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시즌 2 제작을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강한 시즌 2 제작에의 의지를 남기고 종영한 크크섬. 아, 이렇게 끝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야. 비밀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규. 불투명한 제작여부이기에, 그렇게 끝내지 않으면 정말 제작할 수 없을 것 같아 제작진들이 강수를 둔건 아닐까.

크크섬의 비밀을 보게 되면서 사실 가장 크게 기대하고 궁금했던 건 김병욱 빠진 김병욱 사단의 건재여부였다. 일단 하이킥 제작진의 이름을 걸고 갔으나, 그 중심에 있던 김병욱 PD 없이 가는 거였으니까. 김병욱 표 시트콤을 심하게 좋아했던 나로서는 그가 빠진 김병욱 사단의 작품도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던 거다. 그리고 결론은, 아, 역시 그 맛깔스런 캐릭터들의 장만은 김병욱 PD의 몫이였구나, 라고 내릴 수 밖에. 김부장이나 윤대리, 김과장 같은 캐릭터는 정말 사랑스럽긴 했지만, 나머지 캐릭터들은 다소 무미건조했다. 나 하이킥 때는 정말 모든 캐릭터를 다 사랑했었다구.

에피소드 중심이 아닌 전체 스토리 중심의 시트콤인지라, 사실 앞에 10회를 안보고 11회만 봐도 재밌는 국내 기존 시트콤과는 달라서 신규 시청자 유입이 다소 어려웠을 거다. 하지만 그렇기에, 2시즌이 제작되도 신규 시청자를 유입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기에 신규 시청자 유입이 어려워 제작이 무산될 수 있다면 으흑. 안돼요오. 사실 나처럼 처음부터 보는 시청자들은 앞쪽 스토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 웃을 수 있는 여러 장치들도 재미났는걸. 염소고기 에피소드 (결국 김과장은 염소와 화해를 한다) 도 그렇고, 테리우~스 람세~스 하던 두 과장도, 찌질한 윤대리의 귀여운 면도 (니나 없는 새 이상현 역에 전격 캐스팅했다. 잘생기고 찌질하다는 이유로. 내맘대로 ㅋㅋ) 그리고 까칠까칠 김부장의 어리숙한 단면들도 어찌나 남같지가 않던지. ㅎㅎㅎ

하지만 더 다양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든다.  생각하고 있는 것을 곧 에피소드화 할 수 있는 기존의 무난한 설정의 시트콤들보다 에피소드 구성이 더 어렵긴 했겠지만, 극한 상황이기에 나올 수 있는 비범한 에피소드들도 있었을텐데. 시즌2 제작을 위해 아껴두고 있는 거에요? 그런 거에요? (그렇다고 말좀 해주세요) 그리고 사실 크크섬에 조난당한 일일쇼핑 직원들은 그리 극한 상황도 아닌 것처럼 보이긴 한다. 안락한 주거공간과 넉넉한 옷 (아니 당췌 어찌 2박 3일 낙도봉사 가면서 캐리어에 1주일치 옷을 담아간단 말이냐. 이다희의 메이크업박스도 그렇고. ㅎㅎㅎ 꽃무늬 스카프는 웬말이냐) 그리고 충분한 먹을거리. 하여, 인간의 극한에 달한 욕심보다는 (욕심의 극한이란 기껏해야 음식물을 좀 꿍쳐두는 시후정도) 협동하고 함께하는 모습만 보여주니 끝에가서는 인간의 막장쯤을 보고팠던 내게 (아, 그랬으면 또 그만큼 가슴이 아팠을테지만) 조난이란 참 낭만적인 것처럼 보여지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도 시즌2에서 보여줄건가요? 그럴건가요? (그럴거죠? 아껴둔거죠?) 

