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졸린데 꾹 참고 일어나곤 하는 걸까,
아니면 늘 나만큼 졸립진 않을 걸까.

2007년 12월
황인숙

리스본행 야간열차 저자의 말 中

 
   



나도 정말 궁금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든 게 내가 좀 과한 건지
이렇게 나처럼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든 사람이 그래도 세계의 한 1/3 정도는 되는지

일어나기가 정말 정말 힘든데,
내가 참을성이 약한 건지, 아니면 정말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좀 많이 힘들어서
나 정도 힘들면 다른 사람들은 휴가라도 내는데
내가 꾹 참고 일어나는 건지
나는 정말 궁금하고 헷갈렸거든

전자라면 엄살이고, 후자라면 무식한 건데
나는 엄살쟁이인지 무식쟁이인지.


암튼 자신이 엄살쟁이인지 무식쟁이인지도 모르는
나같은 누군가가
한 명 더 존재한다는 사실에
게다가 심지어 나처럼 이런 걸 궁금해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에 
괜히 위로받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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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1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웬디양님의 취침시간을 살펴 BOA요=3=3=3

웽스북스 2008-02-11 22:01   좋아요 0 | URL
크크 이말 나올 줄 알았어요- 음 근데요, 제가 늦게 자긴 하지만, 또 그만큼 늦게 일어나거든요? 7시 30분에 일어나니까, 5시간 이상은 꼭 자는편인데, 남들도 다 그만큼 자고 살잖아요 ㅜㅜ

웽스북스 2008-02-11 22:07   좋아요 0 | URL
근데근데,
그래서 메피님은 아침에 힘들어요 안힘들어요????

Mephistopheles 2008-02-11 22:30   좋아요 0 | URL
그거야 당연히 "알면 다쳐" 죠..호호호

깐따삐야 2008-02-11 22:52   좋아요 0 | URL
메피님도 힘드시죠? 힘들거야. 그나저나 맨날 알면 다친대. 다쳐도 좋으니 알게 해주세요. 이젠 아주 이판사판이야.

웽스북스 2008-02-11 23:34   좋아요 0 | URL
나는 궁금한게 많아서, 정말이지 그냥 좀 다치고 아는 게 낫다니까요 만날 말해도 안알려주시고, 메피님도 힘드시죠? 힘들거야. 22222

Mephistopheles 2008-02-11 23:46   좋아요 0 | URL
전.혀.요.

웽스북스 2008-02-11 23:48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 불공평해 ㅠㅜ
나도 조금 자고도 거뜬한 무쇠체력이 될래요
(어찌 무쇠체력은 저멀리에 있는데 무쇠체격인지 ㅜㅜ)

Mephistopheles 2008-02-12 00:21   좋아요 0 | URL
"낫" 하나만 들면 다 해결됩니다.

웽스북스 2008-02-12 20:34   좋아요 0 | URL
로케트 주먹 하면 안될까요?

L.SHIN 2008-02-1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 경험엔 말이죠.
하나. 우리가 밤형이라서 그런거에요. 아침에 저혈압이라 못 일어나죠.
반면에 새벽까지 잠은 왜 그렇게 안 오는지. 밤 9시부터 '이야, 이제 시작해볼까' 이니까.
둘. 자기 전에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요가 동작을 15분 정도 하고 일주일 지나면서부터는
신기하게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일어나더군요. 물론, 새벽까지 서재놀이하면 말짱 꽝~
셋. 저는 오늘부터 핸드폰 전원을 꺼두고 아날로그 알람 시계만 켜 놓고 자려고 합니다.
오우~ 안 그래도 종일 컴퓨터에서 쏘아주는 자외선인지 하는 놈과 부비부비하는데.
잘 때 만이라도 자연인(?)으로 돌아가려고 말이죠.(웃음)

웽스북스 2008-02-11 23:35   좋아요 0 | URL
오호호호 에쓰님 에쓰님
나 스트레칭 책 사거나 요가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거이거 텔레파시가 통했나봐요 ㅋㅋ

잘 때라도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마인드는, 매우 훌륭한데요? 흐흣 ^-^ (하지만, 아날로그 시계가 없어요 흑)

L.SHIN 2008-02-12 10:07   좋아요 0 | URL
커헉...어제 실험(?)해 본 세 번째 '아날로그 알람'의 참혹한 결과를
말씀해 드리죠. ㅡ.,ㅡ....
말한대로 핸드폰 전원을 꺼두고 알람을 맞춰놓고 잤습니다.
6시 30분, '삐익~~~!!!! 퍽퍽퍽~!!!' 하는 엄청난 굉음에 깜짝 놀라
강시처럼 벌떡 일어나 끄고 나서 잠시 정신이 나갔었죠.
그 알람 시계는 엄청난 메가 사운드를 자랑하는 기차 시계였다는 걸...
잊었던 겝니다. 그리고 다시 쓰러져 퍼질러 잤는데...늦게 일어났..=_=

혹시, 아날로그 알람 시계를 사실 생각이라면, 저렇게 심장 벌렁벌렁하는
것은 피해주세요~ ㅋㅋ

웽스북스 2008-02-12 20:35   좋아요 0 | URL
아이쿠, 이거 너무 부작용인데요?
그런데 전 굳이 굉음을 자랑하는 시계가 아니어도 꼭 다시 쓰러져요 ㅜㅜ

L.SHIN 2008-02-12 22:01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역시 우리는 '알 낳고 무관심한 닭' 알람 시계를 사야겠군요.
혹시, 아세요? 이 녀석 말이죠~ 알 5개 낳아놓고 꽥꽥꽤 울어댄데요.
그런데 알람을 끄는 버튼은 없답니다. =_= 그러니까 멈추게 하려면..
어디로 굴러가 버렸는지 모를 알 5개를 찾아서 순서대로 넣어야 꺼진다는..
잠이 깰 수 밖에 없겠죠.ㅋㅋㅋ

깐따삐야 2008-02-11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습관인 것 같아요. 나도 잠으로 보내는 밤 시간이 아까웠는데 산에 다녀온 날은 12시 전에 잠자리에 들어야겠더라구요. 그런 날은 몸이 노곤해서 저절로 잠을 불러와요. 그래도 생각할 게 있거나 긴장할 일이 있으면 잠이 달아나기도 하지만. 12시~2시 사이엔 숙면을 취해야 피부가 고와진다는데 최근에 그 시간에 잠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으니 원. -_-

웽스북스 2008-02-11 23: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12시에서 2시 사이가 가장 왕성한 시간인데 말이죠
저는 2시 전에는 잠도 잘 안와요
최근 몇달 사이에 1시 전에 잔 건 손으로 셀 수도 있어요

프레이야 2008-02-1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일 2시는 넘어야 자요. 어젠 과음ㅋㅋ을 했는지 지금 속이 쓰리고
알딸딸하네요. 와인으로다가.. 자작을.. 그래도 별로 아침이 힘들진 않네요.
저같은 경우는 다 마음에서 오는 문제같아요.^^

웽스북스 2008-02-12 20:36   좋아요 0 | URL
어떤 마음을 먹으면 될까요?
나는 힘들지 않다 나는 힘들지 않다 하면 되나요?

