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 회식장소에서 어떻게 하다가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 순주씨는 자신이 AB형이라는 말을 하며 부끄러워했다. AB형이라고만 말을 하면 사람들이 자신에게 '정체를 밝히라'고 한다는 것이다. 피가뭐길래! 나 역시 AB형인지라, 넌 그래서 천재냐 바보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참 억울하죠? 난 AB형들 많이 봤지만 그렇게 특이한 사람 별로 없었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순주씨는
"그래도 전 학교 다닐 때 혈액형 조사하면서 손들면 꼭 반에서 성격 특이한 애들이랑 같이 손을 들어서 어쩐지 손을 들기가 민망했었어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곧장 말을 잇는다
"근데 대리님은 좀 AB형 같긴 해요"
아놔, 지금 이사람 뭐래는거니 ㅠㅠ 그래서 내가 되받아치기를!
"뭐에요! 순주씨도 AB형 같아요"
아아아, 이거 왠 혈족끼리 서로 힘을 합해 무덤을 파고 있는 상황이랍니까 ㅠ_ㅠ
#2
아침에 지갑을 두고 출근했다. 이미 익숙한 일인지라, 역에서 내려 6번출구 쪽으로 먼저 가서,
"제가 오늘 지갑을 두고와서요- 퇴근길에 차비를 드리겠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빠져나왔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서니, 어제 야근의 여파로 매우 피곤하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 원래 지갑을 놓고오는 날은 과장님께 돈을 빌리는데, 과장님이 미팅을 들어가신 관계로 동기 은이에게 돈을 빌리려했으나 은이도 돈이 없고, 옆자리 순주씨가 자신이 빌려주겠다며 주머니를 뒤진다. 주머니에서 1000원짜리 한장이 나온다.
"없으면 괜찮아요"
"아니에요 있어요" - 이윽고 나온 만원짜리
"그것밖에 없는 거 아니에요? 그럼 안줘도 되요"
"아니에요- 카드도 있어요, 받으세요"
"그럼 월요일에 드릴게요"
하여, 나는 커피를 한잔 사고, 남은 돈으로 점심을 먹었다. 카드로 계산하는 순주씨에게 점심값을 주면서 "흐흐 이건 아까 커피사고 남은 돈이에요" 라고 이야기하자, 순주씨 갑자기 도끼눈이 되어 말하기를,
"대리님, 아까 그 만원으로 커피 사드신 거에요?"
순간 분위기 깨갱, 나는 마치 엄마가 힘들게 벌어서 준 빠듯한 용돈으로 커피를 사마신 철없는 딸내미가 된 기분이었다. 나름 오랜만이었단 말이에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