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소나타

단 한 가지 소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 이라고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처절하게 외친다. 그렇다면, 어느 때의, 어떤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돌이켜져야 하는 것은, 돌이킨다 한들, 돌이킬 수 있는 것이 될까.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돌이킬 필요가 없는 것이 되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째깍째깍 시계소리와 달그락 달그락 수저 소리만 나던 밥상머리와, 제 할 일, 제 갈 길에 바쁜, 그러나 정작 서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 물질적 공급이라는 역할을 충족시킬 수 있을 때에야 세워질 수 있는 권위, 그리고 그 가능성이 사라졌을 때도, 그 한자락을 놓지 못해 폭력으로 변해버리는 권위의 모습, 이런 것들이 결국 이 영화의 중-후반의 비현실적이리만치 처절한 파국의 모습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그러니까,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돌이킬 필요가 없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먼저,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좀 더 솔직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불가항력적으로, 정말 돌이키고 싶은 현실이 우리 앞에 찾아왔을 때, 그 때를 위해 어쩌면 우리는 '잘 올라서는 법'이 중시되는 세상에서,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한 걸음 내려서는 법'을 배워야 할 지도 모르겠다. 물리적인 파국이 정신적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이지 않은가. 
 


그랜토리노

누군가는 그를 클간지라 불렀다. 아.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클간지라니. 일단 클간지님에게 감탄 한 번. 그러니까, 클간지에게 오직 간지만 존재했다면, 나는 일단 그에게 감탄부터 보내고 보는 방식으로 리뷰를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간지는 그저 간지를 위한 간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어떤 나이가 되기 전에는 절대 할 수 없는 생각, 혹은 이를 수 없는 경지가 있다는 통념에 나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물론 가끔 몇몇 튀는 난놈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그러니까, 클간지의 유언과도 같은 영화라는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주는 이 '복수'는 그 나이의 그가 아니었다면 생각해내기도, 그리고 해내기도 힘들었을 그 무엇. 똑똑하지만 절대 약삭빠르지 않은, 유일한 해법이지만, 안다고 누구나 할 수는 없는, 나는 감히, 이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영화 속 월터의 모습은 사실 굉장히 보수적인 미국중심적 인종차별주의자. 세상에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고, 자식들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그저, 이모습 저 모습을 보며 크르렁 크르렁거리기 일쑤인. 세상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인. 노인네일 뿐이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일생 마음에 남는 죄라고는 결혼 이후 다른 여자와 키스한 것 (1회) 요트를 팔고 세금을 내지 않은 것 (1회) 그리고 두 아들을 마음으로 사랑할 줄 몰랐던 것. 뿐인. 그러니 어쩌면 그 삶은 매우 건강한, 참전자가 당연히 갖게 되는 '어쩔 수 없음의 논리'를 갖지 않고, 실은 '어쩔 수 없지 않았던' 상황에 대한 가책을 평생 지니고 살아온 여린, 보수였던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에 보수가 존재해야 한다면, 적어도 자기 자신의 삶의 영역에 있어서는 이런 건강성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담 좀 크르렁크르렁 거리더라도, 꽤 괜찮을텐데. (사실 세상에 따지고 보면 크르렁거릴 일이 한둘인가) 
 


게다가 사실 이 할아버지, 어찌나 귀여우신지. 게다가 유머의 센스도 놀라워주시는지. 내가 할아버지의 작품들을 많이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최근작이었던 밀리언달러베이비나 체인질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매력. 평생 닫고 살았을, 그 마음의 문이 결국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던 이민족들에 의해 서서히 열릴 때, 어색하면서도 즐거워보이던 그 모습이 어찌나 절로 미소와 폭소를 자아내던지.

 

비장한 의미에 위트를 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여유와 내공이 쌓여갈 때쯤 삶의 소멸을 맞이해야 한다는 건 참 슬픈 일이지만, 내가 보기엔 이 할배, 앞으로 세편쯤은 더 찍을 수 있을만큼 정정하시더만. 오래오래 명복을 빌어드려야 할 분이 한 명 또 늘어났구나. (3개월째 점포정리중인 강남역 지하상가 모 옷가게처럼 10작품째 유작이 될지도 모르는 작품이라고 하셔도 눈 질끈 감고 속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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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4-0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보셨으니까 이제 말하는데요, 저 타오를 첨 봤을 때 제 눈에는 13 ~ 15세 정도로 보였는데 나중에 직업까지 엄연히 가질 수 있는 나이란 게 좀 어리둥절 했었어요.
웬디양님도 로드무비님도 도쿄 소나타를 인상 깊게 보신 듯 하니 저도 꼭 보고 싶어지네요.