부디 가르쳐주세요 네?

프레이야 2008-02-13 10:27   좋아요 0 | URL
ㅋㅋ 하기싫은일 안하기..
해야할수밖에 없다면 좋아할 이유를 우짜든동 만들어내기^^

웽스북스 2008-02-13 16:37   좋아요 0 | URL
지금 저에게는 50% 정도만 가능한 마인드컨트롤이에요 ^_^
좋아할 이유조차 만들기가 힘든 일들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무스탕 2008-02-1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인간 하나입니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새벽에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기똥차게 일어나야 할 시간에 일어난단 말입니다?! ^^;;
20년을 두고 그렇게 새벽에 나가야 하는 일을 할때면 어김없이 일어나져요. 어쩔땐 먼저 일어나서 알람을 꺼버리는 만행도 저지르지요..
(여기서 말하는 새벽이 비록 남들에게는 새벽이 아닐지라도 내게는 새벽이라 이겁니다...)
혜경님 말씀대로 맘먹는 문제 같아요.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책임감.. 그런거..

웽스북스 2008-02-12 20:37   좋아요 0 | URL
흐흐흐 저도 막 토요일날 오늘 되게 일찍 일어났잖아, 하면 그거 9시 반이잖아요 ㅎㅎㅎ 나에게는 새벽

저도 가끔 진짜 눈물나게 급박할 때는 일어나지긴 해요- 회사를 가야 한다는 내 마음이 그럼 그렇게 절박한 건 아닌가?

마노아 2008-02-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기상시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알람 울리면 벌떡 일어나요. 일어날 땐 괜찮은데 나중에 피곤해 하죠6^^

웽스북스 2008-02-12 20:40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정말 알람도 잘 못들어요 ㅜ_ㅜ 토욜이나 이럴 때도 안끄고 자서 그냥 울리는데, 그 때는 정말 세상 모르고 잔다는 ㅋㅋ
 

 

연휴를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각오가 방대하다. 이번에도 나를 노려보는 수많은 책들을 다 읽겠노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으나, 누워서 책장 넘기는 것도 귀찮았던 관계로 책은 많이 보지 못했고 대신 눈만 또록 또록 굴리면 되는 드라마 하나를 드디어 끝냈다. 질질 오래 끌던 꽃보다 아름다워를 보며 난 참 질질 오래 짰다. 드라마를 보면서 난 정신적으로 거의 미수(한고은)였다. 미수가 알면 기분나빠 할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인철이 미수에게 "너로 인해 내 인생 전부를 위로받는 느낌이었어' 라고 이야기할 때, 또 얼마나 울었는지. 둘이 헤어질 때, 엄마로 인해 속상해할 때, 근데 그런 엄마가 더 자유롭고 행복해 보일 때, 나는 계속 계속 울었다. 새벽 6시까지. 구질구질 궁상스럽지만 참 어쩔 수가 없더라.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울면서 본 드라마는 또 없지 싶은데, 이건 드라마가 워낙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간 내 마음이 많이 말랑말랑해지고 공감의 폭이 더 넓어졌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살면서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면서 우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노희경 드라마의 특징은 모든 캐릭터가 다 사랑스럽다는 것. 무조건적인 악역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한 명 한 명에 모두 애정이 담겨 있어서, 자신의 드라마를 봐 주는 시청자들이 누구든 미워하는 게 싫은가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따뜻해지는 인철(김명민)과 그의 엄마의 관계도 인상적이었다. 이해할 수 없던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아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는 엄마의 모습은 미수/미옥네 가족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감동을 준다. 자식들을 다 버리고 간 아빠도, 그리고 그 아빠를 꿰차고 들어선 여자도, 모두 나쁘지 않다.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노희경 드라마 캐릭터의 전형으로 자리 잡는 느낌이랄까.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 가면서 자꾸만 드라마가 다루지 않는 것들에 마음이 가는데, 아빠가 새 여자와 결혼해 낳은, 그래서 짐짓 더 성숙해 보이지만 자꾸만 위축되 가는 것 같은 재건이의 미래가 암담해 자꾸만 눈물이 나고, 민이가 엄마에게 버림받은 순간, 그 순간의 상실감이 그 아이의 삶에 미칠 영향이 걱정이 된다. 내가 갈게, 한 마디를 오래도록 붙들고 어쩌면 오지 않을 지도 모를 미수를 평생 기다릴 인철의 삶도 염려되고,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아픈 일을 겪고도 진심으로 두 사람의 사이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재인에게도 마음이 간다. 아무래도 점점 오지랖만 넓어지는 기분.

고두심도 고두심이지만, 아, 배종옥은 정말 연기를 잘한다. 이건 연기를 넘어선 것이다. 눈물을 삼키며 엄마, 를 부르는 그 연기를 배종옥처럼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리고 박상면, 아아, 분명 내 이상형이 가오잡는 사람이라고 깐따삐야님께 이야기했었는데, 가오 한번 잡지 않는 박상면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이상형의 혼란을 겪으며, 결론적으로는 난 저런 사람이 좋구나, 라고 도장 쾅쾅 찍는다. 지적 성숙을 이성과 감성의 성숙으로 잘 연결시킨, 게다가 모든 사람들을 놀랍도록 배려하고 이해하는 저 마음에 지칠 줄 모르는 사랑이라니. 다른 드라마는 당분간 보지 않을테니 꽤 오래동안 박상면이 내 이상형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 같다. 그러고보니 거침없이 하이킥을 볼 땐 최민용이 이상형, 고맙습니다를 볼 때는 장혁이 이상형이었구나. -_- (아 그런데 저 둘도 지금 생각해도 이상형 맞긴 맞는데, 이상형이 공존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진 여러명이어도 되는건가?)

요즘 들어 부쩍 엄마가 놀아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엄마랑 놀자. 놀자는 말이 어쩐지 너무 유치하게 느껴지고, 아니 엄마가 왜 저렇게 나에게 놀아달라고 떼를 쓰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꽃보다 아름다워는 바로 그 놀아준다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엄마 심심해, 엄마랑 놀자, 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엄마. 그리고 사는 일에 바빠 엄마와 놀아주는 일은 늘 2순위인 자식들. 엄마가 밖으로 나도는 게 싫었으면서, 이제는 왜 엄마는 헬쓰, 수영 같은 취미도 하나 못만들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자식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오버랩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릴 적에는 우리가 어떻게든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보려고, 어떻게든 엄마가 나와 더 놀아줬으면 좋겠다며 형제들끼리 경쟁을 했지만, 이제는 놀아달라는 엄마에게 큰 선심이나 쓰는 양 그럼 1시간만 논다~ 라고 놀아주고는 갖은 생색을 내는 나도 참 불효녀다. 효도라는 건 참 별 게 아니면서도 힘든 일이다. 시간과 마음을 내어 부모님과 놀아주는 일.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은 늘어나고 할 일은 줄어드는 부모님이 그 시간을 외롭고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이제라도 이 드라마를 본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그래서 나는 한국 드라마가 좋다고. ^_^ 내 마음에 오래 남을 드라마 목록에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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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2-0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박상면이 이상형? 극중 성격은 맘에 들지만 그래도 외모는 아니던걸요. 헤헤~~
어제 친정갔을때 엄마가 KTX타고 부산가자고 하셨을때 우물쭈물하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에휴...사는게 왜이리 바쁜지요.