내가 이런 상황이었음 어땠을까. 막판에 화장은 무슨 화장. -_- 자연주의로 살았을테고, 아마도 또 말도 안되는데 설득력은 넘쳐나는 논리로 (-_-) 팀원들을 미혹한 후에 미궁에 빠뜨렸을 것 같다. ㅎㅎㅎ 생활력은 제로. 기초체력 제로. 흠. 아무래도 입만 살아있는 그릇된 아이디어 박사. 굉장한 민폐형 인간이 됐을 것 같다. 이런 캐릭터. 너무 전형적이려나. (아, 나도 전형적 인간이라니 -_-)

암튼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우리나라 시트콤계에 이런 시도가 다양해진다는 건 참 바람직한 현상. ㅎㅎㅎ 무조건 시즌2 제작을 바라야 나의 이런 아쉬움들이 많이 해소될 것 같다. 아. 그런데 이런 간절한 바람은 어디에 가서 투고해야되는건지.




ps1. 김병욱 PD는 현재 드라마 준비중이라고 한다. 기대중. 그리고 프란체스카의 노도철피디 (3대완소 시트콤피디중 두번째) 역시 드라마국으로 옮겨 종합병원 시즌2 제작중. ㅎㅎ 노도철표 종합병원이라니. 으흠. 매우 궁금하다. 닥본사는 어렵겠지만.

ps2. 크크섬 후속 작품은 노도철피디와 프란체스카/두근두근체인지를 함께 만든 명콤비 신정구 작가의 작품이란다. 자, 노도철 없는 신정구는 또 어떨까? 후훗. 세상은 좁은데 볼 드라마는 너무나 많아. (아, 어쩜좋아)

ps3. 여기까지 봤으면, 저를 기절시킨 날개천사 김과장 구경하고 가세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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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10-05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증말 마지막회 끝나는 순간, 거짓말 안 보태고 소리 빽 질렀어요.
이게 뭐니, 어쩌란거니, 막 화도 나고...시즌2 분명히 있을거란 기대도 하다가...패닉.
웬디양님 말마따나, 어디 가서 물어봐야 하는겁니까. 흑.

웽스북스 2008-10-05 21:24   좋아요 0 | URL
그죠 치니님. 이거 아무래도 강수 둔게 맞는 것 같아요. 치니님이나 저같은 사람까지 어디가서 물어봐야되는지 찾고 있는거 보면. (사실 시청류 10%도 안나온 시트콤 안이랬으면 시즌2 제작 가당키나 했겠어요)

있죠, 저는 막 남은 시간 보면서 안되는데 안되는데 이러면서, 5분내에 끝나다니 말도안돼 말도안돼 결론 안나고 끝나는거 아냐 계속 이러면서 매우 불안하게 봤어요. 흑.

바람돌이 2008-10-0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시간대가 안맞아서 한 번도 못봤어요. ㅠ.ㅠ

웽스북스 2008-10-06 12:2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저는 모든 드라마를 다 그렇게 못봐요 ㅜㅜ
그냥 뭐든 다 다운받아서 본답니다. (불법의 온상!)
그, 그래도 크크섬은 한 30회 정도까지는 iMBC에서 돈내고 봤어요.

네꼬 2008-10-05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쩐지 빠질 것 같아서 크크섬을 안 보았는데... 김병욱 감독님이 어서 몸 푸셔서 또 좋은 드라마 주셨으면 하는 마음만 그저 간절해요. 아아 그립다 하이킥. ㅠㅠ

웽스북스 2008-10-06 12:20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아흑, 하이킥 전 아직도 가끔 마지막즈음,
그니까 서선생과 이민용 헤어지던 때의 에피소드들
서선생 출석부르는 장면,
이런 거 보고 울고 그래요. ㅜㅜ

지현 2008-10-0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CSI 때문에 몸이 닳아.
마이애미에서는 반장님이 총맞아 쓰러지고,
라스베가스에서는 요원 한명이 머리에 총 맞아 디비진 채로 시즌이 끝났다고.
아아.. 숨막혀숨막혀. ㅠ.ㅠ 간악한 드라마작가들... 흑흑

웽스북스 2008-10-06 12:21   좋아요 0 | URL
아흑, CSI는 더 심하구나.
크크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목이 크크섬의 '비밀'인데, 비밀을 안가르쳐주고 끝나면 어뜩해요 어뜩해요)

드라마 작가 자격 시험에 사악도 테스트, 이런 거 있는 거 아닐까요? ㅎ

털짱 2008-10-0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재밌게 보던 시트콤인데 마지막회가 너무 허전하게 끝나 아쉬웠습니다...