웽스북스 2009-04-05 23: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좀 어려보였어요. 한 17-18세인 것 같죠 영화에서는? 아닌가? 더되나? 흐.

도쿄소나타도 그랜토리노도 다 니나랑 함께 봤거든요. 둘다 두 영화 모두를 너무너무 좋아했었어요. 그랜토리노는 보고 나오면서 우리는 치니님의 리뷰를 읽었으면서도 내용을 몰랐다며 한탄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치니님의 고도의 '스포일러 하지 않음' 마인드로부터 비롯된 거였나봐요. ㅎㅎ 도쿄소나타도 한 번 보세요. ^-^

마노아 2009-04-05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눈 질끈 감고 속아줄 수 있어요. ㅎㅎㅎ 앞으로 10작품 더 출연하고, 10작품 더 연출하면 그때 유작이라는 걸 생각해 보자구요.^^

웽스북스 2009-04-05 23:40   좋아요 0 | URL
크흐. 마노아님도 클 할배에게 반해버리셨군요. 흐흐. 근데 또 너무 빡세게 기력을 소진하시면 안될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어요. 흐흐. 암튼, 할아버지 정말 정정하시죠? ㅋ 몸도 마음도 매우 건강한. ^-^ (그렇게 늙어야할텐데)

Alicia 2009-04-0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보셨네요 영화 좋았죠-
^^
멋진 보수주의, 근데 전 이런 사람을 만나본적이 없고 믿겨지지가 않아요.

웽스북스 2009-04-06 00:22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만나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식코에서 봤던 그 보수당을 지지하지만 복지나 의료제도에 대해서는 건전하게 사고하고 계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사실 이게 어찌 보면 더 당연한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영화는 뭐. ^-^b 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09-04-0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랜 토리노의 백미는 마지막 그가 소멸한 후 유언장을 읽는 장면에서 바로 다시 나타나요. 희생 후 그의 부재로 좀 먹먹하다가 막판 욕이 한사발 들어간 유언장으로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뻐큐를 날리는 모습에서 아주 뒤집어 졌었다죠..^^

웽스북스 2009-04-06 19:38   좋아요 0 | URL
흐흐흐. 그래도 저는 이발소에서의 할아버지 모습에 더욱 뒤집어졌어요. 니가 죽어야 내가 다른 이발소를 갈텐데 ㅋㅋㅋ 암튼 참 센스넘치시는 할배에요.

무스탕 2009-04-0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랜 토리노 보고싶은데 울 동네서 안해요 -_-
영화보신 압구정 CGV가 신랑 회사 옆건물인데 거기가서 영화보고 신랑한테 점심을 사 내라!! 할까요? ㅎㅎ

웽스북스 2009-04-06 19:39   좋아요 0 | URL
아. 무스탕님. 안양에서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무스탕님 댁이 ㅅㅂ 아니었던가요? ㅎ)

압구정 CGV 신관에서 하는지라, 매우 영화보기도 좋고, 좋던데요.
한번 데이트 하세요 데이트! 데이트!

Jade 2009-04-0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클린트 할배는 평상시에도 저런 모습일거 같아요! ㅋㅋ

웽스북스 2009-04-06 19:39   좋아요 0 | URL
긍까긍까요. 삶과 연기가 전혀 분리되지 않는 바람직한 모습이랄까요. ㅎ

프레이야 2009-04-0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쿄소나타,는 보지 못했구요,
그랜토리노는 아직 리뷰를 쓰지 못하고 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아주 놀라웠어요. 먹먹하니 한참 앉아있었지요.

웽스북스 2009-04-10 23:30   좋아요 0 | URL
그렇죠 혜경님. 저도 그랬답니다.
정말 좋은 영화였어요.
 



이동진이 리뷰에서 비슷한 말을 쓰기도 했지만,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보면 고통의 순간에 대해 미학적으로 찍은 사진들은 타인의 고통을 우리에게 매우 멀리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니까, 그건, 너무 우리의 것이 아닌 것. 수전 손택이 예로 들었던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은 예전에 나 역시 매우 아름답다 생각했던 적이 있는 터라, 저항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고통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낙들이 빨래를 너는 장면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위에서 롱샷으로 잡은 판자촌의 질서가 주는 미학적 아름다움을 보며 먼저 감탄부터 나왔던 건 나뿐이었던가.



