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라고,
차마 하드에서 지우지 못한 영화 중 하나인 4월이야기를 꺼내어 봤다
이건 분명 언제고 다시 보고싶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오늘이었나보다

4월이라고,
4월이야기를 꺼내어 보는 1차원적인 행동은 적잖이 유치해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래 좀 유치가 찬란하게 넘쳐나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유치하다며 보고싶어진 영화를 안보는 건 더 유치하기 때문에
나는 마음가는대로 하기로 했다 


누군가 내게 5월같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게 나에게 참 고맙고 과분한 이야기라 심히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지만
실은 나는 4월을 좋아한다
4월은 5월처럼 꽉 차거나, 화려하거나 충만하지 않은,
어떤 여백같은 게 느껴지는 달이다
그런 4월의 모습이 내게는 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그건 어쩌면 정말 내가 5월같은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워낙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에 더 끌리게 디자인돼있으니

그래서 난 4월같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4월이야기는
4월처럼, 여백이 많은 영화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건,
이 영화는 자신이 가진 그 여백을 나의 자리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십대의 첫봄을 맞이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자연히 그 때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속 주인공처럼 나도 새로운 환경 속에서 20대의 첫봄을 맞이했다
기차를 타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와,
금세 새로운 사람들 틈에 둘러싸여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

실은 봄이라기보다는 새학기,였다는 기억밖에 없을 정도로
봄을 둘러볼 여유도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달리고 달렸다

4월 이야기는
무작정 누군가 좋았고,
무작정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렇게 무작정 해맑게 다가갔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자꾸만 생각나게 하고,
영화 내내 이어지는 여백들은,
이런 나의 생각을 자꾸 격려하는 것만 같다

어쩌면 나는 영화가 아닌,
그 때의 내가 보고 싶어
이 영화를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리고 어느덧 이십대의 마지막 봄, 마지막 4월
이십대의 첫봄과 같은 큰 변화는 없이
지난 겨울의 내가 올 봄의 나이고,
작년 봄의 내가, 또 올 봄의 나이지만

지금의 내가 또 그 때의 내가 아님은
20대의 마지막 봄을 보내는 나는
지금이 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느끼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난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며 맞이하고 있는 4월을 
매우 열심히, 4월처럼 보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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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4-0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은 한편의 시같아요, 웬디양님.
아주 느낌이 좋은 시요.



웽스북스 2008-04-01 18:31   좋아요 0 | URL
역시 다락방님은 저를 너무 짱좋아하시는거 아니에요? ㅎㅎ
다락방님은 시같은게 아니라, 시를 쓰시잖아요 ^_^

L.SHIN 2008-04-0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난 4월같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흐응~ 그래서 웬디님이 날 좋아하는구나~ 내가 또 4월 태생이잖아요.ㅎㅎㅎ

봄이라, 수십번 나를 지나간 나의 4월은 어땠나...하고 정리하는 글을 써볼까.(웃음)

이매지 2008-04-01 01:33   좋아요 0 | URL
으흥으흥. 저도 4월생 ㅎㅎㅎ

웽스북스 2008-04-01 18:32   좋아요 0 | URL
흐흐 어떻게 알았어요 에쓰님
에쓰님은 4월 태생이 아니어도, 좀 4월같아요
그런데 11월같기도 해요

저는 11월도 좋아한답니다. ㅎㅎ

이매지님도 4월생이었군요, 이매지님은 꼭 겨울에 태어난 아이 같아요
흐흐흐 ^_^ (눈처럼 하얘서 그런가봐요)

L.SHIN 2008-04-02 13:26   좋아요 0 | URL
이런, 나를 너무 잘 보신거 아냐, 4월과 11월의 사람이라니.ㅎㅎ
그 갭을 같이 알아보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말이죠.(웃음)