웽스북스 2008-10-09 02:03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아쉬워효 ㅜㅜ
 

 

 

 

"승선을 환영하오, 필그림 선생" 스피커가 말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소?"
빌리는 입술을 핥으며 잠시 생각하다 마침내 이렇게 물었다. "왜 하필 나지요?"
"그것 참 지구인다운 질문이군.
필그램 선생. 왜 하필 당신이냐? 같은 식으로 생각하면 왜 하필 우리지? 왜 하필 어떤 것이지? 그 이유는 단지 이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오. 호박에 갇힌 벌레들을 본 적이 있소?"
"있습니다" 사실, 빌리의 사무실에는 문진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무당벌레 세 마리가 들어 있는 반질반질한 호박 덩이였다.
"필그림 선생.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호박 속에 갇혀 있는 것이오. 왜라는 건 없소"

 
   


오늘 오후에는 (나로서는) 매우 간만에 불라에 갔다. 차를 마시며 나와 H님은 제5도살장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하고 있었고, 불라 사장님은 우리의 얘기를 들으며 딴짓 중이었다.

불라 사장님은 달팽이를 키우는데, 달팽이가 알을 낳아, 그 새끼들을 따로 그릇에 담아 상추 위에 올려놓았다. 30마리쯤 되는 새끼들이 상추를 많이 갉아먹어서, 새 상추로 옮겨주려고, 한마리, 한마리씩 달팽이를 옮기고 있는데 그 중 한 녀석이 툭! 아래로 떨어졌다. 어두컴컴한 카페, 워낙 작은. 지름 1cm도 안되는 달팽이를 찾는 것은 어려웠기에, 달팽이의 운명은 거의 결정되는 듯 했다. 이 때 H님이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저 달팽이는 '왜 하필 나지?' 라고 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사실 그 달팽이가 떨어진 데 무슨 이유가 있었겠는가. 그저,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기에 툭, 하고 떨어진 것일 뿐. 그렇게 가는거지.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인 불라 사장님이 핸드폰 불빛을 켜고 그 달팽이를 찾아내,
애기 달팽이는 다행히 살아났다는 아름다운 전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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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2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5도살장, 어제 EBS에서 하던 영화랑 같은 건가?
졸다 자다~ 했더니만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당~~ ㅜㅜ

웽스북스 2008-09-21 19:48   좋아요 0 | URL
네, 그랬다고 하더라고요...ㅎㅎ

네꼬 2008-09-21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하필 저예요? 왜 하필 저를 이렇게 좋아하시는 거죠? (.. 죄송해요. 화제의 드라마 <에덴의 동쪽> 이연희 풍으로 해 본 거예요.) 웬디님, 이 책 어때요? 그의 에세이처럼 재미나요? 아님 제목처럼 무서워요? 아님 이 페이퍼처럼 심오(!)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네꼬

웽스북스 2008-09-21 19:49   좋아요 0 | URL
아, 그것만큼은, 이유가 없지 않아요 네꼬님.
그리고 이 책은... 네꼬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에세이는 제가 읽지 못했어요. ㅎㅎㅎ)

2008-09-21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1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9-2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께서 '애기 달팽이'라고 얘길하시니 뉘앙스가 굉장히 묘해요. 웬디양님은 '애기 달팽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실 분 같아요. 다른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아, 그런데 다른 표현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될까요? (뭐라는걸까?)

웽스북스 2008-09-21 19:5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싶은데 또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 이 기분은 뭘까요. ㅋㅋㅋ.
 
룸 베드 페이퍼

   
 

소위 생체시계학자라고 불리는 과학자들은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체 주기를 따른다(즉 오전 7시 반쯤 되면 저절로 일어나게 된다는 말이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여덟 명을 뺀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이 종달새고, 나머지 한 명은 올빼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은 유전적으로 암호화되며 삭제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한 번 올빼미는 영원한 올빼미라는 말이다. (중략)

시릴 코널리는 말했다.
'해가 진 뒤 글을 쓰면 저녁의 땅거미가 내 글에 푸르스름한 빛을 흩뿌린다. 그러면 왜 아침에 글을 쓰지 않느냐고? 안타깝게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침이 정말 짧다. 그리고 나는 나보다 일찍 잠에 드는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는데도 내가 늦게 일어난다고 못 참아 히는 걸 보면 참 별난 일이다. (중략)

