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그 때는 꼭 크리스마스 캐롤 테이프같은 게 하나씩 구비가 돼 있어야 했었나보다. 오히려 지금은 캐롤을 살 일이 없는데 그 때는 집집마다 캐롤 테이프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우리 집에는 만화 주제곡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기를 얻던 똑순이 캐롤집이 있었다. 똑순이 김민희가 부른 캐롤이 있는 음반이었는데, 그 목소리가 어찌나 앙칼지고 또랑또랑하던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언젠가 아빠가 우리집에 새바람을 불고 온 캐롤 음반을 사왔으니, 그건 영구 캐롤이었다. 심형래가 영구 없다 버전으로 부르는, 그 유명한 '달릴까, 말까'가 담겨 있던 음반. 나는 동생과 그 테이프를 돌려놓고 깔깔깔깔대며 테이프가 끝날 때까지 웃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웃긴 버전의 노래는 두곡 정도였다는 거다. 달릴까, 말까, 이 곡이랑 산타할아버지 우리 마을에 오시네- '정말 오시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아 그게 어찌나 웃겼는지 한번 터진 웃음보는 심형래가 느끼진지버전으로 심각하게 고요한밤 거룩한밤 같은 캐롤들을 부를 때까지 이어졌다. 생각해보면 웃음이 웃음을 부른 거였지.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 나와 동생. 내 웃음이 동생이 웃음을 부르고, 동생의 웃음이 내 웃음을 부르던 시간이었다. 그 이후로 웃고 싶을 때 그 음반을 틀었지만, 그날만큼 웃긴 적도, 웃은 적도 없었다.

2

가끔 옛날에 이 노래를 좋아했어,라고 말하는 건 옛날에 좋아했던 부끄러운 책 제목을 말하게 되는 일만큼 화끈거리기도 한다. G언니가 이문열을 가리켜, 부인하고만 싶은 첫사랑,이라 표현했던 마음과 비슷할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저걸 좋아했던 걸 가능하면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는 마음. 실은 예전에 좋아했던 것 중에 또 그런 것들이 많다. 세월이 지나고 흐르니, 유치하게 느껴지는 것들. 그래서 꽁꽁 혼자만 알고 있는 것들. 물론 목록은 잘 기억도 안나거니와, 기억난다 해도 노코멘트

3

이것도 언젠가 부끄러워지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마냥 좋은 음반이 있으니 그건 자화상 1집.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에 함께 살던 우리는 토이와, 이승환과 자화상에 열광했었다. 컴퓨터로 음악 듣는 게 흔치 않던 시절, 음악 듣는 걸 좋아하던 C언니는 매 학기 힘들게 미니 컴포넌트를 택배로 날랐고, 우리는 덕분에 촉촉한 음악들을 매일 들을 수 있었다. 옆방 살던 W는 우리가 토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우리 방으로 와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러나 공교롭게도 우리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노래를 틀어놓고는 두 소절 듣고 아~ 너무 좋아! 하고는 나갔다. 그럼 우리는 벙- 한 표정으로 그 노래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면 끝나고 얼마 있다가 다시 와서는 어, 바뀌었네, 하면서 다시 틀어놓고 다시 두 소절 듣고 나갔다. 정말 특이한 녀석.

토이도 좋고 이승환도 좋고 자화상도 좋고, 그 때 비슷하게 다 좋아했지만 지금 자화상의 음반이 기억에 남는 건 일단 구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때는 막 갑자기 이 음반이 듣고 싶어져 한곡씩 검색해서 듣기도 했다. 귀할 수록 더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인 것 같다. 

내인생의OST라는 태그를 보자마자 난 이 세가지가 떠올랐다. 음악만 듣고도 미친듯이 웃던 철없는 시절, 그리고 다같이 음악에 돌돌 말리던 시절에 듣던 다시 구할 수 없는 음악이 주는 아련함. 그리고 가끔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사실을 부인하고 싶게 만드는 음악들. 모두 나름 내 인생의 OST가 되어주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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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1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우리집 애들한테 심형래버전 징글벨을 불러줬더니 자지러지던데요. ㅎㅎ

웽스북스 2007-12-21 09:09   좋아요 0 | URL
그게 애들 시절일 땐 기절하게 좋은가봐요
저도 진짜 자지러지게 웃었었거든요
기억력이 나쁜 제가 그날의 기억은 정말 생생하다니까요 ^^
그 이후로는 어떤 코믹 캐롤이 나와도 안웃었었답니다

Mephistopheles 2007-12-2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참...페이퍼의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완벽한 세대차이를 느끼는 중....