웽스북스 2008-04-03 01:09   좋아요 0 | URL
후훗 제가 좀 ㅋㅋㅋ
그나저나 우리 에스님 생일은 언제이려나? 후훗

순오기 2008-04-01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 이야기, 참 좋았어요. 지나간 내 봄, 다가올 우리 아이들의 봄이 저렇겠구나 생각하며...이렇게 충실한 엄마의 감정이라니! ㅎㅎㅎ

웽스북스 2008-04-01 18:32   좋아요 0 | URL
그죠, 이번에 인천으로 휙~ 가버린 큰따님의 봄은
지금 어떨까, 저도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무스탕 2008-04-0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불순한 의도(?)로 4월 이야기 영화를 좋아했었어요.
여주인공이 좋아한 선배로 나온 배우가 타나베 세이이치인데 그 배우가 좋아서 영화를 좋아했었지요.. ^^
4월의 따불, 8월에 태어난 사람은 어떻습니까, 웬디양님? :)
- 8월에 태어난 무스탕이가.. -

다락방 2008-04-01 18:06   좋아요 0 | URL
악, 무스탕님~
저도 8월이요. 0/

웽스북스 2008-04-01 18:33   좋아요 0 | URL
어머 그게 왜 불순하다는 거에요?
감우성 때문에 간큰가족도 재밌게 본 사람도 있습니다.

4월에 태어났든, 8월에 태어났든
무스탕님은 무스탕님이니까 좋지요 흐흐


다락방님도 8월생이시군요
다락방님은 9월초의 여인같아요
 


1

기어이 루나파크를 주문하고는 회사에서 심심할 때마다 (아니 회사에서 심심할 틈이 어디있단말이냐!!!) 하나씩 읽으며 헤헤헤 거렸다. 그리고 회사사람들 주제만화도 하나씩 찾아줬잖아. ㅋㅋ

새봄모드 옷입고 왔다가 덜컥 감기에 걸려버린 E대리님께는 스프링해즈컴!을 신나게 외치다가 똑 감기에 들어버린 모드의 루나양 만화를, 오늘 안에 캐시미어를 입고 왔다며 신나하던 L과장님께는 옥매트의 따땃함을 포기못해 집착하고 사랑하는 루나양 만화를, 우리 신입사원 H씨에게는 3년째 신입모드로 사느라 신입사원 증후군에 걸린 루나양 만화를 선물했다. 흐흐 다같이 헤헤거리면서 함께 즐거워했다. 봄인데 좀 헤헤거리면 어때. ㅎㅎㅎ (아 저 익숙한 풍경의 방좀 봐, 바닥에 널부러진 노트북까지 ㅎㅎ)

2

종종 에세이류의 책을 읽으면 머릿속이 산문모드가 된다. 마치 내가 산문이라도 쓸 것처럼 상황 상황을 받아들일 때 꼭 산문 버전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루나파크를 읽다보니 자꾸만 머릿속이 만화 모드가 된다. 이를테면 오늘 집에 들어와서 있었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실제상황
오늘은 엄마 교회 모임이 있던 날. 집에 돌아오니 식탁에 조기가 놓여져 있다. 동생이 식탁 위의 조기를 보며 한 말.
"오늘은 생선도 구우셨네, 지난 번에 쭈꾸미도 사오시던데, 쭈꾸미 요리는 안하셨나?"

그리고 이후 든 생각들

정상 모드였다면 이렇게 생각했겠지
(낯선 감정을 느끼며) 어머, 얘가 철이 들었나? 언제부터 이렇게 극존칭을 썼지?

아마 산문모드였다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글을쓴다는게 아니라, 정말 생각이 이렇게 흐른다는 얘기)

나는 순간 동생의 존댓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동생은 언제부터 저렇게 부모님께 존댓말을 했었단 말인가. 군대란 철없던 동생을 저렇게 바꿔놓는 곳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그저 세월의 영향인가. 어쨌든 철이 든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면서도 그만큼의 사회화임을 뜻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참 슬픈 일이기도 하건만. 저렇게 부쩍 철이 들어버린 동생이 갑자기 타인같다. 그만큼의 세월을, 아니 그보다 몇년을 더한 세월을 나도 보냈지만, 나는 스스로 저렇게 존칭을 쓰는 내 모습이 여전히 어색하다. 그냥 철없는 딸이면 안되는 걸까?

