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이 리뷰에서 비슷한 말을 쓰기도 했지만,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보면 고통의 순간에 대해 미학적으로 찍은 사진들은 타인의 고통을 우리에게 매우 멀리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니까, 그건, 너무 우리의 것이 아닌 것. 수전 손택이 예로 들었던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은 예전에 나 역시 매우 아름답다 생각했던 적이 있는 터라, 저항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고통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낙들이 빨래를 너는 장면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위에서 롱샷으로 잡은 판자촌의 질서가 주는 미학적 아름다움을 보며 먼저 감탄부터 나왔던 건 나뿐이었던가.

한 사람의 인생 역전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그게 희망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아무 상관없을 그 행운을 보며 삶의 용기를 얻는 사람들의 절망을 이야기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실제로 인도에서는 이 영화가 인도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항의하는 운동이 벌어졌다는 기사도 본 것 같은데, 그럼에도 삶과, 역사와, 퀴즈라는 요소가 주는 흥미라는 것을 '잘 담아냈'기에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참 똑똑하게 잘 '만든' 영화인 것 같긴 하다. 일단 나도 재미있게 봤으니 말이다.
(이건 여담인데, ㅎㅎ 중학교 때 별밤 퀴즈퀴즈 나가서 얼렁뚱땅 우승한 생각이 났다. 대학생과 붙었었는데, 나는 그걸 운명이 아닌 '운'이라고 부른다. 이건 상품이 세고비아기타이기 때문?)