웽스북스 2007-12-21 09:09   좋아요 0 | URL
메피님은 어떤 캐롤을 듣고 자라셨나요? ㅋㅋ

깐따삐야 2007-12-21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달릴까아~ 마알~까아~ 기억난다. 리듬에 맞춰 엄지손가락을 살풋살풋 뒤집어주시는 쎈쓰! ㅋㅋ
2 난 뭐 소풍 가서 '담다디' 부른 적도 있는데. 어릴 때 18번은 '비 내리는 영동교'였구.
3 자화상 '나의 고백' 이 노래 무지 좋아했었음! 나원주는 '별이 빛나는 밤에' 고정 게스트로도 나왔었는데. 정말 모락모락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뻬빠에욤. 나 오늘 또 못 자게 생겼군.-_-

웽스북스 2007-12-21 09:12   좋아요 0 | URL
1. 흐흐흐 역시 깐따삐야님도 그세대였지. 아, 우리 동갑이지 ㅋㅋ
2. 우리반 애들은 막 룰라춤 투투춤 이런 거 추고 그랬어요 (나는 몸치)
3. 내가 바로 여기 연결하고 싶던 그 노래가 나의 고백,이에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못했어요. 엄한 남의 블로그 연결해놓을 수도 없고. ㅠ_ㅠ 나도 그 때 별밤 들으면서 자랐었지요- ㅎㅎ 나 그 때 막 별밤에 퀴즈풀러 나가고 그랬었는데, 혹시 인식하지 못하는 새 깐따삐야님 내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몰라요 흐흐흐

깐따삐야 2007-12-21 19:14   좋아요 0 | URL
룰라, 투투. 키득키득. 기억난다. 김건모 춤도 한때 유행이었잖아요.
별밤 퀴즈 코너에 나왔었구나. 나 거의 꼬박꼬박 들었는데. 에펠탑이 미국에 있다고 말했던 여학생이 혹시 웬디양님은 아니겠져? ㅋㅋㅋ

마늘빵 2007-12-21 21:55   좋아요 0 | URL
또또또 둘이 신났어 신났어 (왜 둘이 신난게 못마땅한게냐!! -_- 글쎄다.)

웽스북스 2007-12-21 22:21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 홍홍 왜이래요 이래뵈도 나 우승 했었는데 (우옹~~~) 근데 에펠탑은 그럼, 영국에 있나요? ㅋ 런던에 있는 라인강 옆에? ㅋㅋㅋㅋㅋㅋ 김건모 유행해서 막 애들 김건모 바지, 이상한 할랑할랑한 바지 이런 거 입지 않았나요? 아 또 바지하니까 생각나는 건 소방차바지 ㅋㅋㅋ

아프님 // 글쎄, 왜 못마땅할까요 ㅋㅋㅋㅋㅋ 이런 투기쟁이. 투기는 내 전공인데 말이죠 ^^ (깐따삐야님 내 이름에 별표 두개 달았어요?)

깐따삐야 2007-12-21 23:25   좋아요 0 | URL
허걱! 우승? 대단허요. 그럼 목소리 들으면 기억 날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메멘토이므로. 어디 전화번호 불러바 불러바.
소방차 하니깐 또 우리 원관이 오빠 생각나네 그냥. 점프할 때 으찌나 귀여워 주시던지!
별표 달았지요. 원하면 색깔도 바꿔줄 수 있어.ㅋㅋㅋㅋ

웽스북스 2007-12-21 23:36   좋아요 0 | URL
그때 목소리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라디오가 찢어질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우승은 소 뒷걸음질치다가 쥐잡은 격이랄까. 나한테 진사람이 매우 쪽팔려했어요. 내가 중2였으니까 ㅋㅋ 홍록기가 진행하던 시절- 실력은 1%정도였던 것 같아요 ㅋㅋㅋ
그리고 별표로 충분해요 별두개 보고 어찌나 헤벌쭉 됐는지, 스스로 미쳤어 미쳤어 막 이랬다니까요 ㅋㅋ