그런데 만화모드의 나는 이렇게 생각이 흘렀다. (괄호는 상상속의 그림)

(놀라는 표정) 허억! 이런 극존칭을! (난감한 표정) 흐음..... 어색해 어색해.....(군복입고 경례하는 동생 모습) 쟤가 군대를 갔다오더니 철이 좀 들긴 든건가? (의기양양해서 어쩐지 좀 재수없는 철든 동생 표정과 그 뒤로 반짝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그 위로 덧입혀진 텍스트 '이전의 내가 아님') 아아,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 같아..........  (동생 그림 아래에서 방바닥을 문지르며) 동생이 저렇게 부모님께 존칭을 쓰는 동안 몇년이나 더 산 너는 뭘 했느냔 말이다. 역시 철이 없는 건 나뿐이었던가... 흑! (갑자기 바닥에 휙 하며 쓰러진다, 윗쪽으로 흩뿌려지는 물방울 모양의 눈물)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어색하단 말이지 나는 그냥 계속 철없는 모드 하고 싶은데 (둥실 떠오르는 부모님의 얼굴, 인자한 표정으로) 딸아, 그건 우리도 어색하단다.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의 딸이 돼주렴 (갑자기 샤방샤방 반짝반짝 눈으로 변하며 완전 사랑스러워지는 얼굴, 둥실 떠올라 날아갈듯한 몸, 뒷쪽으로 흩뿌려지는 꽃. 가슴 앞으로 맞잡은 양손) 엄훠, 어머니 아버지, 역시 그렇죠? (굳은 다짐을 한 듯한 표정) 그래, 나는 나로서 살아가면 되는거야. 내가 어떤 모습이든, 중요한 건 마음이잖아. 그래 역시 그런 거야 (나는 계속 의기양양하고 해피한 표정으로 샤방샤방모드 유지하고 있고, 뒤쪽으로 돌아가는 시니컬 모드의 동생 표정) 그래서 철은 언제 들건데? (샤방모드 웬디의 양 귀에 보호막이 쳐져 있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만화모드의 나의 생각들은 유쾌해서 좋지만, 으흠, 역시나 좀 매사에 오버스러워지는 면이 있다. 매번 오버액션 뒤로, 또다른 자아가 막 나를 질책하고 말이지. 그래도 며칠간은 이모드 유지될듯. 아, 그림그리고 싶다. -라고 하는 순간에도, 빵모자 쓰고 붓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간절한 표정 짓고 있는 모습 상상되고 막 -(오버자아) 저기, 정작 루나는 플러스펜으로 그리고 포토샵으로 색칠하거든?(질책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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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28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니팍에 초공감하시더니...열광의 반열에 진입하신 겝니다.

웽스북스 2008-03-28 01:0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으흠, 어쩐지 약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죵 ㅜㅜ

turnleft 2008-03-28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만화모드 상상이 너무 잘 되요~~ >.<

웽스북스 2008-03-28 10:32   좋아요 0 | URL
후후후 저도 상상한 걸 그대로 옮겨서 그런가봐요 ㅋㅋ

무스탕 2008-03-2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웬디양님을 만났습니다. ㅋㅋ

웽스북스 2008-03-28 10:33   좋아요 0 | URL
헤헤 얼른 만화모드에서 빠져나와야 할텐데 말입니다

L.SHIN 2008-03-2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루나파크 책도 있군요. '통-' (리스트에 담는 소리 ㅋㅋ)

웽스북스 2008-03-28 10:33   좋아요 0 | URL
통! 아, 에쓰님한테는 재미없으면 어떠나..... (걱정한다 괜히 ㅋㅋ)

