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우성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언제부터였는고 하니, 초등학교 시절 감우성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 연예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던 신선한 매력을 나는 감우성에게서 찾았고, 왠지 주변에 다른 애들이 좋아하지 않는 연예인인 것 같아 또 좋았다. 그러던 중 감우성이 모 사 생리대 광고를 찍었고, 주변 여자애들이 남자가 왜 생리대 광고를 찍느냐며 사춘기-그러니까 막 생리를 할 나이에 접어들었거나, 이미 지났거나 한 소녀적 감성으로 징그러워!를 외쳤다. 나는 그가 그렇게 징그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징그럽다고 하는 그를 더 좋아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애들이 좋아하지 않는 연예인이라고 좋아해놓고는, 다른 애들이 징그러워한다고 슬그머니 마음을 풀던 그 때의 나를 지금 돌아보니 참 소신도 없다.
그래도 눈은 변하지 않는다. 감우성이 군대를 다녀오고, 나도 어른이 됐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감우성이 멋져보였다. 그래서 다시 슬그머니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 리스트 맨 앞에 감우성을 끼워넣었다. 얼굴도 멋졌지만, 그가 선택하는 작품들을 또 내가 좋아했다. 현정아 사랑해, 같은 작품은 아직도 가끔 다시 보고 싶고 거미숲이나 알포인트같은 영화도, 최근에 찍었던 연애시대도 다 좋았다. 정말이지 감우성은 목소리만 빼면 완벽해
얼마전 회사에서 후배 순주씨가 내가 감우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감우성이 느끼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태어나서 처음듣는 소리라며 나는 매우 황당해 했다. 세상에나, 감우성이 느끼하다니. 그리고 며칠이 지난 오늘, 점심 회식을 위해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순주씨 : 대리님, 대리님은 성시경 좋아하세요?
웬디양 : (얘는 왜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궁금한걸까?) 네
순주씨 : 대리님은 성시경같은 목소리를 제일 좋아하세요?
웬디양 : 성시경 목소리를 제일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가끔 살다 보면 성시경 같은 목소리가 필요한 날이 있어요
순주씨 : 무릎팍 도사에 성시경이 나온 걸 봤는데 (라고하며 최근 공인 논란에 대한 얘기) 듣다 보니 맞는 말 같더라고요
웬디양 : 성시경이 좀 느끼하긴 해도, 똑똑하긴 해요, 그죠?
순주씨 : 성시경이 느끼하세요?
웬디양 : 느끼하죠~
순주씨 : 근데 감우성은 안느끼하세요?
웬디양 : @#$@#@$!!! (도대체 왜 자꾸 감우성이 느끼하다는거야, 이보다 더 담백할 순 없는데)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역에서 놀라운 발견을 했다는 듯, 순주씨가 다시 말한다
순주씨 : 저 대리님의 이상형을 알았어요
웬디양 : (아니, 나도 모르는 내 이상형을?) 네? 제 이상형이요? 뭔데요?
순주씨 : 대리님의
웬디양 : (궁금궁금)
순주씨 : 이상형은
웬디양 : (두근두근)
순주씨 : 교회에 다니는 감우성이죠?
웬디양 : (콰당!!!!!!!)
아아아아
이렇게 단순할 수가!
나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왜 말이 없냐건, 그냥 웃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