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회사고, 30분 전쯤 도착해 30분쯤 배회중이다, 야근은 해도 주말근무는 절대 No,라는 나름의 철칙을 이번 주말까지 지키면 도무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에, 이번주만! 잠시 철칙을 접어주기로 했는데, 텅빈 12층에서 뭐부터 시작해야될지 모르겠다. 12층에 올라오고 주말에 근무하러 나온 건 처음이고 11층에 있을 때도 주말근무는 거의 하지 않아서 근 1년만이 아닌가- 싶다. 더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입사후엔 3번째 정도인 것 같다.
주말에 회사일이든 뭐든 강남역으로 올 일이 있으면, 나는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고수하는 편이다. 오늘도 당연히 그랬다. 심지어 오늘은 일을 하러 오는 길이었으니까. 지하도를 내려가는 순간, 내가 지하로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더 오래 걸리고 책을 읽으면 멀미가 나더라도 버스를 탄다. 어쩌면, 회사에 나오긴 하지만 오늘이 주말이라는 데서 오는, 꼭 출근시간을 엄수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리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평일에 버스를 타게 되면 출근시간을 장담할 수 없어 나는 꾸역꾸역 지하철을 탔으니까.
제일 좋은 건 이 버스가 과천길을 씽씽 달린다는 거다. 나는 언제고 지방에 내려가 살지 못한다면 과천쯤에서 살고 싶은데, 과천의 집값은 너무 비싸 그 꿈이 점점 멀어져만 간다. 하지만, 또 찾아보면 서울 근교에 계절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는 어디고 있겠지. 계절을 그대로 머금은 과천길을 씽씽 달리며 끝나가는 가을나무, 그리고 하늘을 본다. 올 가을의 마지막이구나- 하며 감탄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난 내일도 이 버스를 타고 출근할 예정이군.
생각해보면 오늘 최대 6시간, 내일 최대 6시간 정도 일한다해도, 12시간이면, 그냥 오늘 하루 일찍 나와 죽도록 했어도 됐을시간. 그래도 죽어도 아침 늦잠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렇게 이틀 연속 스스로를 출근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게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다만- 오늘 아침 늦잠은 정말 달콤했다고, ^^
자- 그럼 이제 일을 시작해볼까? 일단 커피부터 한잔 마시고 (또또 시작시간 유예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