L.SHIN 2008-03-28 15:55   좋아요 0 | URL
왜요~ 저번 웬디님이 올려준 페이퍼 보고 재밌어 했는데~ ^^

순오기 2008-03-2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좀 만화스럽게 살 필요가 있어요.
잠시 게서 머물러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심 안되나요?ㅎㅎㅎ

웽스북스 2008-03-28 15:05   좋아요 0 | URL
흐흐흐 그럴까요 그럼? (긁적긁적 실은 좋아하고있어요)
 


1. 식객

나는 맛있는 음식만 잔뜩 소개할 줄 알았지, 기대치 않았던 민족주의적 색채를 그리 강하게 대놓고 표출할 줄이야. 살짝 거북했더라는. 김강우의 매력은 아무리 열심히 고민해봐도 내겐 드러나 보이지 않고, 이하나의 그 색깔 없는 연기라니, 다소 실망. 임원희는 또 어찌나 전형적여 주시던지.

2. 추격자

H가 영화 개봉전에 예전에 인터뷰했던 감독인데 이 감독 뜨면 본인은 엄청 신기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웃긴 컨셉으로 찍었다기에, 너 이거 그 감독의 암울했던 시절의 자료사진으로 쓰이면 어쩔래, 하며 웃었는데, 정말 감독은 장난 아니게 떴겠다. 연기도 스토리도 만듦새도, 모두 평균 이상이라는 느낌을 주던 웰메이드 작품. C가 너무 잔인해서 보기 힘들었다고 했는데, 나는 그래도 씩씩하게 봤다. ^^v 김윤석은 배우로 이제 일정 레벨 이상에 올라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굳힌 듯 보였고 하정우는 얼굴 멍들고 눈 팅팅 부어서 선글라스를 써도, 우와! 멋지더라.

3. 궁녀

그러고보니 오늘 본 영화 두편 모두 우연히도 서영희가 출연한다. 그것도 비슷한 느낌으로. 예쁘장하면서도 주연스럽지는 않지만, 뭔지 모르게 묘한 매력이 있어 자꾸만 눈길이 가는 배우랄까. 나름 흥미진진하게 봤으나, 뭔가 아쉬운 이 느낌은....



추격자 > 궁녀 > 식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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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10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오늘 길에르모 델 토로 감독이 제작한 가슴 아픈 영화 한 편 봤시요.

웽스북스 2008-03-10 02:10   좋아요 0 | URL
무슨 영화였시요? 메피님의 가심을 아프게 한 영화는...

Mephistopheles 2008-03-10 02:39   좋아요 0 | URL
웅..미혼인 웬디양님은 공감하기 좀 어려운 영화였어용..

웽스북스 2008-03-10 10:03   좋아요 0 | URL
앗, 미혼이라고 너무 무시하신다 ㅋㅋ

Mephistopheles 2008-03-10 16:18   좋아요 0 | URL
음..정확히 말하면 미혼이라서가 아니라.애엄마가 아니라서에용..그리고 무시 아니어용..호호호

웽스북스 2008-03-11 00:33   좋아요 0 | URL
흐흐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다락방 2008-03-1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격자 최고!!!!
하정우 최고!!!!

웽스북스 2008-03-10 10:14   좋아요 0 | URL
흐흐흐 ^-^
어찌나 간지가 흘러주시던지요 ㅎㅎ

이게다예요 2008-03-1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세 영화를 다 봤는데, 식객은 너무 의외였어요. 어쩜 영화를 저따구로 만들었을까, 하는 막말이 나오더라구요.ㅋ 추격자와 궁녀는 둘 다 나름 재밌게 봤구요. 평소에도 잘 놀라는 편이라, 배를 좀 움켜쥐고 봤지만. ㅋㅋ

웽스북스 2008-03-10 13:06   좋아요 0 | URL
네, 좀 그렇더라고요, 좀더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분명한 소재라서 더 안타까웠어요