깐따삐야 2007-12-21 23:40   좋아요 0 | URL
중2 때 우승했음 정말로 대단허요! 별밤 퀴즈 코너는 수준도 상당했는데. 똘똘한 건 알았지만 오훙~ 정말 멋지당~^^
담엔 달도 달아주구 해도 달아줄게욤. 흐흐.(고마해라 고마해-_-)

웽스북스 2007-12-21 23:47   좋아요 0 | URL
나 나가던 날은 문제 수준이 이상했는지 객관식은 오답에 오답을 거듭하다 맞히고, 내가 진짜 알았던 건 두세문제 막 이랬어요 다 찍어서 맞히고 ㅋㅋ 그 때 녹음해놓은 테이프를 잃어버린 게 진짜 다행이라니까요 아님 쪽팔려서 죽어버렸을거야 ㅋㅋ

깐따삐야 2007-12-22 01:10   좋아요 0 | URL
이론이론. 이쁘다 못해 겸손하기까지 해. 어쩜!
잃어버렸다는 건 우째 그짓말 같기도...( ..)

웽스북스 2007-12-22 03:2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가 거짓말은 또 못하거든요-
정말 잃어버렸어요 ㅠㅠ

순오기 2007-12-2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깐따님 둘이 댓글놀이 하는거 보면 너무 즐거워용! ㅎㅎ
세대를 같이 간다는 건 이래서 좋구나!
나는 캐롤하면 초등6년때 담임선생님이 한글로 적어가며 가르쳐줬던 징글벨~~~
우린 30년만에 선생님 모시고 동창회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답니다.
아~~~~감동!!

웽스북스 2007-12-25 01:3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멋진 장면이네요
겪은 일도 아니면서,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스쳐요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를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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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마종기'가 가운데로만 안가면 돼,라며 등록한 태그이건만 ㅠㅠ

깐따삐야 2007-12-18 17:48   좋아요 0 | URL
오히려 그래서 다 아리송하고 좋은 걸-

웽스북스 2007-12-18 19:04   좋아요 0 | URL
ㄲㄲ 암튼 정체 불명의 태그정책이에용 ^^

깐따삐야 2007-12-18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거 나한테 주는 시 맞지요? 흐흐.

다락방 2007-12-18 17:59   좋아요 0 | URL
앗, 깐따삐야님.
이거 저한테 주는 시 같은데요. 흣 :)

=3=3=3=3=3

웽스북스 2007-12-18 19:04   좋아요 0 | URL
호호호호 비밀이에요~!

깐따삐야 2007-12-19 00:43   좋아요 0 | URL
다락님, 웁스! 복잡에 복잡을 더해가는 알라딘의 러브라인- 나 그냥 메피님한테 진짜 올인한다아아아? (다들 잠들었는데 나만 졸리지 않았다)

웽스북스 2007-12-19 09:23   좋아요 0 | URL
그래서 메피님과 둘이 불면의 사랑을 해보겠다는 거에요? 흥흥
이미 투기모드 돌입
(아, 어째서 질투라는 말보다 투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걸까)

2007-12-18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8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을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 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묻힌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는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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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도 자유방임순서로 등록되는 저 태그들

깐따삐야 2007-12-18 17:49   좋아요 0 | URL
빙의 들린 거 아녀요? 숨차 보이는 태그.-_-

웽스북스 2007-12-18 19:05   좋아요 0 | URL
원래는 이런것이 동행, 이었는데 말이죵 ㅠ_ㅠ

Mephistopheles 2007-12-1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내가 나이 먹는다고 푸념을 하는 동안 제 마님도 한 살 두 살 같이 나이를 먹는 거겠군요..^^

웽스북스 2007-12-18 22:50   좋아요 0 | URL
오늘밤에 이 시를 읽어드리세요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
 


퇴근길에 배가 고파 샌드위치 가게에 들렀다. 회사동네 조샌드위치는 샌드위치맛은 솔직히 좀 별론데, 라떼가 맛있는 편이다. 늘 그렇듯 별로 맛없는 샌드위치를 맛나게 먹으며 소금꽃나무를 읽고 있는데 어떤 대목을 읽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울컥한다. 샌드위치맛이 뚝 떨어진다. 지금 여기서 여유롭게 샌드위치나 뜯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여겨진다. 샌드위치를 그만 먹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서려는데 또 이내 우스워진다. 유난스럽다, 참. 내가 여기서 샌드위치를 그만 먹는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이건 어쩐지 스스로에게 오기를 부리는 짓인 것만 같다. 그래서 남은 샌드위치를 우걱 우걱 다 먹었다. 더 이상 맛있지 않은 샌드위치지만 그걸 남기는 게 오히려 더 우스운 짓인 것 같았다.