모든 생물이 한꺼번에 나와 활동하지 않는다면 주어진 영역을 공유하는 게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땅거미가 지고 나서 어슬렁거린다고 주머니쥐를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야간 비행을 하는 누에나방에게 타락했다고 꾸지람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아침나절이면 자고 밤이면 노래를 한다고 쏙독새를 게으른 늦잠꾸러기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그와 비슷한 생체리듬을 가진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나머지 10분의 9에 해당하는 이들에게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손가락질을 받는다. (중략)

올빼미의 평판은 이미 구제불능일지도 모른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농부들, 제빵사들, 의사들이다. 밤늦게까지 자지 않는 사람들은? 강도, 매춘부, 밤도둑들이다. 자정이 넘도록 몰래 어슬렁거리고 다니면 뭔가 감추는 게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밤이 되면 고블린과 시체도둑, 뱀파이어, 좀비, 마녀, 마술사, 악마, 생령, 마귀, 반시괴물, 폴터가이스트, 변종 늑대인간, 부기맨이 신출귀몰한다. 물론 밤은 요정과 천사의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마음에 위안이 되는 이런 것들은 고려 대상에서 밀려나 버리기 십상이다

 
   


내가 뼛속까지 올빼미인지는 모르겠다. 이 글들을 옮겨 적다가 잠깐 쓰러져 졸았으니, 어쩜 나는 뼛속까지 올빼미는 아니겠지만, 아침보다 저녁이 좋고, 낮보다 밤이 편한 인간이니, 잡종 올빼미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이 미덕인 사회가 되버린 이유는 뭘까. 왜 도대체 하나같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만이 세상을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라고 정의해버렸으며 나처럼 아침에 늦게 일어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보다 잠을 더 적게 자는 사람은 게으른 인간이 되고야 마는 걸까. 왜 이런 일종의 '생득적 특성'들은 종종 인격과 결부되곤 하는걸까. 그리고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까. 유전적으로 암호화되어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밤이 좋다. 밤에 읽는 책도 좋고, 밤에 쓰는 글도 좋고, 가끔 밤을 지새우며 보는 드라마나 영화들도 좋아한다. 밤에 일찍 잠드는 일이 그리 아까울 수 없다. 아침잠은 단 한톨도 아깝지 않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아침잠은 한순간 한순간이 아쉽고, 밤잠은 한순간 한순간이 아깝다. 밤은 요정과 천사의 시간이라는 놀라운 비밀을 나는 너무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이지.















한챕터씩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조만간 다른 주제에 꽂히면
밑줄 작렬 타이핑 작렬 글 작렬 모드 등장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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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8-09-20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 천사하고 나 요정하면 아니되겠니? (첫 댓글부터 이런식인거죠 퍽!퍽! -여기저기서 돌날라오는 소리-ㅋㅋㅋ)

웽스북스 2008-09-20 01:45   좋아요 0 | URL
꺅 완전 좋아. (휙 휙 돌 피하는 소리)
천사래놓구 요정 혼자 돌맞히구 있다 ㅋㅋㅋ

세실 2008-09-20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새벽이 좋아요.
어슴프레 밝아오는 새벽빛은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됩니다.
6시에 깨어 운동 다녀올까 하다가 알라딘에서 놀고 있습니다.
밤10시만 되면 꾸벅거리는 아줌마예요.

웽스북스 2008-09-21 00:34   좋아요 0 | URL
아 세실님 새벽에 운동도 하세요? 우옹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ㅎㅎ

새벽빛이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되면 좋은 거죠
그 기준을 타인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인거지 ㅋㅋ

무스탕 2008-09-20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부터 용량초과로 지내다보니 오늘 애들 학교 보내고 바로 기절수준의 잠으로 빠져들었죠.
애들 학교에서 올 시간이 다 돼서 엄마가 비온다고 학교로 우산 가져가라고 깨워서 일어났어요 -_-;
이렇게 피곤해~ 피곤해~ 를 외치며 살아도 이상하게 밤 10가 넘어가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이유는..?
그리고 아침엔 신랑이 일어나 움직이는 소리에 일어나야만하는 운명은..? ^^;
저도 밤이 좋아요!
웬디양은 잡종 올빼미, 저는 변종 올빼미 :)

웽스북스 2008-09-21 00:35   좋아요 0 | URL
아, 무스탕님, 고생 많으셨어요
엄마의 삶이란, 참 정신없고 힘들 것 같아요...