웽스북스 2008-02-09 14:12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이렇게 썼지만, 또 하지 못하는 것들이 분명 더 많을 걸 알고 있지요- 그래서 더 부끄럽구, 죄송하구 그래요 ㅜㅜ 박상면은, 정말 저런 사람 만나면 행복하겠다, 싶을 정도로 맘에 쏙 드는 캐릭터였어요- 나중엔 막 얼굴도 잘생겨보이구 그랬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콩깍지가 씌일 필요는 없는데 말이죠 ㅋㅋㅋ)

깐따삐야 2008-02-0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웬디양님 어머니는 참 귀여우세요. 우리 엄마는 가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_-

웽스북스 2008-02-09 22:30   좋아요 0 | URL
우리 엄마두, 속으로 꾹꾹 삼키는 편이에요- 그래도 좀 귀엽긴 해요- 오늘 꽃보다 아름다워 실천편으로 효도놀이좀 했는데 무지 좋아하시더라구요 ㅋㅋ

깐따삐야 2008-02-09 22:54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어머니는 일단 본인이 예쁘시다는 걸 아시고 인정받고 싶어하신다는 게 넘흐 귀여우세요. 항상 소녀 같은 면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죠.^^
난 효도놀이로 시작해도 엄마의 지청구놀이로 변질되어 버려요. 흑!

웽스북스 2008-02-10 02:00   좋아요 0 | URL
아 지금까지 효도놀이 하느라 완전 빡세요 아무래도 이제 그만해야될 것 같아요 (뭐든 결심하면 과하게 해놓구 지치는 스타일 ㅜㅜ)

다락방 2008-02-0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 드라마에서 박상면은 정말이지 최고의 남자였어요!!

웽스북스 2008-02-10 02:01   좋아요 0 | URL
으흑 역시 다락방님이 알아주시는군요 ㅜ_ㅜ 주변에 혹시 이런사람 보이거들랑 신고해주세요 흐흐흐

하루(春) 2008-02-1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에 원래 류승범이 캐스팅되려 했는데(화려한 시절에 출연했었죠) 스케줄이 안 맞아서 김흥수가 출연하게 됐다더라구요. 류승범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면서 봤는데...

제가 전에도 댓글에 썼듯이 절대 잊을 수 없는 또 한편의 드라마였어요. 얼마나 엉엉 울었던지...

웽스북스 2008-02-10 14:31   좋아요 0 | URL
류승범도 잘 했겠지만 김흥수의 여리여리하면서도 귀엽고도 강한, 장남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압박을 가지고 있는 유약한 막내 이미지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김흥수가 소화한 재수를 류승범이 하는 걸 상상할 수 없듯, 류승범이 소화했을 재수라면 김흥수가 한 모습을 상상할 수는 없었겠죠- 암튼 김흥수는 꽤 호연을 보여줬어요 ^_^

정말이지 엉엉 울지 않을 수 없는 드라마에요- 말씀하신대로 빨간약 바르던 장면도 정말 가슴 아팠어요 ㅜ_ㅜ

순오기 2008-02-1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난 이 드라마 무슨 상 줄때 나오는 자료화면만 봤지만, 그게 고두심이 가슴에 아까징끼 바르는 거랑 배종옥이 가슴치며 울던거였던가~ 그 화면만으로도 다 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봤으면 난 아마 눈물의 수도꼭지 틀어놨을거에요. 내가 안보길 잘했지~ㅠㅠ
엄마랑 놀아주는 딸이 있어 행복한 어머니 그룹에 나도 끼일 날이 멀지 않았다!ㅠㅠ

웽스북스 2008-02-10 14:4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사실은 꼭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순오기님 이거 보시면 정말 눈에 수도꼭지 틀어놓으실 것 같아서요 또 함부로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순오기님은 아마 양쪽의 입장에서 더 실감하시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실 것 같아요 이건 안봐도 비디오에요 정말 ㅜ_ㅜ

그나저나 빨간약을 아까징끼라고 하는 거 처음 알았어요 ;;;

순오기 2008-02-10 17:19   좋아요 0 | URL
ㅎㅎ '아까징끼'를 모르는구나~ 이런게 세대차이^^ 일본식이라고 나중에 '머큐롬'이라 했어요. 그 드라마에선 고두심이 '아까징끼'라고 하던 것 같던데... 아니 '빨간약'달라고 했던가? ㅎㅎ

웽스북스 2008-02-10 22:21   좋아요 0 | URL
아 순오기님 때문에 다시 봤어요 ㅋㅋㅋ 그냥 이름은 얘기 안하구 이거...라구만 얘기하네요 ^-^ 머큐롬까지는 알았는데 아까징끼는 진짜 처음 들었어요 그러고보니 빨간약 발라본지도 오래됐네요 어려서는 자주 발랐었는데

마노아 2008-02-1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 꼭 볼래요. 저녁에 외출하게 되면 혼자 식사하게 될 엄마가 늘 밟혀요. 가급적 밥은 집에서 먹으려고 하지만 그게 맘처럼 안 될 때가 많잖아요. 엄훠, 내가 데이트 못하는 것은 효심 탓???ㅡ,.ㅡ;;;;

웽스북스 2008-02-10 22:22   좋아요 0 | URL
엄마가 마음에 밟히는 그 마음이 곧 효녀지요 ^^ 근데 올해는 데이트를 하는 게 효녀일지도 모르겠어요 ^-^ (어째 남얘기처럼 막 ㅋㅋ)
 


2005년 초였나보다.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를 보고, 살짝 아쉬움을 느끼며, 몇달 후면 온다는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캐스트 공연을 무지 보고 싶어 했었다. 그러나, 당시 백수였던 나는 너무 비싼 티켓 값을 감당할 수 없었고, 그저 손가락만 쪽쪽 빨 뿐이었다 ㅜㅜ

옆자리 소중한 사원 혜진씨가 노트르담드파리의 공연이 설 연휴 때 할인된다며 예매하는 걸 보고 나도 알았다. 같이 볼 사람을 물색하다가 메신저에 들어온 B에게 살짝 의향을 떠봤더니 흔쾌히 오케이. 10만원짜리 좌석인 S석을 5만원에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것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사실 5만원에 싸게 본다고 해도 덥썩 예매할 정도로 여유로운 건 아니지만, 작년에 못쓴 휴가비 돌려 받은 걸로 나에게 선물한 셈 치자며 눈 딱 감고 예매버튼. 당연히 기대는 컸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는데, 어라, 어라, 세곡째 듣던 순간, 나는 B에게 속삭인다. "왜이렇게 노래를 못해?" B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져 있었다. 매우 중요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음유시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음량은 풍성한데, 자꾸만 반음씩 음이 떨어진다던가, 살짝 음역이 어긋난다던가 하는 게 자꾸만 귀에 거슬린다. 문제는 중요한 노래는 그 배우가 많이 부르다는 거지. 상대가 받쳐줄 때는 풍부한 성량으로 잘 부르는데, 독창을 할 때는 여지없이 음정이 불안하다. 아놔.