소금꽃나무를 그만 읽어야겠다며, 지하철 가판대에서 시사인을 샀다. 지하철에서는 시사인을 읽었고, 나는 그만 더 속상해진다. 우습지만 그랬다. 곳곳에 우울한 소식들 뿐이다. 늘 그렇지만, 이번 주 시사인은 유난히 더 그렇게 느껴진다. 덕분에 샌드위치는 아직도 소화가 안됐고, 속인지 맘인지 모를 것이 그냥 아주 답답하다.


------------------------------- 소금꽃나무---------------------------------


------------------------------- 시사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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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12-1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히 펼쳐봤어욧. 짠하고 난리네 그냥.ㅡㅜ

웽스북스 2007-12-18 00:10   좋아요 0 | URL
아이구, 우리 우울하고 맘여린 깐따삐야님을 위해
경고문을 적어놨어야 했는데

마늘빵 2007-12-1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웽스북스 2007-12-18 00:10   좋아요 0 | URL
곧 배달되올 시사인
미리 눈물 예방주사 한방 맞았다고 생각하세요 ^^

Jeanne 2007-12-17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크랩해가요..

웽스북스 2007-12-18 00:10   좋아요 0 | URL
넵~ ^^ (근데 스크랩 기능도?)

Jeanne 2007-12-18 00:25   좋아요 0 | URL
제가 그냥 긁어갔어요. ㅋㅋ (내 방에 없음)

웽스북스 2007-12-18 00:4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 흐흐흐흐

가시장미 2007-12-1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오늘 도너츠먹고서 아직도 소화가 안 된 것 같아요.
뉴스를 괜히 봤드래요.
그냥 신문만 볼껄.. 그 목소리와 그 얼굴을 보니,
속이 뒤집힐뻔 했어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했죠.
정말 우울한 연말입니다. ㅠ_ㅠ

웽스북스 2007-12-18 00:47   좋아요 0 | URL
헤헤헤 지금은 술한잔 마셨어요 음주댓글 ㅋㅋ
그러니까 좀 소화가 되는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7-12-18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저냥...요즘 세상은 귀머거리, 벙어리, 장님...으로 사는게 건강에 좋은 것 같습니다.

웽스북스 2007-12-18 00:5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니면 무뇌아

Hani 2007-12-1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사서 보게될 시사인 미리보고 씁쓸해지네요. 안전하고 따뜻하게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음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밤이네요.

웽스북스 2007-12-18 00:53   좋아요 0 | URL
네 우리나라에 비닐하우스가 그렇게 많은 줄은 미처 몰랐어요
비닐하우스와 옥탑이 11만가구라고 하더라고요

순오기 2007-12-1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어제부터 얹힌것 같아 계속 약 먹고 있는데도 안 내려가요.
요새 맘이 뒤숭숭하니 먹은 것도 걸리나봐요!
소금꽃나무가 어떤 책인지도 몰랐는데... 필히 봐야할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07-12-18 00:54   좋아요 0 | URL
네 순오기님
마케팅 하나 안하고 입에서 입으로 많이들 보는 책인듯 합니다
전 술한잔 마시니 정신은 알딸딸하고 속은 내려갔어요

라주미힌 2007-12-1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이죠.

웽스북스 2007-12-18 01: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그렇더라구요
소금꽃나무는 내용을 더 옮기고 싶었어요 정말

비로그인 2007-12-1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저 님께서 드셨던 샌드위치보다 조금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고 싶을 뿐...

웽스북스 2007-12-18 12:14   좋아요 0 | URL
강남교보 뒤쪽에 맛있는 샌드위치가게 있는데 ㅋㅋ
이름이 기억 안나는 사건 -_-

마노아 2007-12-18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오늘 눈내리는 것 보고 잠시 울컥했어요. 저 눈을 낭만으로 볼 수 없고 비참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는 것을요.