순오기 2008-03-1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는 궁녀만 안 봤군요. 추격자는 두번이나 보고... 두번째 보니, 복선이 좌악~ 보이더만요!^^

웽스북스 2008-03-10 22:02   좋아요 0 | URL
우오! 추격자를 두번이나 보셨어요?
흠, 그런데 딱히 복선이랄만한 게 있었나요?
범인이 너무 금방 밝혀져서 ㅎㅎ
그러면서도 시종 스릴을 유지하는 것도 참 능력이에요

순오기 2008-03-11 01:37   좋아요 0 | URL
복선이 있었냐구요? 뭐 범인이야 처음부터 밝혀놓고 오로지 추격하는 거였지만, 영상으로 보여주는 복선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처음엔 무심히 봤던 장면들이...

웽스북스 2008-03-11 01:41   좋아요 0 | URL
아, 저도 헐렁헐렁하게 영화를 봤나봐요
다시봐야하나....? 흠....ㅋㅋ

프레이야 2008-03-1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셋다 봤지요. 전 '궁녀'가 젤 무서웠어요. 바늘땀으로 허벅지를...헉..
서영희, 저도 눈에 자꾸 들더이다.
하정우 팬은 어찌 많은지요, 전 좀 빠져볼까나요..ㅎㅎ

웽스북스 2008-03-10 22:03   좋아요 0 | URL
아 그 장면 정말 끔찍했어요
혜경님은 희소가치 있는 배우들을 노리시는군요 ㅎㅎ

프레이야 2008-03-10 22:10   좋아요 0 | URL
들켰당.. '발레교습소'의 온주완!

웽스북스 2008-03-11 00:35   좋아요 0 | URL
오오, 온주완 ㅎㅎ
온주완도 자꾸만 눈이 가게 되는 배우죠
아니 정확히는 몸이죠, 막이러고 ㅋㅋ

무스탕 2008-03-1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격자만 봤는데 아직도 눈에 선해요.
서영희 머리에 정 들이대던 장면, 그러면서 하정우가 내뱉던 대사의 색깔,감정, 배우의 표정들..
이런것 때문에 잔인한 장면이 들어간 영화를 보기가 싫어요.
그래도 추격자는 재미있었어요 :)

웽스북스 2008-03-10 22: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잔인한 장면 들어간 영화 보기 싫으면서도
자꾸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추격자 재밌었어요 ^_^

마늘빵 2008-03-1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격자를 봐야해.

웽스북스 2008-03-10 22:03   좋아요 0 | URL
요즘 재밌어 보이는 영화 너무너무 많아요 윽 ㅜㅜ

하루(春) 2008-03-1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가 누군가요?

웽스북스 2008-03-11 00:35   좋아요 0 | URL
아, H는 친구에요 ㅎㅎ
 


왜 이렇게 가슴 뛰느냐고

이성복

새 학기에 고 3이 되어야 할 여자 아이는
머리 박박 밀고 입에 마스크 하고 신승훈인가,
이승환인가 요즘 나오는 발라드 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래, 노래라도 해라, 얘야, 노래라도
자꾸 불러라, 시어머니 병수발하던 옆 침대
아줌마가 중얼거린다 달포 전 아침부터 토하고
설사해 정밀 검사 받아보니 간에도 폐에도 암은
퍼진 지 오래여서, 그래도 그 엄마 울고불고
수술은 해야겠다기에, 거의 배꼽 근처까지 장을
잘랐다는 아이, 잣죽이나 새우깡 부스러기 먹는
족족 인공 항문으로 쏟아내고, 또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미치겠다고 제 엄마 졸라 매점 보내고
나서, 아이는 베개 한 쪽에 뺨을 묻고 노래부른다
왜 이렇게 가슴 뛰느냐고, 왜 이렇게 행복하냐고
6인 병실 처음 들어오던 그날, 왜 내가 죽느냐고
왜 나만 죽어야 하냐고, 그리 섧게 웃던 그 아이는






g언니가 석, 형도 오라버니와 함께 좋아하는 오라버니가 성복 오라버니라는 말이 떠올라
어제는 사두고 미처 읽지 못하고 있던 이성복의 시집을 꺼내 읽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모 게임업계에 있는 직원 한 명이
과로인지 무엇인지 모를, 심장마비로 돌연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나는
오늘 퇴근 후 가만 가만 방에 앉아 있는데,
어제 읽은 이 시가 문득 떠올랐다