에스메랄다 역할을 맡은 배우의 음색은 에스메랄다의 다른 캐스트인 바다와 비슷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는 바다의 음색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의 캐스트가 바다가 아니라며 좋아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괜히 좋아한 게 되버렸다. 노래를 못하는 건 아니었는데, 기대했던 음색이 아닌지라 나는 꽤나 실망. 여리고 예쁜 음성보다는 안정적이고 풍성한 음성을 기대했었다. 심지어 콰지모도 역할을 맡은 배우까지, 2부에서는 음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한다. 워낙 방대하고 스케일이 큰 곡들이어서 소화하는 데 다들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실은 지금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을 듣고 있는데, 매우 심히 차이가 많이 나는군.

세종문화회관이 공연장으로 그리 훌륭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었는데, 오늘 가보니 그 이유를 대충은 알겠더라는. 음악회를 사랑하는 E씨는 1층 가운데 라인 정도에만 앉아도 피아노 독주가 잘 안들린다며 웬만하면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피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너무 음량을 키워놔서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오래된 건물이라 시스템이 그렇게 훌륭하지는 않은 듯. 게다가 원곡을 번역해서 가사의 분절이 부자연스러운 관계로 가사의 전달도 어려운 상황에서 음향까지 엉망이니 가사의 30% 정도는 추론을 해야만 했다. 차라리 오리지널 캐스트 원어로 연기하고 자막을 보는 편이 전달은 훨씬 잘됐겠다, 싶을 정도. (또 오리지널 캐스트는 자막 보느라 장면 몰입이 어렵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치만 무대 연출은 참 괜찮았다. 연출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겠다 싶을 정도로, 조명과 막, 그림자, 댄스 등의 적절한 활용 덕에 몇 장면들은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특히 에스메랄다가 춤추며 올라가던 장면은 너무 아름다워서 살짝 전율이 느껴질 정도. 그치만 연습이 부족했는지 어긋나는 몇몇 동작들과 맞지 않는 줄, 이런 게 거슬린다. 저 가운데 아저씨는 왜 왼쪽으로 치우쳐서 선 걸까, 왜 저 앞줄 두번째 댄서는 동작에 힘이 없어 보일까, 막 이런 거 -_- 그러면 안돼 얘야, 비싼 돈을 내고 왔으니 즐겁게 봐야지,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으나, 거슬리기 시작한 건 어쩔 수 없다. 우리의 B는 심지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물론 작품 자체가 주는 생각할 점들도 분명 있지만, 그리고 그런 것들도 좋았지만, 그거야 원작 문학을 읽어도 충분히 아니 오히려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고, 뮤지컬을 보는 건 텍스트 이외의 요소들의 풍성함을 통해 감동을 배가하기 위함이었는데 여러 가지가 눈에 거슬리다 보니, 10만원을 다 주고 봤으면 엉엉 울어버렸을지도 모르는 공연이 돼버렸다. 나는 5만원 어치는 된다며 스스로를 위로해버렸다. 하지만 우리 B는 그 5만원도 영 아까운 모양이다. 미안하다 친구야. 다음에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자. 2개 ㅋㅋ

저녁에는 연극을 전공한 친구 (지난 번 대학로에서 마주쳤던) K를 만났다. 내가 이 얘기를 하니 안그래도 원곡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했었다는 말을 전한다. 괜히 또 내가 유난히 까칠한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흐흐흐. 뭐 나쁘지는 않았지만, 큰맘 먹고 나한테 준 선물 치고는 실망이야. 그래서 나는 선물을 받지 않고 반품하기로 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른 선물을 준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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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2-07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려고 한 날짜에 바다 주연이어서 미뤘는데 그리고는 다시 예매를 못했어요. 세종문화회관은 소리를 한 번 삼켰다가 다시 뱉어내는 음향 체제라고 하더군요. 클래식 공연과 대중문화 공연을 접했었는데, 정말 못 들어주겠더라구요. 돈 주고 가는 공연이라면 세종문화회관은 가급적 피해야 할 것 같아요ㅠ.ㅠ 성남아트센터가 그렇게 소리가 럭셔리라던데... 거기서 위윌락유 뮤지컬 하는데, 크흑... 주머니가 넘흐 가벼워요.(>_<)

웽스북스 2008-02-07 02:25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안주무시고 계셨군요- 제돈 내고 보기엔 좀 아깝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계속 할인하던데, A석 이하로는 50% 할인가로 볼 수 있을듯 싶더라고요- 한번 알아보심이 좋을 듯 ^_^
어차피 배우들 얼굴은 잘 안보이니 멀리서 전체적인 무대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C석은 2만원에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우면 망원경 빌리시면 될듯~ (아, 어쩐지 그게 더 좋아보인다 ㅜㅜ 너무 극빈한 티 내는 웬디 ㅋㅋㅋ)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구, 무대는 볼만 해요- 다른 건 모르겠구, 그랭구아르 역할은 박은태씨가 할 때 보는 게 나을 듯 해요~ 오늘 한 분은 인간적으로 음이 너무 흔들려서 흑

Mephistopheles 2008-02-07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건물이라서 음향시설이 낙후되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지어지지 않아야 할 건물이였어요. 박통때 전시행정으로 선전용으로 지어진 건물이였죠. 고로 내부는 완젼 깡통이라고 보면 속편하답니다.

웽스북스 2008-02-07 10:00   좋아요 0 | URL
흐흐 메피님 이 설 새벽 덧글은 참 특별한 느낌인데요? 안주무신 거에요? 아님 일찍 일어나신 거에요? 아 어제 늦게 자고 오늘 일찍 일어났더니 너무 졸려요 ㅋㅋ 세종문화회관도 선전용이었군요- 그래도 좀 개보수를 해서 좋게 고치면 안되나? 거기서 하는 공연들은 좋은 것들이 많은데, 참, 아깝네요...

Mephistopheles 2008-02-08 01:21   좋아요 0 | URL
굉장히 고루한 건물이며 그 건물관계종사자들 역시 건물의 성격과 일치할껍니다. 아마 몇년전까지 대중예술 공연은 절대 불허했었다죠..^^

웽스북스 2008-02-08 12:38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학교 다닐 때 같이 공연기획 동아리 하던 언니 한명이 그 쪽으로 입사했어요- 저는 몸만 담그고, 공연기획은 정작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못해서 그 쪽을 잘 모르긴 하지만 말이죠 ㅋㅋ

암튼 언니랑 기회가 닿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참 경직된 집단이긴 하더라구요- 언니는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인데, 합창단 쪽만 하는걸 보니 좀 답답해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언니같은 사람이 동화되는 게 아니라 변화의 주역이 되면 한층 공연 문화가 좋아질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좋은 공연을 그 시설에서 많이 하게 되면 씁쓸할 것 같기도 하고. 흠. 뭘 바라야하나 ㅋㅋㅋ

하루(春) 2008-02-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공연 오케스트라가 직접 와서 연주했나요? 저는 뮤지컬에 취미를 가질 수가 없는 게 오리지널이라고 오는 사람들도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지 않는 것 때문인데요. 왜 뮤지컬인데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쿄쿄쿄 할인 못 받았으면 정말 따져도 될 만한 공연이었겠군요.

