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가까워온 오후의 어느 시간, 갑자기 바깥이 떠들썩하다. 누군가 뭔가로 외쳐대는 소리, 사이렌소리 등- 시위중인가보다. 창가를 내다본 초록별씨가 얘기한다. 밖에 장난 아니에요.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던 나는 그제서야 창가로 가서 내다본다. 강남대로 절반이 완전 점령당했다. 그 곳을 가득 메운 인파, 어쩐지 구슬프게 울려퍼지는 음악과 차 한대, 12층에서는 도저히 알아듣기 어려운 외침들, 알아보기 어려운 깃발들. 뭐니? 뭐니? 지식인 찾아보자,라며 주변의 한무리는 그곳을 떴고, 나는 조금 더 살펴봤다. 전국건설노조,라는 이름이었다. 건설노조가 왜 시위를 하지? 우리 회사 건물이 신성건설 건물이어서 그런가?

돌아와 인터넷을 찾아봤다. 건설노조 시위. 그리곤 이내 털썩. 얼마 전 분신한 정해진씨와 관련된 시위였구나. 관련된 글들을 스치듯 봤을 뿐,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누구에게는 한 생명을 걸만한 일이었고, 결국 그 생명을 잃을 정도로 절실한 일이었는데, 그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 미안한 마음을 누를만한 절실함으로 그 자리에 나왔을텐데, 내가 있던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던 어느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속상해진다. 하지만 속상한 건 마음뿐이고 내 몸은 속상해할하는 나의 마음을 느낄 겨를도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한다. 6시 반에는 회식을 하러 나가야 한다. 손이 바쁘다.

고기를 굽고, 술을 따르고, 표정없는 웃음을 남발하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택시에 털썩 앉아 강남대로를 지나니 비로소 다시 마음이 짠해진다. 그렇게 잊혀져갈 각박한 나의 하루, 그리고 그들의 절실했던 하루, 아니 그들에겐 영원일지도 모르는 시간.


(어제 쓰다가 잠들어버려, 시점도 어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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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0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애써 외면해버려요...비겁하죠 사실...
그런데 맘에 담아두면 병 생길 것 같아서요.^^

웽스북스 2007-11-08 00:02   좋아요 0 | URL
전 비겁한데, 비굴하기까지한 투비인생입니다, 막이러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