웽스북스 2010-06-04 11: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거 보고 회사 과장님이랑.
아무래도 톰포드아저씨 저 시대 스타일 재현하고 싶어서 이 영화 만든 것 같다고 했다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집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