웽스북스 2008-02-07 10:02   좋아요 0 | URL
MR로 하더라구요- 확실히 느낌이 다르죠- 뮤지컬은 아무래도 노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배우가 노래만 잘하면 된다, 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중요치 않게 생각하나보죠 뭐. 그래도 나름 대형 뮤지컬이라는 고가 뮤지컬이 그러면 좀 곤란하긴 하죠-

순오기 2008-02-0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이런 이런~~ 무를수도 없는 선물이구만.^^
선물 물렀다고 나중에 자신에게 다시 선물하려는 웬디양은 자기를 너무 사랑해! ㅋㅋ
설 명절에 '~~~~~가라!'는 소리를 덕담으로 들으셨나요? ^^

웽스북스 2008-02-08 12:40   좋아요 0 | URL
제 자신을 사랑한다기보다는, 갖고 싶은 게 또 있어서 핑계를 만들어주는 거죠 ㅋㅋㅋ (이게 사랑하는 건가? ㅋ) ~~~가라, 이거 덕담 아니었어요? ㅋㅋ (흑)

푸하 2008-02-0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의 받침은 자기 사랑이었군요. 올 한해도 타인을 이해하는 수많은 감수성의 결들이 아름답게 주름지시길 바래요.

웽스북스 2008-02-08 13:39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자기사랑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인 거에요? 아닌데 아닌데, 어쩌다 이런 분위기가. 이게 다 순오기님 때문이에요 ㅋㅋ 저는 자학의 황제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가끔 이런 자신을 보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답니다. 푸하님은 아직 절 알려면 멀었어요 ㅋㅋ 아무래도 제가 가식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렸나봐요 흐~

Jade 2008-02-0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웬디양님과 비슷한 때에 노틀담의 꼽추 봤었어요 ㅎㅎ 전 2004년 12월. 그때 저도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온단 소리에 얼마나 보고싶던지 ㅎㅎ 세종문화회관이 그런줄 몰랐는데 새로운 걸 알았어요! 뭐 어차피 앞으로 뮤지컬 자주 보지도 못하겠지만...ㅎㅎ

웽스북스 2008-02-08 19:18   좋아요 0 | URL
오오오 정말요? 그 때 국립극장에서 했을 때였죠? 그건 본 사람 거의 못봤는데, 어쩐지 반가워요 ㅎㅎㅎ 나중에 오리지널 캐스트 내한하거든 그 때 보는게 좋을듯 해요 ^_^
 


하는 일 없이 마음만 바쁘고 각박하다보니, 책을 보고 영화를 봐도 리뷰 한편 남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좋은 영화를 보면 한마디쯤은 더하고 싶다는 마음이 뭉글뭉글 올라오는데 역시나 생각을 정리하려니 머리가 아파와 -_-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버리기 전에, 좋은 영화 몇편 정도는 간단하게라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몇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써보려 합니다. 실은 오늘 좀 한가해서 이런 게 가능했다죠. 매일매일 한가하면 참 좋으련만 말입니다 ^_^

올해 들어서 본 영화는 꼭 5편입니다.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 팀버튼 감독의 스위니토드,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코르넬리우포름보이우 감독의 그 때 거기 있었습니까. 그리고 오늘 본 남선우 감독의 모두들 괜찮아요?. 영화는 전부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은 좋은 영화들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시간이 났을 때, 가능하면 좋은 영화들을 보려고 많이 고심하는 편이지요. 스위니토드와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은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테고 여기저기서 많은 평들을 접했을테니 굳이 제 소개까지 더하지 않을 생각이구요, 나머지 3편의 영화에 작년 말 봤던 오기가와 나오코 감독의 안경까지 4편의 영화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안경 (오기가와나오코, 2006)

오기가와 나오코 감독의 전작 카모메 식당을 워낙 즐겁게 봤던 터라, 이 영화도 매우 큰 기대를 갖고 봤고, 또한 재밌게 봤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카모메 식당보다는 영화적 재미가 좀 덜했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또 왜 저 역시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바이나, 그래도 저는 이 영화도 꽤나 재밌게 봤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기가와 나오코 감독의 유머가 저와 코드가 맞는 것 같아요.
영화는 슬로우라이프에 대한 동경 내지는 더 나아가 예찬, 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동경이나 예찬이 좀 많이 갔구나, 싶긴 하지만요 ^^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어 찾아간 한 마을의 민박집에서 '관광'할 만한 곳이 어디에 있냐고 묻는 여주인공은 그만 당황하고 맙니다. 여기는 관광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죠. 그럼 여기에 여행온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요? 라는 여주인공의 물음에 민박집 주인은 다시 이렇게 말하지요. 음...사색?
카모메 식당을 보면서 저도, 하던 일 때려치고 핀란드에서 식당을 하면서 살았음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는 삶. 하지만 할 줄 아는 음식이라곤 계란후라이와 라면 밖에 없어서 참았지요. 이 영화를 보면서도 저 마을로 달려가 아침에는 함께 체조를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팥빙수를 먹고, 신선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그렇게 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답니다.
하지만 슬로우라이프에 대한 로망은 역시나 로망일 때 가장 아름답게 여겨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 보니, 전 그 마을에 머무를 자격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카모메 식당을 보면서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감독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은 여지 없이 드러났습니다. "비법은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아, 우리 정말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니까요. 아무래도 감독은 관객의 이해도에 대한 신뢰가 좀 부족한가봐요. 그렇지만 전 오기가와 나오코 감독의 다른 영화가 나와도 또 보러 가게 될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스폰지하우스에서 아직 상영중이랍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길어지다니, 다음 것부터는 짧게)


오래된 정원 (임상수, 2007)

소설 오래된 정원을 워낙 좋아했던터라, 이 영화는 촬영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대하며 기다렸었지요. 그런데 예고편을 보는 순간 저는 약간 실망을 했었답니다. 염정아가 연기하는 한윤희가 어쩐지 책에서 제가 만났던 느낌과 달랐거든요- 그래서 실은, 실망할까봐 보지 않았었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종종 애용하는 곰티비 무료영화로 우연히 보게 됐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참 뜨겁고도 촉촉해지는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원작의 내용과 감수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변형을 가미하는 임상수 감독의 센스 역시 나쁘지 않았고, 그런 의미에서 염정아가 연기하던 한윤희의 모습 역시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음.. 저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지진희의 멋진 목소리도 영화의 감동을 더하지요 (편파적이다)
행복? 아닌 것 같아. 나만 행복하면 나쁜 놈이 되는 것 같은 시대였거든. (대사는 확실치 않으나) 딸과 통화하던 장면에서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실은 그 전부터) 단언컨대, 지진희의 목소리가 한치만 울림이 덜했다면 주책맞게 울지는 않았을 거에요. (생각해보니 단언,까지는 어렵겠군요-)