한 사람의 인생 역전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그게 희망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아무 상관없을 그 행운을 보며 삶의 용기를 얻는 사람들의 절망을 이야기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실제로 인도에서는 이 영화가 인도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항의하는 운동이 벌어졌다는 기사도 본 것 같은데, 그럼에도 삶과, 역사와, 퀴즈라는 요소가 주는 흥미라는 것을 '잘 담아냈'기에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참 똑똑하게 잘 '만든' 영화인 것 같긴 하다. 일단 나도 재미있게 봤으니 말이다.


(이건 여담인데, ㅎㅎ 중학교 때 별밤 퀴즈퀴즈 나가서 얼렁뚱땅 우승한 생각이 났다. 대학생과 붙었었는데, 나는 그걸 운명이 아닌 '운'이라고 부른다. 이건 상품이 세고비아기타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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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0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5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3-3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고비아기타, 우왓 지금도 가지고 있나요?
웬디양님이 똑똑하게 잘 만든 영화,라고 하시는 이 영화
아직 못 보고 있네요.^^

웽스북스 2009-04-05 21:10   좋아요 0 | URL
아. 세고비아기타는 기타꿈나무에게 선물했었어요. ㅎㅎ
결국 보셨는지요? 혜경님의 리뷰도 궁금한걸요. ㅎㅎ

yamoo 2010-03-1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근데, 약간 아쉽긴해요~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의심이었다,라는 말로 리뷰를 쓰려다가 망설인다. 너가 그렇게 많이 고민하고, 의심하고, 사유했다고 진정 자신하니? 라는 의심이 스믈스믈 몰려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네가 너를 키운 팔할이라고 한 게 도대체 몇개니? 다 기억은 하니? (못한다) 팔할이 80%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거니? 라는 내면의 양심적 자각(ㅋ)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이렇게 수정해본다. 나는 어쨌든 끊임없이 의심하는 인간이고, 의심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과는 조금 많이 다른 모습의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정도로. 음. 뭐야. 쓰고보니 이 말이 더 진정성이 있는 것 같잖아? ㅋ   

영화 시작 부분에 신부님의 설교 중 이런 말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우리가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의심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고, 우리는 스스로가 그 순간 고립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순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 (아. 빈약한 기억력 ㅋ) 이런 설교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수녀는 (사실 의심만큼 기독교에서 오랜 세월동안 금기시되어 온 것이 또 뭐가 있단 말인가 - 아, 많구나) 이것 외에도 신부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많고, 그녀의 의심의 배경은 사실 의심의 단초를 제공해준 그 '작은 사건'이 아닌, 이러한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스스로 이교도적이라 여기는 꼬마 눈사람(눈사람이 모자를 쓰며 생명을 갖는다고)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나 볼펜을 쓰고, 설탕을 세 개나 넣어 먹는 행위로 대표되는, 자신과는 다른 신앙의 모습들. 하지만, 그녀 역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신부가 설교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오열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극찬하듯, 이 부분을 포함한 여러 부분에서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다. 

우리가 믿는 것들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이 세상에서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오로지 천국소망 외쳐대는 기독교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옥행이 아닌, 실은 자기 자신이 지켜온 삶의 기반인 신앙이 무너지는 것, 그 자체는 아닐까. 그러고보면 이것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나 역시, 좀 다른 기반을 가지고 있다 말하지지만, 어느 순간 이것이 무너져야 하는 계기가 온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자신과 다른 것을 외쳐대는 상대가 틀렸다고 믿어야만 견딜 수 있는 알로이시스 수녀와 나는 전혀 다른 신앙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어쩌면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렇게 쓰는 지금조차도 이런 것들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말이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의심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어렵고도 중대한 일인가. 특히나 그것이 평생을 지녀온 신념이라면 말이다.