아직 가슴 뛸 일 많을 아름다운 나이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섧게 외치면서도,
발라드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콩닥콩닥 뛰던 여자 아이의 심장
머리박박 밀고 마스크를 하고, 죽음을 기다리면서도
비어져나오는 노래에 행복함을 느끼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미치겠는.

그래서 더 마음에 남는 저 여자아이

&

한 때는 그런 민감함을 지녔을지 모르는 심장이
스트레스와 피로로 뭉쳐, 돌연 더 이상 가슴뛰기를 거부해버리고 멈춰버려
죽음에 이르게 돼버린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이름 모를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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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너는 나를 들을 것이다

파블로 네루다

그리하여 너는 나를 들을 것이다
내 말들, 때로는
바닷가 갈매기들의 발자국처럼
가늘어지는 말들을.

목걸이, 포도처럼 보드라운 너의 손들을
위한 취한 종

그리고 나는 멀리 떨어져서 내 말들을 관찰한다
그것들은 나의 것이라기보다 너의 것이다
그것들은 내 오랜 고통을 담쟁이 넝쿨처럼 기어오른다

그건 또 젖은 담들을 기어오른다
이 잔인한 놀이는 네 책임이다
그것들은 내 어두운 굴에서 도망친다
너는 모든 걸 채운다, 너는 모든 걸 채운다

너를 보기 전 그것들은 네가 차지한 고독에 붐볐고
너보다 더 슬픔에 익숙했다

이제 나는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그것들이 하기를 바란다
네가 나를 듣기를 내가 바라는 대로 네가 듣도록

고통의 바람이 늘 그렇듯 여전히 그것들에 불어온다
때로는 꿈의 허리케인이 그것들을 뒤집어엎는다
너는 내 고통스러운 목소리 속에서 다른 목소리들을 듣는다

오래된 입들의 비탄, 오래된 간청의 피
나를 사랑해다오 친구여, 나를 떠나지 말아다오, 나를 따라다오
나를 따라다오, 친구여, 이 고통의 파도 위에서

하지만 내 말들은 네 사랑으로 얼룩졌다
너는 모든 걸 점령했다, 너는 모든 걸 점령했다

나는 그것들로 끝없는 목걸이를 만들고 있다
포도처럼 보드러운 네 흰 손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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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3-03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여자의 육체]

파블로 네루다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네가 내맡길 때, 너는 세계처럼 벌렁 눕는다.
야만인이며 시골사람인 내 몸은 너를 파들어가고
땅 밑에서 아들 하나 뛰어오르게 한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 새들은 나한테서 날아갔다.
그리고 밤은 그 막강한 군단으로 나를 엄습했다.
살아남으려고 나는 너를 무기처럼 벼리고
내 활의 화살처럼, 내 投石器의 돌처럼 벼렸다.

허나 인제 복수의 시간이 왔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피부의 육체, 이끼의 단호한 육체와 갈증나는 밀크!
그리고 네 젖가슴 잔들! 또 放心으로 가득 찬 네 눈!
그리고 네 둔덕의 장미들! 또 느리고 슬픈 네 목소리!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경이로움을 통해 살아가리.
내 갈증, 끝없는 내 욕망, 내 동요하는 길!
영원한 갈증이 흐르는 검은 河床이 흘러내리고,
피로가 흐르며, 그리고 가없는 슬픔이 흐른다.

2008-03-03 12: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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