그 때 거기 있었습니까? (코르넬리우 포름보이우, 2006)

그 때 거기 있었습니까? 는 루마니아 혁명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1989년 12월 19일 12시 8분에 있었던 루마니아 혁명 (영화를 보면 제가 왜 이렇게 날짜와 시간을 욀 수 밖에 없는 지를 아실 겁니다)이 과연 우리 마을에서도 있었는가, 를 조망해 본다는 한 지역 방송국 사장의 야심(?)에서 영화는 출발합니다. 그 순간 거기 있었던(혹은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불러 놓고 진행한 토크쇼는 이내 엉망이 되고, 당신이 12시 8분 이전에 거기 있었다면 우리 마을엔 혁명이 있었던 것이고, 없었다면 혁명이 없었던 것이다, 라는 이상한 논리로 치닫다가 결국엔 방송사고로 이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그만 박장대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5명 밖에 없는 극장에서 친구와 깔깔대며 웃다가 이내 민망해지곤 했지요. 방송 중에 종이 찢는 소리가 북북 들리고 심지어 옆에서는 종이배를 접고 있다면 말 다했지요.
혁명에 대한 터치는 가볍지만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혁명의 순간,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고 생각했겠지만, 혁명은 그야말로 순간이었고, 그들의 삶은 그다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로등이 켜지면 하루가 시작되고, 가로등이 꺼지면 하루가 끝나는, 반복적 삶을 살고 있지요. 혁명, 그리고 변화라는 건 한 순간 누군가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라는 뼈있는 이야기를 제법 잘 담아놓은 감독의 내공을 느끼게 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30대 중반의 젊은 루마니아 감독에게, 칸의 신인감독 상인 황금 촬영상을 안겨줬다고 합니다.
영화 마지막 즈음, 혁명을 통해 아들을 잃었다는 한 여자의 전화가 결국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나타냅니다. "저는 혁명으로 아들을 잃었어요. 그런데, 그 얘기를 하려고 전화를 건 건 아니구요, 밖에 눈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어요. 지금 나가서 즐기세요, 어차피 내일이면 진창이 될 테니" 
꼭 가서 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지만 상영관은 아쉽게도 필름포럼 한군데입니다.


모두들 괜찮아요? (남선우, 2006)

김호정이라는 배우는 참 눈이 가는 배우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김호정씨의 굵직하게 보이면서도 선이 고운, 강단 있는 외모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거기에 살짝 중성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목소리까지요. (이게 도통 무슨 말인지 ㅋㅋ) 그래서 자꾸만 그녀에게 이런 역할이 주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른 바 한량 남편 뒷바라지 하는 강한 여성 역할이죠.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에서 보여줬던 생활력 강한, 차가워보이면서 따뜻한 이미지의 여성 역할에 저 역시 어느 덧 그녀보다 더 잘 어울릴만한 누군가를 선뜻 떠올려내기가 힘듭니다.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 에서도 역시 그녀는 7년째 감독 데뷔를 준비하는 남편을 위해 무용을 그만두고 학원을 차려 뒷바라지를 하는 생활력 강한 여성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영화 한편 못찍은 영화 감독인 셈이지요. 영화 한편 못찍은 감독이 무슨 감독이냐는 반문에는 그의 아들이 대신 항변해 줍니다. "그럼 수박 장수가 수박 한통 못팔면 수박 장수가 아니냐?" 아들 하나는 정말 똑부러지게 키워놓았지요? ^^
남편 하나도 버거운데, 치매 걸린 친정 아버지는 막내딸이 제일 좋다며, 막내딸인 그녀 집에 얹혀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 사고뭉치들을 데리고 사는 그녀의 마음에는 바람 잘 날 없지요. 특별한 스토리도, 이렇다 할 에피소드도 없는 잔잔한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영화 내에서의 갈등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걸 없앰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이 아닌,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끌어안음으로써 해결하는 법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 결혼은 나의 문제로부터 도망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있는 나의 문제들에 더해진 또 한사람의 문제들의 결합,이라는 이야기를 제게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일이긴 하지만, 저도 언젠가 그런 세상에 몸을 담그는 날이 오겠지요. 그 날이 오면 나 역시 끌어안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실은 자기 앞가림 잘하고 생활력 강한 사람보다는 영화 속 김유석 같은, 젊은 시절에 한껏 가오 잡았을 것 같은 저런 한량이 이상형에 더 가까운지라 앞으로의 저의 삶이 매우 걱정입니다, 하하) 2월 21일까지, 곰티비 무료 영화로 보실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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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0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녹차의 맛 이라는 영화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2. 그래도 미스코리아 출신 중 유일무일한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3. 아무리 소극장이며 관객수가 적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는 법인디....
4. 2월 21일...음 아직 시간은 좀 남았군요..그동안 밀린 영화를 먼저 처치해야..으흑..

오늘밤 11시쯤 EBS에서 짐 자무쉬의 영화가 합니다. 다운 바이 로...
감독도 감독이지만 배우들이 참 좋습니다.^^

웽스북스 2008-02-02 22:55   좋아요 0 | URL
1. 아이쿠 녹차의 맛을 내가 못봐서 ;; ㅎㅎㅎ 녹차맛은 좀 아는데 말이죠 (죄송 꾸벅)
2. 그러게요,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죠 참.
3. 아 그니까 종이찢고 종이배 접던 건 상영중이 아니라, 영화 안에서 생방송 중에 일어난 상황 (다시 읽어보니 헷갈릴 수 있겠네요 ㅎㅎ)
4. 생각해보니 11일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ㅎㅎ
5. 영화를 TV로 보는 걸 별로 안좋아라해요, 그래서 지금 고민 때리는 중 ㅋㅋ

웽스북스 2008-02-02 23:19   좋아요 0 | URL
영화보러 갔다가, 엄마가 너 시간 많구나, 엄마랑 훌라 하자- 라고 해서 도망왔어요 ㅠㅠ (우리집 TV는 안방에 있어요 흑흑)

Jade 2008-02-02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때 거기 있었습니까 보러가야겠어요 시간도 많은데 ㅎㅎ

웽스북스 2008-02-03 00:39   좋아요 0 | URL
후후후 일단 소기의 목적 달성~ ^_^

바람돌이 2008-02-03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보고싶은데 너무 멀어요. 게다가 저거 dvd로 나올까요? 나와도 대여점에는 없을듯싶은데요. ㅠ.ㅠ

웽스북스 2008-02-03 01:04   좋아요 0 | URL
아마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DVD 대여점에는 잘 안가서 어느 정도의 작품들을 갖다놓는지 제가 잘 모르겠네요 ㅜㅜ

깐따삐야 2008-02-03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한 편도 못 봤어요! 그나저나 웬디양님의 이상형은 나도 참 걱정이 되긴 하네요. -_-