이 영화는 인간이 심리가 가진 이런 딜레마를 여러 측면에서 매우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누가 맞고 틀리다의 문제는 중요치 않다. 다만 그 확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 의심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에 대해 끊임 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때로는 두려움이, 때로는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때로는 일관성에의 욕망이, 때로는 안정적인 삶에의 욕구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정말 재밌는 건, 이 영화가 영화속에서 논쟁이 되는 것들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더 재밌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만의 결론을 이미 다 지어버리고 극장을 나왔다는 것. 돌아오는 길 정인씨에게, 내가 지었던 결론에 의거해 '나도 저런 신부를 좀 만나보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더니 매우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는 것. 아. 우리는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영화를 봤구나. 이런 영화를 보면서 나는 또 철저히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신념을 합리화하고 있었구나. 하하.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또 내가 해석하는 게 맞다고, 계속 이러고 있는 징글징글한 사람이구나. 하지만 이런 자신을 발견하는 일 또한 흥미롭지 아니한가. 이런 내 모습은, 지금 내게 이게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반증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보고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나눌 기회가 있다면, 매우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일단 올해 봤던 영화 중에는 단연 최고인데, 지금이 아직 2월인지라 이 말에 가치를 더해주지 못해 아쉽다. (신선생님께서는 이미 2월에 2009년 최고의 영화를 정해버리셨다. 하하하.) 가능하면 한 번 더 볼 생각인데, 그건 좀 다른 느낌으로,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면서 보고 싶기 때문이다. 2월의 필관람 영화 리스트도 제대로 못보고 있으면서 항상 욕심만 앞선다. 나 막 괜히 22일날 아카데미 수상 결과도 기다려지고 그런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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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2-17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왠지 초반부터 괜찮은 영화들이 몰려오더군요.
워낭소리, 체인질링, 다우트,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레볼루셔너리 로드,그랜토리노, 프로스트VS닉슨, 개봉할지 않할지는 모르지만 빅키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더 리더, 더 레슬러,왓치맨까지...^^ 아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도 있군요.

웽스북스 2009-02-17 01:38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리스트 적어놓고 허덕 허덕하고 있어요. 레볼루셔너리로드는... 음...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를 보고 있을 자신이 없긴 하지만 말이죠. 으흑. 그리고 왓치맨은 개봉해요. 예고보면서 뭥미했는데, 괜찮은 영화인가보네요. 노란 배경에 까만글씨가 좀 쩔어요 ㅋㅋ

Mephistopheles 2009-02-17 01:44   좋아요 0 | URL
원작이 꽤 유명한 그래픽 노블이랍죠. 뭐랄까 엄청난 힘과 권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이 우리가 익히 아는 지구와 인류의 평화에 대해 파쇼적인 생각을 갖는다면....가정하에 진행되는 이야기랍죠..^^

무해한모리군 2009-02-17 09:02   좋아요 0 | URL
왓치맨 나오면 꼭 봐야지 하고 있어요.

웽스북스 2009-02-17 12:46   좋아요 0 | URL
아하아하. 아침에 다이어리에 결국 적어놨어요. 크크.
도무지 이런 정보들은 다 어디서 얻으시는지 말이죠 ㅋㅋㅋㅋㅋ

(이럴 때 알라딘 너무 좋아 ^-^)

프레이야 2009-02-17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봐야하고.. 요새 보고픈 영화들 줄지어 있는데 마음은 바쁘고..
팔할이바람,에서 따와서 팔할이 두루 많이 쓰이죠.ㅎㅎ
다우트, 인간심리의 딜레마를 여러층에서 보여준다는 글귀가 쏙 맘에 당겨요.

웽스북스 2009-02-17 12:46   좋아요 0 | URL
그죠. 혜경님. 저도 그래요.
팔할이 바람,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써먹은 팔할만 해도 십수개는 될 것 같아요. 나는 알고보면 1000%의 인간인가? ㅋㅋ

영화는 꼭 보세요. 혜경님의 리뷰도 기대되어요.

다락방 2009-02-17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볼거예요, 볼거예요, 볼거라구욧!!!!!!!

그나저나 평일엔 이제 영화 안보려고 하는데(이제 피곤해요 ㅠㅠ)그렇다면 주말에 몰아서 봐야하나, 주말에 보기도 힘든데, 막 이러면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있군요. 다우트 은근 또 빨리 막 내릴까봐 겁나기도 하고 말이지요.

웬디양님,
저는 벌써 2009년의 책을 정해버렸어요. 움화화핫. 물론 그걸 깨버릴 책이 나오길 바라지만 말이죠. 자, 저는 2009년의 책을 정했으니 이제 미친듯한 홍보만 남았어요. 새벽 세시가 1판4쇄 찍었던데, 제가 올해 찜해버린 책은 1판5쇄까지 만들겠어요. 움화화핫 ^^v

웽스북스 2009-02-17 12:48   좋아요 0 | URL
아침에 이거 보고 너무너무 궁금했어요. 다락방님의 올해의 책은 뭘까. 지금이 2월이니까, 1판 5쇄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새벽 세시의 1판 4쇄 공로는 팔할은 다락방님에게 돌아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흐흐. 저 멀리 독일에서 작가가 고마워하고 있을 듯.