잡종 올빼미와 변종 올빼미라니, 하하, 이거 반가운데요
말종 올빼미, 이런건 되지 말아야할텐데
 

 

 

 

최근 내 아이스크림 섭취량을 계산해봤다. 일주일에 평균 1파인트의 아이스크림을 섭취한다고 가정하고, 아이스크림 1파인트당 1000cal로 미국 의학협회 자료를 참고로 몸에 축적된 지방 1kg당 칼로리를 7,700cal를 섭취했다고 계산했더니, 내가 18살 때부터 아이스크림을 전혀 먹지 않았다면 현재 내 몸무게가 -188.7kg이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내 몸은 공기보다 더 가벼워졌겠지만 마음은 엄청 불행했을 것이다. 결혼 전에는 가끔 침대 속에서 하겐다즈 초콜릿초콜릿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손가락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아이스크림 통을 화장지 네 겹으로 싼 채로. 아이스크림 통 측면의 영양성분표는 '1회 분량'을 1/4 파인트라고 정하고 있지만, 그건 프링글즈의 1회 분량을 포테이토 칩 하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중략)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좋았던 건 원고 작업을 하는 동안만은 그 과정을 탐욕이 아니라 연구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초콜릿, 바닐라, 커피, 견과류 등 다양한 맛을 두루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이 중에 몸에 좋은 건 하나도 없다. 나는 과일맛은 좋아하지 않는다. 과일맛 아이스크림은 죄악의 향기가 약하다. 딸기 과육이 들어가 있는 아이스크림을 정점으로 그 밑바닥에는 최근 '뉴욕타임스'가 찬양한 아니스 열매를 곁들인 두부, 카르다몸 (생강과 식물의 종자에서 추출한 향신료), 백후추, 옥수수맛 아이스크림처럼 새로운 종류의 잔혹 행위들이 자리잡고 있다. 옥수수 맛이라고? 왜 싹눈 양배추맛까지 만들지? (너무 큰소리로 말하면 안될 것 같다. 사워크라우트 맛 셔벗과 감자베이컨맛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낸 오하이오 주립대 유제품 기술학과가 내 말을 듣고 새로운 아이스크림 개발의 영감을 얻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1

나는 늘 과자봉지에 1회분량, 하고 1/4 정도로 나눈 다음에 그 칼로리를 적어놓고는 칼로리 적은 척 하는 과자들이 얄미웠다. 원래 나는 1개 다 먹는 사람인데, 칼로리 눈속임을 위한 1회분량 구분 때문에, 한번에 4회 분량을 먹는 무시무시한 사람임으로 취급됨과 동시에, 표기 칼로리의 4배나 섭취한다는 슬픔 역시 콤보로 찾아왔으니까. 1회 분량 따위 표기하지 말아줘. 대체 누구 기준인거야. 그냥 비닐로, 혹은 종이로 된 니 몸 안에 품고 있는 과자의 칼로리가 얼만큼인지, 그걸 얘기해 달란 말야.

2

그런데, 앤 패디먼이 원래 이렇게 웃겼던가? 손가락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휴지로 아이스크림 통을 둘둘 말아주는 센스라니. 하하하. 싹눈 양배추맛 아이스크림이라니. ㅋㅋㅋ. 나 또 택시 뒷좌석에서 큭큭거리면서 웃었다는 거. 그래도 옥수수맛 아이스크림은 맛있는데. (음, 그게 충격적인가)