웽스북스 2008-02-03 02:14   좋아요 0 | URL
아 이건 많은 사람들이 못봤을 것 같은 것만 골라서 부러 리뷰가 아니라 소개를 한 거니까요 ㅎㅎ
이상형에 대해서는 사실 영화를 보면서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ㅋㅋ 초반 고생내가 하고 말년고생 남편이하고 이러면 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까지 막 했다는거 -_- ㅋㅋ 암튼 어째 남일 같아보이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더 감정이입이 잘됐는지도 ㅋ)

비로그인 2008-02-0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정원빼고는 다 첨보는 영화! 웬디양님의 수비범위에 고개를 절래절래합니다.
제가 일본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니 <안경>을 먼저 보고 싶어요

웽스북스 2008-02-03 13:51   좋아요 0 | URL
흐흐, 단테님, 제가 남들 한참 영화보던 시기에 영화를 안봐서 (집에 비디오가 고장이 났는데 그 상태로 오랫동안 안고쳤었거든요) 남들 다본 거 못본 것들이 굉장히 굉장히 많아요- 수비 범위는 매우 허술, 이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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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D대리와 E대리와 이야기를 하다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야기가 나왔고, 재밌겠다며 눈을 반짝이는 E대리에게 나는 그 책을 빌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너무너무 재밌어서 나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었다고 E대리는 이야기한다. 오늘 책을 빌려줘서 고맙다며 커피를 사주는 E대리를 홀랑 따라 내려가 커피를 들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한다.

실은 책 중간에 보면, 너의 소속이 너를 결정한다. 그러니 열심히 해서 좋은 데 가라, 뭐 이런 얘기가 있는 걸 보고, 이 책을 동생한테 읽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동생은 중3) 내가 집에서 막 키득키득거리면서 책을 보니까 동생도 궁금해하더라고요. 이제 고등학교도 가고 하니까, 열심히 공부하라고 이 책 보여주려고 했는데 끝까지 읽으니까 안되겠어요

ㅋㅋㅋ 내가 그 맘을 왜 모르겠는가. 나는 삼미정신으로 살겠다고 공언을 하고 다니지만, 나는 동생에게 절대 읽힐 수 없는 책 1순위가 이 책이다. 이 책은 재미도 있는데다가 설득력까지 있어, 안그래도 삼미정신으로 살고 있는 내 동생이 자신의 삶의 자세를 합리화, 강화, 유지할까 살짝 두렵다는 거. 그러니 내가 참 모순이지. 나는 삼미정신으로 인생을 즐기겠다며, 동생은 읽으면 안된다고 하는 건 또 뭐람. 이게 언니누나들의 심정인가?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박민규에게 찾아와 본인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며 공언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 박민규는 "제발 그러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했단다. 이러니 동생에게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히겠어. 하지만 실은 언젠가 내 손으로 동생에게 이 책을 건네는 날이 오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날 내 동생은 아무래도, 뭐야, 이런 당연한 얘기를, 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얘는 정말, 삶이 너무 삼미슈퍼스타즈라니까.

그러고보니 우리의 독특한 폐인 Y양에게, 니 딸이 너 닮아서 너처럼 맨날 그렇게 일본 가수 동영상 보면서 일본 간다고 하면 어떡할래, 라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한마디했다. "내딸은 컴퓨터 못하게 할 건데?" 하튼, 잘못된 사랑인지, 잘된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나도 내가 키우고 싶은 내자식의 모습으로, 내가 이뻐하고 싶은 내동생의 모습으로 안자라고 있으니. 적어도 내가 못하는 것들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할텐데 말이다.

그나저나 E대리와는 하루종일 삼미정신으로 헤죽헤죽거렸다. 주간업무회의 발표하러 가면서 "아 오늘 발표할 게 너무 많아요" 하는 E대리에게 "읽기 힘든 건 읽지 말고 발표하기 힘든 건 발표하지 마세요" 막 이러고- 주간업무회의 오퍼레이팅을 맡은 D대리에게도, 넘기기 힘들면 넘기지 마세요, 라고 크득크득거리며 다녔다. 흐흐. 삼미정신의 세계로 또 한명을 끌어들이다니. 기쁘다. 이 마인드라면 야양청스교 전도도 잘할 수 있을텐데. (아무래도 우리는 삼미교처럼 고정적인 텍스트가 아닌, 매일밤 댓글이라는 가변적 텍스트여서 그런듯 하다)


2

실은 어제 내 책을 읽는 E대리를 보며 가슴이 쓰렸는데, 내가 책을 잘 빌려주는 편이기도 하거니와, 애지중지 모셔놓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언젠가 썼듯, 많은 사람이 내 책을 보면 내 책값이 더 효율적으로 쓰였다고 생각한다) 줄을 긋거나 밑줄을 치는 것도 크게 개의치 않는데, 싫어하는 것이 두가지쯤 있으니, 하드커버 겉껍데기가 책과 분리되어 가방 속에서 흐믈흐믈해져 아래가 다 해지고 찢어지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소프트커버 책 날개로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해서 책날개 부분이 뭉툭해지는 것이다. 삼미슈퍼스타즈는 소프트커버 책이고, 어제 내 앞에서 E대리가, 바로바로 그런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 장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상상 A
어머어머 E대리님, 나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책날개가 지저분해지는 건 싫어요-
라고 이야기하며 차라리 책끝을 접어달라고 말한다.
아.... 쪼잔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상상 B
E대리가 없는 틈을 타 조용히 책날개를 빼고 몰래 책갈피를 꼽아놓는다
아.....나중에 책을 열고 무서워하면 어쩌지? ㅜㅜ

상상 C
어? 어디까지 봤어요? 라고 말하며 슬며시 책을 가져갔다가
아아 여기까지 읽었구나, 라며 슬쩍 책날개를 뺀다
아.....부자연스러우면 어쩌지? ㅜㅜㅜㅜㅜㅜ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오늘 책을 받았다. 이런 소심한 영혼! 실은 팀에서 내가 좀 까칠한 이미지라 괜히 또 까칠하다는 소리들을까봐 ㅜㅜ 그냥 눈 질끈 감았다. 사인본만 아니었으면 그냥 가지라고 하고 새책 샀을거야 정말 ;; -_-

언젠가 다락방님을 만나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다락방님은 책날개가 너덜너덜해질 수록 참 기분이 좋아진다던데, 나는 그 반대인 것을 알고 신기했다. 대신 다락방님은 책 귀퉁이 접는 건 용납할 수가 없다는데, 나는 또 그건 괜찮다. 책에 낙서를 하거나 삐뚤빼뚤 밑줄을 긋는 것도 오케이!