웽스북스 2007-12-19 10:18   좋아요 0 | URL
앙 마노아님 여기 댓글이 있는 줄 몰랐어요
마땅히 예쁘고 기쁜 것을 보며, 예뻐하고 기뻐하지 못하는 현실만큼 슬픈 게 또 있을까 싶어요 ㅠ_ㅠ
 


오늘, 곧 나가야 하는데 씻기 귀찮아서 침대에서 뒹굴을 일삼아 게으름중이다

얼마전 송년회 관련 글을 남기면서 내년의 노래를 뽑아야 한다는 글을 썼더니 메피님이 그걸 알려달라고 하셔서, 말 잘듣는 웬디는 시키는대로 다 하기 때문에 이렇게 또 페이퍼를 쓰고 있다. 사실 이틀동안 좀 고민을 했다. 이건 퀴즈 형식이니까. 내가 너무 쉬운, 나스러운 노래를 가져가면 사람들이 너무 쉽게 맞힐 것 같아 못가져가겠는거다. 원래는 이상은 12집의 지도에 없는 마음을 가져가고 싶었는데 그건 너무 오래도록 블로그의 배경음악이었던 관계로 사람들이 너무 쉽게 눈치를 챌 것 같은 것이지. 너무 나스러워!

가끔 내 이름이 써있는 것 같은 음악이 있다. 내가 봐도, 남이 봐도. 옷같은 거 봐도 그렇다. C양과 나는 서로 옷을 입고 가면 '야 거기 니 이름 써있다' 라고 농담을 주고받곤 하는데, 그건 딱 니옷이다, 라는 뜻이다. 살짝 루즈하고 언밸런스한 핏을 좋아하는 나와, 딱떨어지는 라인을 사랑하는 C양의 옷입는 스타일은 천차만별인데, 우리는 또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

음악도, 별스런 취향이 없기 하지만, 가끔 누가봐도 쟤는 저걸 좋아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있나보다. 나는 두번째달과 이상은 12집 같은 음반들이 그랬다. 나도, 남도, 쟤가 저걸 좋아하겠구나, 싶게 여기는 것. 물론 여기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겠지.

암튼 그래서 난 자꾸만 나스러운 음악을 피하려다보니, 내가 아닌 음악들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곡들의 가사를 읽으며 내년의 다짐을 새로이 하고 있었다. 이건 아무래도 모임의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인데 말야. 그래서 그냥, 이름 좀 써있어도, 사람들 쉽게 맞혀도 어째도, 그냥 나스러운 곡을 가져가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건 아래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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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따라해보는 나의 내년의 노래
    from perfect stranger 2007-12-15 11:55 
    ELO - Mr.Bluesky 내년엔 모든 사람들에게 미스터 블루 스카이 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가사는 전에 올렸던 페이퍼를 찾아보면 나옵니다.)
 
 
마늘빵 2007-12-1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일어나서 씻지도 않고 뒹굴뒹굴.

웽스북스 2007-12-16 00:37   좋아요 0 | URL
아 어쩐지 아프님과 뒹굴뒹굴은 안어울려요
바른생활 이미지 ㅋㅋ

Mephistopheles 2007-12-1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침부터 터미널 들려 수화물 찾고 그걸 가지고 열라 일하는 중..

웽스북스 2007-12-16 00:37   좋아요 0 | URL
아아 부지런 메피님! 분명 어제 늦게 주무신 것 같은데 ;;

다락방 2007-12-1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일어나서 씻지도 않고 뒹굴뒹굴 2

웽스북스 2007-12-16 00:38   좋아요 0 | URL
토요일은 참 좋은 요일이에요 그쵸?

깐따삐야 2007-12-1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하고 어리석은 나 자신을 본다 해도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으며"

웬디양님아, 나 자갸한테 그럴 수 있어. 므흐흐.^^

웽스북스 2007-12-16 00:38   좋아요 0 | URL
하지만 난 세컨드라는거 ㅠ_ㅠ

가시장미 2007-12-16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퍼스트는 누구죠? ㅋㅋㅋ
나는 써드라도 좋은데~~~~

깐따삐야님, 완전 바람둥이셔 으흐

깐따삐야 2007-12-16 22:24   좋아요 0 | URL
써어드? 내 밑으로 들오면 백문백답부터 해야 해요. 쉽지 않다는 거. ㅋㅋ

웽스북스 2007-12-16 22:40   좋아요 0 | URL
형님이라고 불러봐요 막이러고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