흐흐. 다우트는 얼른 보세요. 일단 22일 아카데미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오래 하지 않을까요? (막 혼자 가설 세운다 ㅋ)

다락방 2009-02-17 15:01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제가 1판 5쇄를 위해 웬디양님을 비롯한 모든 소중한 이들에게 한권씩 쫘악~ 돌리고 싶은데 요즘 책값은 왜그리 비싼거예요? 한달에 한명씩만 선정해서 줄까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 책값 비싸 비싸 ㅜㅡ

웽스북스 2009-02-17 22:37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책값 너무 비싸요.
일단 제목부터 좀 밝혀주시죠? 흐흐.

다락방 2009-02-18 08:20   좋아요 0 | URL
페이퍼에 :)

레와 2009-02-1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인근 극장 시간표를 모두 확인해봤는데,
'다우트' '낮술' '레볼루셔너리로드' 개봉관이 없어요.ㅠ_ㅠ

부산까지 가야할까봐요..엉..엉..ㅠ_ㅠ

진정, 서울에 살고 있는 여러분들이 부럽습니다.네네!

웽스북스 2009-02-17 12:49   좋아요 0 | URL
레와님도, 예매 때문에 맘상하셨군요.

사실 공기 더럽고 사람 많은 수도권 거주가 정말 몸서리쳐지게 싫으면서도 가끔 위안이 되는 것은 이런 것들 때문인 것 같아요. 그치만 그런 것들만 제외하면, 사실 거기가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거기는 마산인가요?)

무해한모리군 2009-02-17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봐야겠어요 ㅎ

웽스북스 2009-02-17 12:5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보세요. 보세요. ^-^ (오. 나 전도사 된 것 같아요)

사과나무 2009-02-1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런 무어와 데이브 기븐스의 왓치멘은
타임지 선정 1923년 이후 출간된 100대 소설에 포함된
유일한 그래픽노블(만화책)임.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http://blog.naver.com/boomer27 참조 바랍니다.
(코믹스계의 숨은 고수)

웽스북스 2009-02-17 12:50   좋아요 0 | URL
사과나무님은 정말. 정보의 강자.
저런 숨은 고수님은 어디서 찾아내시는 거에요. ㅋㅋ

왓치맨 일단 폰트 때문에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하하하. 봐야겠어요. (과연?)

니나 2009-02-1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항cgv에서 하면 엄마랑 보고싶당~

웽스북스 2009-02-17 12:51   좋아요 0 | URL
흐흐. 공항 씨지브이에 투서라도?
(나도 씨지브이에서 본거야)

그팀장님 2009-02-1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쩐지쩐지...덧글이 남아 있길래 리뷰가 있나 와봤더니
벅찬 감동을 한 조각이라 놓칠새라 그새 리뷰를 써 놓았구나.
(설마 이게 오늘아침 9시 5분의 헐떡임과 관련있는건 아니겠지? ㅋㅋ)

아래 벤자민의 리뷰와 비교하자면 너무나 티나게 길다구~ 이건 편애야.ㅎㅎ

웬디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물론 영화 속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나의 가설은 한 두어가지는 되는 것 같은데
가설의 검증보다는...사건의 fact가 무엇이었든 간에 주인공들의 번뇌가 영화의 진실(!)이라는 생각을 했어.

어제 밤은 귀마개 안하고 푹 잤다구~ 흐흥~

웽스북스 2009-02-17 12:53   좋아요 0 | URL
흐흐. 오늘 아침 9시 5분의 헐떡임은. ㅋㅋㅋ
아마 이게 아니었어도 저는 그 시간에 잤을테니. ㅋ

저 원래 차별이 좀 심한 인간이잖아요. 그치만, 뭐, 리뷰를 안쓰는 영화들도 수두룩하다고요. ㅋㅋ

그죠. 집중해서 봐야 하는 것들은 그것들이죠. 거기에 집중하면서도 사건에 대해서는 그림을 그려가면서 봐야 하니까.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대로 본거죠. ㅋㅋ 그래도 귀마개 안하고 주무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_^

깐따삐야 2009-02-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말씀처럼 연초부터 이렇게 양질의 영화들이 쏟아지네요. 내 스케줄에 맞춰 개봉해 주시면 더 좋겠는데 말이죠. 이 영화도 보고 싶네요.^^