3

자, 나는 어떤 탐욕을 연구로 바꿔봄으로써, 찌질한 일상을 그럴듯하게 바꿔볼까. 흐흣.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는 일상이 찌질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사실 제목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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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뮤지컬을 별로 믿지 않는 인간 중 하나이다. 풍족한 볼거리, 들을거리로 빈약한 텍스트를 가리는 뮤지컬이 얼마나 많은가. 하여 나는 비교적 텍스트로 승부하는 정극 쪽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하는 축에 속했고, 오늘 함께 '맨오브라만차'를 본 니나도 비슷한 족속이었다. 나야, 워낙 지금까지 경험해온 뮤지컬의 토양이 척박했기 때문이겠고, 나보다 연극을 서른배쯤 많이 본 니나는 연극의 토양이 풍성했던 데 반해 뮤지컬 쪽에서는 제대로 임자를 못 만났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니까, 나는, 우리의 저 생각이 깨졌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다. 정성화 주연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를 보면서. 지금까지 봤던 뮤지컬의 대부분이, 노래나 퍼포먼스가 강한 뮤지컬은 스토리가 약하거나, 혹은 다 되는데. 배우가 너무 연기를 못하거나, 하는 등, 뮤지컬에 필요한 요소 중 한두가지가 아쉬운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연기, 배우 실력, 스토리라인, 무대,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특히 정성화라는 배우를 다시금 보게 됐다. 카이스트 시절 그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음에도, '개그맨 출신'이라는 이유로 왠지 가볍거나, 웃기는 걸로 승부하거나, 유명세에 기대(뭐, 정성화는 유명 배우는 아니었지만) 실력은 조금 떨어질 것 같다는 편견에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주어 고맙다. 내가 이렇게 편견으로 점철된 인간이다. 암튼,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요즘 주변에 거침없이 추천을 날리고 다니는 중. (벌써 몇명 넘어올 것 같다. 나는야, 영업업무는 절대 못하지만 진짜 삶에 있어서는 영업 사원 마인드~)

어떤 글을 보니 이 뮤지컬은 '누군가의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뮤지컬'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공감한다. 물론 한권의 책, 한편의 영화, 하나의 뮤지컬 등으로 자신이 바뀌었다는, 빈약한 삶의 경험과 무게를 가진 사람을 개인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뮤지컬을 보고, 자신의 삶의 자세를 반추해 보거나 다잡지 않는다면, 아마 다음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매우 '잘' 살고 있거나
매우 '잘~' 살고 있거나

개인적으로 계속 들었던 물음은 이것이다. 진실을 사는 이에게 현실의 거울을 비추는 것과, 현실을 사는 이에게 진실의 거울을 비추는 것 중, 더 잔인한 것은 어느 쪽일까. 지극히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진실의 거울'이 두려워 계속 도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진실의 거울을 맞닥뜨려야 할 것인가, 현실의 거울 안쪽에서 달콤한 솜사탕이나 뜯어먹으며 살아갈 것인가. (하하, 그렇다고 내 현실이 꼭 그렇게 달콤한 것만도 아닌데 말이지 -_-) 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없던 고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오게 되는 건 이 작품이 가진 힘일 것이다. (하여, 요즘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좀 징징대는 중이다. 어떻게 살지, 어떻게 살지, 하면서...)

생일이 되려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있지만, 니나는 내게 이 공연을 '생일선물'로 보여줬다. '생일'이 단순히 태어난 날이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날,이라는 뜻에서라면, 치열하게 고민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만 같은 무력한 이십대였을지언정, 이십대의 삶을 마무리하고, 삼십대에 접어들고, (아, 징그러) 이제 또, 다시,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있는 나이기에, 감히 단언컨대, 올해 아마도 이걸 능가하는 선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나보다 며칠 앞서 태어난, 아마도 내년쯤 결혼을 할 것 같은 C에게, 남자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이 공연을 보여달라고 하라고 마구 강요했다. 이십대의 마지막 생일이자, 결혼하기 전, 마지막 함께 보내는 생일에, 이 공연을 함께 본다는 건 너와 T가 앞으로 함께할 생을 그려 나가고 계획함에 있어서도 매우 소중한 경험이자 최고의 선물이 될 거야, 블라, 블라, (아무래도 나는 의미부여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그녀는 물론 한마디로 일축했다 - 어쩌지? 선물 벌써 받았는데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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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2008-09-15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굉장한 뽐뿌가 되는되요? 전 이런식의 추천에 굉장히 약한 편인데 (삶의 큰 의미가 될꺼야 하는..) 제 주위 지인들도 웬디양님 처럼 뮤지컬의 '빈곤함' 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편들이라서 누굴 데려가야 할지...-.-



아, 징그러.

웽스북스 2008-09-15 11:11   좋아요 0 | URL
아, 주이님, 굉장한 뽐뿌가 됐다니, 하하, 저 막 영업해놓구, 또 정작 사람들이 설득당하면 또 흔들흔들 하잖아요. ㅋㅋㅋ

뮤지컬의 빈곤함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하는 분께, 너무 큰 기대는 심어주지 말고, 한번 같이 가보심이 어떨런지요 ^_^

니나 2008-09-15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

웽스북스 2008-09-15 11:12   좋아요 0 | URL
어 스페셜땡스투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