사람마다 민감한 부분도 다들 다르고, 관대한 부분도 다들 정말 많이 다르구나 싶다. 그치만 난 또 소심해서 말을 못하니, 빌려주기 전에 얘기해야겠다. 관대한 척 ^-^ 이렇게 얘기해야지

저는 책 그렇게 깔끔하게 보는 편이 아니어서요, 그냥 편하게 막 봐도 돼요~ 책날개로 읽은 데 어디까지인지 표시만 안하면 돼요~ 여기 책갈피 꽂아놨으니까 이걸로 표시하면 돼요 ^^

이렇게 말하면 좀 관대해 보이면서도 까칠함이 덜 티나지 않을까? 흐흐흣 나이들면서 느는 건 역시 잔머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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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30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줄때 그 소프트 커버 양 날개를 스카치테이프로 봉인하는 신공을 펼치셔야죠..
그리고 그 스카치 테이프 밑에 바이오헤저드 마크 하나 첨부하시고요..

웽스북스 2008-01-30 01:33   좋아요 0 | URL
아 스카치테이프 그거 세월이 흐르면 어떻게 변하는지 아시죠?
절대 안돼요

(안민감하게 책보는거 맞수? -_-)

Mephistopheles 2008-01-30 09:42   좋아요 0 | URL
매직 테이프 쓰면 자국 없고 누렇게 변색도 안된다는...

깐따삐야 2008-01-30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엄마가 꼬옥 책날개로 읽은 데 표시해놓곤 하시는데. 책갈피 드렸더니 휙~ 집어던지면서 아휴, 없어도 돼, 귀찮아, 하시더라는. 그래서 그냥 아, 귀찮구나, 하고 말았다는.
책이란 게 그런 것 같아요. 내 손에서 다른 사람 손으론 일단 넘어가게 되면 꼭 귀퉁이를 접지 않거나 책날개로 표시해놓지 않더라도 뭔가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서 돌아오더라구요. 그래서 이따금 빌려줄 일이 생기면 그냥 그러려니~ 한다는. -_-

근데 웬디양님 저 멘트는 까칠해 보이진 않는데 뭔가 좀 찝찝허요. -_-a

웽스북스 2008-01-30 01:34   좋아요 0 | URL
어어어 우리 엄마도요 ㅎㅎ 전 분위기사뭇달라져서돌아오는건괜찮아요 '뭔가 사뭇'이라는건 뭔지는 모른다는 거니까 ㅋㅋㅋㅋㅋㅋ

저 멘트 아무래도 좀 구차하고 어색하긴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08-01-30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을 찢지만 않으면 괜찮은데요. ㅎㅎ 그리고 돌려주기만 하면 고맙습니다라고나 할까요? ㅎㅎ

웽스북스 2008-01-30 11:18   좋아요 0 | URL
책 먹는 사람들 꼭 있지요 ㅎㅎ

보석 2008-01-3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전 꽤 민감한 편이지만 날개로 표시하는 건 괜찮아요. 제가 그러거든요.^^; 제대로 된 책갈피부터, 명함, 휴지 등을 써봤지만 날개가 젤 편해요. 어디 도망 안 가잖아요.ㅎㅎ 누구나 예민한 부분이 있는 거니까 그런 건 좀 신경 써주십사 말해도 좋을 거 같아요.

웽스북스 2008-01-30 12:58   좋아요 0 | URL
앗 휴지까지요? ㅎㅎ
책 귀퉁이도 어디 안가긴 해요 ㅋㅋㅋ
근데 정말 이렇게 다른 거 보면 막 신기하구 그래요 ㅎㅎ

마노아 2008-01-3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볼 때는 접지도 않고 책날개도 안 망가뜨리지만 남의 손에 들어가면 걸레가 되어 돌아올 때가 많아요. 심지어 나는 빌려 읽은 뒤 사서 주면 완전 새 책인데 그게 내 허락 없이 어느 부서를 빙빙 돌고 두 달 뒤 흰 표지가 회색 표지가 되어 돌아온 적이 있었어요.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그나마도 잃어버려서 못 찾다가 겨우 돌아온 슬픈 책. 크흑... 그래도 여전히 책 잘 빌려줘요. 책 더러워지는 게 안타깝지만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기뻐서요.

웽스북스 2008-01-30 13:02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ㅋㅋ 잘빌려주는 편 ㅎㅎ 그래도 걸레가 되서 돌아오면 좀 슬플 것 같긴해요 흑흑

순오기 2008-01-3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을도서관인 우리집 책들도 나름 수난을 당해요. 난, 얼마나 아끼면서 보는데...책날개로 끼운는거 절대 용납 안돼요. 빌려주면서 '읽다가 엎어놓거나 음식 먹으며 보지 말고 책날개 끼우지 말라'고 말해도 돌아올 땐 정말 안습이야욧!ㅠㅠ

웽스북스 2008-01-31 00:21   좋아요 0 | URL
크크 순오기님은 책 곱게 볼 것 같아요
그래도 집을 도서관으로 개방해놓고 고운 마음으로 빌려주시는 모습이
참 예쁘지 뭐에요 ^_^

프레이야 2008-01-3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도 늘 삼미정신으로 살고야요.
어른들에게는 책 빌려주는 거 꺼리는데요, 아이들에게는 잘 빌려줘요.
제가 하는 일이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집에 있는 책 중에 아이들이 빌려가서
읽고 싶어하면 빌려주는데 돌아오지 않은 책도 좀 있지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이들 손에 있다 생각하면요..^^

웽스북스 2008-01-31 16:11   좋아요 0 | URL
혜경님과 아이들은 참 잘 어울려요 ^_^
아이를 낳으면 혜경님같은 분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할까요?
따뜻하고, 사려깊고,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

글샘 2008-01-3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에게 책 빌려주면... 십중팔구 안 돌아오죠. ㅎㅎ
이책한번 읽어봐~ 하는 말이나,
천천히 읽고 줘~ 하는 말을,
다 못읽었으면 안 돌려줘도 돼~ 이런 말로 번역하는 '통역기'라도 뇌 속에 들었나 보데요. ㅎㅎ

웽스북스 2008-01-31 16:12   좋아요 0 | URL
십중팔구 씩이나요? ㅜㅜ
그래도 저는 십중오륙은 받는 것 같아요~

근데 정말 책 못받으면 쓰리죠 ㅜㅜ

다락방 2008-02-0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박민규 책 꼭 읽어봐야겠어요. 웬디양님의 이 페이퍼를 보니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어요.

그건그렇고,
그간 너무 일에 치여 사느라 이 페이퍼를 이제야 봤어요. 제가 등장하는 페이퍼인데도요!!
웬디양님의 서재를 누르고 위에서부터 차례로 읽고 있었거든요. 흣. 오늘은 토요일이니깐 밀렸던 글들 다 읽어보려구요. 아하하.

여튼 나도 삼미.(알지도 못하면서! ㅋ)

웽스북스 2008-02-02 15:3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두 오늘 약속없는 토요일이라구 신나서 여기저기 막 돌아다니구 있어요 흐흐 밀린 알라딘질!! 지난 주말이 너무 정신없었더니 이번주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흐흐

근데 너무 기대를 하시면 또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쩌나.. 흐흐 그래도 꼭 읽어보세요!

개인주의 2008-04-0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드 껍데기는 그냥 사자말자 보내는데..어지간히 이쁘고 맘에 들지 않은 다음에야..제 손에서 남아날 가망이 없다는 걸 잘 알기에..-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