웽스북스 2009-02-17 22:36   좋아요 0 | URL
그죠 그죠. 흑. 어디서 보니 아카데미 특수를 노리는 영화들이 개봉 시기를 이렇게 많이 잡는다고도 하네요. 깐따삐야님은 그래도 방학이 좀더 낫지 않아요? 이 영화 꼭 챙겨보세요 ^-^

2009-02-18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1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각해보면 삶이라는 게 참 재밌다. 외면이 가장 아름답던 젊은 시기에는 정리되지 않은 내면의 치기어림, 미숙함 등으로 인해 연발되는 실수, 혼란들이 가득하고,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내면의 모습을 점차 아름답게 갖춰갈 즈음엔 외면적인 모습이 점차 시들어가니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며, 우리 생의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우리의 내면이 정점에 이를 때 즈음에, 우리의 외면도 그에 맞춰 아름답다면, 그리하여 인생의 한 시기를 내/외면의 정점에 이른 채 완벽체(?)로 살아가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하지만, 역시 별로다. 내면의 치기는 젊음의 생기가 감싸주고, 외면의 늙음은 아름다운 내면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은 이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나보다. 그런가보다. 
 
영화를 보며 여주인공의 이름이 개츠비의 여주인공 이름과 같은 데이지이기에 스콧피츠제럴드가 데이지라는 이름에 어떠한 집착 같은 게 있는게 아닌가 싶어 좀 알아보니 원작의 여주인공의 이름은 데이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개츠비의 여주인공이었던 데이지의 이름을 따왔다는. 

영화 자체의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이 영화를 완성해나가는 건 결국 관객의 몫이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며, 잠깐이지만 빠져들어보는, 자기자신에로의 적용, 계속되는 생각들. 스토리 자체에 그치지 않게 하고, 자꾸만 상상하게 하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인듯. 이 영화 역시, 그렇게 시작된 듯 하고 말이다. (영화 속 설정이 원작과 많이 다르다니, 이건 감독의 또다른 상상력의 산물인 것이다) 사실 이건, 생각은 관객의 몫으로만 남겨둔 채 동화같은 이야기 한 편을 전해준 이 영화의 깊이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이기도 하다. 물론, 그게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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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2009-02-15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빗 핀처의 실력은 거꾸로 는다?

웽스북스 2009-02-15 01:49   좋아요 0 | URL
아 글쎄요. 제가 챙겨본 작품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연출이 나빴거나, 영화가 안좋았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닌데, 저는 어쩐지 벤자민이라는 인간의 내면의 변화를 밀도있게 그리지 못했던 것 같아서 아쉽더라고요. 할 얘기가 더 많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책을 볼까 생각중이에요 ㅎㅎ (그런데 이것도 단편이더라고요 ㅋ)

프레이야 2009-02-1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츠비의 데이지를 따왔군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사람의 외면과 내면의 조화도 생각하게 하네요.

웽스북스 2009-02-17 01:34   좋아요 0 | URL
네 그렇더라고요. 혜경님의 생각들도 조곤조곤 풀어주세요 ^-^

도넛공주 2009-02-1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도 참 많은 생각을 한 영화였답니다..

웽스북스 2009-02-17 01:34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은 어떻게 생각하시고, 또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흐흐.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나는 동물들에 대해 그리 애잔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이다. 동물을 키워보거나 마음을 줘본 일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가끔 동물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가 굉장히 인간중심적일 때 심히 분노를 하게 된다. 어느 날 그 길에서, 라는 로드킬(길에서 죽임당하는 동물들) 관련 다큐영화가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동물 관련 작품이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동물관련 영화들을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그 영화들이 불편했던 것은 동물들이 인간의 삶의 어떤 성취를 위해 수단화된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우정, 공존, 이런 이야기들을 할 때였던 것 같다. 경주마와의 우정, 서커스코끼리와의 우정, 뭐 이런 이야기들.

인간은, 인간이니까, 결국 인간 중심적인 시선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동물은 인간을 위해 충성해야 하는 존재로 너무나 당연한 듯 상정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아름답다'는 찬사를 보내는 건 어쩐지 지극히도 인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인간이 동물에게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주는 편이 더 친동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만난 이 영화는, 아, 이런 것이 공존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물론 이 영화에서의 소 역시 인간에게 매우 충직하다.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그 소의 주인인 할아버지 역시 그 소에게 매우 신실하다. 할아버지에게 소는 어떤 성취를 위한 수단이 아닌, 삶 그 자체였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농사를 지으면서도, 할머니의 그 귀여운 투덜거림을 감수하면서도, 농약을 치지 않는 이유는 소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맘. 그래서 오래도록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맘. 할머니가 걸핏하면 이 소들을 어떻게 다 먹이느냐고 투덜거리는 이유 역시, 할아버지가 그 소를 결코 쉽게 먹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고, 내가 시집을 잘못 왔지. 그냥 사료 먹이지' 라는 할머니의 투덜거림이 계속되는 것도 참 그럴법하다. 사실 소의 장수 비결은 할아버지의 그 유난한, 고집스런 지극정성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실, 사람은 소에게 얼마나 잔인한가. 아버지, 이 소가 제가 세살이었을 때였나? 그 때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 이 소가 우리 9남매 공부시켰지. 고맙고, 참 불쌍해. 아버지도 참 고생 많으셨어요. 이젠 파세요. 라고 말하는 그 냉정함. 500만원 밑으로는 절대 팔지 않겠다는 할아버지에게 코웃음을 치며 거저 준대도 갖지 않을 소,라고 이야기하는 그 잔인함. 그러고보면 자연사할 수 있는 운명을 가진 소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지 않을까. 때가 되면 가죽이 되고, 고기가 되어야 하니, 그 몸뚱이 그대로 온전히 땅에 묻힐 수 있는 소 역시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 우시장에서의 할아버지 마음은 얼마나 다행스러웠을까. 유일하게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을 제일 많이하던 부분이 소가 팔리지 않은 뒤 우시장을 나와 사람들과 수다를 떨던 부분. 그 소, 비록 고기와 가죽은 형편없을지 모르겠지만, 차도 피할 줄 알고, 집도 찾아올 줄 아는 소인데. 그런 능력 같은 건 시장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 이거 생각해보면 우리 사는 삶의 축소판이기도 하지. 

눈을 깜빡거릴 힘이 없을 때까지 소를 타고 다니셨던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힘겹게 끌고 다니는 소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쉽게 받아들이거나 인정하기 어려웠을, 그래서 그 소가 그대로, 그 자리에 계속 있어주길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보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 어찌 할아버지를 비정하다 할 수 있을까. 사람 몸에 좋은 약초 민들레를 뜯어 소 앞에 툭 던져주고 가는 할아버지의 손짓이 냉정하다고 해서 그 안의 따스함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무엇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내게 아름다웠던 장면은 할아버지와 소가 나무짐을 나눠지고 나란히 걸어오던 장면이다. 이들은 이렇게 살아왔구나. 소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할아버지는 소를 위해서. 서로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나란히 걸어왔구나. 라는 생각. 물론 이것도 인간다운 생각일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들긴 하지만, 적어도 한 생물을 동등한 생명체로 대하고, 존중하며, 때론 자기 삶의 많은 불편까지도 감수하며 사랑해온 모습, 생의 마지막 부분까지 함께 보내며 삶과 죽음의 순간을 함께 살아내는 모습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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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2-0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에게 소는 그냥 고기를 주거나 노동력을 주는 그런 일반적인 소가 아니지요. 인생의 동반자. 그리고 소가 마지막에 쓰러졌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표정과 눈물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09-02-06 00:02   좋아요 0 | URL
그죠. 저는 소가 시장으로 가던 날, 소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도 잊혀지지 않아요. 할머니의 눈에서, 할아버지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도.

다락방 2009-02-0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디양님.
저 역시 동물들에 대해 애잔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개를 키워보기는 했지만, 오래전의 일이라..
전 오히려 인간보다 동물에 대해 과도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을 좀 갸웃한 시선으로 보는쪽이었죠.

음, 웬디양님이 가끔 느끼는 그 분노와 동일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언젠가 뉴스에서 캥거루를 구타하는 남자들이 나왔었어요. 한 남자는 캥거루와 권투를 하면서 계속 때리고 한 남자는 그걸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던거죠. 계속 맞고 피식피식 쓰러지는 캥거루를 보면서 낄낄 웃는 그들, 그걸 좋다고 인터넷에 올리는 그들을 보고, 아 정말 눈물나게 분노했어요.

가끔 저는 저 인간은 왜 저런짓을 할까, 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휴..

웽스북스 2009-02-06 00:03   좋아요 0 | URL
저도요 다락방님.
그런데 정말, 사람은 왜 이렇게 잔인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까요. 참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프레이야 2009-02-0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낭소리, 보셨군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 사람의 입장일 수밖에 없음에 한계를
느끼게 되던데요, 이 다큐영화는 공존과 공감의 시선을 담았을까 기대되어요.

웽스북스 2009-02-06 00:04   좋아요 0 | URL
네, 혜경님.
저도 동물 영화 보면 괜히 좀 불편하고 그랬는데,
워낭소리는 다른 것들과 좀 많이 다른 느낌이었어요

일단은, 삶이니까요..

메르헨 2009-02-0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가장...잔인하죠...
저는 워낭소리 못봤는데...못 볼거 같아요.
울거 같아서요.
그냥 글만 봐도..코끝이 시큰한걸요.
여긴..사무실이거덩요.
올만에 인사드리고 갑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웽스북스 2009-02-06 00:05   좋아요 0 | URL
메르헨님. 출근 잘 하셨어요? ^_^

그래도, 한번 보시라고 권해드린다면 하하, 제가 너무 잔인한 걸까요?
기회가 되시면 보세요. 이런 영화는 개봉했을 때 안챙겨보면 나중에 기회도 잘 없고...

토깽이민정 2009-02-0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낭소리 봤구나... 우워우워 부러워라..
무려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되었다길래 좀 일찍 볼 기회가 있나하고 살짝 희망을 가져봤지만
아무래도 보통 영화관에서 개봉되기는 어려울것 같고
나중에 나중에 DVD로 나오거든 그때 사서 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네 ㅠ.ㅠ
어떤 사람 리뷰를 인터넷에서 봤더니만,
표를 잘못사서 물러달라고 막 난리치다가 들어가서 봤는데
눈물콧물 다뺐다며..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하더라고
그런 리뷰 볼 수록 나는 그저 궁금궁금..
아마.. 우리 지아장커 감독 영화 보고나서 느꼈던 그런 먹먹함이 느껴지는 영화겠거니..
짐작만 하고 있어.

그나저나.. 참.. 여기 오니 영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정말 실감나는구나.
한국영화는 커녕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받은 미국영화 레슬러도
굉장히 제한적으로 상영하더라고. ㅠ.ㅠ

웽스북스 2009-02-06 00:06   좋아요 0 | URL
지아장커 감독 영화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고요. 먹먹함보다는 어떤 뭉클함 같은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리뷰 저도 봤는데. 아 역시 비좁은 네이버 세계 ㅋㅋㅋ

토깽이민정 2009-02-0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가지 더.
요즘 미국식 소고기 산업이 얼마나 소라는 동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지 읽으면서
마구 짜증내고 있는 중이었는데
(우리 신랑은 옆에서 내가 혹시나 채식주의자로 돌변할까봐 막 겁먹고 있어 ㅋ)
그런 사람들한테 이런 영화 보여주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런 생각도 해봤어 ^^

웽스북스 2009-02-06 00:08   좋아요 0 | URL
아. 그 좁은 네이버 세계에 선댄스 갔다온 분께서 미국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써주셨는데, 그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손을 붙잡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모든 한국사람이 같은 반응이 아니듯, 모든 미국 사람들이 같은 반응일 수는 없겠지만요)

그나저나 언니 채식주의자로 돌변하면 형부가 고생좀 하겠는데요. 크크. 그래도 거긴 대체식품들이 많으니까.

치니 2009-02-04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워낭소리 보면서 인간과 동물을 나누지도 않고 본 것 같아요.
할아버지와 소는, 그냥 인간과 동물 간의 사랑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최 할아버지와 소만의 이야기로 보인 것이, 이 다큐의 힘이었다고 생각 되네요.
최근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합니다. 그것도 삶과 죽음에 대해 가장 아름답게 그린 영화로.

웽스북스 2009-02-06 00:1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삶과 죽음. 함께 늙어감. 뭐 이런 것들에 대해서요
나중엔 소가 할아버지 같구, 할아버지가 소같구. 그랬었던 것 같아요.

진정성이 주는 어떤 명징한 힘이 느껴졌달까요. 암튼 저도 참 좋았어요
짧아서 아쉬울 정도로!

다락방 2009-02-0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웬디양님 서재 들어올때 마다 저 위의 샌드위치 사진 때문에 정말 미쳐버리겠어요. ㅠㅠ

웽스북스 2009-02-06 00:11   좋아요 0 | URL
흐흐 다락방님. 자세히 보면 한입 먹었어요 ㅋㅋ

다락방 2009-02-06 08:51   좋아요 0 | URL
엇 정말!! 정말 한입 드셨네요! 하하하하

웽스북스 2009-02-08 00:56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맛있었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